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9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로흐두 마을에서 타우저 라는 이름의 개를 키우며 게으른 생활을 즐기는 해미시 맥베스는 최근 경사로 진급하면서 윌리 러몬트 순경을 부하로 받게 되었다. 그런데 윌리와 해미시는 사사건건 충돌하는 등 궁합이 좋지 못했다. 윌리는 엉망인 철자법으로 이야기했고, 청결 광신자였으며, 쪼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해미시는 윌리와 관사에서 함께 사는 것이 지겨웠고 다시 혼자가 되었으면 했다.

그 무렵, 마을에 여행용 주택으로 개조된 낡은 버스 한 대가 들어온다. 버스 소유자는 멀끔하게 생긴 젊은로 이름이 숀 거레였고, 입이 거친 여성 동행자는 셰릴 히긴스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여행자라고 소개했다. 해미시는 예전 식으로는 '비트족', 지금 식으로는 '히피'일 뿐인 그들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 뻔하다고 생각해 마을에서 나가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정작 숀이 자리잡은 사유지의 주인 웰링턴 목사 부부가 숀을 미쁘게 보아 해미시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한다.

그 후로 마을에서 묘한 일들이 일어난다. 목사는 믿음을 잃고 지옥불과 유황에 대한 설교를 하기 시작했고, 의사선생의 아내가 별안간 300파운드나 되는 고가의 옷을 사입었다. 병원에서 모르핀이 없어지는가 하면 어머니연합 적립금 통에서 100파운드가 사라지기도 했다. 또한, 노처녀 자매 제시와 네시는 집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아무도 이유를 몰랐다. 더 이상한 일은 이들 모두가 해미시를 백안시했다는 것이다. 

해미시는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숀이 있다고 믿고 조사를 시작하지만 숀이 자신의 버스에서 망치에 맞아 살해당하자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사라진 셰릴 히긴스를 찾아냈지만 그녀는 알리바이가 확실한 상황이고, 버스에서 발견된 비디오테이프에는 마을 부인들이 술에 취해 헤롱거리고 숀 앞에서 벌거벗은 채 애교를 떠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용의자가 마을 부인, 또는 그 부인의 남편이라고 의심되는 상황에서 해미시는 괴로운 수사를 시작한다. 


------


<여행자의 죽음>은 어딘지 모르게 P.D.제임스를 연상시키는 음울함이 있다. 수수께끼 풀이가 훌륭한 소설은 아니지만 등장인물의 형상화가 상당히 뛰어나고, 특히 연애 이야기가 별도의 삽화 노릇을 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먼저 말썽만 일으키는 순경 윌리가 이탈리아 이민 여성 루차 리비아와 짝을 맺는다. 루차가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들을 마다하고 윌리와 맺어지는 이유는 그가 기꺼이 부엌일을 한다는 점이다. 소설이 씌여진 1993년 당시 비등하던 페미니즘 경향을 반영한 것 같다.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약혼, 비극적인 숀과 셰릴의 연애, 그리고 목사 부부와 의사 부부가 중년에 겪게 되는 권태도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M.C.비턴의 본명은 매리언 채스니로 1936년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2018년 현재까지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현역 작가이다. 100편 이상의 역사 로맨스 소설을 본명인 매리언 채스니를 포함, 헬렌 크램프턴, 앤 페어팩스, 제니 트레메인, 샬럿 워드라는 필명으로 발표했으며, M.C.비턴은 추리소설 작품에 쓰는 필명이라고 한다.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는 1985년 <험담꾼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2018년 <정직한 자의 죽음>까지 총 33권이 발표되었다. 이 시리즈는 모두 <Death of a ~ > 로 작명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위키백과에 실려 있는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Hamish Macbeth series

 

