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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허삼관은 성안의 생사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다. 어느 날 허삼관이 방씨와 근룡이라는 사람을 만나는데 그들은 피를 팔러 간다고 했다. 피는 한 번에 사백 밀리미터씩 팔 수가 있는데 삼십오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주의해야 할 점은 피를 팔기 전에 여덟 사발의 물을 마셔 피를 묽게 해야 하고, 팔고 난 후에는 돼지 간 볶음과 황주를 마셔야 하며, 삼개월 내로 피를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피를 팔아 삼십오원을 번 허삼관은 장가를 가기로 결심하고 임분방과 허옥란을 저울질 하다가 허옥란으로 결정을 본다. 허옥란에게는 집적이는 자가 있었으니 하소용이라는 자였다. 허삼관은 허옥란의 아버지를 찾아가 자기에게 허옥란을 시집보내면 같은 성씨이므로 딸밖에 없어 대가 끊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꼬드기고, 허옥란의 아버지도 이를 옳게 여겨 혼인이 성사된다.
허삼관과 허옥란은 세 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을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라고 지었다. 그런데 일락이를 두고 사람들이 허삼관을 닮은 구석이 전혀 없고 하소용을 닮았다고 숙덕였다. 허삼관은 허옥란을 잡도리하여 딱 한번 하소용이 우격다짐으로 자신을 범한 일이 있음을 실토한다. 허삼관은 분김에 임분방을 찾아가는데, 임분방은 별명이 임뚱땡이로 바뀔만큼 비대해진 상태였다. 허삼관은 임분방을 지분거려 관계를 맺고, 내친김에 다리를 다친 임분방을 위해 피를 팔아 선물 보따리를 보내준다. 그런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 임분방의 남편에게는 물론이고 허옥란에게도 불륜 사실이 들통나고 만다.
가뭄이 닥치자 허삼관네 가족은 기아에 허덕이게 되었고, 허삼관은 가족을 위해 피를 판다. 그런데 피를 판 돈으로 친아들이 아닌 첫째를 위해 음식을 사주는 것은 못내 아까왔다. 허삼관은 일락이만 빼놓고 가족들과 국수를 먹으러 가고 설움에 겨운 일락이가 하소용을 찾아간다. 하지만 하소용과 하소용의 아내는 일락이를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일락이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서럽게 운다. 허삼관은 일락이 역시 식당에 데려간다.
얼마 후 하소용이 트럭에 받혀 시난고난하는 상태가 되는데 양의학에서는 손을 놓았고 중의사가 아들이 굴뚝에 올라 하소용의 이름을 외치면 살아날 수 있다 하였다. 하소용의 마누라는 염치 불구하고 허삼관을 찾아오고 일락이가 저항 끝에 굴뚝에 오른다. 하지만 하소용은 끝내 죽고 만다.
문화혁명 시기가 되자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는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한다. 허옥란이 대자보에 이름이 올라 인민의 적이 되어 한동안 허삼관네는 고통을 겪는다. 일락이와 이락이는 농촌으로 배치된다. 이락이를 책임지는 자가 허삼관네를 방문하자 피를 팔아 그를 대접한다. 한시름 놓았는가 싶자 이번에는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상하이의 큰 병원에 실려간다. 허삼관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상하이로 가면서 며칠에 한 번씩 피를 팔다가 죽을 위기를 넘긴다.
자신의 피를 팔아 가족의 위기를 넘기던 허삼관도 노년에는 비교적 평온한 상태가 된다. 아이들도 다들 장성했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롭게 되었다. 어느 날 허삼관은 피를 팔고 나서 먹곤 하던 돼지간볶음과 황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허삼관이 피를 팔러 가자 병원에서 적격여부를 판정해주는 혈두가 허삼관을 면박주며 쫓아낸다. 허옥란이 이를 듣고 분개하자 허삼관이 근엄하게 한마디 한다. "그런 걸 두고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이문구의 추천사가 있어 망설임 없이 산 책이다.
허삼관의 인생유전을 그린 이 책은 궁극적으로 화해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허옥란, 일락이, 하소용과 그의 마누라 등 허삼관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인물들은 결국 세련된 형태는 아니지만 상대편을 인정하고, 도움을 주기까지 한다. 작중 인물들은 시대의 흐름에 적극 투신하여 보신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저항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사람이라면 지녀야 할 양심'이라든가, '중요한 것은 목숨'이라든가 하는 보편적 가치에 천착하며 그것을 거스르면서까지 분노하거나 앙심을 품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결국 극한의 상황에서는 화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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