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텃집 처녀 (외) 범우 사르비아 총서 641
셀마 라게를뢰프 지음, 홍경호 옮김 / 범우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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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늪텃집 처녀

 

시골 재판소에서 양육비 청구 소송이 벌어진다. 조서에 따르면 원고는 가난한 하녀였고, 피고는 기혼 남자였다. 피고인 40대 부유한 남성이 자신은 하녀와 여하한 염사를 일으킨 바가 없고 하녀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 주장하였으므로 판사는 그에게 성서에 손을 얹고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선서하게 하였다. 바로 그 때 하녀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겠다면서 판사로 하여금 선서를 중단시키도록 요청한다. 하녀는 피고가 성서에 손을 얹고 거짓을 선서하여 더 큰 죄를 짓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판사와 방청객들은 숙연해진다. 

하녀의 이름은 헬가였다. 마을 청년 구드문트는 헬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차에 태웠다가 그녀가 유부남과의 양육비 소송 때문에 법원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 불쾌한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그녀가 취한 고결한 행동을 본 지금은 그녀를 흠숭하는 마음이 들었고 기꺼이 마차에 태워 주었다.

법원에서 취한 헬가의 행동은 헬가의 부모님에게도 전해진다. 헬가의 부모님은 딸을 용서한다. 구드문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헬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헬가는 구드문트의 집에 하녀로 일할 수 있게 된다. 

구드문트는 헬가에게 어렴풋한 연정을 느끼면서도 그 감정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던 중 면장의 딸 힐두르와의 결혼 이야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결혼식 날짜가 잡힌다. 힐두르는 헬가가 구드문트의 집에 머무는 것을 원치 않았고, 헬가는 다시 늪터에 있는 옛날 집으로 되돌아간다. 헬가는 자신이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늪텃집 아궁이 재를 구드문트의 집으로 가져왔었다. 그 방법은 한 번 밖에 쓸 수 없다고 했다. 이제 헬가는 구드문트의 집이 그리워도 그 마음을 달랠 도리가 없게 되었다.

결혼식을 앞두고 구드문트는 친구들과 엉망이 되도록 술을 마신다. 다음 날 마을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시체의 머리에서 부러진 칼날이 박혀 있는 것이 발견된다. 구드문트는 전날 기억이 하나도 없었지만 자신의 칼이 부러진 채 주머니 속의 들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구드문트는 칼을 웅덩이에 버린다. 결혼식 날, 구드문트는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처가로 가서 저간의 사정을 모두 이야기한다. 힐두르와 면장은 구드문트 부자를 비난하며 야박하게 대한다.

구드문트는 그제서야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사람은 헬가라는 사실을 깨닫고 헬가에게 가서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헬가는 구드문트의 칼을 자신이 부러뜨렸기 때문에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드문트의 구애를 뿌리친다. 헬가는 힐두르를 찾아가 구드문트가 범인이 아니므로 그에게 찾아가 야박하게 대한 것을 사과하고 결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힐두르는 구드문트에게 헬가가 전해준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힐두르는 헬가의 용기에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구드문트는 헬가를 발견하고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쥔다.

 

o 은광

 

구스타프 3세가 날라카르리언 지방을 순행하다가 교회에 들러 쉬어가게 되었다. 왕은 백성들에게 한바탕 연설을 하며 애국심을 호소했는데 반응이 그저 그랬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때 한 사람이 자신들의 목사와 이야기를 해보라기에 왕은 성구실로 간다. 그런데 그곳에 목사는 없었고 허름한 차림새의 농부가 앉아 있었다. 사실은 그가 목사였으나 너무 가난해서 농부 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사는 왕이 자신을 농부로 착각하므로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목사가 아닌 척 한다. 

목사는 자신을 포함한 마을 사람 다섯이 우연히 은광을 발견했는데 더욱 부자가 되어 행복해지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불행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므로 은광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왕이 그 은광의 부를 원한다면 기꺼이 바쳐 나라를 위하겠다는 요지의 말을 한다.

