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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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이치네 가족은 아버지의 회사가 도산하자 가마쿠라에 있는 할아버지 집으로 이사를 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쇼조의 연금과 엄마의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간사이 지방에서 전학 온 하루야만이 유일한 친구이다. 하루야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하루야를 폭행하거나 굶기곤 했다.

둘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따로 지냈는데, 어느 날 산 속 호젓한 곳에서 웅덩이를 발견한다. 둘은 그곳에서 소라게를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소라게를 라이터불로 지져 소라게가 딱지에서 나오게 한 후 불로 태워 소원을 비는 것이다. 처음 소원을 빈 날 신이치는 하루야에게 돈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하루야는 500엔을 주웠다며 신이치의 소원을 소라검님이 들어주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이치는 하루야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500엔을 주운 것처럼 꾸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얼마 후에는 신이치의 책상에 못된 편지를 넣는 것으로 짐작되는 아이가 등교 중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역시 하루야가 저지른 일이라 생각한다.

신이치와 같은 반에는 나루미라는 여자아이가 있다. 나루미의 어머니는 할아버지 쇼조의 배를 탔다가 사고로 사망한다. 신이치는 어느 날 엄마 스미에가 낯선 남자와 차에 타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데, 그 차는 나루미 아버지의 차였다. 신이치는 그 날 이후로 엄마를 원망한다.

나루미가 산 속 웅덩이에 함께 가기 시작한 후로 신이치의 책상에는 야비한 내용의 편지가 더 자주 날아든다. 나루미는 처음에 하루야와 서먹서먹했으나 곧 하루야와 더 친하게 지내게 된다. 나루미 역시 신이치의 엄마와 자기 아버지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신이치는 자신도 모르게 하루야를 미워하기 시작하고, 셋이 만나면 표정이 어색해지는 것을 느낀다. 

셋이서 소라검님에게 소원을 빈 다음 날 하루야가 결석한다. 팔이 부러져 붕대를 감고 온 하루야는 교통사고를 당했다면서 신이치에게 '소원이 이루어져서 좋겠다'며 비아냥댄다. 신이치는 반박하지 못한다.

우연히 손에 넣은 나루미 아버지의 자동차에 숨어 들어간 날, 신이치는 엄마와 나루미의 아버지가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모두를 어색하게 대하던 신이치는 그 일이 있었던 다음 날 무척 쾌활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하루야를 설득해 둘만 산에 올라간다.

산에서 신이치는 하루야에게 묻는다. 야비한 편지, 재미있었느냐고. 그동안 신이치의 책상에 편지를 넣었던 것은 하루야였다. 팔이 부러져 공책을 한 손으로 찢지 못해 가위로 오려낸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하루야는 친구는 신이치 뿐이었는데 자신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린다. 신이치는 소라검님을 불태우며 소원을 빈다. 소원은 나루미 아버지가 죽는 것이었다. 신이치의 소원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는 하루야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한다. 하루야의 아버지는 죽을 것이었다.

신이치는 웅덩이에 놓아둔 칼과 자동차키가 사라진 것을 실제로 보고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나루미 아버지의 차에는 이미 하루야가 타 있을 것이었다. 신이치는 자전거를 타고 나루미 아버지의 차를 따라 잡아 가로막는다. 자동차는 급정거 하지만 결국 신이치는 온 몸에 상처를 입는다.

할아버지 쇼조가 뇌출혈로 사망하고, 신이치네 가족은 엄마의 처가집 쪽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하루야는 신이치가 구해준 칼을 들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덤벼들었고, 아버지가 겁에 질린 모습을 본 후 더 이상의 폭력은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 느낀다. 신이치는 하루야가 실제 그날 차에 탔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캐리어도 만만치 않은 미치오 슈스케가 미스터리 장르를 벗어난 소설을 썼고,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세밀히 추척하면서 인간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나약함과 공포를 손에 잡힐 듯 형상화해냈다. <섀도우>를 읽으면서,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작가는 기교파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과 게>는 우직한 태도로 써내려갔고, '트릭이란 면에 의존하지 않고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는 작가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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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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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개로왕의 원래 이름은 여경(餘慶)으로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황음(荒淫)에 빠졌던 왕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느 날 꿈속에서 절세의 미인을 만나는데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여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여경은 화공을 불러 여인의 모습을 똑같이 그리도록 한 후 여인과 닮은 사람이 있으면 왕궁으로 불러들이도록 하여 음행을 일삼았다.

