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시네마 한국시나리오걸작선 84
유미리 지음, 우병길 각색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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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시네마>


모토미의 가족이 20년 만에 모였다. 영화 촬영 기자재가 집 안으로 들어왔고, 감독은 이런저런 주문을 해대며 지시를 내리기 바쁘다.

모토미의 여동생은 성인 비디오에 두 번 주연으로 출연했고, 이따금 CM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별볼일 없는 배우다. 어느 날, 얼빠진 감독이 그녀에게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픽션도 아닌"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하자 그녀는 어엿한 배우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여  가족을 설득해 한 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지금 얼빠진 가족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터무니 없는 가격의 선물을 선사하며 자기 돈 쓰기 바쁜 위인이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처자식 있는 후지키와 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남동생은 성인이 되지 못한 채 빌빌거렸다.

주인공 모토미는 가족과 떨어진 뒤 화훼업체에 취직해 나름의 커리어를 밟아왔다. 그래서 이제 독립된 혼자만의 생활에 만족해 하는 중인데, 이런 되지도 않는 가족 영화 촬영에 동원되자 황당한 심정이었다. 감독은 께느른한 태도로 영화를 촬영했고, 실제 필름이 돌아가고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엉망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영화 촬영에 집중할 수 없던 모토미는 남자친구 이케와 헤어진 뒤 후카미 세이치라는 늙은 도예공을 찾아간다. 그는 페티시즘에 빠져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여성의 둔부를 찍어대는 엉뚱한 늙은이였다. 하지만 그 늙은이 마저 다른 여자를 집안에 끌어들인 것을 알게된 날, 모토미는 문득 어머니의 말을 떠올린다. "이걸로 너도 혼자가 된 거야, 집을 빠져 나온 거라구".

3월의 끝이었고, 모토미는 썰물같은 바람에 떠밀려 갈 것만 같아 바람과 타협하기 위해 몸을 흔들었다.


<한여름>


여자는 집에서 나온지 사흘째에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녀와 함께 사는 남자는 3년째 두 아들이 기다리는 교외의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

여자는 문득 상념에 빠진다. 중2때가 생각난다. 그녀는 그 해 여름부터 툭하면 학교를 빠지고, 급기야 등교거부에 돌입했다. 엄마는 아버지의 바람기를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나가면서 그녀에게 같이갈래, 아니면 여기 있을래라고 물었다.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집에 남게 되었다. 부모가 내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때 버린 것 같다.

아버지의 정부가 그녀에게 브래지어와 옷을 사주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인가 정부가 사라졌고, 그 뒤로 몇명의 여자가 집을 거쳐갔다.

현실로 돌아온 그녀가 스토커 생각을 한다. 사흘 전 스토커를 따라 그의 집에 갔다. 스토커는 그녀의 존재를 견디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돌아가 주렵니까? 역시 나는 여자랑 같이 살 팔자가 아닌 모양입니다. 게다가, 당신이니까 하는 말인데, 여자 뒤를 밟고 싶고, 뒤를 밟고 있는 편이, 그러니까 음, 발기합니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중얼거렸다. 

집에 다 온 여자는 문을 열고 잠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남자는 여자와 헤어지면 죽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곧 여자는 웃는다. 그가 죽었을리가 없다. 웃음은 여자를 옴싹달싹 못하게 하려 한다. 웃음이 여자를 완전히 덮쳐 버리고, 내려 쪼이는 한낮의 햇살 아래로 삼거리가 여자 앞에 한없이 뻗어 있다.


<그림자 없는 풍경>


전학생 야스다 리나에게 마유미가 말을 건다. 마유미는 '가능하면 그녀가 자기한테만은 마음을 열어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나는 이렇다할 대꾸를 하지 않는다. 마유미를 꺼려하는 태도는 아니었지만 굼뜨다는 느낌이다. 마유미는 이상하게 가학적인 심정이 되어 리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함께 리나의 팬티를 벗기려 했고, 수영장에 빠뜨려 흠뻑 젖게 만들었다.

담임 다나카는 리나의 모습을 보고 잠시 놀라는 듯 했지만, 실수로 빠졌다는 아이들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방과 후 마유미는 다시 리나에게 치근덕 댄다. 벽쪽으로 몰아부치는 과정에서 리나의 머리에 큰 상처가 생긴다. 피가 흘러 겨드랑이로 흘러 내리자 깜짝 놀란 아이들은 리나를 양호실로 데려간다.

