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o 나는 전설이다

 

1976년 1월 생존한 인류는 로버트 네빌 혼자인 것 같다. 핵전쟁 이후 모래 폭풍이 수시로 발생했고 네빌의 아내와 딸, 이웃인 벤 코트만 등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었다. 아내인 버지니아는 한번 살아났었지만 결국 네빌의 손에 죽었다.

생존자인 네빌 외에는 모두 드라큐라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햇볕에 노출되면 죽었고 마늘을 싫어했으며, 십자가를 겁냈다. 네빌은 집 외곽을 마늘로 둘러쳐 집을 보호하고 낮이면 나무 쐐기를 차에 싣고 나가 잠들어 있는 흡혈귀들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네빌은 발전기를 가동하여 전기를 사용했고 때로 자기만의 공간이 안락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외로움과 절망감 때문에 술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았다.

네빌은 흡혈귀들이 살아있는 자와 죽었다가 되살아난 자들로 구분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이 마늘에 반응하는 것은 호흡기를 통해서만이고, 십자가를 겁내는 것은 자신의 과거 모습과 현재의 추악한 괴물 상태를 비교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이유일 뿐이라는 것도 알아 낸다. 따라서 유대인이나 이슬람교도였던 흡혈귀는 십자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 인류가 단기간에 감염되어 흡혈귀가 되었던 이유는 바이러스가 모래폭풍을 타고 번졌기 때문이고, 바이러스는 피 속에 침투하여 죽은 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므로 죽은 자가 살아나는 상태도 가능했던 것이다.

어느 날 애정에 굶주린 네빌의 눈에 낮에 돌아다니는 생명체, 강아지가 발견 된다. 네빌은 오랫동안 공을 들여 강아지와 친해지지만 강아지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고 만다.

얼마 후에 네빌은 또다른 생존자를 발견한다. 생존자인 그녀는 네빌을 발견하고 도망치고, 네빌은 그녀를 뒤쫓는다. 우여곡절 그녀를 끝에 집으로 데려온 네빌은 문득 강한 의심에 사로잡힌다. 루스라는 이름의 그녀 역시 감염자는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피부는 태양볕에 그을린 상태였다. 마늘에 반응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속이 좋지 않다는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네빌이 피 검사를 해보자는 말에 그녀는 몸 상태가 나아지는 다음 날 아침에 하자고 말한다. 밤 사이 둘은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듯 포옹을 한다. 아침이 오고 피를 뽑은 후 현미경을 들여다보려는 순간, 네빌은 그녀에게 공격 받는다.

네빌은 의식을 차린 후 그녀의 메모를 읽는다. 거기에는 살아있는자 중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은 변종 바이러스 덕택에 점차 햇볕을 견디기 시작했고,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약을 복용한 후 새로운 사회 질서를 위한 조직을 건설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은 완성될 것이고, 그때 네빌은 공격받을 것이 분명하니 도망치라고도 쓰여 있었다.

그녀가 말한 때를 기다리던 어느 날, 자동차와 총, 칼을 앞세운 그들이 네빌의 집 앞으로 몰려든다. 그들은 죽은 흡혈귀들을 쾌락에 찬 표정을 한 채 소탕한다. 벤 코트만이 그들에게 살해당할 때 네빌은 자신이 벤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네빌은 그들에게 사로잡히고, 처형 직전에 루스가 찾아 온다. 루스가 몰래 건내준 독약을 삼키기 직전 네빌은 신 인류를 쳐다보며 자신이 마지막 인류였으며 그들에게 공포의 전설이 되리라 생각한다.

 

o 던지기 놀이

 

섭씨 39도의 폭염인데도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사내가 유원지로 들어 선다. 그는 탁구공을 세 개 던져 어항에 집어 넣으면 상품을 타고, 계속 해서 성공시키면 더 큰 상품을 주는 게임을 시작한다. 그가 성공하는 회수가 거듭됨에 따라 뚱보 주인이 억지를 쓴다. 군중들은 자신들이 졌을 때와는 다른 룰을 적용하지 말라고 아우성친다. 뚱보가 더 좋은 상품들은 전시용일 뿐이라 주장하다가 헉하는 소리와 함께 비틀거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는 상품과 함께 사라진 후다. 잠시 후 뚱보는 자신의 내장이 잘게 잘려 나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o 아내의 장례식

 

폭염의 날씨에 50대 초반의 깡마른 체구의 남자가 장의사를 찾는다. 장례 절차 때문에 찾아 왔다는 그에게 장의사는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다. 남자는 아내라고 답하고 장의사는 동정을 표한다. 장례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며 남자는 아름다웠던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최고로 해주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다. 사망시간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장의사는 듣지 못한다. 남자는 자동차를 걸어가며 중얼거린다. "내가 집에 가자마자죠."

 

o 죽음의 사냥꾼

 

아멜리아가 남자친구의 생일 선물로 인형을 사온다. 인형은 20센티미터 정도의 목각 인형으로 몸은 해골 모습이고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긴 창을 들고 있었고 어깨에서 무릎까지 황금 사슬에 휘감겨 있었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스크롤을 펼치자 그곳에는 '죽이는 자, 죽음의 사냥꾼' 이라고 쓰여 있다.