도미(都彌)는 본래 마한 사람으로 작은 부락의 우두머리인 읍차(邑借)였고, 아랑(娥浪)이라는 이름의 아리따운 아내가 있었다. 어느날 여경에게 바칠 여인을 물색하던 체찰사(體察使)가 아랑을 보고 이를 여경에게 고한다. 여경은 아랑이 자신의 꿈속에 나타났던 여인과 똑같이 생겼음을 알고 그녀를 취하고자 한다.

체찰사의 간교를 듣고 그럴싸하게 여긴 여경은 도미의 부락으로 사냥을 나간다. 그곳에서 여경은 짐짓 살(煞)을 맞은 것처럼 꾸민 후 아랑의 손가락을 베어낸 피를 받아 먹고 회생하는 연극을 한다. 자신을 구해준 공을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도미를 궁으로 불러들인 여경은 도미를 꾀어 바둑을 두는데 첫 판은 짐짓 져준 후 노기를 띠며 둘째 판에 아랑을 걸고 내기 바둑을 두도록 분위기를 몰아 간다. 바둑을 이긴 여경은 아랑을 궁인(宮人)으로 삼겠다 선언하는데, 도미는 자신의 아내 아랑이 절대 마음을 고쳐먹을 사람이 아니라 말한다. 이에 여경은 아랑이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에게 몸을 허락한다면 도미의 두 눈을 빼어 장님을 만들 것이고, 그렇지 않고 아내로서의 정절을 지킨다면 큰 상을 내리고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아랑은 여경의 청을 거절할 경우 도미가 죽게될 것을 두려워 자신의 비자(婢子)로 하여금 여경을 대신 모시도록 하되 불을 어둡게 하고 말소리를 내지 않음으로서 아랑 자신이 동침한 것처럼 속인다. 속치마에 매달린 향낭(香囊)을 취한 여경은 도미에게 보란듯이 자신의 뜻을 이뤘음을 자랑하지만, 냄새를 맡아본 도미는 여경이 다른 여자를 취하였다며 웃고 만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여경은 도미의 두 눈을 도려내고 배에 태워 멀리 떠내려보낸다. 아랑은 도미가 탄 배를 먼 발치에서 지켜본 후 모든 것을 체념하였는데, 어느 날 도미를 태우고 갔던 배가 다시 아랑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랑은 도미가 타고 떠난 배를 자기도 모르게 타고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내맡기는데 한 섬에 다다르게 된다. 그곳에는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메이던 남편이 피리를 불고 있었다.

둘은 외딴 섬에서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어느 날 아랑은 자신의 아리따운 얼굴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얼굴에 일부러 상처를 내고 상처 사이에 흑감탕을 문질러 흉측한 얼굴로 만든다.

둘은 고구려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도미는 피리를 불고 때로 아랑은 피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춤을 추면서 아랑은 노래를 불렀는데 사람들은 그 노래를 아랑의 이름을 따서 아랑가(阿郞歌)라 불렀다. 어느 날부터인가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떤 어부가 그들이 배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데, 도미는 맹인이 아니라 화모(花帽)를 쓴 늠름한 사람이었고 아랑 역시 병든 노파의 모습이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전한다.

여경은 자신이 도미의 눈을 뺀 날로부터 칠 년 뒤에 고구려 군사의 공격을 받아 아차산성 밑으로 압송되어 살해된다.

 

우리나라 설화 중에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하나쯤 빌려와 낡은 고서화를 보는 듯한 고졸한 느낌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 최인호의 변과 달리, 소설은 진부하다. 그저 <삼국사기>에 나온 이야기에 약간의 살을 붙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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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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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서른 일곱살의 스밀라 야스페르센은 그린란드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모녀를 그린란드에 두고 떠났고, 어머니가 죽자 스밀라를 덴마크로 데려갔다. 아버지는 언제나 속죄하는 태도로 스밀라를 대했고, 스밀라는 그린란드로 되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도망친다.

