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수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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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놀기 좋아하고는 주인공은 따끈하고 달콤한 것을 추구하듯 남자들을 만나고 다닌다. 그런 생활에 만족해하던 어느 날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번에는 마음까지 얽혀들었고 남자에게 집착하고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알고 지내던 남자 친구의 권유에 따라 '나'는 발리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 도착한 후 택시 기사를 비롯해 여러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호텔 종업원인 와양과 관계를 맺게된 후에는 그와 조건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차츰 '나'는 일본에서의 괴로웠던 일을 잊게 된다.

와양에게는 친구 유진과 그의 동생 토니가 있었다. 유진은 호주 스폰서를 갖고 있는 동성애자였고 토니는 벙어리였다. 토니는 '나'와 와양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토니가 어느 날 '나'의 손을 이끌어 데리고 가 낙조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의 얼굴에서는 환희의 표정이 떠올랐을 것이고, 토니가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음을 깨닫는다. 토니는 '내'가 와양에게서 얻은 성적 만족으로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다른 수단을 통해 '나'의 표정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가룽간 축제 기간 중 유진의 스폰서가 발리섬에 온다. 토니는 유진과 스폰서가 행위에 몰두해 있는 동안 방갈로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나'는 그런 토니를 위로한다. 

신들을 배웅하는 구닝간 기간이 오기 직전 토니는 죽는다. 유진은 토니가 귀가 들리지 않아 큰 파도를 타지 말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못했다며 오열한다. '나'에 대한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토니가 인어같다고 생각했기에 그가 죽어 바다에 녹아 <인어수프>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

 

1987년에 씌여진 이 소설에서 야마다 에이미는 '시작은 늘 육체, 그런 후 마음' 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육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다가 한 남자와 마음이 얽혀들고 그로 인해 소유욕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그녀가 도피처로 택한 곳은 신들의 나라 발리다. 인도네시아 본토와는 달리 대부분이 흰두교도인 그곳에서 주인공은 아무런 조건 없이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와양과 토니를 만난다. 와양은 주인공이 일본으로 돌아갈 것을 알지만 언제 돌아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소개시켜줄 뿐이고 그들은 주인공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준다. 한편 토니는 주인공을 사랑하면서도 원하는 것은 단지 환희의 표정을 보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발리에서 몸과 마음에 대해 생각한 주인공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

 

발리섬, 특히나 우붓에 가면 일본인들이 무척 많다. 듣기로 몽키포레스트 거리의 건물은 소유주가 대부분 일본인이라 했다.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이번엔 호주인들 천지다. 그들은 파도를 타기 위해 발리로 온다. 

작년 10월경 발리 우붓에서 일주일을 지냈는데, 가보면 왜 그곳을 신들의 나라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집집마다 신들을 위해 올리는 향불과 제물이 놓여 있고 거리는 향냄새로 가득하다.

거품경기가 꺼지기 직전에 씌여진 이 소설은 몸과 마음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의 일본인 여성 이야기이다. 내일 일본 대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제 좀 더 집단적인 문제가 일본의 개인을 괴롭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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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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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국 정보부의 베를린 지부를 담당하는 리머스는 카를 리메크가 장벽을 통과하기 직전 사살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것으로 리머스가 담당하던 동독 내 영국 첩보망은 괴멸되었고, 리머스는 영국으로 소환된다.

현장 업무에서 제외된 리머스는 금융국에 배치되어 경리 업무나 다름 없는 일을 배정받고, 그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금융국에서 쫓겨난 리머스는 도서관 사서 보조로 취칙한다. 리머스의 무감동한 일상에 리즈라는 아가씨가 끼어든다. 리머스는 그녀에게서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 '평범한 생활이 가치 있다는 믿음' 등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리머스는 리즈에게 자신이 떠나게 되면 절대로 찾지 말라는 말을 한다.

리머스가 식료품점 주인과 사소한 다툼 끝에 그를 폭행하고 3개월간 수감된다. 출소한 리머스에게 정보를 사겠다는 자가 접근한다. 그는 리머스의 과거에 대해 1만 5천 파운드, 추가 질문에 대해 5천 파운드를 제시한다. 리머스는 1만 5천 파운드에 대해서만 응낙한다.