아멜리아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자 어머니는 불평을 늘어 놓으며 그녀의 방문이 뜸한 것을 탓한다. 남자친구 역시 한번 뿐인 자신의 생일에 어머니가 끼어 들어 분위기를 망쳐놓았다고 화를 낸다. 전화를 끊고 보니 인형이 사라졌다. 인형을 봉인한 쇠사슬만 남아있을 뿐이다. 인형은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 아멜리아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연속된 공격으로 피투성이가 된 아멜리아가 간신히 인형을 가방에 가두어 불태운다. 아멜리아가 어머니에게 집으로 오라는 전화를 건다. 아멜리아는 죽이는 자와 같이 먹이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o 마녀의 전쟁

 

'P.G.센터'라는 명판이 걸린 곳에서 일곱 명의 소녀가 수다를 떨고 있다. 한 장교가 적군이 다가온다는 말에 일곱 명의 소녀들을 전쟁에 내보낸다. 적군들은 화염과 바위덩어리들, 야수들에게 무차별적인 죽임을 당하고, 생존자는 한 명도 없다. 한 소녀가 '너무 심했나?'라고 말한다.

 

o 루피 댄스

 

3차 세계 대전 이후, 네 명의 젊은이가 1997년형 자동차를 몰고 질주한다. 그들은 마약과 술, 섹스에 탐닉하고 있다. 한 명이 루피 댄스를 보았는지 페기에게 묻는다. 본 적이 없다는 페기의 말에 그들은 그 끝내 주는 루피 댄스를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믿을 수가 없다며 페기를 안내한다.

심장을 울리는 드럼 소리를 배경으로 한 여자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여자는 빙글 빙글 돌고 무대의 난간에 부딪히기를 반복하다가 페기의 테이블로 떨어져 내린다. 네 명의 젊은이는 이번 루프가 정말 끝내줬다고 생각한다.

(LUP : Lifeless Undead Phenomenon, 생화학전 이후 수많은 전사자들이 일어나 발작적인 선회운동을 하는 것이 목격되었는데 이는 후에 Loopy 춤으로 불린다)

 

o 엄마의 방

 

'나'는 엄마의 방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할머니는 엄마가 죽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것은 메리 제인 뿐이다. 그녀는 내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엄마 방에 데려가서 드레스와 사진을 보여준다. 하지만 메리 제인은 드레스가 하얗다는 내 말에 더럽고 구멍이 났다고 하고, 엄마가 예쁘다는 말에 병신손에 못생겼다고 한다. 게다가 방에서는 향수 냄새가 아니라 썩은 악취가 난다고 한다. 메리 제인이 비명을 지르고, 내가 문득 힘센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겉모습은 어린애이다. 할머니가 나를 잡아 채며 또 그 일이 일어났다고 중얼거리며 방으로 끌고가 가둔 후 열쇠를 채운다.

 

o 매드 하우스

 

크리스는 결혼한 지 18년이 되었고,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시간강사이며, 글을 쓰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글을 한 줄도 쓸 수 없었고, 아내 셀리와의 사이도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다. 그는 사소한 일에도 분노했다. 더 안 좋은 것은 그런 분노 때문에 그릇을 씻다가 깨져 손을 베이는가 하면 책상에 정강이를 부딪히기도 하는 등 잦은 사고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셀리가 별거를 선언하고 집을 나간 날 크리스는 분노에 차서 학교로 간다. 동료이자 물리학 교수인 모튼은 크리스의 집이 크리스의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셀리가 일종의 항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모튼의 말을 무시한다.

학교에서 분노와 자포자기하는 마음에 사고를 친 크리스는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떠나갔어야 할 셀리가 앉아있었고 크리스와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셀리에게 매몰차게 대하여 결국 셀리는 떠나간다.

크리스는 그동안 직장과 아내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왔으므로 마침내 글을 쓰기로 한다. 그러나 연필과 책상, 책꽂이, 바닥의 깔개 등 집 안 전체가 크리스를 공격하고 결국 사망하고 만다. 다음 날 모튼이 크리스의 집을 방문하여 시체를 발견한다. 경찰은 자해로 인한 사망으로 간주한다.

 

o 장례식

 

장의사 모튼 실크라인의 사무실에 한 사내가 찾아온다. 애스퍼라는 이름의 사내는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주문한다. 모튼이 망자의 이름을 묻자 애스퍼라고 답한다. 모튼은 불쾌감을 드러내자 애스퍼는 정색을 하며 자신이 준비 없이 죽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며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춰 놓으라고 한다. 나가면서 출입구의 거울을 없애줄 것도 부탁한다.

불면의 밤을 보낸 모튼을 애스퍼와 몇몇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모두 망자였고 시끌벅적한 장례식이 끝난다. 기절한 모튼이 깨어나보니 뜻밖에도 많은 금화와 감사 편지가 있었다. 모튼은 그다지 밑진 장사도 아니라 생각한다. 그 때 짚신벌레 같은 괴물이 친구의 추천으로 왔다며 사무실을 들어선다. 모튼은 형식상 돌아가신 분의 성함이 무엇인지 묻는다.