교장은 암묵적으로 폭력사건이 없도록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담임은 아이들에게 폭력이 없었다고 주지시킨다.

양호실에서 깨어난 리나는 센다이 역에서 엄마가 '여기서 꼼짝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라고 신신당부한 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도서실 창문으로 보이는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능목, 그네, 정글짐이 긴 그림자를 한없이 늘어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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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일그러진 가족, 기형적인 남녀관계,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심정, 차별과 왕따 등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다분히 그녀의 체험을 기반으로 쓰여진 것 같다. 

작가는 부모의 별거로 어린 시절 상처 입었고, 재일교포 2세로 일상적인 차별을 겪었다. 그 결과 잦은 자살미수로 여러 차례 정학 처분을 받다 고교에서 퇴학 당한다. 

잠시 연극 활동도 했으나 실어증을 앓는 통에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찾은 돌파구가 문학이었다. 17세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하여 1993년 <물고기의 축제>로 일본 최연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수상했다. <풀하우스>와 <콩나물>로 113회, 114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른 뒤, 소설집 <풀하우스>로 제24회 이즈미 교카 상과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중편 3편이 실린 본 작품으로 97년 일본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다. 

재기발랄한 문체와 내면 풍경을 그려내는 솜씨는 뛰어나지만, 의식의 흐름에 자주 의존하다 보니 구성과 줄거리가 주는 안정감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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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커피
원재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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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클래식을 위주로 하는 FM 라디오 채널의 DJ를 맡고 있다. 어느 날, '나'에게 한 여자가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한다. 그녀는 '나'와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다. 남자들은 그녀에게 눈길을 빼앗겼다. 그러므로, 그녀의 제안은 '나'에게 있어 다소간의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그날 '나'는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아끼는 만년필을 테이블에 두고 왔고, 그것을 습득한 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나'와 그녀는 햇살 아래서, '아침에 만나 모닝 커피를 마시'는 사이가 된다. 

한동안 담백하고 건전한 만남을 이어가던 둘이 처음으로 영화를 본 날, 둘은 발작적으로 키스를 하게 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둘의 관계에 정념이 끼어들게 된다. '나'는 그녀를 '파랑'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한편,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반복할수록 어렸을 적에 헤어진 정희 생각을 하게 된다. 정희는 정희 엄마가 교도소에서 낳았다고 했다. 행실이 올바르지 못한 정희 엄마가 춘천에서 교통사고로 죽자, 중동에 돈벌러 나갔던 정희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돌아오기로 약속한 날짜가 되어도 정희 아버지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마을 사람들은 정희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희 자매를 돌봐주던 마을 사람들의 호의가 차츰 옅어졌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정희는 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간다는 편지를 남겨놓고 마을을 떠났다. 정희가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구조되어 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녀와 소년 시절에 나누었던 우정이 풋사랑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다.


정념이 끼어든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처음에는 '나'와 파랑의 관계가 파국을 맞는다. 하지만 헤어짐은 길지 않았다. 아내가 '나'의 변화를 눈치채고 캐나다로 생각을 정리한다며 출국하면서 아내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나'는 그 시기에 파랑과 동거를 한다. 꿈과 같은 시간이 흐르고 아내가 귀국하는 날, '나'는 파랑과 일본에 가기로 결심한다. 공항에서 파랑과 조우하기 직전, 나는 차에 치이고 의식을 잃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잠깐 졸았나 보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시려고 타놓았던 모닝 커피가 차갑게 식은 것 외에는.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였다. 그녀는 '내'가 만년필을 두고 갔다고 했다. 책상을 바라보니 만년필은 단정하게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름이 뭔지, 언니가 있는지 등을 대뜸 묻는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은 김미희이고, 언니가 하나 있었는데 어렸을 적 눈 속에서 길을 잃어 사망했다고 대답한다. '나'는 언니 이름을 묻고, 그녀는 '정희'라고 답한다.

