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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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로는 서른세살로 한 때는 수사관으로 지방검사인 와일드 밑에서 일했으나 명령 불복종으로 해고된 뒤 탐정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퇴역 장군인 스텐우드가 사건을 의뢰한다.

스텐우드에게는 딸이 두 명 있는데 첫째는 리건 부인으로 세 번 결혼을 했다. 그녀의 마지막 남편이었던 러스티 리건을 스텐우드 장군은 무척 마음에 들어 했으나 한 달쯤 전에 아무말 없이 사라졌다. 소문에 따르면 술집과 도박장을 경영하는 에디 마스라는 거친 남자의 아내와 도망간 것으로 되어 있다. 둘째 딸은 카멘으로 백치와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다. 두 딸 모두 헤픈 것으로 알려져 있고 스텐우드 장군의 속을 썩이고 있다. 장군은 아홉 달쯤 전에 조 브로디라는 남자에게 카멘을 내버려 두라고 오천 달러를 주었고 이번엔 아서 그윈 가이거라는 서점 주인으로 부터 협박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둘째 딸 카멘이 그에게 일천 달러를 지불할 것을 약속하는 어음이 들어있었다.

가이거의 서점을 방문한 필립 말로는 우연한 계기로 그 서점이 경찰들의 비호를 받으며 음란서적을 대여하는 곳임을 알게된 후 가이거의 집을 염탐한다. 가이거의 집 앞에서 총소리를 들은 말로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가이거가 총에 맞아 죽어있는 것과 카멘이 벌거벗은 채 마약에 취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카멘을 촬영한 사진기가 놓여 있었지만 필름은 살인범이 가져간 뒤였다. 집안을 뒤지다 책을 대여해가는 고객 명부를 적은 공책을 입수한 뒤 카멘을 집으로 데려다 준다. 그리고 다음날 뷰익 한 대가 부두 앞에 떠오르는데, 차에서 발견된 것은 스텐우드 장군의 집 운전사 오웬 테일러였다.

다시 가이거의 서점을 조사하기 시작한 말로는 서점에서 책을 실어내가는 자를 미행하여 그 자가 바로 조 브로디임을 알아낸다. 조 브로디와 가이거 서점의 점원이었던 아그네스를 압박한 결과 말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낸다. 조 브로디는 가이거의 음란서적 대여업에 흥미를 갖고 아그네스와 그 사업에 한 몫 낄 궁리를 하며 가이거의 집을 염탐하다가 가이거를 살해하고 도망가던 자를 쫓아가 사진을 탈취한다. 탈취한 카멘의 나체 사진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한편 가이거의 음란서적을 아그네스와 공모하여 훔친 것이다. 가이거를 살해한 자는 오웬 테일러로 그는 가이거가 카멘을 데리고 하는 짓을 못마땅해 하다가 살해한 후 누군가에 의해(혹은 자살) 차에 탄 채로 물 속에 처박혔다.

말로가 사진을 되찾은 그 때 누군가 조 브로디의 문을 두드리고 조 브로디는 캐롤 런그렌이라는 자에게 총을 맞아 죽는다. 그는 가이거의 동성애자 애인이었고 조 브로디가 서점에서 책을 훔쳐가자 그가 가이거를 죽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표면적인 사건을 해결하여 스텐우드 장군으로부터 오백달러의 사례금을 받았지만 말로는 스텐우드 장군이 진정 원하는 것은 로건 부인의 마지막 남편인 러스티 리건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리 존스라는 땅딸막한 남자가 러스티 리건은 에디 마스의 부인과 도망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고, 에디 마스의 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접촉해 온다. 해리 존스를 찾아간 날 말로는 존스가 캐니노라는 에디 마스의 부하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캐니노를 추적하여 에디 마스의 부인을 찾아낸다. 하지만 케니노에게 잡혀 죽을 위기를 넘긴 후 스텐우드 장군의 집으로 가서 모든 것을 밝혀낸다.