 

o 어둠의 주술

 

피터 랭의 약혼녀 패트리시아가 의사인 아버지 제닝스 박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피터의 아파트에 가 보니 집 안은 난장판이었고 피터는 사람이 취할 수 없는 기묘한 자세로 고통스러워 하며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마약 성분의 진정제를 투여했으나 약효는 얼마 가지 않았고, 페트리시아는 인류학자인 하월 박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피터가 아프리카에 갔을 때 주술사에게 주주라는 저주를 받아 환각으로 인한 고통에 사로잡혀 있고 그대로 두면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저주를 풀기 위해 반라가 된 후 이상한 약을 들이마시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춤이 피터를 도발하는 춤으로 변하자 피터는 동물적 본능만 남은 상태로 하월 박사에게 달려든다. 페트리시아가 경악하며 말리려 하고, 잠시 후 하월 박사에게 피터의 저주가 옮아간다. 하월박사는 피터와 똑같은 증세로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저주를 이겨낸다.

돌아가는 길에 제닝스 박사는 그녀가 마신 이상한 약, 최음제를 마신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하월 박사는 자의식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셨다고 말한다. 그리고 피터가 이성을 잃은 것은 피터 안에 잊고 있었던 짐승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한다. 제닝스는 하월 박사가 불러준 <내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에요>라는 카운티 컬린의 시를 되새겨본다.

 

o 전화벨 소리

 

밀만은 새벽 3시가 되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고통 받고 있다.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면 수화기 속에서는 신호음만 울릴 뿐이었다. 밀만은 그 소리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스 박사로부터 별 신통한 처방을 못 받자 목뼈 교정술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팔머 박사를 찾아가자 그는 '전화를 받아보라'는 단순한 대답을 해준다.

또다시 벨이 울리자 밀만은 상상 속에서 전화를 받는다. 그러자 상대편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밀만이 정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머리 속에 마이크로칩을 이식당했다고 말한다. 팔머 박사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팔머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한다. 밀만은 머리속에서 울리는 전화를 매일 받고, 상대편은 사실은 자신이 발명가라고 말을 바꾸는가 하면 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팔머는 전화를 거는 사람이 밀만의 무의식이라며 단호히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극복하라고 한다. 밀만은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배 당한다.

하지만 밀만은 지금까지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주장하지 못하고 주눅 들었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의식이라는 악마를 불러낸 것이다.

 

------

 

공포소설의 대가들은 하나 같이 리처드 매드슨에게 헌사를 바친다. 스티븐 킹은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을 읽고 비로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하고, 딘 쿤츠는 매드슨이 공포작가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한다. 로버츠 블록, 레이 브래드버리 등 쟁쟁한 작가들 역시 리처드 매드슨의 업적에 찬사를 보낸다.

매드슨의 소설은 일상 생활에 짓눌린 개인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 형식을 취하며 그들의 잠재의식의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로버트 네빌의 투쟁, 삶을 위한 투쟁이 결국 비극으로 끝나면서 자신이 정상인으로서 마지막 인간이고 흡혈귀들의 세상이 도래했음을 인정한다. 전쟁 이후 바이러스가 퍼져 흡혈귀들의 세상이 되자 네빌의 가장 친했던 벗인 벤 코트만이 자신을 집요하게 노리고 아내는 살아왔다가 네빌에게 다시 살해당한다. 모처럼 발견한 개에게 온 관심과 애정을 쏟지만 개는 죽어버리고, 자신과 같은 정상인이라 생각한 루스는 네빌을 배신한다. 이러한 상황은 일견 미국인 남성이 일상 생활에서 처하는 억압적인 상황으로도 읽힌다. 외면적으로 친한 벗이 사실은 경쟁상대이고, 아내는 죽어 없어졌으면 하는 존재이며, 유일하게 정을 주는 동물(혹은 대상)은 곧 죽어버리고, 새로 등장한 반려자는 나를 이용할 뿐이다. 이러한 일상의 억압과 무의식의 욕망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다루어진다.

<죽음의 사냥꾼>에서는 어머니로부터 억압받은 주인공이 결국 만신창이가 된 채 어머니를 살해할 의도를 드러내는가 하면, <매드하우스>에서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한 줄도 쓰지 않고 주위 상황만을 탓하던 주인공이 결국 집에 의해 살해당한다. <전화벨 소리> 역시 자신을 괴롭히는 무의식이 말하는 바가 사실은 억눌린 자아의 욕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상 생활에서 억눌린 자아의 내면에 감춰둔 욕구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형태를 띨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의 소설들은 이토 준지류의 공포와는 또 다른 공포를 선사한다. 이러한 매드슨의 스타일은 스티븐 킹의 여러 작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나는 전설이다>는 총 세번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첫번째는 1964년 우발도 라고나 감독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 The last man on earth>라는 제목으로, 두번째는 1971년 보리스 사갈 감독이 <오메가맨 The omega man>이라는 이름으로 제작하였고, 세번째는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원제 그대로를 사용하여 제작했다.