'나'는 눈물을 훔치며 그녀에게 만년필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는다. 등 뒤로 잠시 잃어 버린 나의 이름을 부르는 듯이 또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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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의 <모닝커피>는 라디오독서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들었던 소설이다. 성우들이 내용을 축약하여 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들려주고, 작가를 평론가가 인터뷰하는 순서가 뒤따르는 식이었는데, 세종시에서 인천으로 가는 국도에서 흥미진진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프로그램에서는 결말 부분의 반전을 암시만 하고 들려주지 않아, 내처 궁금해 하다 읽게 되었다.

작가는 본래 시인으로 <모닝커피>는 소설로서는 처음 펴낸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시어처럼 아름다운 문장이 작품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반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과 구성의 기교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진다.

소설의 결말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는데, 이와 유사한 구성의 소설로 송하춘의 <갈퀴 나무꾼들>이 생각난다. 안정된 중년의 남성이 외도의 백일몽을 꾸는 내용이다. 불륜을 소재로 한 소설은 작가의 능력에 따라 속되게 느껴지기도하고, 그렇지 않고 담백하게 읽히기도 하는데 <모닝커피>는 정념을 개입시키면서도 어린시절 헤어진 풋사랑의 이미지를 중첩시키는데 성공하여 속되게 읽히는 것을 교묘히 피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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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박상우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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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자정, 30여평 정도의 실내. 록음악과 담배 연기가 가득 차 있다. X표시가 그려진 셔츠를 입은 남자, 보랏빛 립스틱, 샛노란 헤어밴드, UCLA 티셔츠를 입은 외국인, 검은선글라스, 물빛 원피스, 그리고  Ω 목걸이를 한 남자가 한 테이블에 모여있다. 이들은 메모패드에 펜으로 글씨를 써 의사소통을 하는데, 종잡을 수 없는 감각적 언어들을 맥락 없이 주고 받는다. 성적욕망, 쿠데타, 살육, 카니발... 그런 내용의 말들을 주고 받던 끝에, 카타콤으로 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된다. 저주받은 영혼이 안식할 수 있는 지하 묘지, 그곳은 종말을 뜻하는 곳이 아닌가.

카타콤에는 뭉크의 그림이 기괴한 형상으로 변조되어 벽에 걸려 있었고, 그곳에서 물빛 원피스 입은 여자 - 오늘 자신의 아이를 유산시킨- 가 약을 먹는다. 검은 선글라스는 자신의 친구를 살려달라며 외치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녀는 모두 사라지고 Ω 만 남았음을 깨닫는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빛이 아니라 소리로 다가오는 아침, 구원이 아니라 재앙을 알리는 불길한 경고음 같다.


<내 혈관 속의 창백한 詩>


손바닥에 검은 구멍이 나 있다. 뼈와 피와 혈관들이 들여다 보인다. 잠시 후 검은 물체가 손바닥에서 빠져나온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검은새다. 대략 그런 꿈을 꾸다 깨어난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386컴퓨터, 중형냉장고 등이 보인다. 동거하던 은지의 방을 떠난 지 사십구일만에 되돌아와서 잠이 들었다 깨어난 터다.

형이 오토바이에 다쳐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술을 마시고 은지의 방에 왔다. '엄마'와 '어머니'는 엄연히 다르다. 생모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나'에게 형의 성공을 위해 대학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형은 고시공부를 준비했고, '나'는 비뚤어졌다. 내가 잠이 들면 '어머니'는 형에게 영양보충을 시켜줬다. 형은 '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렀다.

그러다 은지를 만나 동거했다. 은지는 언제나 돌발적이고 기습적이며 일방적으로 성행위를 요구했다.

은지가 방으로 돌아온 나를 발견하고 발작적으로 화를 내며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갔다. 은지에게도 형제가 있었다. 희진이라는 여동생이었다. 희진을 찾는 남자가 찾아왔지만 은지는 모른다고 답변하며 남자를 돌려보냈다.

다음 날, 은지가 손을 다쳐 붕대를 친친 감고 방으로 돌아온다. 그 손으로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동안, '나'는 은지를 형으로 착각한다.

은지가 지쳐 잠이 들자 '나'는 그녀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 24시간 영업하는 해장국집으로 간다. '견딜 만하다고 하니까/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뭐' 따위의 시를 읊조리며.


