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이 40세. 신장 173. 한때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회사에 다녔으나 실직. 아내가 저금통장을 들고 집을 나가는 바람에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되어 노숙자 처지까지 떨어짐. 후지키 요시히코의 과거다. 

그 후지키 요시히코가 지금, 비에 젖은 채 온통 심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괴이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 나는 건 JR 기차표와 누군가가 건네준 맥주, 그리고 18년 만의 대설. 그 뒤로 기억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물통과 도시락, 그리고 은색 파우치가 있다. 도시락에서 블록 모양 영양식을 먹고 나서 은색 파우치를 열어보니 게임기 같은 게 들어있다. 작동시키니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 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그리고 나서 액정에 떠오르는 문장들.

후지키는 생존, 아이템, 생사, 협력, 적대관계 등의 키포인트가 담긴 그 문장들을 보며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든다. 

게임기는 제1 체크포인트로 이동을 지시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던 후지키는 방향과 거리를 계산하며 이동한다. 

이동하던 중 바위 조각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듣고 놀란다. 소리나는 쪽으로 용기를 내서 다가가니 사람의 형체가 도망을 친다. 상대는 기다리라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자리를 피하고, 50~60미터 정도 달려가다 돌에 걸려 넘어진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키가 크고 날씬한 20대 후반의 여자였다. 겨우 상대를 안심시키고 말을 시켜보니 그녀 역시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는 눈치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오토모 아이이고 성인잡지에 만화를 기고하여 먹고 산다고 했다. 보청기를 낀 그녀의 게임기는 도망치던 중 떨어뜨려 망가진 상태였다.

둘이 어찌어찌 해서 체크포인트로 가보니 거기에 일곱 명의 사람이 더 모여 있다. 그들 역시 게임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그 게임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 정보와 체크포인트에서 얻은 정보를 결합해 보니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며칠 간의 기억이 상실된 채 오스트레일리아로 추정되는 곳에 모이게 되었다. 그들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게임의 룰에 따라야 하며, 그 룰을 어길 시에는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는 것 같다. 게임은 게임기가 정해놓은 룰에 따라야 하는데, 게임기가 제시하는 첫 번째 행동지령은 이렇다. 


서바이벌을 위한 아이템을 얻으려는 자는 동쪽으로, 호신용 아이템을 얻으려는 자는 서쪽으로, 식량을 얻으려는 자는 남쪽으로, 그리고 정보를 얻으려는 자는 북쪽으로 가라.

 

후지키와 오토모 북쪽으로 가서 정보를 얻기로 하는데, 그곳에서 얻은 정보는 약간 으스스한 면이 있었다. 서바이벌을 택한 자들은 현실주의자로 가능한 한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 좋다. 호신용 아이템을 택한 자들은 협력이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파한 자들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식량을 선택한 자들이 뜻밖에도 가장 위험한 자들이 될 것이다. 왜 식량을 선택한 자들이 가장 위험한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아이템 일람 정보까지 획득한 둘은 처음 출발지로 돌아온다. 마침내 각자가 얻은 것들을 교환하는 시간이 되자 후지키와 오토모는 다른 팀들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아이템 일람 덕분이었다. 이렇게 되자 후지키와 오토모 역시 자신들이 획득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얼버무리기로 한다. 이제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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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로얄>이나 <헝거 게임>과 같은 서바이벌 호러 소설로 1999년에 발표되었다. <화성의 미궁>이라는 게임북을 토대로 디자인된 이 게임에는 '게임 마스터'와 '옵저버' 가 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9명의 참가자 중 누가 '게임 마스터'와 '옵저버' 역할을 하는지 추리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다.

서바이벌 소설이 그렇듯 남쪽으로 간 자들이 '식시귀'가 된다는가, 스너프 필름을 얻기 위해 디자인 된 게임이었다든가, 하는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한다. 시간 떼우기로는 괜찮은 편.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7474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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