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국도 Revisited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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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을 그만둔 '나'는 이런 저런 중고 음반을 거래하다 비틀즈의 <Route 7>을 손에 넣는다. 왜 파냐는 '나'의 질문에 <Route 7>의 임자는 자살할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반에는 J&S라 쓰여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자살에 실패하고 음반을 다시 사고 싶다고 말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갖은 욕설을 퍼붓는다.

음반의 주인 최재현은 원래 밴드를 만들고 싶은 기타리스트 지망생이었으나 대학에서 한눈에 반한 서연을 따라 운동권 동아리에 들어간다. 재현을 눈여겨본 선배가 본격적으로 그를 '키워'주기 위해 연애를 관두라고 말하자 재현은 깽판을 치고 동아리를 그만 둔다. 서연은 캐나다로 떠나고 재현은 전화박스를 부수다가 손을 왼손을 다친다.

'나'와 재현은 음반을 카페 7번국도에 맡겨두고 공유한다는 절충안에 합의한다. 둘은 때때로 카페 7번국도에서 만나 술을 마신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죽어 울고 있는 세희를 만나고, 그후 재현과 세희는 연애를 한다. 하지만 둘은 수시로 다퉜고 결국 재현이 세희를 때린다. 이번에는 '나'와 세희가 잠을 잔다. 세희는 둘 중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나'와 재현과 함께 7번 국도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세희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일본인 친아버지를 찾으러 간다. 그녀는 돌아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만 '나'나 재현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소설 첫머리에 세풀투라를 듣는 세희가 나올 때부터 별로 느낌이 안 좋았다. 비틀즈로 이어지고, 화분이 나오고, 지루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다분히 모방한 이미지와 대화들 때문에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느꼈던 호감들은 가차없이 사그라져버렸다. 시간의 순서를 이리 저리 바꾸며 기교를 피웠으나 소설에 면면히 흐르는 가벼움마저 가릴 수는 없었다. 작가 스스로 차고 넘쳐 쓴 글이 아니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저 세풀투라에서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90년대 초반에 헤비메탈에 미쳐서 들었던 음악들을 생각하며 별다른 감흥 없이 전철에서 읽었다. 세풀투라의 사진을 Hot Music에서 처음 봤을 땐 브라질 출신의 기괴한 상판들에 약간 동했지만 막상 음반들을 들었을 때엔 별로라는 느낌이 강했다. 세풀투라가 나쁜 밴드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좋은 밴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면 적절한 설명이 될까. 아직 메탈리카도 Load를 발표하며 야릇한 방향으로 선회하기 전이었고, 판테라가 Cowboys from Hell을 내지르던 때에 세풀투라는 내 귀에 차지 않았다. 김연수도 나쁜 작가는 아니다. 다만 좋은 작가들이 더 많을 뿐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492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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