매드슨 자신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영화 모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 번째는 어땠는지 알 길이 없으나 흡족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로렌스 감독의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으면서도 제목 자체를 배반하는 결말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네빌이 '나는 전설이다'라는 대사는 정상인으로서 자신이 마지막 존재이고 이제 새로운 흡혈귀 종의 출현과 그들의 세계를 받아들이면서 내뱉는 대사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네빌 역으로 분한 윌 스미스가 백신을 개발하여 안전지대로 피신하면서 끝이 나기 때문에 전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70210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9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다섯 명의 아동 살인 용의자 맥그리거를 손봐준 덱스터는 그가 남긴 아이들 사진을 보고 맥그리거가 아닌 제3의 인물이 있임을 알게 된다. 맥그리거의 공범은 아동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라이커라는 자였다.

하지만 라게르타의 죽음(전편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에서 사망함)에 덱스터가 관련 있다고 의심한 독스가 공공연히 덱스터를 미행하여 '검은 손님'의 욕구는 충족될 수가 없었다. 덱스터는 독스가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독스 역시 자신과 비슷한 부류이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덱스터는 독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여자친구 리타의 집을 매일 방문해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독스는 끈질겼고 의도와 달리 리타와의 관계만 깊어질 뿐이었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는 사지는 물론 눈꺼풀, 코, 입, 귀, 혀마저 잘린 상태로 발견된다. 더욱 끔찍한 것은 피해자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범인은 외과적 소양을 갖춘 전문가로 보였다. 독스는 즉시 어딘가로 연락을 취하고 워싱턴에서 카일 츄츠키라는 사람이 파견된다. 그는 현지 경찰들이 일절 사건에 개입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독자적인 조사를 벌인다. 덱스터는 독스가 즉시 조취를 취한 것을 보고 그가 피해자, 또는 범인에 관해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카일 츄츠키가 현지 경찰과의 연락관으로 데보라를 선택하고 둘 사이가 장밋빛을 띠어간다. 데보라는 자신의 오빠 덱스터의 특별한 능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셋은 식사를 함께 한다. 덱스터는 피해자가 발견된 부동산과 자금 출처, 그리고 독스의 과거 엘살바도르에서의 복무 경력 등을 종합하여 사건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츄츠키는 덱스터의 정확한 추측에 놀라고 만다.

독스와 츄츠키 등은 엘살바도르에 파병되어 미국을 위해 온갖 못된 일을 저질렀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덴코 박사라 불리는 자로 외과의사 출신의 고문 전문가였다. 엘살바도르의 정세가 변하자 독스와 츄츠키 등은 덴코 박사를 배신하고, 박사는 쿠바로 간다. 다시 나타난 덴코 박사가 당시 동료들에게 복수를 시작한 것이다.

츄츠키는 당시 동료들이 다음 표적이 될 것을 예상하여 덴코를 추적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츄츠키마저 실종된다. 독스와 덱스터는 임시 평화협정을 맺고 독스가 미끼가 되어 덫을 놓는다. 하지만 독스 역시 덴코 박사에게 끌려가고, 덱스터가 GPS를 추적하여 뒤를 쫓지만 덴코 박사와 독스는 수상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였고 팔과 다리가 잘린 츄츠키만 구출한다.

새로운 집을 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 희생자의 집을 범행 장소로 사용할 것이라는 덱스터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덴코는 데보라의 총에 맞아 죽고, 독스는 덴코에게 당해 폐인이 된다. 덱스터는 느긋하게 '검은 손님'에게 운전을 맞겨 라이커를 해치운다.

 

전편이 덱스터의 '검은 손님'이 탄생한 배경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본편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에서는 생활인으로서의 덱스터가 등장한다. 아직은 덱스터의 가면 노릇이지만 여자친구 리타가 자주 언급되고 덱스터의 계승자가 될지도 모를 리타의 아들 코디가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독스가 사망하지만 원작에서는 독스가 폐인이 되는 것으로 약간 다르고, 코디를 덱스터와 같은 살인 충동이 있는 아이로 그리는 것도 약간 다른 것 같다. (시즌 3까지밖에 보지 못했는데 코디에 관한 이야기는 안나왔던 것 같다)

 

책과는 다른 이야기인데 최근 들어 역자 후기나 편집자 후기 등을 읽으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 최근에 읽은 <카모메 식당>과 <웃는 이에몬>의 역자들이 후기를 굳이 쓰는 것이 본작에 사족을 다는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말만 덧붙이는 데 반해, <허삼관 매혈기>는 역자가 마치 자신이 작품을 쓴 것처럼 감동과 감사를 표시하는가 하면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의 편집자 모중석은 자신의 인터뷰(도대체 무슨 권리로?)를 수록해 놓았다.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기로 보인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69857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 식당처럼 이웃 사람들이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음식은 소박하지만 맛있는 그런 식당. 사치에는 그런 식당을 자신이 차리기로 결심한다. 십년 동안 식품회사에 다니면서 모은 돈과 절정의 뽑기 운으로 복권이 당첨되자 사치에는 핀란드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무사태평해 보이는 갈매기를 본 사치에는 식당 이름을 카모메 식당으로 짓는다. 그러나 오니기리와 시나몬 롤, 음료와 술을 파는 사치에의 식당에 핀란드인들은 선뜻 들어와주지 않았다.