그녀는 눈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있었다. 그린란드를 탐험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은 모두 눈에 대해서는 스밀라가 가장 적합한 권위자라 생각했다. 그녀는 눈의 미묘한 변화를 보고 크레바스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고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며 과거를 읽어낼 수도 있었다.

그녀는 '하얀 감옥'이라 일컫는 아파트에서 혼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아파트에는 율리아네라는 주정뱅이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의 아들 이사야는 스밀라의 친구이다. 이사야 역시 그린란드에서 왔는데 스밀라는 아이에게 <유클리드 원론>과 같은 책들을 읽어 준다. 어느 날 이사야가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 건물 옥상에는 이사야의 발자국만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 짓는다. 하지만 스밀라는 이사야의 발자국에서 그가 겁에 질려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사야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스밀라가 검찰총장에게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는 고소장을 보내자 라운이라는 사람이 스밀라를 찾아 온다. 그는 사건을 다시 조사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지만 법무부에 확인해 본 결과 그의 소속 부서는 사기 부서임이 밝혀진다. 한편 부검을 맡았던 레어만 의사는 또다른 저명한 의사 로옌이 이사야의 생체 조직을 떼어 갔다는 사실을 실토 한다.

이사야의 죽음이 과거의 어떤 일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스밀라는 아버지인 모리츠를 찾아가 돈을 조달하고 곧 조사에 착수한다. 

 

이사야의 아버지 노르사크는 율리아네에 의하면 그린란드 서쪽 해안에서 식중독으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가 죽자 덴마크 빙정석 주식회사는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보내는데, 통지서 한 귀퉁이에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엘사 뤼빙이라 여자의 서명이 되어 있었다.

스밀라는 그녀를 찾아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엘사 뤼빙은 덴마크 빙정석 주식회사의 문서고 열쇠를 내준다. 한밤중에 문서고를 뒤지는데 수상한 남자가 나타난다. 스밀라는 그를 향해 책장을 쓰러뜨려 제압하는데 그의 정체는 같은 아파트의 수리공이었다. 수리공은 자신도 이사야의 친구였다며 그녀를 돕겠다고 한다.

다시 찾아온 라운은 스밀라를 경찰서로 데려가 협박한다. 광대한 그린란드에서 자란 스밀라에게 협소한 공간에 가두겠다는 위협은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스밀라가 이사야의 죽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해준다. 

 

계속된 조사로 이사야의 아버지가 사망한 원인은 기생충 때문이었다는 것과 이사야 역시 로옌에게서 한달에 한번씩 진찰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사야는 그린란드어로 된 녹음 테이프를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장소에 숨겨 가지고 있었는데, 녹음 테이프는 음질이 좋지 않았고 스밀라가 알아 들을 수 없는 그린란드어로 되어 있었다. 스밀라는 녹음 테이프의 해독을 위해 안드레아스 리크트라는 사람을 찾아간다. 그러나 다시 만나기로 한 날, 스밀라는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 역시 죽을 위기를 넘긴다.

스밀라는 그린란드의 어떤 곳을 모종의 기관이 조사하였는데, 두 차례에 걸친 조사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사야의 아버지는 두 번째 조사에서 기생충에 감염되어 죽었고, 이사야가 가진 테이프는 그 조사와 관련된 내용이 실려 있을 것이었다. 스밀라는 조사가 중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시 시작되려는 것을 알게 된다. 수리공의 친구 라너의 도움으로 스밀라는 조사에 이용되는 배 크로노스호에 승선하게 된다.

 

<바다>

 

선장은 라너에게 신세를 진 사람으로 스밀라를 승선시켜 준다. 선장은 배을 용선한 자들이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한다. 

