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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도시>
서른 일곱살의 스밀라 야스페르센은 그린란드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모녀를 그린란드에 두고 떠났고, 어머니가 죽자 스밀라를 덴마크로 데려갔다. 아버지는 언제나 속죄하는 태도로 스밀라를 대했고, 스밀라는 그린란드로 되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도망친다.
그녀는 눈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있었다. 그린란드를 탐험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은 모두 눈에 대해서는 스밀라가 가장 적합한 권위자라 생각했다. 그녀는 눈의 미묘한 변화를 보고 크레바스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고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며 과거를 읽어낼 수도 있었다.
그녀는 '하얀 감옥'이라 일컫는 아파트에서 혼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아파트에는 율리아네라는 주정뱅이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의 아들 이사야는 스밀라의 친구이다. 이사야 역시 그린란드에서 왔는데 스밀라는 아이에게 <유클리드 원론>과 같은 책들을 읽어 준다. 어느 날 이사야가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 건물 옥상에는 이사야의 발자국만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 짓는다. 하지만 스밀라는 이사야의 발자국에서 그가 겁에 질려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사야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스밀라가 검찰총장에게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는 고소장을 보내자 라운이라는 사람이 스밀라를 찾아 온다. 그는 사건을 다시 조사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지만 법무부에 확인해 본 결과 그의 소속 부서는 사기 부서임이 밝혀진다. 한편 부검을 맡았던 레어만 의사는 또다른 저명한 의사 로옌이 이사야의 생체 조직을 떼어 갔다는 사실을 실토 한다.
이사야의 죽음이 과거의 어떤 일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스밀라는 아버지인 모리츠를 찾아가 돈을 조달하고 곧 조사에 착수한다.
이사야의 아버지 노르사크는 율리아네에 의하면 그린란드 서쪽 해안에서 식중독으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가 죽자 덴마크 빙정석 주식회사는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보내는데, 통지서 한 귀퉁이에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엘사 뤼빙이라 여자의 서명이 되어 있었다.
스밀라는 그녀를 찾아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엘사 뤼빙은 덴마크 빙정석 주식회사의 문서고 열쇠를 내준다. 한밤중에 문서고를 뒤지는데 수상한 남자가 나타난다. 스밀라는 그를 향해 책장을 쓰러뜨려 제압하는데 그의 정체는 같은 아파트의 수리공이었다. 수리공은 자신도 이사야의 친구였다며 그녀를 돕겠다고 한다.
다시 찾아온 라운은 스밀라를 경찰서로 데려가 협박한다. 광대한 그린란드에서 자란 스밀라에게 협소한 공간에 가두겠다는 위협은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스밀라가 이사야의 죽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해준다.
계속된 조사로 이사야의 아버지가 사망한 원인은 기생충 때문이었다는 것과 이사야 역시 로옌에게서 한달에 한번씩 진찰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사야는 그린란드어로 된 녹음 테이프를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장소에 숨겨 가지고 있었는데, 녹음 테이프는 음질이 좋지 않았고 스밀라가 알아 들을 수 없는 그린란드어로 되어 있었다. 스밀라는 녹음 테이프의 해독을 위해 안드레아스 리크트라는 사람을 찾아간다. 그러나 다시 만나기로 한 날, 스밀라는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 역시 죽을 위기를 넘긴다.
스밀라는 그린란드의 어떤 곳을 모종의 기관이 조사하였는데, 두 차례에 걸친 조사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사야의 아버지는 두 번째 조사에서 기생충에 감염되어 죽었고, 이사야가 가진 테이프는 그 조사와 관련된 내용이 실려 있을 것이었다. 스밀라는 조사가 중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시 시작되려는 것을 알게 된다. 수리공의 친구 라너의 도움으로 스밀라는 조사에 이용되는 배 크로노스호에 승선하게 된다.
<바다>
선장은 라너에게 신세를 진 사람으로 스밀라를 승선시켜 준다. 선장은 배을 용선한 자들이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한다.
베를렌 수부장 패거리는 마약과 관련된 자들로 보였는데 그들은 스밀라를 경찰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공공연히 스밀라를 위협했고, 무언가 캐러 돌아다니는 스밀라를 살해할 기회만 노린다. 한편 선장과 야켈센, 요리사인 우르스, 그리고 손네는 스밀라에게 중립적이거나 그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한다.
스밀라는 선장의 동생 야켈센이 마약 중독자임을 알게 되고 그를 협박해 배의 마스터키를 얻게 된다. 그리고 출입이 금지된 VIP실을 드나 들며 퇴어크라는 자가 이 조사의 책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항해가 계속될수록 베를렌 일파와의 마찰이 격해진다.