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은 토미로 그는 일본문화에 열광하는 오타쿠 같은 청년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독수리 5형제>이다. 토미는 <독수리 5형제>의 주제가를 모두 알고 싶어했지만 사치에 역시 일부분 밖에 알지 못했다.

두번째 손님인 미도리는 한가하기 그지없는 농업신문사에서 심부름일만 하며 무사태평한 세월을 보내다가 신문사가 해산하자 지도 아무 곳이나 손가락으로 가르켜 핀란드로 여행 온 무계획한 노처녀이다. 미도리로부터 <독수리 5형제> 주제가 전체를 알게 된 사치에는 미도리에게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자고 제안하고, 얼마 후에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난 카모메 식당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어느 날 세번째 손님 마사코가 카모메 식당에 방문한다. 그녀는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일본에서 동생의 망나니 짓으로 부모님의 유산을 날리고 결국 큰 집마저 동생에게 빼앗긴 후 원룸에 살던 마사코는 어느 날 TV에서 '부인 업고 달리기'와 '맨손기타 경연대회' 같은 것을 하는 핀란드에 깊은 인상을 받아 여행을 온 것이다. 가방을 되찾은 마사코도 손님이 늘어난 카모메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핀란드인들에게 오니기리의 정다운 맛을 알리고 싶어하는 사치에 등 세 명의 노처녀의 유쾌한 일상 이야기를 그린 <카모메 식당>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동명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무레 요코에게 집필 의뢰한 소설이다. 짧은 분량의 이 소설은 긍정과 밝은 분위기로 가득하다. 일견 현실에 있을 법 하지 않은 분위기와 만화적인 사건 전개는 짧은 시간 따뜻한 감정을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69002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는 이에몬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가난한 낭인 이에몬에게 니시타라는 의원 집에서 하인 살이를 하는 나오스케가 찾아온다. 그에게는 소데라는 누이가 있는데 석 달 가까이 앓고 있다. 나오스케는 이에몬에게 "사람은 찌르면 죽느냐, 어디를 찌르면 죽느냐" 하는 뜻 모를 질문을 하고, 이에몬은 무사이면서도 자신은 그런 방면으로는 잘 모른다고 답한다.

나오스케는 '가랑이 사이도 빠져나간다는' 마타이치라는 반사기꾼 같은 자와 다쿠에쓰라는 우직하지만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안마사 친구가 있다. 이에몬은 이들 도당을 도와 호위 무사 역을 해준 적이 있는데, 내용도 잘 모르고 단지 집 앞에 칼을 차고 있었을 뿐이다.이들이 벌인 일은 오사키테 총포조의 요리키, 이토 기헤이라는 자와의 항의 담판이었다.

 

일의 발단은 도쿠라야 모스케라는 약재사의 딸 우메가 이토에게 겁간을 당한 후 죽네 사네 하는 큰 소동이 일어났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도쿠라야가 이토에게 딸을 정식으로 혼인하여 책임질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의 중재를 마타이치 등이 맡게 된 것인데 이토 기헤이라는 자도 보통은 아니어서 칼을 꺼내기 직전까지 간 것이다. 이 때 다미야 마타자에몬이 일이 있어 이토를 만나러 왔다가 이들을 뜯어 말리고 한 가지 중재안을 내놓는다. 다미야는 이토의 악행을 조장에게 알리지 않을테니 우메를 정식으로 맞아들이는 척 하라고 권한다. 무사와 상인간의 결혼은 불가능하므로 우메를 자신이 양녀로 먼저 맞아들이는 서류를 작성한 후에 결혼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중재안에 우메의 아버지는 흔쾌히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도쿠라야와 마타이치 등을 속이는 일이었는데, 이토와 다미야는 같은 조에 속해 있었고 같은 조에 속한 집안끼리 혼인을 하면 도당을 짓는 것으로 간주되어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토 기헤이는 첩들을 집에서 쫓아내고 우메를 집으로 들이지만 정식 혼인은 하지 않고 갖은 학대와 능욕만을 일삼는다.

그리고 그 즈음 나오스케의 누이 소데가 목을 메어 자살하는데 니시타가 나오스케의 귀에 "사무치게 깨달았느냐, 이제 무사에게는 손을 대지 않을테지"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나오스케는 그 길로 행방이 묘연해진다.

 

한편 다미야 마타자에몬에게는 이와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이와는 무사 집안의 딸 답게 강직한 성품을 갖고 있었는데 독립적인 성격 탓에 좋은 혼처를 마다하고 있었다. 한 두 차례 이토 기헤이가 이와를 원하기도 했지만 다미야는 법으로 금하고 있음을 들어 거절하였다. 그러다가 두 해 전에 이와가 포창을 앓게 되었는데 병세가 나빠 회복된 후에 얼굴의 반쪽이 시커멓게 되고 피고름이 흐르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허리가 굽는 등 추악한 외모가 되고 말았다. 다미야 마타자에몬이 총기 손질 중에 크게 다쳐 한쪽 눈과 팔을 못 쓰게 되자 소임을 계속할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다. 마타자에몬은 사위를 들여 대대로 이어 오던 자신의 직책을 물려주고 대를 잇길 원하고, 마타이치가 중매에 나서서 이에몬과 이와를 맺어 준다. 둘의 결혼식이 끝난 직후 마타자에몬은 사망한다.