 

그들은 리머스를 네델란드로 데려가 심문을 시작한다. 리머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야기하는 중간 중간 정보부의 책임자인 관리관의 언급들이 떠오른다. 리머스가 어떻게 이야기 해야 그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함정에 빠지게 될는지에 대한 언급들이다. 

리머스와 영국 정보부는 동독 첩보망이 문트에 의해 괴멸되었으므로 그에게 복수하고 싶어했다. 리머스는 거짓 전향을 위해 그동안 술을 마시고 민간인을 폭행했으며 정부에 불만을 품은 듯 행동했던 것이고, 그를 감시하던 자들이 마침내 입질을 시작했던 것이다.

심문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영국 내에서 리머스가 횡령 혐의로 수배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전에 합의된 사항이 아니었으므로 리머스는 당혹해한다. 심문하던 자들은 리머스를 동독으로 데려가 추가 질문을 하고 싶어했고 리머스가 이를 거절할 경우 의심을 사게 될 것이었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동독으로 간 리머스를 심문하게 된 자는 피들러였다. 그는 문트 다음가는 권력자였다. 피들러는 세심하게 리머스에게 질문을 던졌고 리머스 역시 주의 깊게 답변한다. 

리머스는 자신이 어떻게 카를 리메크를 포섭한 후 돈을 지불했는지, 첩보망이 붕괴된 후 금융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 답변한다. 피들러가 진정 알고 싶어했던 사항은 독일 내 또다른 배신자가 누구였는가 하는 것이었다. 살해당한 카를 리메크 보다 윗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 역시 새어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리머스는 자신이 베를린의 책임자였고 자신이 모르는 제3의 정보제공자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히 진술한다. 피들러는 리머스가 자존심 상해 하는 모습에서 진실성을 발견했다고 믿는다. 

 

피들러는 리머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국정보부가 그려준 대로 그림을 그린다. 문트는 영국에서 첩보 활동을 하던 중 두 사람을 살해했다. 그 사건으로 영국 정보부는 문트를 수배하지만 문트는 너무나 손쉽게 동독으로 탈출한다. 피들러는 문트가 당시 영국 정보부에 체포당한 후 포섭당했다고 믿는다. 

그 근거는 중동 쪽에서 영국정보부에 고급 정보를 팔려고 했을 때 영국 정보부가 단호히 거절한 점이다. 이미 갖고 있는 자료를 살 이유는 없는 것이다. 또 리머스가 예치한 돈을 외국은행에서 누군가가 찾아간 시점과 문트가 출장간 시점이 일치하고 있었다. 피들러는 문트를 고발한다. 사문회가 열리고 피들러의 진술이 시작된다. 문트는 이제 조국의 배신자로 사형을 받기 직전이다. 모든 것이 영국 정보부와 리머스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했다. 그들은 문트를 제거하기 직전이다.

문트의 변호인 측이 반격에 나선다. 그들은 증인으로 영국에서 리즈를 데려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리즈의 입을 통해 리머스가 스파이 업무를 계속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끌어낸다. 리머스는 식료품점 주인을 때리기 직전 리즈에게 작별인사를 했고, 그가 떠난 후에는 제3자가 방세를 갚아주고 리즈에게 지원을 해주었다. 모든 것이 영국정보부의 계획대로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계획은 실패한다. 문트는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되었고 피들러가 처형당하게 된다.

 

구금되어 있던 리즈를 누군가가 풀어준다. 그를 따라 나가자 리머스가 차 옆에 서 있다. 운전수는 그들이 어떻게 서독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풀어준 것은 문트였다. 

리머스가 알고 있는 계획은 문트를 영국정보부의 첩보원으로 몰아가 그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리머스가 알지 못했떤 영국 정보부의 또 다른 계획은 문트에 대한 동독 내 의심을 말끔히 제거해주고 덧붙여 피들러까지 제거하는 것이었다. 문트에 대한 피들러의 의심은 모두 사실이었던 것이다.