왕은 목사에게 당신들의 목사는 예배가 끝난 후 예복을 벗으면 농부의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지 묻는다. 그토록 가난하다는 대답을 들은 왕은 나라를 돕는데 사람으로 돕는 것이 훨씬 힘이 된다고 말한다.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느냐는 농부의 질문에 이미 대답을 들었다며 자리를 뜬다.

 

o 거리의 악사

 

한 악사가 자신의 솜씨에 감탄하며 귀신들보다 낫다고 자만한다. 그는 바이올린에 미쳐 부모님을 떠나 열심히 연주 실력을 닦았고 이제 꽤나 유명한 악사가 된 것이다. 그날 밤 뚱뚱한 시골 처녀가 바이올린을 켜달라고 요청한다. 처녀가 느린 곡에 만족하지 못하자 악사는 빠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손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이올린을 켜게 되었고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때 늙고 불쌍한 노파가 지나갔다. 악사는 그 노파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어머니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간구한다. 어머니가 용서한다는 말을 하자 마력은 끝이 난다.

 

o 지주 댁 이야기

 

1830년대 말, 우프살라의 하숙집에 헤데라는 대학생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헤데에게 구스하브 알린이라는 친구가 찾아와 몇 마디 충고를 한다. 충고의 내용은 헤데의 고향 농장이 더 이상 부유한 상태가 아니므로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할 것과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올린을 멀리 하라는 내용이었다. 알린은 헤데의 바이올린을 공부를 마치면 돌려준다며 가지고 가버린다. 

뒤숭숭한 마음에 시간을 보내던 헤데는 바이올린을 켜고 싶어진다. 그 때 떠돌이 맹인 악사가 마당에서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헤데는 맹인 악사에게 바이올린을 한 번만 빌려달라고 간청한다. 맹인 악사는 잉그리트라는 이름의 소녀를 데리고 다녔는데 그 소녀는 헤데에게 "마탄의 사수에 나오는 왈츠를 켜세요"하고 말한다.   헤데는 소녀의 눈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이후 헤데는 공부를 때려치우고 장사를 시작한다. 때로 실패를 하기도 했지만 뮨크탄의 농장 빚을 모두 갚을 정도로 돈을 벌어들인다. 헤데는 이제 장사를 그만 해도 되었지만 자신이 누구라는 사실도 잊은 채 장사를 계속한다.

한편 잉그리트는 목사의 양녀가 된다. 스무살 무렵 잉그리트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가사 상태가 되고 가매장 되기에 이른다. 매장된 직후 가사상태에서 풀린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염소를 무서워 하는 떠돌이 행상이 그녀를 구해 낸다. 잉그리트는 평소 믿고 지내던 노파에게 몸을 의탁하고, 노파는 자신의 동생이 뮨크탄의 농장에서 일한다며 그녀를 농장에 소개시켜 준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어느 날 농장의 젊은 주인이 되돌아온다. 그는 염소를 무서워하는 떠돌이 행상이자 잉그리트가 항상 그리워하던 대학생 헤데였다. 헤데는 정신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다. 잉그리트는 헤데의 기억이 돌아오도록 애를 쓰고 바이올린 곡을 켜면서 헤데는 조금씩 기억이 돌아온다.헤데는 자신이 염소를 무서워하며 행상을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며 다시 정신병에 걸려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잉그리트의 헌신적인 마음에 감동받은 헤데는 자신을 찾아내겠다는 약속을 한다.

 

셀마 라게를뢰프(1858~1940)는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다. 그녀는 뿌리 깊은 향토애를 바탕으로 북구의 전설과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들을 써냈다고 한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종교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죄를 범한 남녀를 사랑했고 그들이 고귀한 행동을 통해 죄를 극복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1902년 대작 <예루살렘>을 써서 스웨덴 문학에 큰 반향을 주었고, 1908년에는 <닐스의 이상한 모험>을 써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한층 드높인다. 이 동화는 교육 개혁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보수주의자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기도 한다. 