이에몬은 이와의 흉측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기에 가정에 충실하고자 하나 사사건건 이와와 충돌한다. 이에몬의 배려와 이와의 강직한 성품은 어긋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시기에 이토 기헤이는 신참 이에몬의 강직한 성품이 거슬렸고 자신이 원했던 이와와 결혼했다는 것, 게다가 이와가 흉측하게 변했는데도 결혼했다는 것이 더욱 못마땅했다. 이토는 이에몬을 불러 빈틈을 찾아 괴롭히고 싶어했고, 그 빈틈은 잦은 부부싸움이었다. 이토는 이에몬의 가정사를 들추어 이와를 나쁘게 말하고자 했으나 이에몬은 그때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답한다. 이토는 그것이 더욱 못마땅했다. 어느 날 이토는 이와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이에몬이 주색잡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말하며 이와가 내조를 못한 탓이 아니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 이와는 이에몬과 어긋나기만하는 관계가 지속된다면 이에몬의 장래도 그르칠 것을 염려하여 이에몬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재취 자리를 알아봐줄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이에몬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이에몬은 어떻게든 이와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이와는 집을 나간다.

이에몬과 이와가 헤어지게되자 이토는 자신의 아이를 벤 우메를 이에몬에게 떠맡긴다. 이에몬은 우메와 우메의 뱃속에 든 아이가 살 수 있는 길은 자신이 받아주는 것 뿐이라는 생각에 응낙한다. 그러나 부부의 연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기형적인 삶을 이어가는데 매 닷새날마다 이토가 우메를 범하러 왔던 것이다.

 

어느 날 사라졌던 나오스케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다가 이에몬을 만난다. 나오스케는 무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느냐는 니시타의 말에 그가 소데를 이토 기헤이에게 팔아 넘겼고 소데가 그 일당에게 겁간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나오스케는 니시타를 죽이고 도망치는 길이었다. 이에몬은 전후 사정을 들은 후 나오스케를 숨겨주는데, 나오스케는 자신이 발각될 경우 이에몬에게 화가 미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얼굴에 큰 상처를 낸다. 나오스케는 이에몬이 우메와 살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토 기헤이의 흉계였음을 알고 이를 이와에게 전한다.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이와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광분 상태가 되고 이 소동으로 다쿠에스가 죽고 만다. 이와는 그 길로 집을 뛰쳐나가는데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도깨비나 광인의 모습이었다고 전한다. 후에 마타이치는 이와가 포창 때문이 아니라 이토가 보낸 독에 중독되어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 낸다.

과거 이토와 이와의 대화를 엿듣고 이토가 거짓말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몬을 차지할 욕심에 이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은 우메는 이와가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고 겁을 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메가 비명을 지르고, 달려간 이에몬과 마타이치에게 이와가 아이를 빼앗아 갔다고 말한다. 아이는 다음 날 죽은 채 발견된다.

 

아이의 상을 치른 날 이에몬은 우메에게 이토 기헤이에게 돌아갈 것인지, 처가로 갈 것인지 묻는다. 우메는 모두 싫다고 말한다. 이토 기헤이는 그날도 우메를 범하러 온다. 닷새가 드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상중이라 꺼려지냐는 말에 이에몬은 진짜 상중인 사람은 이토 기헤이라며 싸늘하게 말한다. 데리고 온 수하가 비명을 지르고 나오스케가 칼을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이토 기헤이를 찌르지만 급소를 비켜간다. 이토 기헤이는 칼을 빼들어 나오스케를 벤다. 나오스케는 죽임을 당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며 자신의 누이 소데가 죽은 이유는 이토 일당에게 겁간을 당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녀를 깨끗하게 해준다며 누이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몬은 우메를 베어 죽인다. 아이를 죽인 것은 우메였고 그녀는 아이만 없다면 이에몬과 멀리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인륜을 버린 것이다. 우메를 죽인 이에몬은 이토 기헤이도 베어 죽인다.

 

사건이 원만히 수습되고 이에몬은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에몬의 기행이 이어진다. 그는 집에서 뱀이나 쥐나 나온다며 집을 조금씩 허물더니 방 한칸만을 남겨두고 모두 헐어버린다. 후에 다미야의 먼 친척이 이에몬을 찾으러 갔을 때 그는 없고 마타이치만이 있었다. 마타이치가 열어 보인 궤 속에는 이에몬이 웃는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이에몬은 여자 옷을 입은 해골을 다정하게 껴안고 있었는데 이와의 시체였다.