서독으로 넘어가는 도중 계획보다 일찍 서치라이트가 둘을 비추고 리즈가 총에 맞아 장벽에서 떨어진다. 총성이 멈춘다. 리머스가 넘어가도록 배려하는 것 같다. 리머스는 동독 쪽으로 떨어진 리즈의 시신 쪽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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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껏 읽어온 스파이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제3의 사나이>의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말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스타일리쉬한 문체와 분위기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그것에 비견할만 하고, 장르 문학이 가질 법한 한계에 머물지도 않았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리머스는 돌아가지 못한다. 자신이 제거 대상이라고 여겼던 문트가 사실은 영국에 포섭된 고급 정보원이었고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리즈가 영국 정부에 의해 소모품처럼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머스가 돌아갈 곳은 없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마지막 장의 제목에서 다시 한번 사용되는데 그 장의 제목은 <추운 바깥에서 돌아오다> 이다. 마지막 순간 리즈는 '약속과 달리' 사살되었고 -그녀는 민간인이다-, 리머스는 여전히 필요한 장기말이었으므로 사격이 잠시 그치고 도망갈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리머스는 돌아갈 곳을 잃었다고 생각했고 리즈와 운명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이야기 하는 '추운 나라'는 소련과 동구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냉정한 세계, 곧 냉전세계와 그에 파생하는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를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에 반대되는 세상은 곧 피들러나 리즈가 추구하는 세계, 진실된 세계일 것이다.

리머스는 죽기 직전 유리창을 통해 쾌활하게 손을 흔들던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은 리머스가 아직 스파이로 활동하며 냉전세계의 논리를 내면화했던 시기에 본 모습이다. 과속으로 추월한 후 본 아이들의 모습과 리즈가 제시한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 '평범한 생활이 가치 있다는 믿음' 등이 추운 나라와 대비되는 나라이다. 리머스는 죽기 직전 돌아왔다. 

소설은 피들러, 리즈, 리머스를 모두 죽는 운명에 처하게 만든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전세계의 논리는 일개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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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1 - 개정판
찰스 디킨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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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구빈원에서 한 여자가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다. 아이는 올리버 트위스트 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구빈원은 죽지 않을 정도의 음식만을 배급했으므로 올리버 트위스트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 쥐'가 되어 죽 한 그릇 더 달라는 말을 한다. 구빈원의 이사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은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아 공황 상태에 빠지고, 회의 끝에 올리버를 독방에 가둬 두었다가 도제로 내보내 구빈원의 책임을 가벼이 하기로 결정한다. 

처음 올리버를 원한 자는 굴뚝 청소부 갬필드였는데 악당과 같은 그의 인상을 본 올리버가 창백해졌고 이를 본 행정관들이 반대하여 일이 성사되지 못했다. 두 번째로 올리버를 원한 자는 장의사 쏘어베리였다. 말단 교구관인 덤블씨가 교묘한 흥정으로 올리버를 쏘어베리에게 떠맡기고, 올리버는 장의사의 도제가 된다. 쏘어베리는 올리버가 가만히 있어도 슬픈 표정이었기에 잘만 키우면 쓸만한 장례 회장꾼이 되리라 생각하여 심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도제이자 자선학교 학생인 노어 클레이폴과 그에게 홀딱 반해있는 하녀 샬롯, 그리고 쏘어베리 부인의 구박이 자심했다. 어느 날 노어 클레이폴이 올리버의 어머니를 욕하자 참지 못한 올리버가 반항한다. 올리버는 쏘어베리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후 장의사의 집을 뛰쳐나가 구빈원에 들러 꼬마 딕과 작별 인사를 하고 런던을 향해 정처 없이 떠난다.

갖은 고생 끝에 런던에 도착한 올리버는 교묘한 미꾸라지라는 별명의 존 도오킨스를 만난다. 그는 올리버에게 괜찮은 노인 한 명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올리버를 꾀어 유태인 페이긴에게로 데려간다. 