 

천안 교육원에서 읽었다. 교육원은 중앙난방식으로 스팀을 저녁 나절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틀어주는데 그곳에만 다녀오면 어김 없이 감기에 걸린다. 어제 오후부터 코가 멍멍하더니 급기야 오전에 일어나질 못했다. 회사에 못 나갔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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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맨서 환상문학전집 21
윌리엄 깁슨 지음, 김창규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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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메코이 폴리와 바비 퀸으로부터 기술을 배웠다. 그는 사이버스페이스 덱을 통해 매트릭스에 뛰어들어 아이스를 해체하여 기업의 비밀 등을 훔쳐내는 카우보이였고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고용주의 물건을 훔친 것이 발각되었고, 러시아제 미코톡신을 주사 당해 신경계가 망가지고 만다. 카우보이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 케이스는 일본의 의료기술에 한 가닥 희망을 걸며 음습한 일을 했고 살인도 저지른다. 최첨단 의료 기술로도 망가진 신경계를 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케이스는 절망했고, 최근 몇 가지 거래에서 빚을 져 살해 위협에 시달린다.

그에게 어느 날 여성 암살자가 접근한다. 그녀의 이름은 몰리였고 자신이 아미티지라는 사람에게 고용되었다고 말한다. 아미티지는 케이스의 신경계를 회복시켜주고 췌장을 새로운 것으로 갈아주는 대신 AI에 침투할 것을 요구한다. 

아미티지와 몰리, 케이스 등은 AI에 침투하기 위해 중국에서 제조된 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 <쾅 급 마크11>을 구하고 조력자들을 모집한다. 이 과정에서 아미티지가 전쟁에서 희생 당한 군인이고, 그의 의식을 변조한 AI가 그들을 고용한 실체임을 알게 된다. 아미티지를 고용한 AI는 <윈터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윈터뮤트는 근친 결혼을 통해 자유계를 지배하고 있는 테시어 에시풀이라는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AI로 또 다른 자신인 뉴로맨서의 아이스를 깨고 침투하려 한 것이다. 케이스는 사망 후 ROM 형태로 존재하는 일직선 딕시와 함께 뉴로맨서에 침투하는데 성공한다. 윈터뮤트는 뉴로맨서와 일체가 된 후 스스로 매트릭스가 된다.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두둑한 보수를 받는다. 어느 날 케이스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죽어버린 린다를 우연히 발견한다. 몰리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한다.

 

1984년에 발표되어 3대 SF 문학상인 휴고상, 네뷸러상, 필립 K.딕 상을 수상하고 SF 크로니클까지 수상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는 사이버 펑크의 고전으로 불린다. 소설의 첫 부분을 몇 장 넘기지 않아 <공각기동대>와 <매트릭스>, <카우보이 비밥> 등에서 흔히 보았던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그 모든 것들의 시초가 <뉴로맨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재에도 그 용어가 그대로 이용되고 있는데 <뉴로맨서>에서 제시된 개념은 현재 사용되는 개념보다 조금 더 넓다. 외부자극을 시뮬레이션화 하는 심스팀 덱을 통해 사용자는 사이버스페이스에 뛰어들어 현실 공간과 같은 정도의 자극을 수용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을 그 매개체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공각기동대>에서 전뇌를 해킹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이 확장되어 육체가 이미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 속에서는 생존하는 <일직선 딕시>가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제시된 수많은 개념들은 영화와 애니매이션에서 직간접적으로 차용되었다. <뉴로맨서>는 당시의 최신 기술과 깁슨의 새로운 세계관이 반영되어 소설 속에 작가만의 완벽한 질서가 부여되어 있다. 문제는 독자의 질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독자는 현재 케이스가 가상 세계인 매트릭스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인지 실재 세계에 존재하는지조차 헤깔리는 경우가 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30년 전에 쓰여진 소설임을 감안할 때, <뉴로맨서>의 사이버 펑크는 가히 혁명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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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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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부엘은 한 때 철강 산업으로 부유한 마을이었으나 철강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마을은 점차 황폐해 지고 만다. 