권총 쏘는 법을 알려달라는 카멘은 표적을 쏘지 않고 말로를 쏘려 하는데 그 이유는 말로가 카멘의 유혹을 뿌리치고 침실에서 쫓아냈기 때문이다. 말로는 카멘이 마찬가지 이유로 러스티 리건을 유혹했다가 거절당하자 총 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 후 죽였던 것을 추측하고, 동생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언니인 로건 부인은 에디 마스의 도움을 받은 후 그것을 약점으로 잡힌 것이었음을 알아낸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재평가 받은 계기 중 하나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이먼드 챈들러를 자신의 영웅이라고 이야기 하며 <양을 쫓는 모험>에서 의식적으로 그의 문체를 흉내냈다고 밝히는데 그런 이유로 혹자는 <양을 쫓는 모험>을 <Big Sheep>이라 부르기도 했다. Big Sleep을 읽어보면 하루키가 비단 문체만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인물의 세계관이나 성격 역시 모방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챈들러 특유의 직유를 통한 유머, 자신의 감정을 멀찍이 떨어져서 묘사하는 방식, 직업에 대해 스스로 '납득'해야 한다는 태도 등은 <양을 쫓는 모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챈들러는 본격 추리소설과 구별되는 하드보일드 장르에 천착했는데 셜록 홈즈가 전자의 대표적 인물이라면 <말타의 매>에 나오는 샘 스페이드와 <빅 슬립>의 필립 말로가 후자의 대표적 인물이다. 추리에 의존하기 보다는 총을 들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하드보일드 장르는 미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챈들러는 장르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문학적으로도 격찬을 받는 작가이다. 폴 오스터의 초기 작품에서도 레이먼드 챈들러의 영향이 드러나고, 그 자신도 챈들러가 미국을 이야기 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고 밝힌다.

 

필립 말로 시리즈는 총 여섯 편으로 <빅 슬립 The Big Sleep(1939)>, <안녕 내 사랑 Farewell, My Love(1940)>, <하이 윈도 The High Windows(1942)>, <호수의 여인 The Lady In the Lake(1943)>, <리틀 시스터 The Little Sister(1940)>, <기나긴 이별 The Long Good-bye(1949)>이 있는데,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필립 말로가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며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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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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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 1936년 12월 말, 영국에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가서 노동자 계급이 권력을 잡은 도시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교회는 불에 탔고 웨이터들은 손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동등한 입장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세뇨르>나 <돈>과 같이 상대방을 높이는 존칭이 사라졌음은 물론 팁을 주는 것도 금지되었다. 내전에서 파시스트를 물리치고 노동자 국가의 수호를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로 보였기에 의용군에 입대한다.

얼마간 훈련을 받은 후 전선에 배치되는데 전투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땔감과 감자 등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거는가 하면 선전전으로 상대편에게 동요를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

휴가를 얻어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후 카탈로니아 시가전을 경험한다. 전화국을 접수한 치안대와 무정부주의자들의 전투는 스페인 내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혁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다시 전선으로 가서 부상을 입어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데 주도세력인 공산주의자들이 통일노동자당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숙청을 하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이 투옥되고 해외 신문들은 진실과 다른 기사들을 써댈 뿐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영국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영국의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고 느끼자 '나는 때때로 우리가 폭탄의 굉음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는 결코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스페인 내전의 성격과 사회주의에 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무척 지루할 법한 이야기이다.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를 두고 <공공연히 정치적인 책>이라고 말하며 11장을 <프랑코와 공모했다는 비난을 받은 트로츠키파를 변호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탈로니아 찬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로츠키라는 인물, 혹은 만국사회주의와 영구혁명 개념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처음 영구혁명 개념을 접한 것은 1995년 <영구혁명론과 니카라구아혁명, 김민권, 한울출판사>를 통해서였다. 이 책은 동아리 선배가 기증한 책이었는데 그 선배는 나중에 신문기자가 되었다가 작가가 되었다. <뒤집기 한판>은 아직 읽지 못했다.