베를렌 수부장 패거리는 마약과 관련된 자들로 보였는데 그들은 스밀라를 경찰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공공연히 스밀라를 위협했고, 무언가 캐러 돌아다니는 스밀라를 살해할 기회만 노린다. 한편 선장과 야켈센, 요리사인 우르스, 그리고 손네는 스밀라에게 중립적이거나 그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한다. 

스밀라는 선장의 동생 야켈센이 마약 중독자임을 알게 되고 그를 협박해 배의 마스터키를 얻게 된다. 그리고 출입이 금지된 VIP실을 드나 들며 퇴어크라는 자가 이 조사의 책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항해가 계속될수록 베를렌 일파와의 마찰이 격해진다.

크로노스호는 유조선 부양식 부두를 경유하여 제4의 인물을 태울 예정이었다. 부두에 정박한 날 야켈센은 탈출을 감행한다. 함께 도망치려 하던 스밀라는 제 4의 인물이 다름 아닌 수리공이라는 사실을 알고 배로 되돌아온다. 수리공의 전화를 받고 간 곳에 베를렌 일당이 기다리고 있었고 스밀라는 감금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곳을 탈출한 스밀라는 수리공의 이야기를 듣는다. 수리공은 그녀가 계속 조사를 할 경우 더 큰 위험에 처할 것을 염려하여 그녀를 감금하게 한 것이다. 수리공은 잠수부로 '하얀 감옥'에 살고 있었다. 이사야 역시 기생충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된 로옌 등은 이사야가 죽지 않는 이유에 흥미를 품고 그 아이를 수리공이 사는 건물로 이사 시켜 관찰하는 한편 한달에 한번씩 아이의 몸을 조사한다. 수리공은 이사야에 관해 지켜보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 이외에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는 이사야와 친구가 되었고, 그 역시 이사야의 죽음에 충격을 받는다.

퇴어크는 재조사를 위해 그린란드인들을 다시 동원하려 했지만 그들은 다시 조사를 떠나기를 꺼려했다. 그들이 조사했던 것은 1800년대 중반에 그린란드에 충돌한 운석이었고, 이사야가 가지고 있던 테이프에는 운석의 위치에 대해 그린란드인이 설명하는 내용이 있었다.

퇴어크는 이사야에게서 테이프를 빼앗으려 했는데 이사야는 그의 얼굴을 보고 겁에 질린다. 그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얼굴임을 기억한 이사야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퇴어크를 피해 옥상으로 도망간다. 그리고 추락사한 것이다.

 

<얼음>

 

퇴어크는 운석에서 발산하는 열과 구성물질, 기생충 등을 국가에는 비밀로 붙인채 연구하여 돈을 벌어들이고자 했다. 퇴어크는 스밀라에게 지금까지의 일들을 자신에 차서 이야기 한다. 그는 스밀라가 자신의 편에 가담해줄 것을 원하는 것도 같았고, 단지 허영심에서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

선장이 베를렌을, 퇴어크가 선장을 죽이는 싸움이 벌어진다. 퇴어크는 크로노스호로 도망치다가 얼음 사이로 스며들듯이 빠져 죽는다. 스밀라는 '우리가 끝맺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고 결코 결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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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는데 <도시>,<바다>,<얼음>이 그것이다. 살해된 이사야는 <얼음>에 해당하는 그린란드에서 태어나 <바다>를 통해 <도시>로 들어왔고 살해당한다. 스밀라는 이사야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밀라는 도시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하얀 감옥'이라고 표현한다. 도시는 덴마크와 권력, 이성, 질서를 상징하는 공간이지만 곧 죽음의 공간이자 허위의 공간이다. 한편 얼음과 눈으로 상징되는 것은 그린란드, 단순함, 진실이다. 과학자들이 '눈에 관해 알고자 한다면 스밀라를 찾으라'고 한 진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눈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지닌 스밀라는 다르게 이야기 하면 진실을 탐구하는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밀라는 그린란드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그린란드 언어를 잊어가고 있었고 덴마크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지만, 심정적인 거리감을 좁히지는 못한다. 그녀는 그린란드적인 사유 틀을 갖고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사유 틀이 절대 공간에 대한 신념을 주장한 뉴턴의 이론과 흡사하다고 느낀다. 뉴턴의 이론은 후에 모두 틀린 것으로 증명되지만, 스밀라는 개의치 않는다. 그녀는 마찬가지 이유로 수학적 진리에 집착한다. 스밀라와 이사야가 처음 만나 읽는 책도 다름 아닌 <유클리드 원론>이다.

