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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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허삼관은 성안의 생사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다. 어느 날 허삼관이 방씨와 근룡이라는 사람을 만나는데 그들은 피를 팔러 간다고 했다. 피는 한 번에 사백 밀리미터씩 팔 수가 있는데 삼십오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주의해야 할 점은 피를 팔기 전에 여덟 사발의 물을 마셔 피를 묽게 해야 하고, 팔고 난 후에는 돼지 간 볶음과 황주를 마셔야 하며, 삼개월 내로 피를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피를 팔아 삼십오원을 번 허삼관은 장가를 가기로 결심하고 임분방과 허옥란을 저울질 하다가 허옥란으로 결정을 본다. 허옥란에게는 집적이는 자가 있었으니 하소용이라는 자였다. 허삼관은 허옥란의 아버지를 찾아가 자기에게 허옥란을 시집보내면 같은 성씨이므로 딸밖에 없어 대가 끊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꼬드기고, 허옥란의 아버지도 이를 옳게 여겨 혼인이 성사된다.

허삼관과 허옥란은 세 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을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라고 지었다. 그런데 일락이를 두고 사람들이 허삼관을 닮은 구석이 전혀 없고 하소용을 닮았다고 숙덕였다. 허삼관은 허옥란을 잡도리하여 딱 한번 하소용이 우격다짐으로 자신을 범한 일이 있음을 실토한다. 허삼관은 분김에 임분방을 찾아가는데, 임분방은 별명이 임뚱땡이로 바뀔만큼 비대해진 상태였다. 허삼관은 임분방을 지분거려 관계를 맺고, 내친김에 다리를 다친 임분방을 위해 피를 팔아 선물 보따리를 보내준다. 그런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 임분방의 남편에게는 물론이고 허옥란에게도 불륜 사실이 들통나고 만다.

가뭄이 닥치자 허삼관네 가족은 기아에 허덕이게 되었고, 허삼관은 가족을 위해 피를 판다. 그런데 피를 판 돈으로 친아들이 아닌 첫째를 위해 음식을 사주는 것은 못내 아까왔다. 허삼관은 일락이만 빼놓고 가족들과 국수를 먹으러 가고 설움에 겨운 일락이가 하소용을 찾아간다. 하지만 하소용과 하소용의 아내는 일락이를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일락이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서럽게 운다. 허삼관은 일락이 역시 식당에 데려간다.

얼마 후 하소용이 트럭에 받혀 시난고난하는 상태가 되는데 양의학에서는 손을 놓았고 중의사가 아들이 굴뚝에 올라 하소용의 이름을 외치면 살아날 수 있다 하였다. 하소용의 마누라는 염치 불구하고 허삼관을 찾아오고 일락이가 저항 끝에 굴뚝에 오른다. 하지만 하소용은 끝내 죽고 만다.

문화혁명 시기가 되자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는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한다. 허옥란이 대자보에 이름이 올라 인민의 적이 되어 한동안 허삼관네는 고통을 겪는다. 일락이와 이락이는 농촌으로 배치된다. 이락이를 책임지는 자가 허삼관네를 방문하자 피를 팔아 그를 대접한다. 한시름 놓았는가 싶자 이번에는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상하이의 큰 병원에 실려간다. 허삼관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상하이로 가면서 며칠에 한 번씩 피를 팔다가 죽을 위기를 넘긴다.

자신의 피를 팔아 가족의 위기를 넘기던 허삼관도 노년에는 비교적 평온한 상태가 된다. 아이들도 다들 장성했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롭게 되었다. 어느 날 허삼관은 피를 팔고 나서 먹곤 하던 돼지간볶음과 황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허삼관이 피를 팔러 가자 병원에서 적격여부를 판정해주는 혈두가 허삼관을 면박주며 쫓아낸다. 허옥란이 이를 듣고 분개하자 허삼관이 근엄하게 한마디 한다. "그런 걸 두고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이문구의 추천사가 있어 망설임 없이 산 책이다.

허삼관의 인생유전을 그린 이 책은 궁극적으로 화해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허옥란, 일락이, 하소용과 그의 마누라 등 허삼관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인물들은 결국 세련된 형태는 아니지만 상대편을 인정하고, 도움을 주기까지 한다. 작중 인물들은 시대의 흐름에 적극 투신하여 보신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저항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사람이라면 지녀야 할 양심'이라든가, '중요한 것은 목숨'이라든가 하는 보편적 가치에 천착하며 그것을 거스르면서까지 분노하거나 앙심을 품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결국 극한의 상황에서는 화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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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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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의사 로익과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엘렌느의 만남을 대사 없이 담담하게 나열한 소설이다.