트로츠키는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초반까지도 스탈린주의의 영향으로 소비에트의 적, 변절자 등의 의미로 통했다. 트로츠키와 레닌은 마르크스가 1850년에 쓴 <공산주의자 동맹에 보내는 중앙위원회의 호소>에서 "민주적 쁘띠부르조아가 가능한 한 빨리 혁명을 끝내려 하고 있지만, 한편 혁명을 영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며, 많든 적든 모든 소유 계급이 지배에서 추방되고, 프롤레타리아트 연합이 1개국뿐 아니라 모든 주요국에서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의 경쟁을 중지하고, 적어도 결정적 생산력이 프롤레타리아트의 손에 집중되기까지 진행시킨다"를 서로 다르게 러시아에 적용하려 하였다.

레닌은 러시아에서 자본주의 발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이 완수된 후에야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쥐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단계적 혁명론) 한편 트로츠키는 바로 동일한 이유에서 영구혁명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후에 레닌은 자신의 단계적 혁명론을 버리고 트로츠키 영구혁명론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레닌 사후에 스탈린이 모든 권력을 자신의 손에 집중시키고 소비에트를 국가자본주의화 시키는 한편 트로츠키비방 캠페인을 벌인다. 트로츠키는 1926년 6월 이래 18개월 동안 스탈린주의에 맞선 투쟁에 전념하지만 트로츠키를 위시한 좌익반대파 지도자들은 중앙위원회에서 제명된다. 결국 트로츠키는 배신자로 몰려 숙청 위기에 처한다.(1940년에 살해됨)

 

한편 스페인에서 온건 공화파와 좌익 정당들이 '인민전선'을 결성, 1936년 2월의 선거를 통해 보수파를 공직에서 몰아내자 1936년 7월 17일 프랑코가 여러 도시들과 스페인령 모로코에서 반란을 일으켜 내전이 발발한다. 프랑코는 사제, 귀족, 군부 및 스페인 파시스트,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지와 지원을 받지만 프랑스의 인민전선 정부는 영국과 더불어 불간섭 정책을 채택하여 스페인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스탈린은 두달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다가 1936년 말 <카탈로니아 찬가>의 주인공이 스페인으로 들어간 그 시기부터 한정적인 도움을 준다. 변절한 소련 공산당의 강령에 충실한 '공산주의자(책에서는 공산주의자가 스탈린주의자를 의미한다)'에게만 무기를 공급한 것이다.

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산주의자'들은 프랑코에 대항해 싸우기보다는 무정부주의자와 트로츠키주의자를 무장해제시키고 숙청하는데 열을 올렸다. 정당에 속한 의용군들은 프랑코와의 전쟁이 끝난 후에도 혁명을 위해 무기를 쥐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트로츠키가 주장한 영구혁명으로 인해 자신들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권력이 흔들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에서 이기지도 않았는데 전쟁 이후의 권력을 위한 숙청이 거듭되었고, 혁명적 분위기는 사그라들었으며, 프랑코와 파시스트에게 패배하고 만다.

 

<동물농장>이나 <1984년>과 달리 <카탈로니아 찬가>는 정치 팸플릿을 연상시킨다.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각 정당들의 특성과 주장을 싣고 있다. 특이할만한 점은 주인공은 우연한 이유로 P.O.U.M. 부대에 소속된 것 뿐이고 트로츠키주의적 경향보다는 스탈린주의적 경향을 가진 곳에 관계가 깊었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을 직접 경험하면서 점차 P.O.U.M을 지지하게 된다. 볼셰비키(소수파라는 의미)가 혁명 이전까지 대중의 영향력을 거의 획득하지 못하다가 혁명의 전개됨에 따라 인민들이 볼셰비키에 동조했던 것과 같은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카탈로니아 찬가>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조제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치적 목적 - <정치적>이란 용어는 이 경우 가능한 한 넓은 의미의 것이다.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도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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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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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 보나세라는 딸을 잔혹하게 폭행하고 겁탈하려 했던 청년들이 가벼운 형벌을 받고 풀려나게 되자 자신이 믿어왔던 미국의 법과 질서가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해 주지 못함을 알게되고 돈 코를레오네를 찾아간다.