<붉은 달이 뜨는 풍경>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난 것은 4월 말경이었다. 최근 잘나가는 여성 시나리오 작가 인터뷰 자리였다. 시나리오 작가는, 후배 시나리오 작가를 남자에게 소개키켰다. 남자는 다소곳한 후배 작가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후로 만남이 있었고, 육체관계가 이어졌다. 여자도 남자가 좋은 눈치였다. 그녀는 남자 경험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여자가 작업을 위해 저수지가 있는 시골의 별장으로 간다. 남자와 여자는 음성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녀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만남을 유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날, 남자는 여자가 보고 싶었다. 음성 메시지에 '만나러 가겠다'고 남긴 뒤 일방적으로 그녀의 별장을 찾아간다. 가는 동안, 남자는 여섯 명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한다. 아버지는 끊임없이 여자를 갈아치웠고, 여자가 더럽다고 했다. 그녀의 생모는 동성애자였다.

목적지 부근에서 남자는 여자의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 그녀는 무작정 자신을 찾아오는 남자가 무책임하다고 했다. 그날, 남자는 여자가 설명한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별장을 찾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어둑어둑한 밤하늘 아래, 두 여체가 알몸으로 서로를 껴안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두 명 모두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 그림자를 위한 산문시>


남자가 십구일만에 여자의 집에 방문한다. 남자는 포도주를 찾은 뒤, 햄과 치즈가 겹쳐진 안주에서 치즈만 먹는다. 여자는 '오늘은 햄까지 먹으라'고 말한다.

여자는 오늘 '푸른 소리' 레코드점에 임시휴업 게시판을 건 뒤 산부인과에 갔다 왔다. 두번째 중절이었다.

남자는 구질구질한 말들을 한바탕 늘어놓으며 술을 먹는다. 그는 "그만 갈게"라고 말한 뒤, "따라오지 마"라고 덧붙인다. 여자는 왜 그가 "따라나오지 마"라고 하지 않고, "따라오지 마"라고 하는지 궁금하다. 얼어붙은 그녀의 맑고 투명한 영혼에 소복이 눈이 내려 쌓인다.


<내 마음의 옥탑방>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그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형의 소개로 취직을 해 마음에도 없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백화점을 상대로 하는 레포츠용품 영업 일이었다. '나'는 영업실적 확인을 위해 백화점 '위'에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오는 일에 정신적 공황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백화점의 안내 데스크 직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손가방을 맡겼던 일을 빌미로 그녀와 차를 한잔 마셨고, 그녀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 이름은 주희였다.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귀던 어느 날, '내가 주희에게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 그녀는 별다른 설명 없이 '나'를 그녀의 집으로 데려 간다. 옥상 위에 위치한 그 방을 그녀는 '옥탑방'이라 불렀다. 그녀는 옥탑방에서 지상을 내려다 보며 '지상의 주민이 되어 미물스럽고 속물스러운 세계에 안주하는 꿈'을 꾼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옥탑방 마당에 레포츠 용품을 펼쳐 아담한 별장을 만들어 주었고, <시지프의 신화> 책도 선물해 준다. 그녀는 그런 '나'의 행동에 무척이나 기뻐한다. '내'가 그녀의 방에서 자고 오는 날이 많아지자, 형과 형수는 은근히 '나'의 독립이 실현되려나 하고 기대하는 눈치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충만한 시간들은 지나가고, 그녀와 나의 삶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5일간의 휴가를 갔다온 주희는 다른 사람이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소아마비 동생은 이모집에 맡겼다고 했다. 그녀가 옥탑방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나'는 그녀가 없는 옥탑방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녀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해보았지만, 그녀는 옥탑방에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시를 한편 남기고 옥탑방을 떠난다.

그녀가 백화점을 그만 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나'는 그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녀는 편지에 '평생 옥탑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당신과 나의 인생을 상상하기 싫었다'고, 그리고 '옥탑방에서의 당신과 나의 기억을 영원이 간직하는 길은 떠나는 길 밖에 없었다'면서 '내가 사랑했던 시지프여 안녕' 이라고 끝을 맺는다.

