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이에몬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가난한 낭인 이에몬에게 니시타라는 의원 집에서 하인 살이를 하는 나오스케가 찾아온다. 그에게는 소데라는 누이가 있는데 석 달 가까이 앓고 있다. 나오스케는 이에몬에게 "사람은 찌르면 죽느냐, 어디를 찌르면 죽느냐" 하는 뜻 모를 질문을 하고, 이에몬은 무사이면서도 자신은 그런 방면으로는 잘 모른다고 답한다.

나오스케는 '가랑이 사이도 빠져나간다는' 마타이치라는 반사기꾼 같은 자와 다쿠에쓰라는 우직하지만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안마사 친구가 있다. 이에몬은 이들 도당을 도와 호위 무사 역을 해준 적이 있는데, 내용도 잘 모르고 단지 집 앞에 칼을 차고 있었을 뿐이다.이들이 벌인 일은 오사키테 총포조의 요리키, 이토 기헤이라는 자와의 항의 담판이었다.

 

일의 발단은 도쿠라야 모스케라는 약재사의 딸 우메가 이토에게 겁간을 당한 후 죽네 사네 하는 큰 소동이 일어났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도쿠라야가 이토에게 딸을 정식으로 혼인하여 책임질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의 중재를 마타이치 등이 맡게 된 것인데 이토 기헤이라는 자도 보통은 아니어서 칼을 꺼내기 직전까지 간 것이다. 이 때 다미야 마타자에몬이 일이 있어 이토를 만나러 왔다가 이들을 뜯어 말리고 한 가지 중재안을 내놓는다. 다미야는 이토의 악행을 조장에게 알리지 않을테니 우메를 정식으로 맞아들이는 척 하라고 권한다. 무사와 상인간의 결혼은 불가능하므로 우메를 자신이 양녀로 먼저 맞아들이는 서류를 작성한 후에 결혼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중재안에 우메의 아버지는 흔쾌히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도쿠라야와 마타이치 등을 속이는 일이었는데, 이토와 다미야는 같은 조에 속해 있었고 같은 조에 속한 집안끼리 혼인을 하면 도당을 짓는 것으로 간주되어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토 기헤이는 첩들을 집에서 쫓아내고 우메를 집으로 들이지만 정식 혼인은 하지 않고 갖은 학대와 능욕만을 일삼는다.

그리고 그 즈음 나오스케의 누이 소데가 목을 메어 자살하는데 니시타가 나오스케의 귀에 "사무치게 깨달았느냐, 이제 무사에게는 손을 대지 않을테지"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나오스케는 그 길로 행방이 묘연해진다.

 

한편 다미야 마타자에몬에게는 이와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이와는 무사 집안의 딸 답게 강직한 성품을 갖고 있었는데 독립적인 성격 탓에 좋은 혼처를 마다하고 있었다. 한 두 차례 이토 기헤이가 이와를 원하기도 했지만 다미야는 법으로 금하고 있음을 들어 거절하였다. 그러다가 두 해 전에 이와가 포창을 앓게 되었는데 병세가 나빠 회복된 후에 얼굴의 반쪽이 시커멓게 되고 피고름이 흐르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허리가 굽는 등 추악한 외모가 되고 말았다. 다미야 마타자에몬이 총기 손질 중에 크게 다쳐 한쪽 눈과 팔을 못 쓰게 되자 소임을 계속할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다. 마타자에몬은 사위를 들여 대대로 이어 오던 자신의 직책을 물려주고 대를 잇길 원하고, 마타이치가 중매에 나서서 이에몬과 이와를 맺어 준다. 둘의 결혼식이 끝난 직후 마타자에몬은 사망한다.

이에몬은 이와의 흉측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기에 가정에 충실하고자 하나 사사건건 이와와 충돌한다. 이에몬의 배려와 이와의 강직한 성품은 어긋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시기에 이토 기헤이는 신참 이에몬의 강직한 성품이 거슬렸고 자신이 원했던 이와와 결혼했다는 것, 게다가 이와가 흉측하게 변했는데도 결혼했다는 것이 더욱 못마땅했다. 이토는 이에몬을 불러 빈틈을 찾아 괴롭히고 싶어했고, 그 빈틈은 잦은 부부싸움이었다. 이토는 이에몬의 가정사를 들추어 이와를 나쁘게 말하고자 했으나 이에몬은 그때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답한다. 이토는 그것이 더욱 못마땅했다. 어느 날 이토는 이와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이에몬이 주색잡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말하며 이와가 내조를 못한 탓이 아니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 이와는 이에몬과 어긋나기만하는 관계가 지속된다면 이에몬의 장래도 그르칠 것을 염려하여 이에몬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재취 자리를 알아봐줄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이에몬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이에몬은 어떻게든 이와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이와는 집을 나간다.