아이작 잉글리시는 부엘 마을에서 가장 똑똑한 청년이었다. 아이작의 아버지 헨리는 마을의 철강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먼 곳에 있는 철강 공장에 가서 일을 해 돈을 부친다. 그런 생활이 얼마간 이어지다가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헨리는 불구의 몸이 된다. 아이작의 어머니는 돌을 주머니에 한 가득 넣고 강물에 투신 자살한다.

아이작의 누나 리 역시 머리가 뛰어났고 대학 입학 시험에서 만점을 맞은 후 예일대에 입학한다. 아이작은 거동이 불편한 헨리와 고향 마을에 남게 된다. 아이작 역시 대학 입학 시험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지만 진학을 포기한다. 아이작은 자신을 의붓 아들처럼 대하는 헨리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이작은 헨리가 자진해서 자신을 놓아주길 바랬다.

한편 포는 마을에서 가장 운동 신경이 뛰어난 청년으로 고등학교 내내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 했고 대학에서도 그를 스카웃하려 했다. 하지만 포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압박감을 느꼈고,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어머니 그레이스와 트레일러에 살며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사슴을 밀렵하며 살아간다.

아이작이 부엘에서 몇 년간 허송세월을 한 끝에 더 이상 헨리의 인정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헨리의 돈 4천 달러를 훔쳐 달아난다. 아이작은 떠나기 직전 포에게 들르고, 포는 아이작을 마을 경계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다. 비를 만난 둘은 폐허가 된 공장 부지에서 몸을 말리다가 부랑아 세 명과 마주친다. 아이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바로 떠나려 했지만 포는 호승심이 일어 아이작을 따라 함께 일어서지 않는다. 잠시 후 아이작은 포가 걱정되어 돌아왔고 포가 목에 칼이 겨눠진 채 성추행 당하기 직전임을 발견한다. 아이작이 던진 베어링 뭉치가 스웨덴인의 이마에 맞아 그가 숨지고 둘은 그 자리를 떠난다.

다음 날 둘은 공장터에 가방과 옷을 찾으러 갔다가 경찰서장 해리스에게 발각당한다. 해리스는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포를 감싸주려 한다. 그날 밤 포와 리가 관계를 맺는 것을 엿들은 아이작은 집을 다시 떠난다.

사건 현장에 있던 자가 경찰에 증인을 자처하고 나서자 새로 임명된 검사는 포를 구속한 후 악명 높은 감옥에 가둔다. 감옥 속에서 포는 흑인쪽 거물과 싸움이 벌여 그를 다치게 하고 백인들의 보호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백인들은 포에게 공짜 선물을 준 것이 아니었다. 포는 교도관을 손 봐 주든가 백인과 흑인 모두에게 적이 되든가 선택해야 했다. 포는 이제라도 스웨덴인을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아이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야 할지 갈등한다. 포는 자신이 그 싸움의 원인이었고 아이작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와줬다는 점을 상기한다. 그리고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교도관을 손 봐 주기 전 또다시 백인과 문제를 일으킨 포는 결국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해 큰 부상을 입는다.

한편 아이작은 집을 떠나 부랑아처럼 떠돌며 린치를 당하고 돈을 빼앗기는가 하면 살기 위해 도둑질도 마다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아이작은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리라 생각한다.