또 한 때 유명한 가수였으나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조니 폰테인은 이제 그가 필요로 하는 권력과 지혜를 갖춘 그분 돈 코를레오네를 찾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위가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제과업자 나조린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돈 코를레오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칠리아 출신 이탈리아인들은 법과 질서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할 때, 자신의 성공을 위해 더 큰 권력을 필요로 할 때 돈 코를레오네를 떠올린다. 그는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온 사람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적도 없었다. 다만 "돈 코를레오네의 빚을 졌다"라고만 말하고, 돈 코를레오네가 그에게 도움을 청할 때 빚을 갚을 준비만 되어있다면.

 

돈 코를레오네의 본명은 비토 안돌리니로 이탈리아 시칠리아 태생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그 무렵,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로마의 공식적인 정부보다 권한이 더 큰 제2의 정부였다. 그의 아버지는 사소한 시비 끝에 마피아를 살해함으로서 보복당하여 죽음을 당했고 비토 역시 마피아의 추격을 받자 뉴욕으로 건너온 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이름을 코를레오네로 바꾸었다.

결혼한 후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살림살이는 팍팍했고 급기야  이웃인 클레멘자, 그리고 테시오와 더불어 비단 드레스가 가득 찬 트럭을 털어 한 몫 잡는다. 하지만 파누치라고 하는 마피아가 비토에게 수익의 분배를 원했고 파누치가 겉보기와는 달리 제대로된 마피아가 아님을 간파한 코를레오네는 파누치를 살해한다. 그 후 이웃은 파누치를 누가 죽였는지 어림 짐작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코를레오네를 찾아왔다. 코를레오네는 자신의 분노를 숨길 줄 알았고, 누군가에게 드러내놓고 협박을 하지도 않았다. 점차 세력이 커지게 되자 코를레오네는 클레멘자와 테시오에게 각각 중간보스격인 카포레짐이라는 계급을 달아주고, 젠코 아반단도에게는 고문이라는 의미의 콘실리에리라는 직책을 맞긴다. 마지막으로 냉혹한 해결사인 루카 브레시까지 끌어들이자 그의 패밀리는 뉴욕에서 가장 힘이 있는 패밀리가 된다. 코를레오네는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주위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직접적이고도 신속하게 처리해 줌으로써 '권력'이 아닌 '권위'를 획득해 나간다. 그리고 코를레오네를 주위 사람들은 존경의 의미를 담아 돈 코를레오네, 혹은 대부라고 부르게 되었다.

 

돈 코를레오네에게는 세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다. 첫째 아들은 소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힘이 세고 성격이 잔인했다. 둘째는 프레디로 강단 있는 성격이 아니었고 아버지를 두려워 했다. 막내아들은 마이클로 아버지의 의사에 반하여 참전하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후에는 패밀리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그리고 막내 딸 코니가 있는데 코니는 카를로 리치라는 이탈리아 사내와 결혼을 한다.

 

어느 날 솔로조라는 마피아가 코를레오네를 찾아온다. 그는 타탈리아 패밀리와 연계하여 마약 사업을 벌이고 싶어하지만, 정치권과 경찰의 도움 없이 마약 사업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기 때문에 지분을 나누자며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코를레오네는 도박 등의 범죄와 달리 마약은 정치권과 경찰도 꺼려하는 범죄이므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자멸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그 제안을 거절한다. 솔로조는 소니의 경솔한 말 때문에 소니는 마약 사업을 찬성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루카를 살해한 후 코를레오네를 저격한다. 하지만 코를레오네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소니는 전쟁에 돌입한다. 둘째인 프레디는 아버지의 총격을 옆에서 지켜본 후로 심약한 성격으로 패밀리 일을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해서 라스베거스로 피신한다.