얼마 뒤 '나'는 형의 중매로 결혼을 한다. 가끔 '나'는 그녀의 편지를 떠올리며, 혹시라도 그녀를 마주치게 된다면 '자기 운명에 당당하게 맞설 줄 아는 행복한 시지프의 얼굴'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말무리반도>


주인공 '나'는 순수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생계 때문에 건축도면 따위를 그려왔다. 건축경기가 좋던 실절이라 사업은 번창했고, 아내는 '몇년만 더 건축도면을 그리고 뜻대로 하라'며 '나'를 설득했다. 그게 몇차례 반복되는 동안 10년이 흘렀고, 건축경기가 사그라 들면서 사업 역시 쪼그라든다. 모아둔 돈은 아내가 처남과 사업을 벌이다가 모두 탕진해버렸고, '나'는 아내와 이혼한다.

이혼한 뒤 친구의 별장을 찾아간다. 강원도 깊숙한 곳에 위치했는데 마을 이름이 바다윗말이었다. 부근에는 금강산 건봉사가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우연히 아름다운 용모의 마을 처녀와 조우한다. 그녀는 선선히 나와 술을 마셨고, 자기 얘기를 털어 놓았다. 그녀의 부모는 실향민이었는데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강원도 산골에 정착한 것이었고, 그녀의 언니는 그런 부모 밑에서 답답해 하다가  마을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을 우물에 투신하는 것으로 풀고 만다. 

그녀와 말들이 바다로 일제히 뛰어가는 형상을 한 말무리반도를 보고온다. 그녀가 '나'에게 자신을 데리고 멀리 떠나달라고 말한다. '나'는 그녀에게 시간과 장소를 알려준다.

약속시간을 30분 남긴 밤 11시 30분, 안개가 자욱한 바다윗마을 풍광을 보며 '나'는 이것이 모두 허구는 아닌지, 깊은 환상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러다 문득 여기가 원점이라는 생각이 들자 차를 출발시켜 바다윗말을 떠난다.  


<깊고 푸른 방, 깊고 푸른 빵>


어느 날 나는 '푸른 방'에서 깨어난다. 문은 바깥에서 잠겨 있었고, '나'는 나갈 수가 없었다. 바깥에는 幻이 있었는데, 幻은 '나'에게 빵을 제공한다. '나'는 빵을 먹지 못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속여 빵을 얻어낸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나에게 그/렇/게/거/짓/말/을/하/다/간/늑/대/한/테/물/려/죽/고/말/거/다. 라고 선언하고, 그 뒤로 '나'는 빵을 떠올리면 늑대의 이빨에 물어뜯기는 것이 연상되어 먹지 못한다. 

성년이 된 뒤에는 여자친구가 매번 만들어주는 빵을 먹지 않았다가 그녀가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나는 어짜피 거짓의 세계로 고통을 받느니, 내가 직접 거짓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소설가가 된다. 그런데 푸른 방에 갇힌 지금 빵 외에는 먹을 것이 없는 것이다.

며칠을 굶다 마침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해 힘을 쓸 수 없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빵을 먹고 힘을 얻어 탈출에 성공한다. 여섯 밤, 일곱 낮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거짓과 참, 현실과 환이 연결될 수 있으되, 그 연결고리가 전적으로 사랑에 힘입게 된다는 것을 이미 당신은 깨달았을 것이라는 환의 메모를 읽은 뒤, 나는 시간과 파국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 환의 세계를 등 뒤로 남기고 빵집을 찾아간다.


<어느 지하 생활자의 수기>


지하에는 '기록자', '침묵자', '명상자' 세 부류의 사람이 살았다. 그들은 해탈의 눈, 즉 제 3의 눈을 얻고자 했다. '나'는 거짓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허구적 방법을 추구하는 기록자였다. 어느 날, 팔부 능선의 마녀에 대해 들은 '나'는 그녀에게 도달하기 위해 진실한 기록물을 들고 간다. 기록물은 마녀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했고, '나'는 마녀와 만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나'와 그녀가 교접하는 와중에 그녀가 금기를 깨고 소리를 내고 만다. 그제서야 마녀는 자신이 진짜 마녀가 아니고 기록물을 불편하게 생각하던 지상족들이 자신에게 마녀의 굴레를 씌웠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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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를 걸고 야만의 폭력과 맞선 80년대의 존재들'을 그려내던 작가가 세기말, 종말론적 분위기를 내뿜는 소설집을 냈다. 제목도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다.