 

올리버는 존 도오킨스와 찰리 베이츠 등과 지내게 되는데 구빈원과 장의사를 거치면서 갖은 학대를 당한 터라 먹을 것과 동료가 있는 페이긴의 소굴에서 잠깐의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페이긴은 어린 아이들을 꾀어다가 소매치기를 만들고 여자 아이들은 일정한 연령이 되면 창부를 만드는 악당이었다. 그는 올리버에게 재미있는 놀이라면서 소매치기 기술을 가르치는 한편 먹을 것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서 올리버가 자신도 밥값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존 도오킨스와 찰리 베이츠, 올리버가 길거리로 밥벌이를 하러 나간다. 그들은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노신사 브라운로우씨를 노려 밥벌이를 하는데, 이를 지켜보던 올리버는 그들이 하는 짓이 소매치기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정신 없이 도망을 가고, 군중들은 올리버를 범인이라 생각하여 뒤쫓는다. 붙잡힌 올리버를 가엾게 여긴 브라운로우씨와 서점 주인의 증언으로 올리버는 풀려나고 노신사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브라운로우씨는 올리버가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하다가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과 꼭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모 베드윈 부인과 브라운로우씨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올리버는 난생 처음으로 행복을 맛본다. 

그러나 올리버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는데, 브라운로우씨의 심부름으로 서점에 가다가 페이긴의 식구 낸씨와 싸익스에게 걸려 다시 악당의 소굴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브라운로우씨가 자신을 배은망덕하다고 여길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나쁜 일은 겹치게 마련이듯 브라운로우씨의 광고를 우연히 본 덤블씨가 올리버에게 해로운 진술을 함으로서 브라운로우씨는 올리버가 근본부터 악당이라고 여기게 된다.

 

페이긴과 싸익스는 동업자 관계였는데 싸익스는 외딴 집을 털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그 집을 털기 위해서는 몸집이 작은 아이가 창문을 기어들어가 문을 열어주어야 했으므로 다시 돌아온 올리버는 안성맞춤이었다. 싸익스와 토비 크래킷은 올리버를 앞세워 강도짓을 시도하지만 집사와 하인들에게 들키고 만다. 올리버가 총에 맞고 싸익스와 토비는 줄행랑을 친다. 

싸익스가 털려고 했던 집에는 로즈라는 아가씨와 메일리 부인이 살고 있었는데 총상을 입은 올리버를 가엽게 여긴다. 또 올리버를 치료하기 위해 온 의사 로스번 역시 올리버가 악당들의 사주를 받아 어쩔 수 없이 동참했으리라 여겨 경찰들을 따돌려 준다. 올리버는 이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정과 연민을 얻는다. 올리버는 강도짓을 하기 위해 침입했던 집안 사람들의 보호 아래 또 다시 평온한 시기를 보낸다. 브라운로우씨와의 오해는 풀 수가 없었다. 다시 찾아간 노신사의 집은 비어있었고 그가 서인도제도의 어딘가로 떠났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올리버가 잠시 평온한 시기를 보내던 그 시기에 구빈원에서는 한 노파가 죽어가고 있었다. 노파는 간호부장을 불러 자신이 올리버의 어머니로부터 금목걸이를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올리버의 출생과 연관 된 물건에 대해 알게된 간호부장이 이를 밝혀 올리버를 이롭게 해줄 의사는 전혀 없었다. 구빈원장이 병사하자 범블씨가 그 자리로 오른다. 간호부장과 범블씨는 서로의 지위와 재산을 이용하려는 각자의 욕망을 저 좋을대로 해석하여 결혼하기에 이른다.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은 페이긴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는데 그는 몽쓰라는 수상쩍은 인물과 접촉하며 올리버의 출생에 관해 쑤근거렸고 그를 다시 잡아와 도둑질 하게 만드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올리버가 일단 악에 물들기만 하면 자신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배신할 수 없을 뿐더러 더 좋은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낸씨는 올리버와 관련된 사정을 알게 되고 고뇌에 휩싸인다. 낸씨는 싸익스에게 험한 꼴을 당하면서도 그를 사랑했고, 페이긴을 저주하면서도 그를 배신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문제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올리버에게 이로운 일을 함으로서 자신의 더러워진 영혼을 조금이나마 깨끗히 하고 싶어했다. 

