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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1 - 개정판
찰스 디킨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창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구빈원에서 한 여자가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다. 아이는 올리버 트위스트 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구빈원은 죽지 않을 정도의 음식만을 배급했으므로 올리버 트위스트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 쥐'가 되어 죽 한 그릇 더 달라는 말을 한다. 구빈원의 이사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은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아 공황 상태에 빠지고, 회의 끝에 올리버를 독방에 가둬 두었다가 도제로 내보내 구빈원의 책임을 가벼이 하기로 결정한다.
처음 올리버를 원한 자는 굴뚝 청소부 갬필드였는데 악당과 같은 그의 인상을 본 올리버가 창백해졌고 이를 본 행정관들이 반대하여 일이 성사되지 못했다. 두 번째로 올리버를 원한 자는 장의사 쏘어베리였다. 말단 교구관인 덤블씨가 교묘한 흥정으로 올리버를 쏘어베리에게 떠맡기고, 올리버는 장의사의 도제가 된다. 쏘어베리는 올리버가 가만히 있어도 슬픈 표정이었기에 잘만 키우면 쓸만한 장례 회장꾼이 되리라 생각하여 심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도제이자 자선학교 학생인 노어 클레이폴과 그에게 홀딱 반해있는 하녀 샬롯, 그리고 쏘어베리 부인의 구박이 자심했다. 어느 날 노어 클레이폴이 올리버의 어머니를 욕하자 참지 못한 올리버가 반항한다. 올리버는 쏘어베리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후 장의사의 집을 뛰쳐나가 구빈원에 들러 꼬마 딕과 작별 인사를 하고 런던을 향해 정처 없이 떠난다.
갖은 고생 끝에 런던에 도착한 올리버는 교묘한 미꾸라지라는 별명의 존 도오킨스를 만난다. 그는 올리버에게 괜찮은 노인 한 명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올리버를 꾀어 유태인 페이긴에게로 데려간다.
올리버는 존 도오킨스와 찰리 베이츠 등과 지내게 되는데 구빈원과 장의사를 거치면서 갖은 학대를 당한 터라 먹을 것과 동료가 있는 페이긴의 소굴에서 잠깐의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페이긴은 어린 아이들을 꾀어다가 소매치기를 만들고 여자 아이들은 일정한 연령이 되면 창부를 만드는 악당이었다. 그는 올리버에게 재미있는 놀이라면서 소매치기 기술을 가르치는 한편 먹을 것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서 올리버가 자신도 밥값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존 도오킨스와 찰리 베이츠, 올리버가 길거리로 밥벌이를 하러 나간다. 그들은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노신사 브라운로우씨를 노려 밥벌이를 하는데, 이를 지켜보던 올리버는 그들이 하는 짓이 소매치기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정신 없이 도망을 가고, 군중들은 올리버를 범인이라 생각하여 뒤쫓는다. 붙잡힌 올리버를 가엾게 여긴 브라운로우씨와 서점 주인의 증언으로 올리버는 풀려나고 노신사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브라운로우씨는 올리버가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하다가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과 꼭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모 베드윈 부인과 브라운로우씨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올리버는 난생 처음으로 행복을 맛본다.
그러나 올리버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는데, 브라운로우씨의 심부름으로 서점에 가다가 페이긴의 식구 낸씨와 싸익스에게 걸려 다시 악당의 소굴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브라운로우씨가 자신을 배은망덕하다고 여길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나쁜 일은 겹치게 마련이듯 브라운로우씨의 광고를 우연히 본 덤블씨가 올리버에게 해로운 진술을 함으로서 브라운로우씨는 올리버가 근본부터 악당이라고 여기게 된다.
페이긴과 싸익스는 동업자 관계였는데 싸익스는 외딴 집을 털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그 집을 털기 위해서는 몸집이 작은 아이가 창문을 기어들어가 문을 열어주어야 했으므로 다시 돌아온 올리버는 안성맞춤이었다. 싸익스와 토비 크래킷은 올리버를 앞세워 강도짓을 시도하지만 집사와 하인들에게 들키고 만다. 올리버가 총에 맞고 싸익스와 토비는 줄행랑을 친다.
