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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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콩코가 아홉 마을과 그 너머까지 이름을 알린 것은 열여덟 젊은 나이에 일곱 해 동안 한번도 패하지 않은 '고양이' 아말린제를 내던져 마을에 명예를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오콩코는 아버지 우노카가 어떤 칭호도 얻지 못한 채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것을 항시 부끄럽게 생각하였고, 자신은 남자로서 당당한 삶을 살고자 했다. 부단히 노력한 결과 오콩코는 남들 못지 않은 집을 짓고 커다란 창고에는 얌을 비축하였으며 부인은 셋을 얻었다.

어느 날 부족이 이케메푸나라는 아이를 오콩코에게 맡긴다. 이케메푸나는 우무오피아 여인이 살해당하자 사건을 일으킨 마을에서 화해를 청하며 보낸 포로였다. 3년간 오콩코와 지내면서 이케메푸나는 오콩코를 아버지라 부르게 되었고, 오콩코 역시 이케메푸나를 자랑스러워 하였다. 또한 이케메푸나가 큰아들 은웨예의 소심하고 게으른 측면을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년째 되던 해에 이케메푸나를 죽이라는 마을의 결정이 내려진다. 오콩코는 언제나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케메푸나를 자신의 도끼로 내리쳐 자신이 어떤 일에든 주저하는 사람이 아님을 보인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얼마간 오콩코는 평상심을 잃고 동요한다.

오콩코는 나약한 큰아들 대신 딸 에진마가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에진마는 오그반제였다. 오그반제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후 곧 죽어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길 반복하는 악독한 아이를 말했다. 주술사의 도움을 얻어 겨우 이이우와를 파낸 후에 에진마는 한동안 건강하게 자라는 듯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이바 열병에 걸리고, 거의 나을 즈음 주술사가 아그발라에게 대면시킨다며 한 밤중에 데려간다. 오콩코가 주술사를 따라갔던 것은 남자다운 면모는 아니었지만 에진마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사건이었다.

마을의 장로 에제우두가 사망한 장례식 때 오콩코의 총이 오발 사고를 일으켜 에제우두의 아들을 죽이고 만다. 그 일로 오콩코는 7년을 추방당한다.

 

오콩코는 마을에서 추방당한 후 가산의 관리를 친구 오비에리카에게 맡기고 외삼촌 우첸두의 마을로 떠난다. 외삼촌 우첸두는 오콩코에게 아이들의 이름 가운데 은네카, 즉 어머니는 가장 위대하시다'라는 이름이 제일 많은 이유를 묻는다. 우첸두는 이에 대해 '모든 일이 무사하고 삶이 달콤할 때 사람은 아버지의 땅에 속하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는 어머니의 땅에서 위안을 찾기 때문이라며 오콩코를 위로한다.

그 즈음 백인들이 한 마을 주민을 몰살시켰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렸다. 교회를 지어 자신들의 신을 부정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오콩코의 큰아들 은워예도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다. 종교가 들어온 이후에는 재판소가 생겨나고 주민들이 백인을 해친 이유로 교수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오콩코의 7년에 걸친 추방이 끝난다.

 

마을로 되돌아온 오콩코는 과거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애초 기대와 달리 그의 귀향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새로운 종교도 조상신들이나 악령들에 의해 저절로 소멸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소외된 부족민들에게 공감을 얻어갔다. 이로 인해 교회와 마을 사람들의 갈등이 심화되던 어느 날,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인 마을 청년 하나가 우구구의 가면을 벗겨버린 일이 발생한다. 우구구는 마을의 조상신인데 가면이 벗겨지면 영혼이 죽어버린다고 간주되었다. 분노한 주민들이 교회를 부수고, 오콩코를 포함한 여섯 명의 우무오피아 대표단이 구속되어 가혹한 대접을 받는다. 백인 재판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이들을 돌려받고 싶다면 조가비 이백 자루를 벌금으로 바치라고 강요한다. 마을 주민들은 순순히 벌금을 모아서 이들을 돌려 받자 오콩코는 분노한다.

마을 사람 모두가 모이는 집회가 열린다. 오콩코와 함께 잡혀갔던 오키카가 백인들에 대항에 봉기해야 한다고 연설을 한다. 그때 군중들이 소란스러워 지더니 재판소가 보낸 전령이 들이닥친다. 전령의 우두머리가 집회를 해산하라고 명하자 분노한 오콩코의 도끼가 그의 머리를 베어낸다. 나머지 전령이 도망친다. 오콩코는 그들이 도망가도록 내버려둔 마을 주민들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음을 예감한다.

재판장이 오콩코의 집으로 들이닥쳐 그의 신병을 요구하자 오비에리카가 오콩코의 시신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콩코가 그들의 법도를 어기고 자살했기 때문에 동족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말을 들은 재판장은 자신의 책에 써넣을 좋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책의 제목은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이 될 것이다.

 

오전에는 비가 많이 흩뿌리더니 오후엔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마치 우기에서 건기로 넘어가는 시기와 같이.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를 읽기에 그럴싸한 날씨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암흑의 핵심>을 떠올렸는데 역자 조규형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치누아 아체베는 조셉 콘래드에 대해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했는데 그가 아프리카를 문학 작품의 진지한 배경으로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를 백인에게 도덕적 아노미를 일으키는 공간으로 대상화 했다는 것이다.

<지옥의 묵시록>의 시각적 이미지가 너무도 강렬했었고, 그 후 소설을 읽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암흑의 핵심>을 떠올리면 다른 무엇보다도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떠오른다. 바로 그런 점이 치누아 아체베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점일 것이다.

 

이 작품은 <타임>선정 100대 영문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옵저버>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사실 아프리카 못지 않은 침탈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남한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아닌 고로 서양인들에게 주었던 그러한 충격과 감동을 기대하기엔 무리일지 모른다. 소설은 나이지리아 공용어인 영어로 쓰여졌고, 나이지리아에 비극을 가져다 준 자들은 이 소설에 갖가지 찬사를 보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3679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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