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혀
셰리 홀먼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펠릭스 파브리 수사는 우연히 성녀 카타리나의 유골을 본 이후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영혼의 신부로 삼는다. 우연한 기회에 부유한 귀족 투허 경의 후원을 받은 펠릭스는 투허 경의 아들 우르수스, 헝가리의 부주교 요한, 이발사 콘라드 등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떠난다. 

배 안에서 만난 아르시노에라는 처자가 자신이 카타리나 성녀의 '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카타리나의 유골 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본 펠릭스는 처음에는 그녀를 불신하나 그녀의 언동에서 차츰 성녀 카타리나가 현신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품게 된다. 아르시노에의 관능적 매력에 빠진 요한은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한편 예루살렘을 향하는 또 다른 배 안에는 아르시노에의 오빠 니콜로가 타고 있었다. 니콜로는 번역가로서 전 세계 모든 나라 말을 할 수 있었고 이름없이 사라져간 성인들의 이야기를 번역하고 있다고 했다. 니콜로는 펠릭스에게 자신의 여동생이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펠릭스 수사는 아르시노에와 니콜로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다.

카타리나의 유골이 최초로 발견된 시나이로 향하는 여정 중 투허 경과 우르수스가 죽고 니콜로가 의도하는 것이 카타리나 성녀의 유골을 여동생의 뼈로 대체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니콜로는 그것이 번역의 완전한 형태이고 자신이 새로운 성인을 탄생시킴으로서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펠릭스 수사 일행은 베두인 족으로부터 구출을 받는다. 그들 역시 카타리나가 빵을 내려주는 성녀라고 생각한 것이다. 

펠릭스 수사는 카타리나란 어휘가 'catha' 즉 전체와 'ruina' 즉 파괴에서 왔으며, 자신의 이름인 펠릭스는 '행복한 사람' 이라는 뜻이므로 '전체적인 파괴 속에서의 행복'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성녀 카탈리나의 전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막센티우스 황제가 전 국민에게 알렉산드리아에 모여서 우상 숭배에 참여하라고 명하자 정면으로 황제의 명을 거역하였고, 황제의 궁전에서 신앙 논쟁을 벌이게 된다. 황제가 학자 50명을 궁전으로 초청하여 카타리나를 대적하게 하지만 카타리나는 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여 그들 모두를 기독교로 개종시킨다. 화가 난 황제가 학자들을 모두 화형시킨 후 카타리나에게 왕비 다음의 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하나 카타리나는 이를 거절한다. 감옥을 찾아온 왕비와 경비 대장마저 기독교로 개종하게 만들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황제는 카타리나를 참수한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피 대신 우유가 뿜어져 나왔고 천사들이 그녀의 시신을 들어 시나이 산으로 옮긴다. 그녀의 시신에서는 계속 기름이 흘러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로마 카톨릭은 1969년 성녀 카탈리나와 펠릭스 수사의 영혼 결혼을 했다는 설을 무효라 발표하고 카타리나를 성인 목록에서도 삭제한다. 

 

소설 속 펠릭스는 종종 성 카타리나를 하느님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하여 예루살렘보다 시나이 산을 순례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전설 속 카타리나의 행적도 이교도들을 <논파>함으로서 개종을 시키는데 이 대목 역시 석연치가 않다. 작가는 중세의 여명기에 실제 이루어진 펠릭스 파브리 수도사의 순례 여행을 소설화하여 동양과 서양의 만남, 중세의 해체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별로 신통치 않은 이야기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522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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