코를레오네가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솔로조는 협상을 제의하는 한편 코를레오네의 병원을 습격한다. 하지만 마이클이 병문안을 갔다가 눈치를 채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가고 솔로조와 한편이 된 경찰서장은 마이클을 폭행하여 마이클의 턱뼈가 으스러지고 만다.

코를레오네 패밀리는 솔로조와 경찰서장을 제거하지 않는 한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패밀리의 일에서 한발 떨어져 있던 마이클이 그 일을 자청한다. 식당에서 솔로조와 경찰서장을 살해한 마이클은 사랑하는 연인 케이를 뒤로 한 채 시칠리아로 도피한다.

한편 매일같이 코니를 폭행하던 카를로 리치에 격분한 소니는 카를로 리치를 흠씬 두들겨 패고, 이에 앙심을 품은 카를로는 소니의 행방을 타탈리아 패밀리에게 발설함으로서 소니가 살해당한다.

 

시칠리아에 도피한 마이클은 언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상태에서 세월을 보내다가 아폴로니아라는 이름의 처녀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녀와 결혼하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는데, 타탈리아 패밀리의 추격이 임박하는 한편 소니가 죽었다는 소식도 듣는다. 그리고 임신 1개월이던 아폴로니아가 엔진을 켜는 순간 차가 폭발하여 아폴로니아가 죽고 만다.

 

코를레오네는 소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계속 전쟁을 벌인다면 희생은 커지고 마이클이 영영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알고 뉴욕의 타탈리아 등 패밀리에게 휴전을 제의한다. 이곳에서 패밀리들은 마이클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것과 마약 판매에 있어 일정한 원칙을 지킨다면 코를레오네 패밀리가 정치권의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이라는 점 등을 협상하고 마침내 마이클이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케이를 다시 만난 마이클은 케이에게 청혼하고 둘은 결혼한다.

 

노쇠한 코를레오네를 대신해 보스의 지위를 차츰 이양받기 시작한 마이클은 기존의 사업들을 몇 년 내에 합법화시키는 구상을 하고, 새로 떠오르기 시작한 라스베거스로 이동을 준비한다. 

하지만 카포레짐인 클레멘자와 테시오는 뉴욕에서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세력을 라스베거스로 이동시키면 남게 되는 자신들의 지위가 점차 세력을 확장해가는 다른 패밀리들 때문에 위협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직은 마이클이 코를레오네가 보여준 지혜와 위엄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돈 코를레오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마이클은 행동을 개시한다. 마이클은 표면적으로 라스베거스로 이동하는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코를레오네와 마이클은 그들의 원한을 잊지 않았다. 코를레오네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배신이 발각된 테시오, 타탈리아와 그를 배후에서 지원했던 바르지니, 소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카를로 리치, 아폴로니아를 죽게 만들었던 시칠리아의 목동 파브리지오 등 조직에 해악을 미쳤거나 원한을 샀던 자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살해한다.

 

 

 

소설은 1972년에 신예에 가까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감독을 맡고, 말론 브란도와 무명이었던 알 파치노가 각각 코를레오네와 마이클 역할을 맡아 영화로 제작된다. 그리고 1939년 이래 흥행순위 1위를 30년 이상 굳건히 지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그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주연상을 탄다.  

 

마리오 푸조는 <대부> 이전에 썼던 자신의 소설 <어둠의 투기장 The Dark Arena,1955>과 <행운의 순례자 The Fortunate Pilgrim, 1965>들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 반면, <대부>는 단지 흥행을 염두에 두고 돈을 벌기 위해 쓴 소설이며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대부>는 전 세계 2천만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평론가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또 코폴라 감독 역시 <대부>의 흥행에 대해 자신이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 말함으로서 <대부>에 흥행 이상의 가치는 부여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로버트 J.톰슨은 <대부>가 흥행한 이유로 새로운 영웅상과 판타지를 꿈꾸던 시대적 요청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는 베트남 전쟁과 정치권의 타락 등으로 변화된 시대적 상황은 인디언을 몰아내고 미국을 차지하는 서부극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었고, 서부극은 더 이상 예전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치권은 깨끗하지 못했고 미국은 다른나라에서 더러운 전쟁을 벌이고 있던 그 때, 가부장적이기는 하나 효과적이고 빠른 정의를 설파하며, 패밀리의 세계 속에서 악은 결국 응징되고야 마는 <대부> 이야기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판타지를 꿈꾸게 했다는 것이다.