 

------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괴담 중 하나인 '요쓰야 괴담'은 에도의 요쓰야 지방을 무대로 겐로쿠 시대(17세기 말~18세기 초)에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요쓰야 지방에 사는 무사 다미야 마타자에몬에게는 이와라는 딸이 있었는데 낭인 이에몬을 사위로 들인다. 하지만 이에몬이 변심하여 이와를 쫓아내고, 이와는 광란을 일으킨 후 행방불명된다. 그 후로 다미야 집안에 변괴가 계속되고, 마침내 이와의 혼을 달래기 위해 '오이와 이나리 사당'을 세웠다.

 

위와 같은 요쓰야 괴담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가부키, 소설, 영화, 드라마 등으로 꾸준히 각색되고 있는데, 교고쿠 나츠히코는 이 요쓰야 괴담을 변형시켜 교묘한 구성을 바탕으로 기괴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이에몬과 이와는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떨어져서는 서로의 행복을 빌어준다. 이에몬은 우메와 살면서도 이와를 아내로 여겼고 그녀의 자리를 비워두었다. 가시가 있는 동물끼리는 몸을 부벼봤자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가시가 아프니 가시를 모두 뽑고 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연에 좋은 인연만 있는 것이 아니니,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이고, 슬픈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67700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o 지킬 박사와 하이드

 

자기 절제가 강한 어터슨 변호사가 먼 친척인 엔필드와 산책을 하던 중 어떤 집 문 앞에서 엽기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두운 겨울 새벽 3시경 키가 작은 사내가 여덟 살이나 열 살쯤 된 계집아이와 맞부딪히는데, 그 남자가 태연히 아이의 몸을 발로 짓밟은 후에 아이를 내버려두고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엔필드는 그 자를 쫓아가 목덜미를 낚아챈 후 모습을 보았는데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그 자의 모습은 너무나 혐오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몰려든 사람들이 그 자에게 이 일을 추문으로 퍼뜨릴 수 있다고 위협하자 그 자는 돈으로 무마하려 하였고, 사람들이 100파운드를 부르자 곧 그들이 서 있는 문으로 들어간 후에 헨리 지킬의 서명이 되어 있는 수표를 가지고 나왔다. 사람들은 헨리 지킬이 막대한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인 데다 선행을 하는 어터슨의 친구였기 때문에 수표가 위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표는 진짜였다.

어터슨 변호사는 아이를 밟았던 자의 이름을 물었고, 엔필드는 하이드라는 이름을 댄다. 어터슨 변호사는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최근 지킬 박사가 새로 만든 유언장에는 '헨리 지킬의 사망 시 그의 모든 소유물을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양도할 뿐 아니라, 지킬 박사의 실종, 또는 3개월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의 부재 시에도 에드워드 하이드가 지킬의 자리를 대신한다'고 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터슨 변호사는 그 하이드란 자를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대면하게 되는데, 그를 멀리서 본 것만으로도 비위가 몹시 상했다. 지킬의 집을 방문한 어터슨은 하인 풀로부터 최근 하이드라는 사람이 지킬의 집 뒷문을 통해 해부실로 드나드는 열쇠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하이드의 지시에 집안 하인들은 순종할 것을 명 받았다는 사실까지 듣고 더욱 큰 의혹에 휩싸인다.

며칠 후 어터슨은 지킬을 만나 유언장에 언급된 하이드란 자의 악행에 대해 언급하며 지킬을 도울 일이 없는지 묻지만 지킬은 유언장의 내용을 충실히 수행해 줄 것만을 당부할 뿐이었다.

그러부터 거의 1년이 지난 18xx년 10월 18일 런던은 유례 없이 광포한 범죄의 충격에 휩싸인다. 강에서 멀지 않은 집에 혼자 사는 하녀가 밤 11시경 백발의 품위 있는 노신사가 골목길에서 하이드에게 지팡이에 맞아 잔인하게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살해당한 신사는 덴버스 커루 경으로 하원의원이었다.

지킬을 다시 만난 어터슨은 하이드의 편지를 입수하는데 자신의 사무장인 게스트가 지킬과 하이드의 필체가 동일인의 것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하이드의 목에 수천 파운드의 현상금이 걸린 가운데 하이드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그 즈음 어터슨은 친구 래니언을 만나는데 그는 어떤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했고 이주일 후에 죽고 만다.

어터슨은 래니언이 남긴 기록과 지킬이 남긴 편지를 통해 래니언이 하이드가 지킬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는 것과, 지킬이 자신의 욕구를 죄의식 없이 분출시키고 도덕적인 모습의 유지를 위해 하이드라는 또다른 인격체를 창조하는 약물을 만들어 일정 기간 동안은 성공적으로 두 얼굴의 삶을 살았으나, 하이드가 점차 지킬의 인격마저 잠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o 시체 도둑

 

데번햄의 '조지네 집'에 항상 모여 시간을 보내던 화자는 어느 날 그곳의 페츠가 외지에서 온 맥팔레인이라는 의사를 알아보자 놀란다. 페츠는 과거의 일을 이야기 해준다.