그린란드가 덴마크의 식민지가 됨으로서 그린란드적인 것은 제거된다. 이사야는 어찌 보면 그린란드인이 덴마크에 의해 동화되고, 동화되지 못하는 것들은 압살당하는 과정의 은유로도 읽힌다. 만약 그린란드적인 것이 진실이라면 적극적으로 제거되는 것이 당연하다.

 

읽는 내내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 가운데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페터 회는 끊임 없이 스밀라의 내면 세계를 드러내 독자에게 보여준다. 독자는 그것이 불편하다. 스밀라의 시선과 사고의 유입 및 이동, 경험과 비교되어 정리 및 수정 되는 과정의 묘사가 너무 치밀해서 때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타인의 사고를 적나라하게 들여다 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적나라하면 할수록 우리는 우리의 사고 과정 역시 발가벗겨질 수밖에 없다. 나의 그것과의 비교 없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 '나의 삶에 대한 태도'가 끊임 없이 비교되는 독서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책은 게다가 600페이지가 넘는 한권짜리여서 한 손에 쥐고 누워서 발을 까딱까딱하는 자세도 용납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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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4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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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의 이웃집 개가 사라지던 날, 양아버지이자 경찰관인 해리는 덱스터에게 충동을 이기지 못하겠다면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을 죽일 것을 당부하며 잡히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들을 알려준다. 그후 해리가 투병하는 호스피스에 문병 간 덱스터는 간호사의 주사를 맞기 싫어하는 해리를 보게 되고, 그녀의 눈에서 자신과 같은 부류임을 간파한다. 해리는 최초로 살인에 대한 허락을 내리고 간호사는 덱스터의 손에 죽는다. 덱스터는 자신의 안에 '검은 승객'이 타고 있어 달이 부풀어 오르면 그의 욕구도 강해진다고 느낀다. 그는 연쇄살인범들만을 쫓아 살해하고, 그들의 피를 유리슬라이드 사이에 넣어 보관한다.

아동들을 살해한 신부를 처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깨끗하게 절단된 솜씨에 덱스터는 전율을 느낀다. 불법매춘 단속에 진저리를 치던 덱스터의 의붓동생 데보라는 덱스터에게 사건 해결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고, 상관인 라게르타 역시 덱스터에 의존한다. 덱스터는 직접적으로 사건 해결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연쇄살인범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가끔은 꿈속에서 연쇄살인범의 행위를 볼 때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경찰서에서는 덱스터가 연쇄살인 해결에 비상한 재능이 있다고까지 소문이 난 것이다.

살인범의 범행은 점점 대담해지고 예술적으로 변해가더니 급기야 아이스링크에 시체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게다가 덱스터의 집에 잠입하여 바비인형의 목과 몸통을 냉장고에 놓아두고 가는 일까지 일어난다.

덱스터는 어느 순간부터 이 사건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자아가 벌인 범행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의 꿈속에 나타나는 일들이 실제를 반영하고 있었고, 그가 했다면 자연스럽게 설명되는 일도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아이스링크에 또 다시 범인이 후 찍힌 CCTV에는 자신과 너무나 흡사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덱스터는 컨테이너박스들이 늘어선 부둣가에서 마침내 범인과 대면한다. 범인은 자신의 형이었고, 덱스터는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다. 3살 되던 해에 덱스터와 덱스터의 형 브라이언은 컨테이너 박스 속에서 범죄에 연루된 어머니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였고, 피가 낭자한 그곳에서 이틀 하고도 반나절을 머물다가 해리에게 구조된 것이다. 데보라를 살해하라는 브라이언의 말을 거역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즈음에 라게르타가 나타난다. 그녀는 브라이언을 총으로 쏘고 자신고 칼에 찔려 사망한다. 브라이언은 부상 입은 몸으로 어디론가 사라진다.