괴로워하던 낸씨가 마침내 로즈를 만나고 난 후 로즈와 의사, 브라운로우씨 등은 낸씨를 통해 페이긴 일당의 악행을 드러내고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 낸씨를 수상쩍게 생각한 페이긴이 그즈음 자신의 수하에 들어온 노어 클레이폴을 시켜 낸씨를 미행시키고 그녀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낸씨의 배신을 전해 들은 싸익스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낸씨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싸익스는 탈출하려다가 밧줄에 목이 메달려 숨지고 페이긴 일당 역시 모두 검거된다. 페이긴은 교수형에 처해진다.

 

브라운로우씨는 그동안 자신이 조사했던 바와 몽쓰의 자백을 바탕으로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다. 브라운로우씨에게는 에드윈 리포드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와 어떤 여자가 결혼해 낳은 아이가 몽쓰이다. 에드윈과 여자는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그 후 에드윈은 다른 여성을 만나는데 그 여성이 바로 올리버의 어머니 에그니스 플레밍이다. 에드윈은 에그니스와 정식 혼인을 하지 않았고 그런 사유로 에그니스는 집을 떠나 떠돌다가 구빈원에서 쓸쓸한 삶을 마감한다. 에드윈은 자신의 처사를 뉘우치며 자신의 모든 재산을 에그니스 플래밍과 그녀가 낳게 될 아이에게 남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단서 조항을 붙이는데 태어날 아이가 여자라면 조건 없이 재산을 물려주겠지만 남자 아이라면 악에 물들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엔 한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괴상한 단서가 붙은 데에는 에그니스가 낳은 아이라면 고상한 성품을 물려받을 것이 틀림없다는 믿음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에드윈의 유서가 몽쓰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몽쓰는 올리버의 존재를 알고 그에게 한푼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한편으로는 올리버의 출생을 증명할 물건들을 없애고, 다른 한편으로는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더라도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로즈는 에그니스의 여동생으로 올리버의 이모였고 그런 이유로 올리버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친숙함과 동정을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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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는 사회소설로서 당시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구빈원이라는 제도화된 자선의 이면에 자리잡은 추악함을 다루고, 공정한 법집행자를 자처하며 가혹한 형벌을 남발하는 치안판사를 통해 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아학대, 아동노동과 성매매 등 당시 소설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재들 역시 거침없는 필치로 써내려간다. 그런 가운데 작품 속에서 가장 큰 용기를 보여주고 결국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낸씨가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창녀라는 점 역시 큰 논쟁이 되었다.

작자 서문은 이런 이유로 소설의 변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등장 인물들이 가장 타락한 부류라는 점과 일어나는 사건들이 충격적이고 상스럽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찰스 디킨즈는 그러한 소재들 속에서도 선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피력한다.

 

번역을 한 윤혜준 교수는 해설에서 '왜 소설의 예술성이 사회적 편견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하는 바, 작가 조정래가 <인간 연습>의 작가 후기에서 지적한 바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며, 공감하는 바이다. 작가는 시대와의 불화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불화를 겪지 않는 예술은 잘 봐주었을 때 흥을 돋우기 위한 노랫가락이거나(그 역시 기교 측면에서의 박수는 받을만 할 것이다), 술취한 자의 중언부언에 불과할 것이다. 윤혜준의 수려한 번역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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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맞은 혀
셰리 홀먼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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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펠릭스 파브리 수사는 우연히 성녀 카타리나의 유골을 본 이후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영혼의 신부로 삼는다. 우연한 기회에 부유한 귀족 투허 경의 후원을 받은 펠릭스는 투허 경의 아들 우르수스, 헝가리의 부주교 요한, 이발사 콘라드 등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떠난다. 

배 안에서 만난 아르시노에라는 처자가 자신이 카타리나 성녀의 '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카타리나의 유골 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본 펠릭스는 처음에는 그녀를 불신하나 그녀의 언동에서 차츰 성녀 카타리나가 현신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품게 된다. 아르시노에의 관능적 매력에 빠진 요한은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한편 예루살렘을 향하는 또 다른 배 안에는 아르시노에의 오빠 니콜로가 타고 있었다. 니콜로는 번역가로서 전 세계 모든 나라 말을 할 수 있었고 이름없이 사라져간 성인들의 이야기를 번역하고 있다고 했다. 니콜로는 펠릭스에게 자신의 여동생이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펠릭스 수사는 아르시노에와 니콜로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다.