크로노스호는 유조선 부양식 부두를 경유하여 제4의 인물을 태울 예정이었다. 부두에 정박한 날 야켈센은 탈출을 감행한다. 함께 도망치려 하던 스밀라는 제 4의 인물이 다름 아닌 수리공이라는 사실을 알고 배로 되돌아온다. 수리공의 전화를 받고 간 곳에 베를렌 일당이 기다리고 있었고 스밀라는 감금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곳을 탈출한 스밀라는 수리공의 이야기를 듣는다. 수리공은 그녀가 계속 조사를 할 경우 더 큰 위험에 처할 것을 염려하여 그녀를 감금하게 한 것이다. 수리공은 잠수부로 '하얀 감옥'에 살고 있었다. 이사야 역시 기생충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된 로옌 등은 이사야가 죽지 않는 이유에 흥미를 품고 그 아이를 수리공이 사는 건물로 이사 시켜 관찰하는 한편 한달에 한번씩 아이의 몸을 조사한다. 수리공은 이사야에 관해 지켜보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 이외에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는 이사야와 친구가 되었고, 그 역시 이사야의 죽음에 충격을 받는다.
퇴어크는 재조사를 위해 그린란드인들을 다시 동원하려 했지만 그들은 다시 조사를 떠나기를 꺼려했다. 그들이 조사했던 것은 1800년대 중반에 그린란드에 충돌한 운석이었고, 이사야가 가지고 있던 테이프에는 운석의 위치에 대해 그린란드인이 설명하는 내용이 있었다.
퇴어크는 이사야에게서 테이프를 빼앗으려 했는데 이사야는 그의 얼굴을 보고 겁에 질린다. 그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얼굴임을 기억한 이사야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퇴어크를 피해 옥상으로 도망간다. 그리고 추락사한 것이다.
<얼음>
퇴어크는 운석에서 발산하는 열과 구성물질, 기생충 등을 국가에는 비밀로 붙인채 연구하여 돈을 벌어들이고자 했다. 퇴어크는 스밀라에게 지금까지의 일들을 자신에 차서 이야기 한다. 그는 스밀라가 자신의 편에 가담해줄 것을 원하는 것도 같았고, 단지 허영심에서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
선장이 베를렌을, 퇴어크가 선장을 죽이는 싸움이 벌어진다. 퇴어크는 크로노스호로 도망치다가 얼음 사이로 스며들듯이 빠져 죽는다. 스밀라는 '우리가 끝맺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고 결코 결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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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는데 <도시>,<바다>,<얼음>이 그것이다. 살해된 이사야는 <얼음>에 해당하는 그린란드에서 태어나 <바다>를 통해 <도시>로 들어왔고 살해당한다. 스밀라는 이사야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밀라는 도시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하얀 감옥'이라고 표현한다. 도시는 덴마크와 권력, 이성, 질서를 상징하는 공간이지만 곧 죽음의 공간이자 허위의 공간이다. 한편 얼음과 눈으로 상징되는 것은 그린란드, 단순함, 진실이다. 과학자들이 '눈에 관해 알고자 한다면 스밀라를 찾으라'고 한 진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눈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지닌 스밀라는 다르게 이야기 하면 진실을 탐구하는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밀라는 그린란드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그린란드 언어를 잊어가고 있었고 덴마크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지만, 심정적인 거리감을 좁히지는 못한다. 그녀는 그린란드적인 사유 틀을 갖고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사유 틀이 절대 공간에 대한 신념을 주장한 뉴턴의 이론과 흡사하다고 느낀다. 뉴턴의 이론은 후에 모두 틀린 것으로 증명되지만, 스밀라는 개의치 않는다. 그녀는 마찬가지 이유로 수학적 진리에 집착한다. 스밀라와 이사야가 처음 만나 읽는 책도 다름 아닌 <유클리드 원론>이다.
그린란드가 덴마크의 식민지가 됨으로서 그린란드적인 것은 제거된다. 이사야는 어찌 보면 그린란드인이 덴마크에 의해 동화되고, 동화되지 못하는 것들은 압살당하는 과정의 은유로도 읽힌다. 만약 그린란드적인 것이 진실이라면 적극적으로 제거되는 것이 당연하다.
읽는 내내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 가운데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페터 회는 끊임 없이 스밀라의 내면 세계를 드러내 독자에게 보여준다. 독자는 그것이 불편하다. 스밀라의 시선과 사고의 유입 및 이동, 경험과 비교되어 정리 및 수정 되는 과정의 묘사가 너무 치밀해서 때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타인의 사고를 적나라하게 들여다 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적나라하면 할수록 우리는 우리의 사고 과정 역시 발가벗겨질 수밖에 없다. 나의 그것과의 비교 없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 '나의 삶에 대한 태도'가 끊임 없이 비교되는 독서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책은 게다가 600페이지가 넘는 한권짜리여서 한 손에 쥐고 누워서 발을 까딱까딱하는 자세도 용납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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