해리스가 그레이스를 위해 증인을 해치운 날 아이작이 해리스를 찾아가 자신이 실제 범인이라고 밝힌다. 해리스는 자신이 할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제목 <아메리칸 러스트>에서 상징하듯 미국의 몰락과 그로 인한 삶의 피폐화를 다루고 있다. 철강 산업은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철강 산업 노동자인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롤 모델이다. 그런데 철강 산업의 몰락과 함께 아버지 헨리는 불구가 되고 아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닥쳐온다. 어머니는 가족을 남겨두고 자살한다. 자살하기 전 어머니는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고 홀가분해 보였다는 점은 더욱 큰 혼란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롤모델을 잃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리는 문제를 외면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착각했고, 아이작은 문제에 직면하긴 했으나 문제를 해결할 힘이 전혀 없었다. 마찬가지로 포 역시 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으리란 두려움에 자신의 삶을 내팽개쳐버린다. 그 결과 뜻 밖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아이작은 스스로 길을 떠난다. 아이작에게는 4천 달러가 있었으나 그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시련을 자처한다.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또 다른 자아인 '아이' 가 말을 한다. 어느 순간 아이작은 자신에게는 또 다른 자아인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성숙해진다. 그 결과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기로 마음을 먹고 돌아온다.

포 역시 감옥에 갖혀 교도관에게 폭행을 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그들 모두와 싸우더라도 옳은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또한 아이작의 이름을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작가 자신이 볼티모어의 철강 지대에서 자라며 관찰한 바를 소설 속에 담았다고 하는데 소설은 사뭇 위험한 경계에 있어 보인다. 철강 산업의 몰락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한 미국의 몰락과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과거 강한 미국에 대한 향수에 기반하고 있고, 그 강한 미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여타 국가에 대한 작가의 인식 역시 약간 조악하다. 소설에서는 뜻밖에 남한과 북한이 각각 한 번씩 언급된다. 남한은 모든 산업이 국유화되어 조선업을 휘어 잡은 나라로 표현되고 북한은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는 나라로 묘사된다. 일본과 독일은 철강 산업에 끊임 없이 투자를 해서 미국과 달리 산업을 지켜낸 나라로 묘사된다.

작가는 아이작과 포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해리스가 증인을 죄다 죽여준 것이다. 아이작과 포는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그 댓가를 받은 것이다.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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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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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일본 역사상 가장 엽기적이고 미스터리한 것으로 기억되는 <제국은행사건>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1948년 1월 26일 은행 폐점 직후인 오후 3시경, 도쿄 방역반 완장을 찬 중년 남성이 후생성 직원이라고  사칭하며 "근처 주택가에 이질이 발생했으니 GHQ(연합국 총사령부)가 은행을 소독하기 전 예방약을 복용하라"면서 직원 16명에게 청산가리를 마시게 한다. 12명이 사망하고 18만엔에 달하는 현금과 수표가 도난 당한다. 생존자의 진술에 따르면 범인 자신이 직접 약을 복용하였기 때문에 은행 직원들이 큰 의심을 하지 않았고, 약이 치아에 닿으면 손상된다는 말을 들었기에 단숨에 마셨다고 한다.

경찰은 범인이 사용한 청산가리가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육군 세균부대(731부대)에서 연구된 것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낸다. 또한 유사사건에서 마츠이 시게루 라는 사람의 명함이 도용된 점에 착안하여 마츠이가 명함을 건낸 사람 중에서 용의자로 템페라 화가 히라사와 사다미치를 체포한다. 알리바이가 명확치 못하고 수표 사기 전력이 있는 점, 사건 직후 피해금액과 비슷한 금액을 예금하였으나 출처가 불분명한 점 등이 히라사와를 불리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히라사와를 범인이라고 단언하지 못했고, 히라사와는 범행 일체를 부인한다. 그러던 그가 한달여가 지난 후 자백을 한다. 1심 공판에서는 자백을 번복하며 무죄를 주장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형이 판결되고 1955년 5월 7일 일본최고재판소에서 최종적으로 상고를 기각함으로서 사형이 확정된다.