첫 만남은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지고 두번째는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진다. 로익은 엘렌느의 이 사이에 낀 야채 조각을 키스하면서 없앨 공상을 하다가 커피를 마시는 사이 야채 조각이 사라지자 아무 일 없이 헤어진다. 세번째 저녁식사는 엘렌느의 집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지만 로익이 병원 일로 바빠 취소된다. 엘렌느는 준비했던 모든 음식을 냉동시킨다. 다섯번째는 로익이 자신의 집으로 사과하는 의미에서 초대한다. 푸아그라를 먹는다. 여섯번째는 엘렌느의 집에서 이루어지고, 그들은 키스를 한다. 로익은 엘렌느를 밀쳐낸다. 하지만 로익이 11월의 날씨에 가죽 점퍼를 두고 갔기 때문에 엘렌느는 그가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한 것이라 짐작한다. 로익은 엘렌느와 헤어지려고 결심했지만 일곱번째 만남에서 엘렌느가 바른 빨간 립스틱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키스를 하고 중국 음식을 먹는다. 여덟번째는 그들이 관계를 맺고 아홉번째는 엘렌느가 로익을 초대하지만 그는 별다른 이유 없이 가지 않는다. 마지막 만남은 로익이 감기에 걸려 취소되고, 로익을 문병간 엘렌느가 감기에 옮아 앓기 시작한다. 엘렌느를 문병간 로익은 그녀의 피임기구에 구멍을 낸 다음 함께 자리에 누워 잠이 든다.

둘 사이에 전혀 대화가 나오지 않지만, 심리 묘사마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로익의 경우 혼자만의 공상으로 질투심에 사로잡혀 엘렌느와의 이후 관계를 마음대로 결정짓고, 다른 여자와 계속 관계를 맺으면서도 엘렌느를 떠나지 않는 상태를 묘사한다. 이에 반해 엘렌느에 관해서는 이렇다할 묘사가 드러나지 않는다.

1955년생인 작가는 12년 동안 100쪽 남짓한 소설 4편만을 발표하였고, <커플>은 두번째 소설이다. 1993년 <그의 여자>로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쓰인 작품에 수여하는 메디치상을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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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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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덕 위에 지은지 오래된 집이 한 채 있었는데 훌륭한 목수가 좋은 자재를 사용하여 지었기 때문에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다. 햇볕이 잘 들고 풍광이 좋았지만, 거센 바람만은 감수해야 했다. 이 집을 사람들은 '유령의 집'이라고 부른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날 언덕 위의 집을 유령의 집 마니아가 찾아 든다. 집주인인 여류 소설가에게 마니아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끊임 없이 물어대며 과거에 그 집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태연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고 실망한 마니아는 집을 떠난 직후 교통사고를 당한다. 집주인은 아무리 비참한 일이나 광기도 산 사람들의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2층의 여자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매일같이 엄마에게 학대당하던 '나'는 어느 날도 엄마에게 배를 걷어차인 채 거리에 쓰러져 있었다. 상냥한 여자가 언덕 위의 집으로 데려가 치료해주고 먹여주었다. 상냥한 여자는 유괴범이 돌아다닌다며 지하실에 숨으면 안전할 거라고 말하였고, 그때부터 지하 식료품 저장고에서 살게 된다. 어느 날 경찰들과 엄마가 언덕 위의 집에 들이닥친다. 그녀는 매일 주인 어르신에게 아이들의 고기를 대접했고, 나는 이제 마리네가 되어 안구와 귀 일부만 남아 병에 담겨있을 뿐이다.

 

<우리는 계속 실패만 한다>

쌍둥이처럼 닮은 두 명의 뚱뚱한 여자 요리사가 언덕 위의 집으로 이사온다. 그녀들은 가족을 괴롭히던 아버지를 젖은 수건으로 살해했고, 우연히 일하던 집 할머니가 죽자 돈을 훔쳐 집을 사서 이사온 것이다. 어느 날 감자 껍질을 벗기던 그녀들은 환상 속에서 서로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들은 어릴 적 승부가 나지 않았던 그림자밟기 놀이를 생각한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랑스러운 너>

소년이 언덕위의 집 마루 밑의 소녀에게 말을 걸고 있다. 소년은 소녀를 무시한 세 명의 친구들이 자살한 이야기를 한다. 세 명의 친구들은 비슷한 시간에 방문을 잠근 채 목을 메어 죽었다. 소년은 소녀가 그 아이들을 찾아갔다는 것을 안다.