  1. Death of a Gossip (1985)
  2. Death of a Cad (1987)
  3. Death of an Outsider (1988)
  4. Death of a Perfect Wife (1989)
  5. Death of a Hussy (1991)
  6. Death of a Snob (1992)
  7. Death of a Prankster (1992)
  8. Death of a Glutton OR Death of a Greedy Woman (1993)
  9. Death of a Travelling Man (1993)
  10. Death of a Charming Man (1994)
  11. Death of a Nag (1995)
  12. Death of a Macho Man (1996)
  13. Death of a Dentist (1997)
  14. Death of a Scriptwriter (1998)
  15. Death of an Addict (1999)
  16. Death of a Dustman (2001)
  17. Death of a Celebrity (2002)
  18. Death of a Village (2003)
  19. Death of a Poison Pen (2004)
  20. Death of a Bore (2005)
  21. Death of a Dreamer (2006)
  22. Death of a Maid (2007)
  23. Death of a Gentle Lady (2008)
  24. Death of a Witch (2009)
  25. Death of a Valentine (2010)
  26. Death of a Chimney Sweep (2011)
  27. Death of a Kingfisher (2012)
  28. Death of Yesterday (2013)
  29. Death of a Policeman (2014)
  30. Death of a Liar (2015)
  31. Death of a Nurse (2016)
  32. Death of a Ghost (2017)
  33. Death of an Honest Man (2018)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794482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이 40세. 신장 173. 한때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회사에 다녔으나 실직. 아내가 저금통장을 들고 집을 나가는 바람에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되어 노숙자 처지까지 떨어짐. 후지키 요시히코의 과거다. 

그 후지키 요시히코가 지금, 비에 젖은 채 온통 심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괴이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 나는 건 JR 기차표와 누군가가 건네준 맥주, 그리고 18년 만의 대설. 그 뒤로 기억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물통과 도시락, 그리고 은색 파우치가 있다. 도시락에서 블록 모양 영양식을 먹고 나서 은색 파우치를 열어보니 게임기 같은 게 들어있다. 작동시키니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 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그리고 나서 액정에 떠오르는 문장들.

후지키는 생존, 아이템, 생사, 협력, 적대관계 등의 키포인트가 담긴 그 문장들을 보며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든다. 

게임기는 제1 체크포인트로 이동을 지시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던 후지키는 방향과 거리를 계산하며 이동한다. 

이동하던 중 바위 조각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듣고 놀란다. 소리나는 쪽으로 용기를 내서 다가가니 사람의 형체가 도망을 친다. 상대는 기다리라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자리를 피하고, 50~60미터 정도 달려가다 돌에 걸려 넘어진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키가 크고 날씬한 20대 후반의 여자였다. 겨우 상대를 안심시키고 말을 시켜보니 그녀 역시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는 눈치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오토모 아이이고 성인잡지에 만화를 기고하여 먹고 산다고 했다. 보청기를 낀 그녀의 게임기는 도망치던 중 떨어뜨려 망가진 상태였다.

둘이 어찌어찌 해서 체크포인트로 가보니 거기에 일곱 명의 사람이 더 모여 있다. 그들 역시 게임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그 게임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 정보와 체크포인트에서 얻은 정보를 결합해 보니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며칠 간의 기억이 상실된 채 오스트레일리아로 추정되는 곳에 모이게 되었다. 그들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게임의 룰에 따라야 하며, 그 룰을 어길 시에는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는 것 같다. 게임은 게임기가 정해놓은 룰에 따라야 하는데, 게임기가 제시하는 첫 번째 행동지령은 이렇다. 


서바이벌을 위한 아이템을 얻으려는 자는 동쪽으로, 호신용 아이템을 얻으려는 자는 서쪽으로, 식량을 얻으려는 자는 남쪽으로, 그리고 정보를 얻으려는 자는 북쪽으로 가라.