이름조차 없이 특징들로 구분되는 자들이 모여 필담을 나누다가 카타콤을 찾아간다. 생명을 잉태한 여성이 스스로 그 생명을 지운 직후 찾아간 곳이 무덤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작가는 이 소설집을 통해 첫째, 거짓을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소설가의 사명에 대해, 둘째, 그 소설(혹은 순수)과 현실(혹은 속물적인 속세)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명시적이지 않은 표현과 상징적 비유들로 막연한 인상에 그치는 작품도 있지만, <내 마음의 옥탑방>은 <마틴 에덴>이나 <위대한 개츠비>가 다룬 불멸의 모티프, 즉 이상적인 사랑과 현실적인 욕망과의 관계에 대해 훌륭히 재해석하여 작품 속에 녹여낸다. 99년도에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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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생 소년 랜덤소설선 4
문순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쳐 오던 문귀남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구실을 차분히 정리하고 정년 이후의 삶을 궁리하던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53년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 박수돌은 1951년 2월을 마지막으로 마을에서 사라졌었다. 수돌은 자신의 배다른 동생 수천의 소식을 알아봐 달라고 하더니 곧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걸려온 전화로 다시 걸어보니 <하나원>이었다. 그렇다면 수돌은 당시 북으로 넘어갔다가 이제 탈북하여 남으로 내려온 것일까.

귀남은 대학 이발관으로 가서 필식을 만난다. 귀남과 필식, 그리고 수돌은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였다. 필식은 수돌이와 엮여 봤자 좋은 꼴 못 볼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도 둘은 옛날 함께 자란 고향을 다시 찾아간다.


전쟁이 나자 똑똑하다는 평을 받던 젊은애들이 많이 산으로 올라갔다. 그 아이들이 무장을 했고, 경찰 가족에게 해꼬지를 했다. 그러자 경찰과 군인들이 몰려와 공비토벌의 미명 하에 마을주민을 학살한다. 

마을이 소개되고, 빈 마을로 피난을 가는 와중에 주민들이 하나 둘 죽어간다. 그 와중에 귀남과 두 살 차이 나는 순자고모도 불 타 죽는다. 귀남은 순자고모를 통해 처음으로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터라 그녀의 죽음이 사무쳤다.

할머니가 아버지의 첩이 가져다준 음식을 달게 먹고 돌아가신다. 귀남을 몹시 아껴주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귀남은 서럽기 그지 없었다.

그런 혼란한 와중에 가장 친했던 친구 수돌이가 산으로 간다. 얼마 뒤, 수돌이는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금이빨을 뽑아내어 귀남에게 우정의 징표라며 건내준다. 그 순간, 귀남은 수돌이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버지와 마을 주민들은 백아산으로 가면 형편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막상 가보니 그곳 역시 죽음과 삶의 줄타기를 해야하는 지옥이었다.


고향을 둘러본 귀남이 필식에게 전쟁 때 왜 수돌이를 따라 백아산에 갔는지, 총을 쏴봤는지, 사람을 죽였는지 등을 물어본다. 필식은 이상하게도 총을 갖게 된 후부터 더 무서워졌노라고 말한다. 둘은 예전 피난갔던 곳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렸을 적 배웠던 노래를 부른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뒤, 귀남은 수돌이의 전화를 기다린다. 하지만 수돌은 전화를 해오지 않았고, 하나원은 그가 이미 퇴원했음을 알려온다. 귀남은 수돌이를 만나 그가 꿈꾸어온 세상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걸어서 하늘까지>가 읽고 싶어서 인터넷 서점을 뒤졌는데 절판이다. 그래서 작가의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

다분히 자전적인 소설 같은데, 소설적 완성도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작가의 역량이 모자라다거나, 불성실했다거나 그런 이유 같지는 않다. 과거의 강렬했던 경험을 소설로 풀어내는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급히 마무리했다는 느낌. 그런 인상을 받는다.

커트 보네거트는 <제5도살장>을 쓰는데 20년이 걸렸다. 그는 <제5도살장>을 공상과학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는데, 리얼리즘 형식으로는 자신의 경험과 마주하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 속에서 귀남이 아버지와 나누던 대화가 인상 깊어 적어 둔다.


"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너한테, 힘이 센 두 친구가 있는디, 서로 자기 편이 되라고 헌다면 너는 어쩌겄냐?"

아버지의 물음에 나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잠시 미적거렸다.

"너라면 어찌했겄냐?"

"힘이 더 센 친구 편이 되지요 뭐."