젊은 시절 페츠는 에든버러에서 의학을 공부했는데 K라는 인기 절정의 해부학 교수 밑에서 조교수를 겸하고 있었다. K는 수상한 자들로부터 시체를 공급 받았는데, 시체의 출처에 대해서는 서로 함구했지만 수상한 경로로 들어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어느 날 페츠가 전날까지 알고 지냈던 제인 갤브레이스가 시체로 들어온다. 시체는 살해된 것이 분명했지만 페츠는 함구하고 만다.

울프 맥팔레인이라는 또 다른 조교수가 자신이 앙심을 품은 그레이라는 자를 살해한 후 시체를 가지고 오자 페츠는 반발한다. 하지만 맥팔레인은 페츠에게 제인 갤브레이스를 모른 척 했던 과거를 들먹이며 '일단 시작했으면 멈출 수 없으며 악마에게 휴식은 없다' 면서, '사자가 될지 양이 될지' 결정하라고 한다. 페츠는 사자가 되는쪽을 택하고, 신기하게도 죄의식은 엷어진다.

얼마 후 페츠와 맥팔레인은 최근 매장된 시체를 도굴하기로 하고 비내리는 밤중에 무덤을 파헤친다. 시체를 싣고 오던 중 둘은 시체의 무게가 처음과 달리 너무 무겁다고 느껴 불을 켜고 시체를 본다. 둘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시체는 얼마 전 자신들이 해부한 그레이였다.

 

o 오랄라

 

의사로부터 요양을 권고받은 화자 '나'는 스페인의 유서깊은 가문의 성으로 간다. 성의 여주인은 높은 가문 출신이었지만 그녀의 아들과 딸은 누구의 자손인지 알 수가 없어 사실상 대가 끊긴 것으로 간주되었고, 몇 대에 걸쳐 수입이 줄어들어 현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손님으로만 남아있어야 한다는 묘한 조건으로 요양을 하게 된다.

아들인 펠리페는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자였는데 '나'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성에서 한 여인의 초상화를 본 나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의 매력적인 모습은 펠리페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에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계속된 근친상간으로 유전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느 날 펠리페가 다람쥐를 고문하는 모습을 본 '나'는 펠리페를 몹시 꾸짖고, 펠리페는 그 후로 나를 존경하기까지 한다. 성의 여주인은 항상 무기력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는데 그녀 역시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초상화의 여인을 닮아 있었다.

어느 날 끔찍한 비명이 바깥에서 들려와 '나'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문이 바깥에서 잠겨 있었다. 그날의 일을 조사하기 위해 성 이곳 저곳을 살피던 '나'는 책들이 있고 시를 쓴 종이가 있는 방을 발견한다. 그곳이 바로 딸인 오랄라의 방인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녀만은 유전적인 결함으로부터 저주를 비껴났다고 생각했고, 실제 만난 오랄라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다. 오랄라 역시 '나'에게 호감을 느낀 듯 보였으나, 그녀는 제발 성을 떠나달라고 할 뿐이었다.

'나'는 좌절감에 유리창을 내려치고 손목에서 피가 솟아나자 치료를 위해 오랄라를 찾는데 성의 여주인이 피를 보더니 흡혈귀처럼 손목을 깨물고 피를 빨아들인다. '나'는 펠리페와 오랄라의 보호 아래 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 가톨릭인 오랄라가 십자가를 가지고 와서 기도를 드리고, '나'는 그녀에게 함께 떠나자고 권한다. 하지만 오랄라는 종교에 의지하겠다며 남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나'는 오랄라를 두고 떠난다.

 

------

 

분열된 자아라는 개념을 최초로 선보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원제 The Strange Case of Dr.Jekyll and Mr.Hyde, 1886)>는 사실 모두가 줄거리는 알고 있을 정도로 어린이 축약본으로 많이 보급된 소설이다. 스티븐슨의 이 소설은 코난 도일과 오스카 와일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각종 목격과 증언, 편지 등의 장치를 통해 공포스러운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 이 소설은 지킬 박사가 자신의 쾌락에 대한 욕망을 분리하여 도덕적 선을 향한 삶을 계속하기 위해 하이드를 만들어내지만 하이드가 오히려 지킬을 압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킬의 죄의식에서 비롯된 이 실험, 특히나 몇 가지 체면상 거슬리는 일을 마음껏 하되 선함은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이 실험이 하이드의 극악 무도한 살인이라는 행위로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난 결과가 되버린다는 데 있다. 게다가 하이드가 지킬을 압도하여 약을 먹지 않아도 스스로 나타나는 끔찍한 결과가 됨으로서 지킬은 자신과 하이드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 밖에 없는 자살로 결말이 나고 만다.

소설은 인간의 선과 악의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서문을 쓴 로버트 미겔은 하이드가 자신이 추문에 말려들 것을 우려하여 100파운드를 수표로 지불하는 상황을 들며 하이드 역시 순수한 악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선과 악의 완전한 불리가 불가능하며, 이의 인위적인 분리는 곧 개인의 파멸로 이른다는 결론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인간의 양면성을 하나의 변증법적 완성체로 보지 못하고 의도적인 분리로 '극복'하려 할 때에 정신분열과 다중인격이 나타나는 것일까? 소설은 많은 의문과 시사점을 제시해주며, 어린이 축약본이 아닌 원본을 읽어볼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해준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66435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