 

후지키와 오토모 북쪽으로 가서 정보를 얻기로 하는데, 그곳에서 얻은 정보는 약간 으스스한 면이 있었다. 서바이벌을 택한 자들은 현실주의자로 가능한 한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 좋다. 호신용 아이템을 택한 자들은 협력이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파한 자들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식량을 선택한 자들이 뜻밖에도 가장 위험한 자들이 될 것이다. 왜 식량을 선택한 자들이 가장 위험한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아이템 일람 정보까지 획득한 둘은 처음 출발지로 돌아온다. 마침내 각자가 얻은 것들을 교환하는 시간이 되자 후지키와 오토모는 다른 팀들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아이템 일람 덕분이었다. 이렇게 되자 후지키와 오토모 역시 자신들이 획득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얼버무리기로 한다. 이제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되었다. 


------


<배틀 로얄>이나 <헝거 게임>과 같은 서바이벌 호러 소설로 1999년에 발표되었다. <화성의 미궁>이라는 게임북을 토대로 디자인된 이 게임에는 '게임 마스터'와 '옵저버' 가 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9명의 참가자 중 누가 '게임 마스터'와 '옵저버' 역할을 하는지 추리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다.

서바이벌 소설이 그렇듯 남쪽으로 간 자들이 '식시귀'가 된다는가, 스너프 필름을 얻기 위해 디자인 된 게임이었다든가, 하는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한다. 시간 떼우기로는 괜찮은 편.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747458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생이라 하면 가무를 익혀 술자리 흥을 돋우는 한편 때에 따라 몸도 파는 창녀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논개와 같이 적장을 살해했다거나, 황진이와 같이 문장에 능해 시서를 남겼다든가 하는 식의 독특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경우도 혹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가무를 익힌 창기 정도의 인상이 보편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그런데 이현수의 <신 기생뎐>은 이러한 이미지를 부엌에서부터 깨나가기 시작한다. 첫 장의 주인공은 부엌어멈 타박네이다. 그녀는 기생집에서 차려지는 음식의 요리법이 일반식당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부터 시작해서 모양이 어떠해야 하는지 조곤조곤 '타박'을 해댄다. 그런데 차츰 읽다보니 느껴지는 바가 있다. 그것은 내가 정작 기생집에 가본 적이 없는데도 기생에 대해서 무척 잘 알고 있다고 오인해왔다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기생의 이미지는 기껏 방송매체를 통해 막연하게 형성된 것일 터다.

흥미롭기로는 두번째 장의 오마담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무형문화제로 천거될 만큼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던 오마담이 소리기생으로 늙어가는 얘기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남자들에게 번번히 속으면서도 가진 것 전부를 내어주는 심리가 알듯 모를 듯 하다.

작가 이현수는 춤기생, 기둥서방, 집사 등 기생집에서 삶을 꾸려가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애정을 가지고 일곱 마당에 걸쳐 걸터듬어 나간다. 꽤나 공들였을 것이 분명한 고증들과 맛깔나는 대화가 어우러지면서 소설은 절로 무르익어 가고, 저 홀로 똑똑하다고 젠 체 하는 어벙한 자들과 자신의 삶을 깜냥껏 꾸려가는 사람들이 대비되면서 어느덧 내가 갖고 있던 기생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그리고 얼핏 들여다본 그들 삶의 한 자락이 나에게 희로애락의 공감을 불러 일으켜 책을 덮었을 땐 오랜만에 훌륭한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52부작 드라마로도 제작된 모양인데 내용을 대략 살펴보니 소설과는 기본적인 부분만 공유할 뿐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듯 하다. 지난 1월에 청주로 차량 수리를 맡기러 갔다 읽었던 소설인데 뒤늦게 독서일기로 남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699948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란스 발데르는 양자 컴퓨터와 신경망 개발,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눈부신 성취를 이룬 스웨덴 과학자이다. 그의 전처 한나 발데르는 한 때 잘 나갔던 배우였고, 둘 사이에는 아들 아우구스트가 있었다. 한나가 아들 아우구스트를 데리고 프란스를 떠난 책임은 전적으로 그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프란스는 연구에 몰두하면 전혀 가정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나가 새로 만난 남자 라세는 프란스 보다 어떤 점에서 더 나빴다. 영화에서 악역을 주로 맡는 라세는 술에 취하면 한나를 때렸고, 프란스가 보내 주는 양육비를 착복했으며, 아우구스트를 학대했다.


