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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부엘은 한 때 철강 산업으로 부유한 마을이었으나 철강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마을은 점차 황폐해 지고 만다.
아이작 잉글리시는 부엘 마을에서 가장 똑똑한 청년이었다. 아이작의 아버지 헨리는 마을의 철강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먼 곳에 있는 철강 공장에 가서 일을 해 돈을 부친다. 그런 생활이 얼마간 이어지다가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헨리는 불구의 몸이 된다. 아이작의 어머니는 돌을 주머니에 한 가득 넣고 강물에 투신 자살한다.
아이작의 누나 리 역시 머리가 뛰어났고 대학 입학 시험에서 만점을 맞은 후 예일대에 입학한다. 아이작은 거동이 불편한 헨리와 고향 마을에 남게 된다. 아이작 역시 대학 입학 시험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지만 진학을 포기한다. 아이작은 자신을 의붓 아들처럼 대하는 헨리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이작은 헨리가 자진해서 자신을 놓아주길 바랬다.
한편 포는 마을에서 가장 운동 신경이 뛰어난 청년으로 고등학교 내내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 했고 대학에서도 그를 스카웃하려 했다. 하지만 포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압박감을 느꼈고,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어머니 그레이스와 트레일러에 살며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사슴을 밀렵하며 살아간다.
아이작이 부엘에서 몇 년간 허송세월을 한 끝에 더 이상 헨리의 인정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헨리의 돈 4천 달러를 훔쳐 달아난다. 아이작은 떠나기 직전 포에게 들르고, 포는 아이작을 마을 경계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다. 비를 만난 둘은 폐허가 된 공장 부지에서 몸을 말리다가 부랑아 세 명과 마주친다. 아이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바로 떠나려 했지만 포는 호승심이 일어 아이작을 따라 함께 일어서지 않는다. 잠시 후 아이작은 포가 걱정되어 돌아왔고 포가 목에 칼이 겨눠진 채 성추행 당하기 직전임을 발견한다. 아이작이 던진 베어링 뭉치가 스웨덴인의 이마에 맞아 그가 숨지고 둘은 그 자리를 떠난다.
다음 날 둘은 공장터에 가방과 옷을 찾으러 갔다가 경찰서장 해리스에게 발각당한다. 해리스는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포를 감싸주려 한다. 그날 밤 포와 리가 관계를 맺는 것을 엿들은 아이작은 집을 다시 떠난다.
사건 현장에 있던 자가 경찰에 증인을 자처하고 나서자 새로 임명된 검사는 포를 구속한 후 악명 높은 감옥에 가둔다. 감옥 속에서 포는 흑인쪽 거물과 싸움이 벌여 그를 다치게 하고 백인들의 보호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백인들은 포에게 공짜 선물을 준 것이 아니었다. 포는 교도관을 손 봐 주든가 백인과 흑인 모두에게 적이 되든가 선택해야 했다. 포는 이제라도 스웨덴인을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아이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야 할지 갈등한다. 포는 자신이 그 싸움의 원인이었고 아이작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와줬다는 점을 상기한다. 그리고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교도관을 손 봐 주기 전 또다시 백인과 문제를 일으킨 포는 결국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해 큰 부상을 입는다.
한편 아이작은 집을 떠나 부랑아처럼 떠돌며 린치를 당하고 돈을 빼앗기는가 하면 살기 위해 도둑질도 마다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아이작은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리라 생각한다.
해리스가 그레이스를 위해 증인을 해치운 날 아이작이 해리스를 찾아가 자신이 실제 범인이라고 밝힌다. 해리스는 자신이 할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제목 <아메리칸 러스트>에서 상징하듯 미국의 몰락과 그로 인한 삶의 피폐화를 다루고 있다. 철강 산업은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철강 산업 노동자인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롤 모델이다. 그런데 철강 산업의 몰락과 함께 아버지 헨리는 불구가 되고 아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닥쳐온다. 어머니는 가족을 남겨두고 자살한다. 자살하기 전 어머니는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고 홀가분해 보였다는 점은 더욱 큰 혼란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롤모델을 잃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리는 문제를 외면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착각했고, 아이작은 문제에 직면하긴 했으나 문제를 해결할 힘이 전혀 없었다. 마찬가지로 포 역시 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으리란 두려움에 자신의 삶을 내팽개쳐버린다. 그 결과 뜻 밖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아이작은 스스로 길을 떠난다. 아이작에게는 4천 달러가 있었으나 그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시련을 자처한다.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또 다른 자아인 '아이' 가 말을 한다. 어느 순간 아이작은 자신에게는 또 다른 자아인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성숙해진다. 그 결과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기로 마음을 먹고 돌아온다.
포 역시 감옥에 갖혀 교도관에게 폭행을 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그들 모두와 싸우더라도 옳은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또한 아이작의 이름을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작가 자신이 볼티모어의 철강 지대에서 자라며 관찰한 바를 소설 속에 담았다고 하는데 소설은 사뭇 위험한 경계에 있어 보인다. 철강 산업의 몰락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한 미국의 몰락과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과거 강한 미국에 대한 향수에 기반하고 있고, 그 강한 미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여타 국가에 대한 작가의 인식 역시 약간 조악하다. 소설에서는 뜻밖에 남한과 북한이 각각 한 번씩 언급된다. 남한은 모든 산업이 국유화되어 조선업을 휘어 잡은 나라로 표현되고 북한은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는 나라로 묘사된다. 일본과 독일은 철강 산업에 끊임 없이 투자를 해서 미국과 달리 산업을 지켜낸 나라로 묘사된다.
작가는 아이작과 포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해리스가 증인을 죄다 죽여준 것이다. 아이작과 포는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그 댓가를 받은 것이다.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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