 

소설과 영화는 갖가지 일화도 많은데 조셉 콜롬보라는 뉴욕 마피아는 <대부>의 제작을 방해하고 폭탄 테러 위협을 가했고, 소설에 나오는 조니 폰테인이라는 인물을 두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자신을 연상시킨다며 마리오 푸조을 협박한 사건이 있다. 또 인종적인 편견을 담은 내용으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고,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등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 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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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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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하츠는 고등학교에 올라온 후로 단짝이었던 키누요가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느라 소원해지자 외톨이가 된다. 생물 실험을 하다가 비슷한 처지의 니나가와와 한 그룹이 되는데, 니나가와는 특이하게도 여성 패션 잡지를 보고 있다. 잡지에 나온 올리라는 모델 겸 가수를 하츠가 실제로 본적이 있다고 말하자 니나가와는 하츠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니나가와의 집에 간 하츠는 그가 올리의 열성 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니나가와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끼는 하츠는 올리 이야기만 하는 니나가와가 야속하게 생각되고, 어느날인가 등을 돌리고 올리가 나오는 라디오 청취에만 열을 올리는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차준다.

여름방학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놀러갈 계획을 세우지만 하츠는 만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니나가와가 올리의 라이브콘서트 티켓을 구해와 하츠와 키누요 까지 셋은 콘서트를 보러간다. 콘서트에서 자연스럽게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은 키누요 뿐이고, 하츠는 분위기상 움직이기는 하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고 니나가와는 올리만 바라볼 뿐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대기실을 빠져나가는 올리에게 니나가와는 무턱대고 다가가다가 스텝 요원들에게 이상한 녀석 취급을 받고 제지당한다.

버스가 끊겨 니나가와의 집으로 자러간 날, 니나가와는 하츠에게 "올리짱에게 다가갔을 때, 나, 그 사람을 이제까지 그 어느 순간보다 가장 멀게 느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츠는 니나가와의 등을 발로 차주고 싶다고 느낀다. 그것은 사랑스러운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이다.

 

수원역에서 읽기 시작해서 계산역에 도착하는 순간 다 읽었다. 딱히 속도를 조절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되었다. 전작 <인스톨>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시카와 타다시가 "굳이 문학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술술 읽히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술술 읽힌다.

<인스톨>의 연장선 이라고 해야 할까, 일관된 느낌도 괜찮았다. <인스톨>에서 주인공 도모코는 등교 거부를 하고 초등학교 6학년생인 카즈요시와 채팅방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잠시 도피를 하지만 결국 도모코가 깨닫는 것은 가상공간은 가상공간이고 현실은 여전히 현실이라는 평범한 사실이었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에서 하츠는 다른 아이들이 유치해서 놀기 싫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키누요와 멀어지자 소풍 때 잠만 자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고, 육상부 선생님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과 육상부원들 사이에는 애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츠는 애정 표현이 어색하고 쑥스럽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그런 결과로 스스로 껍질을 뒤집어 쓴 것처럼 되고 만다. 또 니나가와가 자기와 공통된 관심사 얘기를 했으면 하면서도 그런 말을 직접 하지는 못한다. 아니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 자체를 무의식중에 부정한다. 그렇지만 니나가와가 자기로 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왠지 싫고,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차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편 니나가와는 이상형 올리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히키코모리와 같이 생활하지만 막상 그녀를 직접 본 순간 무척 멀게 느끼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와타야 리사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남들과 다른 아이들이 아니고, 남들처럼 되고 싶은 아이들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서 때로는 괴롭기도 하고 때로는 허세도 부린다. 그래서 아이들의 허세가 미워보이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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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펭귄클래식 36
다니엘 디포 지음,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1632년 요크시에서 태어난 독일계 로빈슨 크루소(크로이츠나엘)은 일찍부터 방랑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혀 배를 타고 항해하기를 소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에게 '인생의 재앙은 상류층과 하류층에만 나타나는 것이고 중류층은 심신이 편안하다' 면서 물려주는 재산을 받아 중류층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길 권한다.