어쨌든 프란스 발데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슈퍼 크래프트' 연구에 몰두해 세상과 담을 쌓고 지냈는데, 어느 날 그의 프로그램이 전혀 엉뚱한 회사인 '트루 게임스' 에서 발표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프란스 발데르는 자신들이 운용하던 시스템에 취약점이 있었는지 검사해 달라고 '의문의 여자 해커'에게 부탁하고, 그녀는 면밀한 조사 뒤 해킹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후에 신호정보와 컴퓨터 보안을 담당하는 스웨덴 정부기관 FRA 역시 해킹 개연성이 있었음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후 프란스의 행보는 다소 엉뚱했다. 컴퓨터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과학자 라면 자본으로 부터 독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던 그가 미국의 솔리폰이라는 대기업에 취직을 한 것이다. 거기서 얼마간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하던 프란스가 이번에는 갑자기 솔리폰에 사표를 던지고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솔리폰은 그가 회사의 프로젝트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프란스는 아우구스트를 계속 라세 밑에서 키울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런데 아우구스트가 프란스의 집에 온 뒤로 그림을 그리거나 알 수 없는 긴 숫자들을 쓰는 일이 종종 있었다. 프란스는 아우구스트가 서번트라는 것을 알게된다. 한나와 라세 밑에서는 학대 당하고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지그소 퍼즐만 맞추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았다. 


한편, <밀레니엄>은 지난 번 살라첸코 기사 이후 이렇다 할 특종을 내지 못하고 잊혀져 가고 있었다. 재정 상태는 악화되었고,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한물 간 기자로 취급되었다. 이런 와중에 거대 미디어 그룹 세르네르가 지분 투자를 하고 오베라는 이름의 얼치기 언론인을 투입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밀레니엄>을 주무르고 싶어 했다. 미카엘은 이에 대해 극력 반발했지만 에리카는 흔들리고 있었다. 미카엘에게 리누스 브란델이라는 사람이 제보 전화를 걸어온 것이 그 즈음이었다. 

자신을 프란스 발데르의 조수라고 소개한 리누스 브란델은 프란스가 스웨덴에 온 뒤 편집증에 사로잡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며 파 보면 뭔가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 하던 도중 '의문의 여자 해커'에 대해 언급하자 미카엘은 해커의 정체가 리스베트가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리스베트는 NSA 해킹에 성공하여 슈퍼유저 권한까지 획득하고, 이에 NSA 최고 보안 책임자 '에드 더 네드'로 불리는 에드윈 니덤의 추격을 받는 상태였다. 


프란스 발데르라는 천재 과학자, 수학과 예술 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번트 아우구스트, NSA를 해킹한 천재 해커 리스베트와 그녀를 쫓는 또 다른 해커 출신 보안안 책임자 에드윈 니덤. 그들 모두를 연결하는 곳에 '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 라는 러시아 비밀집단이 있다. 그 비밀집단의 리더는 '타노스', 또는 '키라' 로 불리는 미모의 여성인데, 그녀의 진짜 정체는 리스베트의 여동생 카밀라이다.


------


스티그 라르손이 2004년 밀레니엄 시리즈를 탈고하여 출판사에 넘긴 후, 책이 출잔되기 불과 6개월 전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그리고 13년 만에 시리즈의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책을 사기 전에 굉장히 망설였다. 오리지널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망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 읽고 난 뒤 느낌은 나쁘지 않다. <밀레니엄>이 지향하는 '탐사보도'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주제도 무난히 가져갔고, 리스베트와 미카엘에 대한 분석도  괜찮은 편이다. 와스프(리스베트)의 반대편에 타노스(카밀라)를 배치하여 3부에서 그림자만 어른거렸던 리스베트의 여동생을 등장시킨 것도 좋았지만, 이런 이름들이 자매가 어렸을 적 보았던 마블 코믹스에서 유래했다는 설정도 그럴싸 하다. 또 하나의 미덕은 리스베트가 행하는 정의의 영역이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4부에서는 한나(여자)와 아우구스트(아이)가 학대 당하고, 리스베트는 둘의 자활을 돕는다.

