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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소녀 ㅣ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프란스 발데르는 양자 컴퓨터와 신경망 개발,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눈부신 성취를 이룬 스웨덴 과학자이다. 그의 전처 한나 발데르는 한 때 잘 나갔던 배우였고, 둘 사이에는 아들 아우구스트가 있었다. 한나가 아들 아우구스트를 데리고 프란스를 떠난 책임은 전적으로 그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프란스는 연구에 몰두하면 전혀 가정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나가 새로 만난 남자 라세는 프란스 보다 어떤 점에서 더 나빴다. 영화에서 악역을 주로 맡는 라세는 술에 취하면 한나를 때렸고, 프란스가 보내 주는 양육비를 착복했으며, 아우구스트를 학대했다.
어쨌든 프란스 발데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슈퍼 크래프트' 연구에 몰두해 세상과 담을 쌓고 지냈는데, 어느 날 그의 프로그램이 전혀 엉뚱한 회사인 '트루 게임스' 에서 발표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프란스 발데르는 자신들이 운용하던 시스템에 취약점이 있었는지 검사해 달라고 '의문의 여자 해커'에게 부탁하고, 그녀는 면밀한 조사 뒤 해킹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후에 신호정보와 컴퓨터 보안을 담당하는 스웨덴 정부기관 FRA 역시 해킹 개연성이 있었음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후 프란스의 행보는 다소 엉뚱했다. 컴퓨터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과학자 라면 자본으로 부터 독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던 그가 미국의 솔리폰이라는 대기업에 취직을 한 것이다. 거기서 얼마간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하던 프란스가 이번에는 갑자기 솔리폰에 사표를 던지고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솔리폰은 그가 회사의 프로젝트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프란스는 아우구스트를 계속 라세 밑에서 키울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런데 아우구스트가 프란스의 집에 온 뒤로 그림을 그리거나 알 수 없는 긴 숫자들을 쓰는 일이 종종 있었다. 프란스는 아우구스트가 서번트라는 것을 알게된다. 한나와 라세 밑에서는 학대 당하고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지그소 퍼즐만 맞추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았다.
한편, <밀레니엄>은 지난 번 살라첸코 기사 이후 이렇다 할 특종을 내지 못하고 잊혀져 가고 있었다. 재정 상태는 악화되었고,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한물 간 기자로 취급되었다. 이런 와중에 거대 미디어 그룹 세르네르가 지분 투자를 하고 오베라는 이름의 얼치기 언론인을 투입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밀레니엄>을 주무르고 싶어 했다. 미카엘은 이에 대해 극력 반발했지만 에리카는 흔들리고 있었다. 미카엘에게 리누스 브란델이라는 사람이 제보 전화를 걸어온 것이 그 즈음이었다.
자신을 프란스 발데르의 조수라고 소개한 리누스 브란델은 프란스가 스웨덴에 온 뒤 편집증에 사로잡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며 파 보면 뭔가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 하던 도중 '의문의 여자 해커'에 대해 언급하자 미카엘은 해커의 정체가 리스베트가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리스베트는 NSA 해킹에 성공하여 슈퍼유저 권한까지 획득하고, 이에 NSA 최고 보안 책임자 '에드 더 네드'로 불리는 에드윈 니덤의 추격을 받는 상태였다.
프란스 발데르라는 천재 과학자, 수학과 예술 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번트 아우구스트, NSA를 해킹한 천재 해커 리스베트와 그녀를 쫓는 또 다른 해커 출신 보안안 책임자 에드윈 니덤. 그들 모두를 연결하는 곳에 '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 라는 러시아 비밀집단이 있다. 그 비밀집단의 리더는 '타노스', 또는 '키라' 로 불리는 미모의 여성인데, 그녀의 진짜 정체는 리스베트의 여동생 카밀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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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이 2004년 밀레니엄 시리즈를 탈고하여 출판사에 넘긴 후, 책이 출잔되기 불과 6개월 전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그리고 13년 만에 시리즈의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책을 사기 전에 굉장히 망설였다. 오리지널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망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 읽고 난 뒤 느낌은 나쁘지 않다. <밀레니엄>이 지향하는 '탐사보도'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주제도 무난히 가져갔고, 리스베트와 미카엘에 대한 분석도 괜찮은 편이다. 와스프(리스베트)의 반대편에 타노스(카밀라)를 배치하여 3부에서 그림자만 어른거렸던 리스베트의 여동생을 등장시킨 것도 좋았지만, 이런 이름들이 자매가 어렸을 적 보았던 마블 코믹스에서 유래했다는 설정도 그럴싸 하다. 또 하나의 미덕은 리스베트가 행하는 정의의 영역이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4부에서는 한나(여자)와 아우구스트(아이)가 학대 당하고, 리스베트는 둘의 자활을 돕는다.
어쨌든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의도한 것이 스티그 라르손이 구축한 세계를 무너뜨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4부로 연결하는 것이었다면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다.
*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동명 영화는 캐스팅, 연출, 각색 모두 최악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62415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