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o 지킬 박사와 하이드

 

자기 절제가 강한 어터슨 변호사가 먼 친척인 엔필드와 산책을 하던 중 어떤 집 문 앞에서 엽기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두운 겨울 새벽 3시경 키가 작은 사내가 여덟 살이나 열 살쯤 된 계집아이와 맞부딪히는데, 그 남자가 태연히 아이의 몸을 발로 짓밟은 후에 아이를 내버려두고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엔필드는 그 자를 쫓아가 목덜미를 낚아챈 후 모습을 보았는데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그 자의 모습은 너무나 혐오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몰려든 사람들이 그 자에게 이 일을 추문으로 퍼뜨릴 수 있다고 위협하자 그 자는 돈으로 무마하려 하였고, 사람들이 100파운드를 부르자 곧 그들이 서 있는 문으로 들어간 후에 헨리 지킬의 서명이 되어 있는 수표를 가지고 나왔다. 사람들은 헨리 지킬이 막대한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인 데다 선행을 하는 어터슨의 친구였기 때문에 수표가 위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표는 진짜였다.

어터슨 변호사는 아이를 밟았던 자의 이름을 물었고, 엔필드는 하이드라는 이름을 댄다. 어터슨 변호사는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최근 지킬 박사가 새로 만든 유언장에는 '헨리 지킬의 사망 시 그의 모든 소유물을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양도할 뿐 아니라, 지킬 박사의 실종, 또는 3개월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의 부재 시에도 에드워드 하이드가 지킬의 자리를 대신한다'고 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터슨 변호사는 그 하이드란 자를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대면하게 되는데, 그를 멀리서 본 것만으로도 비위가 몹시 상했다. 지킬의 집을 방문한 어터슨은 하인 풀로부터 최근 하이드라는 사람이 지킬의 집 뒷문을 통해 해부실로 드나드는 열쇠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하이드의 지시에 집안 하인들은 순종할 것을 명 받았다는 사실까지 듣고 더욱 큰 의혹에 휩싸인다.

며칠 후 어터슨은 지킬을 만나 유언장에 언급된 하이드란 자의 악행에 대해 언급하며 지킬을 도울 일이 없는지 묻지만 지킬은 유언장의 내용을 충실히 수행해 줄 것만을 당부할 뿐이었다.

그러부터 거의 1년이 지난 18xx년 10월 18일 런던은 유례 없이 광포한 범죄의 충격에 휩싸인다. 강에서 멀지 않은 집에 혼자 사는 하녀가 밤 11시경 백발의 품위 있는 노신사가 골목길에서 하이드에게 지팡이에 맞아 잔인하게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살해당한 신사는 덴버스 커루 경으로 하원의원이었다.

지킬을 다시 만난 어터슨은 하이드의 편지를 입수하는데 자신의 사무장인 게스트가 지킬과 하이드의 필체가 동일인의 것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하이드의 목에 수천 파운드의 현상금이 걸린 가운데 하이드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그 즈음 어터슨은 친구 래니언을 만나는데 그는 어떤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했고 이주일 후에 죽고 만다.

어터슨은 래니언이 남긴 기록과 지킬이 남긴 편지를 통해 래니언이 하이드가 지킬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는 것과, 지킬이 자신의 욕구를 죄의식 없이 분출시키고 도덕적인 모습의 유지를 위해 하이드라는 또다른 인격체를 창조하는 약물을 만들어 일정 기간 동안은 성공적으로 두 얼굴의 삶을 살았으나, 하이드가 점차 지킬의 인격마저 잠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o 시체 도둑

 

데번햄의 '조지네 집'에 항상 모여 시간을 보내던 화자는 어느 날 그곳의 페츠가 외지에서 온 맥팔레인이라는 의사를 알아보자 놀란다. 페츠는 과거의 일을 이야기 해준다.

젊은 시절 페츠는 에든버러에서 의학을 공부했는데 K라는 인기 절정의 해부학 교수 밑에서 조교수를 겸하고 있었다. K는 수상한 자들로부터 시체를 공급 받았는데, 시체의 출처에 대해서는 서로 함구했지만 수상한 경로로 들어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어느 날 페츠가 전날까지 알고 지냈던 제인 갤브레이스가 시체로 들어온다. 시체는 살해된 것이 분명했지만 페츠는 함구하고 만다.