이에 마츠모토 세이초, 코미야마 유시로 등이 구명운동을 벌였다. 실제로도 고문에 가까운 경찰 조사와  조서 중 일부가 백지에 히라사와가 무인한 후 글씨를 덧붙인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또한 히라사와가 재판 중이던 1954년 이바라키 현에서 보건소 직원을 사칭한 자에 의해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역대 법무대신들은 히라사와의 사형집행 명령서에 서명하기를 꺼려했고, 히라사와는 결국 1987년 향년 95세로 폐렴에 걸려 옥중에서 병사한다.

<제국은행사건>은 공식적으로는 히라사와가 범인으로 확정되어 사형 판결까지 받았지만 그를 진범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분위기이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제국은행사건>을 염두에 둔 <천은당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10명을 독살하고 보석을 강탈해 가는데,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츠바키 자작이 지목된다. 경찰 조사 직후 츠바키 자작은 목을 메 숨지고 그가 남긴 유서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 사이에서 나중에야 발견된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의 굴욕과 불명예를 참을 수 없으며, 이것이 폭로된다면 츠바키 가문도 끝장이라는 내용을 남겼다. 

츠바키 자작의 딸 미네코가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죽은 츠바키 자작이 만든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가 연주되고, 다마무시 백작과 신구 도시히코, 아키코가 차례로 죽어간다. 츠바키 자작은 자살하기 직전 어딘가를 여행하고 왔는데 그 여행에 사건을 풀 열쇠가 있을 것이다. 여행 중 긴다이치 코스케 등은 다마무시 백작의 집에 종살이를 하던 고마라는 아가씨가 누군가의 아이를 배고 거액의 보상을 받은 후 입을 닫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고마 역시 누군가에게 살해된다. 과연 발견되었던 시체는 츠바키 자작이 맞는가? 그가 말한 굴욕과 불명예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다마무시 백작은 어떻게 밀실에서 살해되었는가?

 

미스터리는 교묘하지 못하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역시나 별다른 추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빌헬름 마이스터>를 읽고 나니 범인을 알아차렸을 뿐이라는 비판은 일본 내에서도 많았다고 한다. 소설 보다는 소설이 모티프로 삼고 있는 사건이 더욱 흥미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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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입술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0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책세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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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도 르 페라의 격정적인 탱고 가사에 뒤이어 코로넬 바예호스에서 출판된 월간지 <우리 이웃>의 1947년 4월호 기사가 실려 있다. 기사에는 후안 카를로스 에체파레가 투병 생활 끝에 스물 아홉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쓰여 있다.

네네는 카를로스 에체파레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낸다. 네네는 후안 카를로스의 죽음을 <우리 이웃>을 통해 알게 되었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후안 카를로스 뿐이었다는 사실을 편지에 적는다. 그리고 후안 카를로스의 누이이자 자신의 친구였던 셀리나와의 불편했던 관계에 대해서도 말한다. 시간은 과거로 흘러간다. 

1930년대 중반 코로넬 바예호스에 살던 네네는 후안 카를로스에게 반한다. 후안 카를로스는 네네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한편 부자집 딸인 마벨에게도 마찬가지 말을 건낸다. 그러면서도 과부와는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다. 후안 카를로스의 누이 셀리나는 네네, 그리고 부자집 딸인 마벨과 친구 사이였는데 내심 자신의 동생이 마벨과 연결되어 사교계로 진출하길 원한다. 셀리나는 자신이 미인대회에서 탈락한 것을 트집잡아 네네와 결별한다.

네네는 의사와 관계한 전력이 있었고 셀리나도 몸을 함부로 놀렸다. 둘은 서로의 잘못을 비난한다. 후안 카를로스가 폐결핵에 걸리자 마벨은 그를 멀리하고 경매사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경매사와 마벨의 아버지 사이에 소송이 일어나 불안한 상황에 처한다. 