"그렇게 되면 다른 친구가 너를 가만두겄냐?"

"안 그러면...... 아무 편도 안 되면 쓰겄네요."

"그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맘대로 누구 편이 될 수 없으니 고민이제. 아무 편도 안 들어도 세상이 가만 놔두지 않는단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다."


누군가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학살당하고, 아무 편도 들지 않았다고 총살하는 야만의 시대를 다시 글로 기록하기가 오죽 힘들었겠는가? 소설에서 종종 보이는 공백은 그런 아픔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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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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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드워드 스티븐스는 헤럴드 앤드 손즈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아내 마리 스티븐스와 이스트 70번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 교외의 크리스펜에 별장도 하나 가지고 있어서 때때로 주말에는 교외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 스티븐스가 고던 클로스라는 미스터리 작가의 원고를 검토하게 된다. 고던 클로스는 실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전말을 글로 재현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다만 그는 항상 자신의 사진을 책 머리에 크게 넣어달라는 이상한 요구를 하곤 했다.

스티븐스는 고던 클로스의 원고를 검토 하다가 사진을 한 장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아내 마리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데다가 이름도 마리 도브리였다. 게다가 그녀가 끼고 있는 팔찌를 아내가 차고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고던 클로스는 그녀가 1861년 비소를 이용하여 다수를 독살한 혐의로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희대의 살인마라고 기록하고 있었다. 얼마 뒤 원고를 다시 검토하던 스티븐스는 사진이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아내에게 '혹시 원고에서 사진을 빼내지 않았는지' 묻지만, 아내는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일관한다.


한편, 별장 이웃은 유서깊은 가문인 데스파드 집안이었는데, 최근 마일즈 데스파드 노인이 사망하여 장례를 치뤘다. 마일즈 노인에게는 세 명의 유산상속인이자 조카가 있었는데 마크, 이디스, 오그덴이 그들이었다.

그런데 장례를 치룬지 일주일여 지난 시점에 마크 데스파드가 퍼팅턴 박사라는 친구와 함께 스티븐스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그에 따르면, 자신의 백부는 단순한 위염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독살 당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첫째, 숙부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컵에서 비소가 발견된 점, 둘째, 간호사의 몰핀 약 병을 누군가 손댄 점, 셋째, 집에서 일하는 헨더슨 부인이 '고풍스러운 옷을 입은 여인이 숙부에게 음료를 권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점 등이었다. 하지만 사건에는 묘한 점도 있었는데, 고풍스러운 옷을 입은 여인이 벽을 통과해 사라졌다는 진술이 그랬다. 어쨌든 이 진술에 의해 유력한 용의자로는 마크의 아내 루시가 거론되었는데, 그녀는 가장무도회에 참가해서 잠깐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간 적은 있었지만, 곧 돌아왔기 때문에 알리바이가 입증되어 용의선상에서 제외된다.

마크, 스티븐스, 퍼팅턴 등은 시체를 해부해 독살된 증거를 잡으려 하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납골당은 텅 비어 있었다. 사건은 점점 괴기스럽게 변해가고, 스티븐스는 아내가 이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지나 않은지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수수께끼의 소설가 고던 클로스가 등장한다. 그는 완전범죄를 저지른 뒤 스스로 죄를 실토하여 감옥에 가고, 감옥에서 수많은 범죄 기록을 연구하여 범죄에 있어 일가를 이룬 기묘한 사람이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퍼팅턴이 낙태 시술을 해준 여자가 사실은 마크의 내연녀였다는 것, 그리고 그 뒤로도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해 왔다는 점 등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내연녀가 바로 백부를 간호하던 간호사였으며, 유산을 얻음과 동시에 귀찮은 아내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백부를 살해하는 음모를 꾸몄다는 것도 밝혀낸다. 하지만 그 역시 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어지는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오컬트적인 반전을 준비해 두고 있기에, 독자는 지나쳤던 사소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려야 한다.


17세기 독살범과 꼭 닮은 아내, 사라진 시체, 벽 속으로 사라진 여인, 수수께끼의 소설가의 사건 해결, 그리고 이어지는 소설가의 중독사.

1937년에 발표된 <화형법정>은 작가의 특기인 밀실살인에 오컬트적 분위기를 덧씌워 괴기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설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119097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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