싸익스가 털려고 했던 집에는 로즈라는 아가씨와 메일리 부인이 살고 있었는데 총상을 입은 올리버를 가엽게 여긴다. 또 올리버를 치료하기 위해 온 의사 로스번 역시 올리버가 악당들의 사주를 받아 어쩔 수 없이 동참했으리라 여겨 경찰들을 따돌려 준다. 올리버는 이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정과 연민을 얻는다. 올리버는 강도짓을 하기 위해 침입했던 집안 사람들의 보호 아래 또 다시 평온한 시기를 보낸다. 브라운로우씨와의 오해는 풀 수가 없었다. 다시 찾아간 노신사의 집은 비어있었고 그가 서인도제도의 어딘가로 떠났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올리버가 잠시 평온한 시기를 보내던 그 시기에 구빈원에서는 한 노파가 죽어가고 있었다. 노파는 간호부장을 불러 자신이 올리버의 어머니로부터 금목걸이를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올리버의 출생과 연관 된 물건에 대해 알게된 간호부장이 이를 밝혀 올리버를 이롭게 해줄 의사는 전혀 없었다. 구빈원장이 병사하자 범블씨가 그 자리로 오른다. 간호부장과 범블씨는 서로의 지위와 재산을 이용하려는 각자의 욕망을 저 좋을대로 해석하여 결혼하기에 이른다.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은 페이긴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는데 그는 몽쓰라는 수상쩍은 인물과 접촉하며 올리버의 출생에 관해 쑤근거렸고 그를 다시 잡아와 도둑질 하게 만드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올리버가 일단 악에 물들기만 하면 자신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배신할 수 없을 뿐더러 더 좋은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낸씨는 올리버와 관련된 사정을 알게 되고 고뇌에 휩싸인다. 낸씨는 싸익스에게 험한 꼴을 당하면서도 그를 사랑했고, 페이긴을 저주하면서도 그를 배신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문제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올리버에게 이로운 일을 함으로서 자신의 더러워진 영혼을 조금이나마 깨끗히 하고 싶어했다.
괴로워하던 낸씨가 마침내 로즈를 만나고 난 후 로즈와 의사, 브라운로우씨 등은 낸씨를 통해 페이긴 일당의 악행을 드러내고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 낸씨를 수상쩍게 생각한 페이긴이 그즈음 자신의 수하에 들어온 노어 클레이폴을 시켜 낸씨를 미행시키고 그녀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낸씨의 배신을 전해 들은 싸익스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낸씨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싸익스는 탈출하려다가 밧줄에 목이 메달려 숨지고 페이긴 일당 역시 모두 검거된다. 페이긴은 교수형에 처해진다.
브라운로우씨는 그동안 자신이 조사했던 바와 몽쓰의 자백을 바탕으로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다. 브라운로우씨에게는 에드윈 리포드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와 어떤 여자가 결혼해 낳은 아이가 몽쓰이다. 에드윈과 여자는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그 후 에드윈은 다른 여성을 만나는데 그 여성이 바로 올리버의 어머니 에그니스 플레밍이다. 에드윈은 에그니스와 정식 혼인을 하지 않았고 그런 사유로 에그니스는 집을 떠나 떠돌다가 구빈원에서 쓸쓸한 삶을 마감한다. 에드윈은 자신의 처사를 뉘우치며 자신의 모든 재산을 에그니스 플래밍과 그녀가 낳게 될 아이에게 남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단서 조항을 붙이는데 태어날 아이가 여자라면 조건 없이 재산을 물려주겠지만 남자 아이라면 악에 물들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엔 한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괴상한 단서가 붙은 데에는 에그니스가 낳은 아이라면 고상한 성품을 물려받을 것이 틀림없다는 믿음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에드윈의 유서가 몽쓰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몽쓰는 올리버의 존재를 알고 그에게 한푼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한편으로는 올리버의 출생을 증명할 물건들을 없애고, 다른 한편으로는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더라도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로즈는 에그니스의 여동생으로 올리버의 이모였고 그런 이유로 올리버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친숙함과 동정을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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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는 사회소설로서 당시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구빈원이라는 제도화된 자선의 이면에 자리잡은 추악함을 다루고, 공정한 법집행자를 자처하며 가혹한 형벌을 남발하는 치안판사를 통해 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아학대, 아동노동과 성매매 등 당시 소설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재들 역시 거침없는 필치로 써내려간다. 그런 가운데 작품 속에서 가장 큰 용기를 보여주고 결국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낸씨가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창녀라는 점 역시 큰 논쟁이 되었다.
작자 서문은 이런 이유로 소설의 변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등장 인물들이 가장 타락한 부류라는 점과 일어나는 사건들이 충격적이고 상스럽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찰스 디킨즈는 그러한 소재들 속에서도 선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피력한다.
번역을 한 윤혜준 교수는 해설에서 '왜 소설의 예술성이 사회적 편견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하는 바, 작가 조정래가 <인간 연습>의 작가 후기에서 지적한 바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며, 공감하는 바이다. 작가는 시대와의 불화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불화를 겪지 않는 예술은 잘 봐주었을 때 흥을 돋우기 위한 노랫가락이거나(그 역시 기교 측면에서의 박수는 받을만 할 것이다), 술취한 자의 중언부언에 불과할 것이다. 윤혜준의 수려한 번역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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