한편 후안 카를로스의 친구인 벽돌공 판초 역시 후안 카를로스처럼 피부가 하얀 네네를 욕망하고 마벨과도 관계를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녀인 히프를 유혹하여 임신을 시킨다. 히프가 아이를 낳을 즈음 판초는 경찰 후보생이 되어 교육을 받으러 떠나고, 경찰이 된 후에는 히프를 외면한 채 마벨과 관계를 맺는다. 어느 날 이런 관계를 눈치챈 히프가 판초를 칼로 찔러 죽이고 추문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 마벨은 판초가 히프를 겁탈하려다가 살해당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다.

네네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나고 마벨 역시 평범한 남자와 결혼한다. 셀리나는 외판원들과 놀아나는 여자라는 소문만 돌 뿐 시집을 가지 못한다. 셀리나와 어머니는 후안 카를로스를 치료할 돈이 부족해지자 과부에게 후안 카를로스를 떠맡긴다. 후안 카를로스는 결국 죽는다.

그의 죽음을 접한 네네는 과거의 격정적인 사랑을 떠올리고 후안 카를로스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낸다. 어머니의 답장을 받은 네네는 한층 대담하게 과거의 격정을 편지에 풀어 놓는다. 하지만 실제 편지를 받고 답장을 한 것은 셀리나였고, 셀리나는 네네의 편지에 적힌 현재 생활과 남편에 대한 불만에 밑줄을 그어 남편에게 투서를 보낸다. 남편은 분개하고 네네는 남편 곁을 떠나 코로넬 바예호스로 떠난다.

네네는 오십이 넘어서 사망한다. 기존의 유언은 자신과 후안 카를로스가 주고 받은 편지를 시신과 함께 묻어달라는 것이었으나 죽기 직전 편지를 태워달라고 수정한다. 남편인 마사가 불 속에 넣은 편지를 집어 넣는다. 타기 직전 잠깐 동안 글씨들이 환하게 떠올랐고, 후안 카를로스의 다정했던 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조그만 입술>은 잡지의 뉴스, 편지, 3인칭 서술 장면, 비망록, 상대편의 대답이 생략된 대화, 감정이 배제된 사건의 나열, 의식의 흐름 등 갖가지 수법들이 동원되어 등장 인물들 각각의 시각이 제시된다. 소설은 종장에 이르기까지 독자에게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조각조각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추악한 욕망과 배신이 설핏 엿보인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편지가 타기 직전, 이미 죽어버린 후안 카를로스가 보냈던 편지의 다정했던 말들이 환하게 밝아올 때, 나는 격정적이고 열정적이었던 그들의 한 때를 생각했다. 단지 그들은 헐리우드 영화나 잡지, 열정적인 탱고의 가사들이 보여준 환상적인 삶과 자신들의 실제의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의 무대가 된 코로넬 바예호스(Coronel Ballejos)는 상상속의 지명으로 작가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헤네랄 비예가스(General Villegas)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낸 곳이다. 작가의 첫 작품인 <리타 헤이워스의 배반(1968)>과 <조그만 입술(1969)>의 무대가 된다. 

1973년에는 3번째 소설이자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의 원작으로 알려진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1973)>을 출판한다. 하지만 페론과 군사정부에 의해 판금되자 오랜 망명길에 오른다. 첫 망명지인 멕시코에서 우리 나라에도 잘 알려진 <거미 여인의 키스(1976)>을 출판한다. 그 후 <천사의 음부>, <보답 받은 사랑의 피(1982)>, <열대의 밤이 질 때(1988)> 등을 집필한다. 1990년 7월 22일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대학 시절에 우연히 <거미여인의 키스>를 영화로 접하는 행운을 얻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강렬한 인상이 사라지지 않았었다. <거미여인의 키스>가 번역되었을 때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릴라 발렌틴에게 동성애자 몰리나가 매일 밤 자신이 보았던 영화를 조금씩 각색해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진 나는 소설이란 본래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413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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