어쨌든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의도한 것이 스티그 라르손이 구축한 세계를 무너뜨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4부로 연결하는 것이었다면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다. 


*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동명 영화는 캐스팅, 연출, 각색 모두 최악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624158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매듭은 누가 풀까
이경자 지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소설의 주인공 손하영은 성공한 현대무용가이며 대학교수이다. 마흔을 목전에 앞 둔 그녀는 정인호와의 사이에 딸 둘을 두었는데, 큰 딸은 하영 작은딸은 인영이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는 눈치다.

하영과 아이들 사이에 정서적 유대는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하영을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고 미워했다. 집안 일은 입주 가정부가 도맡아 하고 있어 하영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런 손하영이 최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하는 작품은 '도랑선비 청천각시'와 '치원대, 양산복' 이다. 이 과정에서 손하영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 연원을 따져보다 자신의 과거와 대면한다.

어렸을 적 손하영의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을 먹고 어머니를 때렸다. 그는 한바탕 매타작이 끝나면 손하영을 끌어안고 '아버지 밉지' 라며 눈물을 흘렸다. 손하영은 어머니의 아픔에 공감하기 보다는 아버지의 편에 섰다. 힘 있는 자의 편에 서서 자기만이라도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용한 것이었을 테지만, 이런 과정의 반복이 손하영의 여성성에 왜곡을 가져왔고 어머니와의 관계도 파탄나게 만든 것 같았다.

손하영의 고통이 몸으로 번져 춤을 추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손하영은 재능있는 제자에게 자신의 배역을 물려준다. 

남편 정인호가 손하영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뜻밖에도 손하영은 남편에게 메달린다. 남편은 결국 떠나고, 손하영은 남편에게 메달린 자신의 심리가  과거 폭군 아버지 편에 섰던 심리와 다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어머니와는 화해할 가능성을 발견한다. 어머니가 '니가 여자니?'라고 하영에게 던졌던 물음을 반추하는 과정에서 과거 아버지 편을 들었던 자신을 떠올린 것이다.


------


주인공 손하영은 통상 우리사회가 어머니, 아내, 딸에게 요구하는 것 일체를 부작위로 일관한다.

육아에 관해 말하자면 몸매가 무너질까봐 모유 한 번 먹여본 적이 없고, 아이들 밥 한 끼 차려본 경험이 없다. 남편은 최소한 아이들과 놀아주기라도 하는데 반해 손하영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아이들에게 '왜 나를 미워하냐'며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한다.

남편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댁 제사를 깜빡해서 큰집에 가지 않은 날, 손하영은 남편의 냉담한 반응이 두려워 집에 가는 대신 호텔에 가서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 남편은 손하영의 사회생활을 이해한다며 제사 정도만 참석하라고 -차리라고가 아니라- 부탁 했었다. 바람피고 돌아온 손하영은 남편이 자고 있다는 것에 분노한다.

그녀는 별다른 죄책감도 없이 남자들과 잠자리를 갖는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양복에서 혹시라도 바람의 징후가 있는지 살피면서 비참해하고, 이혼요구에는 눈물을 흘리며 뜻밖의 재난을 당한 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친모가 맞을 땐 수수방관 했으면서 자신이 힘들 땐 친모에게 전화를 걸어 패악질을 일삼는다.


손하영은 그야말로 공감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여자이다. 그런 손하영이라는 주인공을 가지고 작가는 '도랑선비 청천각시'와 '치원대 양산복' 이야기를 차용하여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여성성 보다 중요한건 인간성이다. 억압받는 부류에 속해 있다고 해서 뭐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