하지만 몰래 집을 도망쳐 나와 항해에 나선 로빈슨 크루소는 배가 난파되고 무어인에게 사로잡히는 등 불길한 출발을 한다. 탈출한 후에 브라질로 건너가 부유한 농토를 소유하게 되지만 방랑벽이 다시 그를 사로잡아 1659년에 다시 항해에 나서는데 카리브 해에서 폭풍을 만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천만 다행으로 난파한 배 역시 섬으로 떠밀려와 총과 화약, 약간의 음식과 도구들을 가지고 생존하기 시작한다. 집을 만들고 앵무새와 양을 길들이고 농사를 짓는 등 생존을 해나가면서 때때로 하나님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절해고도에 자신이 처한 것이 어찌 보면 불행이지만 모든 선원들이 다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점이나 배가 섬으로 떠밀려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확보한 것 등은 하나님의 은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를 만들어 탈출할 궁리도 해보지만 조류가 거세어 포기하고 섬에서의 생활에 자족할 무렵 우연히 사람 발자국을 발견한다. 섬의 반대편을 관찰한 결과 식인 풍습이 있는 야만인들이 이따금 섬으로 포로를 데려와 잡아먹곤 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로빈슨 크루소는 분노하며 그들을 죽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들 역시 하나님의 계획 중 일부라서 자기가 그들을 죽여선 안되는지 고민한다.

야만인이 또다시 섬에 들어온 어느날 로빈슨 크루소는 야만인 중 한 명을 구해주고 야만인은 로빈슨 크루소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그들이 만난 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로빈슨 크루소는 야만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에게 말과 성경 말씀을 가르친다.

어느날 반란을 일어난 상선이 섬에 정박하고 로빈슨 크루소는 죽을 위기에 처한 선장을 구해준 뒤 배를 타고 영국으로 되돌아간다. 브라질의 농장 재산이 믿을 만한 사람들에 의해 잘 보존이 되어 큰 이윤마저 얻게 되자 로빈슨 크루소는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적절히 재산을 배분해주고 또다시 자신이 살던 섬으로 항해를 떠난다.

 

15세기 초부터 17세기 초까지를 흔히 대항해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에 거의 대부분의 항로가 개척되고 약탈을 통한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 이루어진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러한 시기 부르주아의 세계관을 반영한 소설이다. 시민계급들은 부를 축적하는 한편 봉건영주들에게 권력을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국교도에 대항하여 신앙의 자유를 획득하고자 한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런 시기에 King's English가 아닌 Cockney로 쉽게 쓰여졌기 때문에 시민계급에게 인기가 있었고 학생과 선원들 사이에서 널리 읽혀 국민문학가로 지칭되었다고 한다. 또한 자본주의적인 경제관념을 작품 전반에 드리우고 있어 자본주의 사회의 태동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원제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그의 신기하고 놀라운 모험>, 흔히들 줄여서 <로빈슨 크루소>로 부르는 이 소설은 어릴 적에 축약본으로 누구나 읽었을 소설이다. 다 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꽤나 새롭다.

7년 뒤에 나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처럼 날카로운 사회비판은 덜하지만 사실적인 묘사들은 문학사적 의의도 크다고 한다. 어쨌든 '난파와 생존' 이라는 모티브 만으로도 <로빈슨 크루소>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6566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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