마을에서 노인들이 오븐에 머리가 집어넣어 진 채 살해되어 발견된다. 소년은 '착취당하기 전에 착취하기 위해' 노인들을 죽였다고 말한다. 이제 소년은 소녀에게로 가고 싶다. 하지만 소녀가 있는 곳에는 살아서는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자신의 목을 스스로 베어낸다.

 

<놈들은 밤에 기어 온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 준다. 할아버지는 '끌고 다니는 놈'이니, '기어다니는 놈'이니 했던 존재들에 대해 말한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큰아버지의 농장에서 일할 때의 일로, 한 밤중에 창고의 틈새로 여자 얼굴 둘이 땅 위를 기어가다가 자신의 눈과 마주쳤던 경험을 이야기 해 준다. 그 얼굴들은 아는 얼굴로, 큰아버지의 아내와 딸이었다. 큰아버지는 당시 머리에 혹이 자라면서 난폭해졌고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후 묻기 위해 끌고가던 길에 할아버지에게 목격된 것이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무서운 것은 언제나 인간이지 '기어다니는 놈' 따위가 아니라면서 손자가 죽인 아버지는 자신이 잘 묻어주겠다고 말한다.

 

<멋있는 당신>

유령이 나올 법한 집을 소개시켜 달라는 손님의 요구에 부동산업자인 그녀는 최선을 다한 결과 마침내 언덕위의 집을 찾아내었다. 언덕위의 집에 대해서 설명을 계속하던 중 손님이 갑자기 나의 옷차림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성수와 십자가를 들이밀더니 '증조할머니의 잘못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한다.

부동산업자는 예전의 일을 떠올린다. 새로 지은 언덕 위의 집에서 토끼굴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아이는 쇠스랑에 부딪혀 죽고 자신도 죽고 남편도 목 메달아 죽은 사건을.

 

<나와 그들과 그녀들>

언덕 위의 집에 새로운 손님이 이사오기로 했지만 부동산업자는 수리할 목수를 구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유령이 나온다며 거절했기 때문이다. 기한 내에 수리해준다면 세 배의 품삯을 준다며 목수를 간신히 구했지만, 목수의 조수는 결국 심하게 다치고 그만두고 만다. 목수는 마찬가지로 목수였던 자신의 아버지를 불러 일을 진행한다. 유령들은 처음에 집을 허물려는 것으로 알았지만 집을 고치러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눈에 보지이 않지만 부서진 부분을 알려주는 등 협력한다. 기한을 이틀 앞두고 부동산업자와 새 집주인이 찾아온다. 부동산업자는 기한 내에 일을 마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새주인에게는 오늘을 입주일로 계약서에 써두고, 목수에게는 이틀 뒤를 입주일이라고 구두로 전달하여 나중에 잡아 뗄 심산이었던 것이다. 목수는 부동산업자를 지하 식품저장고에 잠시 내려보내고 부동산업자는 혼비백산하여 돈을 지불한다.

 

<우리 집에 잘 오셨어요>

다시 처음의, 혹은 몇 번째인가의 여류 소설가 집 주인의 등장. 그녀가 환영의 인사를 건낸다. 세상은 점점 더 겹겹이 쌓이고 있으며, 우리들이 죽은 후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태어나고 결국 세상은 모두 우리들이 되고, 세상은 모두 유령이 될 것이며, 이제 곧 세상은 우리들의 시대가 된다고 말한다.