울프 맥팔레인이라는 또 다른 조교수가 자신이 앙심을 품은 그레이라는 자를 살해한 후 시체를 가지고 오자 페츠는 반발한다. 하지만 맥팔레인은 페츠에게 제인 갤브레이스를 모른 척 했던 과거를 들먹이며 '일단 시작했으면 멈출 수 없으며 악마에게 휴식은 없다' 면서, '사자가 될지 양이 될지' 결정하라고 한다. 페츠는 사자가 되는쪽을 택하고, 신기하게도 죄의식은 엷어진다.

얼마 후 페츠와 맥팔레인은 최근 매장된 시체를 도굴하기로 하고 비내리는 밤중에 무덤을 파헤친다. 시체를 싣고 오던 중 둘은 시체의 무게가 처음과 달리 너무 무겁다고 느껴 불을 켜고 시체를 본다. 둘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시체는 얼마 전 자신들이 해부한 그레이였다.

 

o 오랄라

 

의사로부터 요양을 권고받은 화자 '나'는 스페인의 유서깊은 가문의 성으로 간다. 성의 여주인은 높은 가문 출신이었지만 그녀의 아들과 딸은 누구의 자손인지 알 수가 없어 사실상 대가 끊긴 것으로 간주되었고, 몇 대에 걸쳐 수입이 줄어들어 현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손님으로만 남아있어야 한다는 묘한 조건으로 요양을 하게 된다.

아들인 펠리페는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자였는데 '나'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성에서 한 여인의 초상화를 본 나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의 매력적인 모습은 펠리페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에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계속된 근친상간으로 유전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느 날 펠리페가 다람쥐를 고문하는 모습을 본 '나'는 펠리페를 몹시 꾸짖고, 펠리페는 그 후로 나를 존경하기까지 한다. 성의 여주인은 항상 무기력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는데 그녀 역시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초상화의 여인을 닮아 있었다.

어느 날 끔찍한 비명이 바깥에서 들려와 '나'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문이 바깥에서 잠겨 있었다. 그날의 일을 조사하기 위해 성 이곳 저곳을 살피던 '나'는 책들이 있고 시를 쓴 종이가 있는 방을 발견한다. 그곳이 바로 딸인 오랄라의 방인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녀만은 유전적인 결함으로부터 저주를 비껴났다고 생각했고, 실제 만난 오랄라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다. 오랄라 역시 '나'에게 호감을 느낀 듯 보였으나, 그녀는 제발 성을 떠나달라고 할 뿐이었다.

'나'는 좌절감에 유리창을 내려치고 손목에서 피가 솟아나자 치료를 위해 오랄라를 찾는데 성의 여주인이 피를 보더니 흡혈귀처럼 손목을 깨물고 피를 빨아들인다. '나'는 펠리페와 오랄라의 보호 아래 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 가톨릭인 오랄라가 십자가를 가지고 와서 기도를 드리고, '나'는 그녀에게 함께 떠나자고 권한다. 하지만 오랄라는 종교에 의지하겠다며 남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나'는 오랄라를 두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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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자아라는 개념을 최초로 선보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원제 The Strange Case of Dr.Jekyll and Mr.Hyde, 1886)>는 사실 모두가 줄거리는 알고 있을 정도로 어린이 축약본으로 많이 보급된 소설이다. 스티븐슨의 이 소설은 코난 도일과 오스카 와일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각종 목격과 증언, 편지 등의 장치를 통해 공포스러운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 이 소설은 지킬 박사가 자신의 쾌락에 대한 욕망을 분리하여 도덕적 선을 향한 삶을 계속하기 위해 하이드를 만들어내지만 하이드가 오히려 지킬을 압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킬의 죄의식에서 비롯된 이 실험, 특히나 몇 가지 체면상 거슬리는 일을 마음껏 하되 선함은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이 실험이 하이드의 극악 무도한 살인이라는 행위로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난 결과가 되버린다는 데 있다. 게다가 하이드가 지킬을 압도하여 약을 먹지 않아도 스스로 나타나는 끔찍한 결과가 됨으로서 지킬은 자신과 하이드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 밖에 없는 자살로 결말이 나고 만다.

소설은 인간의 선과 악의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서문을 쓴 로버트 미겔은 하이드가 자신이 추문에 말려들 것을 우려하여 100파운드를 수표로 지불하는 상황을 들며 하이드 역시 순수한 악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선과 악의 완전한 불리가 불가능하며, 이의 인위적인 분리는 곧 개인의 파멸로 이른다는 결론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인간의 양면성을 하나의 변증법적 완성체로 보지 못하고 의도적인 분리로 '극복'하려 할 때에 정신분열과 다중인격이 나타나는 것일까? 소설은 많은 의문과 시사점을 제시해주며, 어린이 축약본이 아닌 원본을 읽어볼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해준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664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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