이에몬과 이와가 헤어지게되자 이토는 자신의 아이를 벤 우메를 이에몬에게 떠맡긴다. 이에몬은 우메와 우메의 뱃속에 든 아이가 살 수 있는 길은 자신이 받아주는 것 뿐이라는 생각에 응낙한다. 그러나 부부의 연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기형적인 삶을 이어가는데 매 닷새날마다 이토가 우메를 범하러 왔던 것이다.

 

어느 날 사라졌던 나오스케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다가 이에몬을 만난다. 나오스케는 무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느냐는 니시타의 말에 그가 소데를 이토 기헤이에게 팔아 넘겼고 소데가 그 일당에게 겁간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나오스케는 니시타를 죽이고 도망치는 길이었다. 이에몬은 전후 사정을 들은 후 나오스케를 숨겨주는데, 나오스케는 자신이 발각될 경우 이에몬에게 화가 미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얼굴에 큰 상처를 낸다. 나오스케는 이에몬이 우메와 살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토 기헤이의 흉계였음을 알고 이를 이와에게 전한다.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이와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광분 상태가 되고 이 소동으로 다쿠에스가 죽고 만다. 이와는 그 길로 집을 뛰쳐나가는데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도깨비나 광인의 모습이었다고 전한다. 후에 마타이치는 이와가 포창 때문이 아니라 이토가 보낸 독에 중독되어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 낸다.

과거 이토와 이와의 대화를 엿듣고 이토가 거짓말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몬을 차지할 욕심에 이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은 우메는 이와가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고 겁을 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메가 비명을 지르고, 달려간 이에몬과 마타이치에게 이와가 아이를 빼앗아 갔다고 말한다. 아이는 다음 날 죽은 채 발견된다.

 

아이의 상을 치른 날 이에몬은 우메에게 이토 기헤이에게 돌아갈 것인지, 처가로 갈 것인지 묻는다. 우메는 모두 싫다고 말한다. 이토 기헤이는 그날도 우메를 범하러 온다. 닷새가 드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상중이라 꺼려지냐는 말에 이에몬은 진짜 상중인 사람은 이토 기헤이라며 싸늘하게 말한다. 데리고 온 수하가 비명을 지르고 나오스케가 칼을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이토 기헤이를 찌르지만 급소를 비켜간다. 이토 기헤이는 칼을 빼들어 나오스케를 벤다. 나오스케는 죽임을 당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며 자신의 누이 소데가 죽은 이유는 이토 일당에게 겁간을 당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녀를 깨끗하게 해준다며 누이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몬은 우메를 베어 죽인다. 아이를 죽인 것은 우메였고 그녀는 아이만 없다면 이에몬과 멀리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인륜을 버린 것이다. 우메를 죽인 이에몬은 이토 기헤이도 베어 죽인다.

 

사건이 원만히 수습되고 이에몬은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에몬의 기행이 이어진다. 그는 집에서 뱀이나 쥐나 나온다며 집을 조금씩 허물더니 방 한칸만을 남겨두고 모두 헐어버린다. 후에 다미야의 먼 친척이 이에몬을 찾으러 갔을 때 그는 없고 마타이치만이 있었다. 마타이치가 열어 보인 궤 속에는 이에몬이 웃는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이에몬은 여자 옷을 입은 해골을 다정하게 껴안고 있었는데 이와의 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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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괴담 중 하나인 '요쓰야 괴담'은 에도의 요쓰야 지방을 무대로 겐로쿠 시대(17세기 말~18세기 초)에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요쓰야 지방에 사는 무사 다미야 마타자에몬에게는 이와라는 딸이 있었는데 낭인 이에몬을 사위로 들인다. 하지만 이에몬이 변심하여 이와를 쫓아내고, 이와는 광란을 일으킨 후 행방불명된다. 그 후로 다미야 집안에 변괴가 계속되고, 마침내 이와의 혼을 달래기 위해 '오이와 이나리 사당'을 세웠다.

 

위와 같은 요쓰야 괴담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가부키, 소설, 영화, 드라마 등으로 꾸준히 각색되고 있는데, 교고쿠 나츠히코는 이 요쓰야 괴담을 변형시켜 교묘한 구성을 바탕으로 기괴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이에몬과 이와는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떨어져서는 서로의 행복을 빌어준다. 이에몬은 우메와 살면서도 이와를 아내로 여겼고 그녀의 자리를 비워두었다. 가시가 있는 동물끼리는 몸을 부벼봤자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가시가 아프니 가시를 모두 뽑고 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연에 좋은 인연만 있는 것이 아니니,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이고, 슬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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