 

<부기.우리들의 시대>

이상이 O가 쓴 소설의 전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라는 말은 상당히 흥미로운 관용구이다. 이 짧은 관용구 안에 현재와 과거라는 두 개의 시제가 있다. 게다가 과거가 현재를 덮쳐누르며 현재를 압도하려는 순간을 나타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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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사건을 과거를 통해 여러가지 버전으로 재해석하여 결국 어떤 것이 진실인지 흐릿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온다 리쿠의 소품과 같은 소설책이다. 무더운 여름 밤 한 두시간을 보내기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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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표적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2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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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립 탐정 루 아처가 샘프슨 부인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맡는다. 샘프슨 부인은 남편 랠프가 전날 앨런과 함께 로스엔젤레스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는데 혼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며 현재 그가 있는 곳과 함께 사라진 사람의 신원을 밝혀달라고 한다. 랠프는 석유를 통해 많은 돈을 거머 쥔 자수성가형 인물이었고, 샘프슨 부인은 그의 후처였다.

아처는 비행기를 조종했던 앨런, 랠프의 딸인 미란다와 함께 랠프의 흔적을 뒤쫓는데 그 과정에서 미란다가 앨런에게 흠뻑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앨런은 랠프에게서 탐탁치 않은 평가를 받았고 앨런 자신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한편 샘프슨 부인에게 아처를 소개시켜준 전직검사 앨버트 그레이브스가 미란다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상태였다.

아처는 미란다로부터 실종된 랠프가 점성술과 미신에 빠져들기 쉬운 타입으로 산 하나를 통째로 수상쩍은 수도사에게 증여한 전력이 있고, 자신의 방갈로를 페이 이스터브룩이라는 여자 배우의 조언에 따라 12궁도를 나타내는 형태로 개조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리고 한 장의 편지가 날아든다. 편지는 랠프가 직접 쓴 것으로 좋은 건수가 있어 거래를 할 계획이므로 사람을 시켜 10만 달러의 현금을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아처는 랠프가 납치당한 후 강박 상태에서 편지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점성술과 관련된 페이 이스터부룩에게 접근한 아처는 기회를 만들어 술취한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고 그곳에서 1만 달러 상당의 현찰과 손익계산서로 보이는 쪽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미치광이 피아노'라는 술집이 수상한 장소로 부상하고, 그곳에서 베티 프레일리라는 이름의 마약중독자 피아니스트를 알게 된다.

페이 이스터부룩이라는 수상쩍은 여배우와 다량의 현금, 페이의 남편이라고 자처하는 냉혈한 트로이, 미치광이 피아노라는 술집과 베티 프레일리라는 마약중독자, 이러한 조각조각의 단서들을 수집하던 즈음 다시 편지가 날아든다. 이번의 편지는 노골적으로 랠프가 납치당했으므로 살리고 싶다면 10만 달러를 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처는 샘프슨 부인에게 10만 달러를 준비하여 건내주도록 하고 돈을 가진 범인의 차를 추격한다. 하지만 범인은 패커드를 탄 여성에게 살해 당하고, 그 여성은 베티 프레일리였다. 살해된 사람은 에디 프레일리, 베티의 오빠였다.

그제서야 아처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다. 트로이는 범죄 조직의 두목으로 그는 페이와 수도사를 통해 랠프를 구슬러 산을 내놓게 하고, 그 산에 수도원 비슷한 건물을 지은 후 돈을 받고 밀입국자들을 들여오는 사업을 해왔다. 이 와중에 베티와 에디, 그리고 랠프 집안의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가 랠프를 납치하기로 독자적인 계획을 세웠으나, 중도에 베티가 에디를 배신한 것이다. 아처는 제3의 인물이 다름아닌 앨런임을 알게 된다. 앨런이 아처의 추궁에 권총으로 답을 하려는 순간 앨버트 그레이브스가 앨런을 사살한다.

베티가 트로이에게 꼬리를 밟혀 고문당한 후 10만달러와 랠프의 행방을 실토하고, 이를 엿들은 아처는 앨버트 그레이브스를 통해 지원을 요청하고 자신도 랠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숨어있던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 후 뒤늦게 도착한 앨버트가 아처를 깨운다. 깨어난 아처는 랠프가 이미 숨져 있고, 그 시신이 따뜻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처는 명사수인 앨버트가 앨런의 머리를 겨냥하여 사살한 것이 단지 삼각관계에서 온 질투심만은 아니었으며, 랠프를 죽인 것도 그가 죽게 될 때에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자각한 앨버트의 짓임을 깨닫는다. 앨버트는 모든 범행이 완전범죄였고, 증거도 없었으나 아처가 깨달았다는 사실에 자신의 정직성을 북돋워 자수한다.