카타리나의 유골이 최초로 발견된 시나이로 향하는 여정 중 투허 경과 우르수스가 죽고 니콜로가 의도하는 것이 카타리나 성녀의 유골을 여동생의 뼈로 대체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니콜로는 그것이 번역의 완전한 형태이고 자신이 새로운 성인을 탄생시킴으로서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펠릭스 수사 일행은 베두인 족으로부터 구출을 받는다. 그들 역시 카타리나가 빵을 내려주는 성녀라고 생각한 것이다. 

펠릭스 수사는 카타리나란 어휘가 'catha' 즉 전체와 'ruina' 즉 파괴에서 왔으며, 자신의 이름인 펠릭스는 '행복한 사람' 이라는 뜻이므로 '전체적인 파괴 속에서의 행복'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성녀 카탈리나의 전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막센티우스 황제가 전 국민에게 알렉산드리아에 모여서 우상 숭배에 참여하라고 명하자 정면으로 황제의 명을 거역하였고, 황제의 궁전에서 신앙 논쟁을 벌이게 된다. 황제가 학자 50명을 궁전으로 초청하여 카타리나를 대적하게 하지만 카타리나는 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여 그들 모두를 기독교로 개종시킨다. 화가 난 황제가 학자들을 모두 화형시킨 후 카타리나에게 왕비 다음의 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하나 카타리나는 이를 거절한다. 감옥을 찾아온 왕비와 경비 대장마저 기독교로 개종하게 만들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황제는 카타리나를 참수한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피 대신 우유가 뿜어져 나왔고 천사들이 그녀의 시신을 들어 시나이 산으로 옮긴다. 그녀의 시신에서는 계속 기름이 흘러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로마 카톨릭은 1969년 성녀 카탈리나와 펠릭스 수사의 영혼 결혼을 했다는 설을 무효라 발표하고 카타리나를 성인 목록에서도 삭제한다. 

 

소설 속 펠릭스는 종종 성 카타리나를 하느님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하여 예루살렘보다 시나이 산을 순례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전설 속 카타리나의 행적도 이교도들을 <논파>함으로서 개종을 시키는데 이 대목 역시 석연치가 않다. 작가는 중세의 여명기에 실제 이루어진 펠릭스 파브리 수도사의 순례 여행을 소설화하여 동양과 서양의 만남, 중세의 해체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별로 신통치 않은 이야기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522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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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故意에 관한 이야기>는 자살한 친구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뜻밖의 사실을 다루고 있다. 같은 사건이나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경중은 다를 수 있고 특히 청소년기에는 그 편차가 더욱 심할 것이다. <방과후>에서 다루었던 불안정한 청소년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어둠 속의 두 사람>에서는 불륜을 감추기 위해 어른의 세계를 엿보여주고 밀약을 맺지만 결국 욕망의 희생자가 자신의 자녀가 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춤추는 아이>는 선의가 때로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단지 동경했기 때문에 취한 행동이 죽음으로 이어진다.

<끝없는 밤>은 형들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사업체를 견실하게 꾸리기 위해 오사카로 떠나는 남편과 편안하고 안락한 도쿄 생활을 더욱 중시하는 아내의 이야기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테리즈로 제작되기도 한 작품이다.

<하얀 흉기>에서는 살의를 품든 주체와 그 대상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990년도 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굿바이, 코치>는 두 번의 자살 소동이 벌어진다. 한번의 자의에 의해, 다른 한번은 타의에 의해. 범인은 '굿바이, 코치'라는 말의 의미를 사건이 완전히 끝나고서야 알게 된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이야기 시점을 달리 함으로서 사건의 전모를 최후에 밝히는 수법을 쓰고 있다. 시점이 달라짐에 따라 범인의 의도와 참가자가 바뀐다.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

 

일본에서 1990년에 출간된 책으로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사소한 계기와 오해, 욕망 등이 살인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짤막한 단편으로 엮어 놓았다. 천안 상록 유스호스텔에서 밤중에 읽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503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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