 

살인자는 타인의 삶을 자신이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전능함을 느끼고, 이 느낌을 맛본 자는 연쇄살인마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들은 저마다가 왕이다. 그런 왕들만을 골라 살해하는 자가 바로 덱스터이다. 이런 설정만으로도 소설은 너무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덱스터는 소설 출간 후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현재 시즌 7을 방영 중이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는 시즌 1에서 충실히 재현되었는데, 소설을 읽고 보니 드라마에서 인물들을 꽤 잘 살려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데보라와 마쓰오카, 엔젤 형사들이 드라마 속에서 너무 훌륭하게 재현되었다는 느낌이다. 드라마와 달리 소설에서는 라게르타가 사망하고, 데보라가 덱스터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게 된다. 덱스터 시리즈는 아직 많고, 나는 겨우 시리즈 1을 본 것 뿐이다. 주말의 시작 즈음에 읽는 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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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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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년 동안 <라 파스 신문>의 전신 편집자로 일해왔고, 일요 칼럼을 쓰고 있는 화자 '나'는 아흔 살이 되는 날, 자신에게 처녀와 함께하는 뜨거운 사랑의 밤을 선사하고 싶어한다. 포주인 로사 카바르카스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바램을 말하자, 로사 카바르카스는 열네 살의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온다.

여자아이는 단추공장에서 일한 피로에 쥐오줌풀을 섞어 만든 음료의 취기가 겹쳐 정신 없이 잠을 자고, '나'는 그녀의 잠든 모습만을 바라보다가 새벽에 방을 떠난다. '나'는 그녀를 '델가디나'로 부르기로 한다.

한때 '나'는 한 여인과 결혼 약속까지 잡았지만 결혼식 전날 창녀들과 밤을 세워 놀고 당일엔 결혼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혼식장에 나가지 않는다. 그 후로도 514명의 여인과 관계를 가져온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대해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델가디나'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보수적인 논조를 유지하던 나의 칼럼은 그녀를 향한 연애 편지 형식으로 바뀌고, 그녀와 만나는 매음굴의 방을 책과 그림, 꽃으로 장식한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듯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카바르카스의 집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나'는 시체 유기에 협조한다. 하지만 매음굴은 닫히고 카바르카스도, '델가디나'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카바르카스가 '델가디나'를 제공하고 무죄 방면을 도모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되돌아온 '델가디나'는 예전의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라 성숙한 육체를 가진 여자가 되어 돌아왔고, '나'는 창녀라고 외치며 방안의 집기를 모조리 부순다.

두달 간 그곳을 찾지 않던 '나'는 결국 '델가디나'라는 사랑을 이대로 잃어버릴 수 없다고 느끼며 다시금 그곳을 찾아간다. 로사 카바르카스와 속임수 가득한 대화를 나눈 후, 자신이 '건강한 심장으로 백 살을 산 다음, 어느 날이건 행복한 고통 속에서 훌륭한 사랑을 느끼며 죽도록선고 받았다'고 느낀다.

 

1950년대 콜롬비아 바랑키야를 배경으로 쓰여진 이 책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전적인 경험이 다분히 담겨 있다고 하는데, 마르케스는 '동굴 그룹'으로 알려진 엔리케 스코펠, 환초 히네테, 알레한드로 오브레곤, 알바로 세페다 사무디오, 헤르만 바르가스, 알폰소 푸옌마요르, 라몬 비녜스 등과 주로 창녀촌에서 모이곤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창녀들을 통해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고, 자신들의 의견을 교환하였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1982년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파리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자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을 일곱 시간 동안 지켜보며 구상하게 되었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의 집>에서 그 모티프를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김훈의 <화장> 역시 <잠자는 미녀의 집>과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은 행복한 사랑이 아니라 버림받은 사랑임을 알게 된" 화자, "섹스란 사랑을 얻지 못할 때 가지는 위안에 불과한 것" 이라며 '델가디나'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 새로운 삶을 상상하는 모습에서 사랑의 요체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091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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