 

로스 맥도널드의 본명은 캐네스 밀러(Kenneth Millar)로 1938년(23세)에 추리작가인 마거릿 밀러와 결혼, 교직생활을 하면서 단편소설과 시를 썼으며 1945년에 <여자를 찾아라>가 단편 추리소설 응모에 당선되며 작가 생활을 시작한다. <움직이는 표적(The Moving Target,1949)>는 루 아처(Lew Archer)가 최초로 등장하는 시리즈로 1976년의 제 20번째 시리즈 <푸른 망치(The Blue Hammer)>까지 이어진다. '현대 추리소설을 창시한 작가는 더쉴 해미트, 발전시킨 작가는 레이먼드 챈들러, 세련화한 사람은 로스 맥도널드' 라는 평이 있듯이 로스 맥도널드는 하드보일드 계보를 계승한 작가로 평가 받는다.

 

깡패들과 매음부들, 나쁜 놈들과 어수룩한 놈들 - 나는 그들과의 공모자였고, 부정한 침실의 열쇠구멍을 들여다보는 사립탐정이었고, 의처가의 밀고자였으며, 칸막이 벽 뒤에 스며드는 비열한 놈이었고, 일당 50달러면 아무에게도 총잡이로 고용되는 그런 놈이었다.(67p)

 

흠씬 두들겨 맞은 후 아처가 속으로 읇조리는 대사이다. <움직이는 표적>은 더쉴 해미트와 레이먼드 챈들러의 그림자가 아직은 완전히 걷히지 않은 초기작이나 개성 넘치는 루 아처의 활약을 선보임으로서 이후 이어질 20편의 루 아처 시리즈의 성공에 기여한 수작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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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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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을 그만둔 '나'는 이런 저런 중고 음반을 거래하다 비틀즈의 <Route 7>을 손에 넣는다. 왜 파냐는 '나'의 질문에 <Route 7>의 임자는 자살할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반에는 J&S라 쓰여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자살에 실패하고 음반을 다시 사고 싶다고 말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갖은 욕설을 퍼붓는다.

음반의 주인 최재현은 원래 밴드를 만들고 싶은 기타리스트 지망생이었으나 대학에서 한눈에 반한 서연을 따라 운동권 동아리에 들어간다. 재현을 눈여겨본 선배가 본격적으로 그를 '키워'주기 위해 연애를 관두라고 말하자 재현은 깽판을 치고 동아리를 그만 둔다. 서연은 캐나다로 떠나고 재현은 전화박스를 부수다가 손을 왼손을 다친다.

'나'와 재현은 음반을 카페 7번국도에 맡겨두고 공유한다는 절충안에 합의한다. 둘은 때때로 카페 7번국도에서 만나 술을 마신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죽어 울고 있는 세희를 만나고, 그후 재현과 세희는 연애를 한다. 하지만 둘은 수시로 다퉜고 결국 재현이 세희를 때린다. 이번에는 '나'와 세희가 잠을 잔다. 세희는 둘 중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나'와 재현과 함께 7번 국도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세희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일본인 친아버지를 찾으러 간다. 그녀는 돌아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만 '나'나 재현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소설 첫머리에 세풀투라를 듣는 세희가 나올 때부터 별로 느낌이 안 좋았다. 비틀즈로 이어지고, 화분이 나오고, 지루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다분히 모방한 이미지와 대화들 때문에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느꼈던 호감들은 가차없이 사그라져버렸다. 시간의 순서를 이리 저리 바꾸며 기교를 피웠으나 소설에 면면히 흐르는 가벼움마저 가릴 수는 없었다. 작가 스스로 차고 넘쳐 쓴 글이 아니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저 세풀투라에서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90년대 초반에 헤비메탈에 미쳐서 들었던 음악들을 생각하며 별다른 감흥 없이 전철에서 읽었다. 세풀투라의 사진을 Hot Music에서 처음 봤을 땐 브라질 출신의 기괴한 상판들에 약간 동했지만 막상 음반들을 들었을 때엔 별로라는 느낌이 강했다. 세풀투라가 나쁜 밴드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좋은 밴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면 적절한 설명이 될까. 아직 메탈리카도 Load를 발표하며 야릇한 방향으로 선회하기 전이었고, 판테라가 Cowboys from Hell을 내지르던 때에 세풀투라는 내 귀에 차지 않았다. 김연수도 나쁜 작가는 아니다. 다만 좋은 작가들이 더 많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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