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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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로는 서른세살로 한 때는 수사관으로 지방검사인 와일드 밑에서 일했으나 명령 불복종으로 해고된 뒤 탐정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퇴역 장군인 스텐우드가 사건을 의뢰한다.

스텐우드에게는 딸이 두 명 있는데 첫째는 리건 부인으로 세 번 결혼을 했다. 그녀의 마지막 남편이었던 러스티 리건을 스텐우드 장군은 무척 마음에 들어 했으나 한 달쯤 전에 아무말 없이 사라졌다. 소문에 따르면 술집과 도박장을 경영하는 에디 마스라는 거친 남자의 아내와 도망간 것으로 되어 있다. 둘째 딸은 카멘으로 백치와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다. 두 딸 모두 헤픈 것으로 알려져 있고 스텐우드 장군의 속을 썩이고 있다. 장군은 아홉 달쯤 전에 조 브로디라는 남자에게 카멘을 내버려 두라고 오천 달러를 주었고 이번엔 아서 그윈 가이거라는 서점 주인으로 부터 협박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둘째 딸 카멘이 그에게 일천 달러를 지불할 것을 약속하는 어음이 들어있었다.

가이거의 서점을 방문한 필립 말로는 우연한 계기로 그 서점이 경찰들의 비호를 받으며 음란서적을 대여하는 곳임을 알게된 후 가이거의 집을 염탐한다. 가이거의 집 앞에서 총소리를 들은 말로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가이거가 총에 맞아 죽어있는 것과 카멘이 벌거벗은 채 마약에 취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카멘을 촬영한 사진기가 놓여 있었지만 필름은 살인범이 가져간 뒤였다. 집안을 뒤지다 책을 대여해가는 고객 명부를 적은 공책을 입수한 뒤 카멘을 집으로 데려다 준다. 그리고 다음날 뷰익 한 대가 부두 앞에 떠오르는데, 차에서 발견된 것은 스텐우드 장군의 집 운전사 오웬 테일러였다.

다시 가이거의 서점을 조사하기 시작한 말로는 서점에서 책을 실어내가는 자를 미행하여 그 자가 바로 조 브로디임을 알아낸다. 조 브로디와 가이거 서점의 점원이었던 아그네스를 압박한 결과 말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낸다. 조 브로디는 가이거의 음란서적 대여업에 흥미를 갖고 아그네스와 그 사업에 한 몫 낄 궁리를 하며 가이거의 집을 염탐하다가 가이거를 살해하고 도망가던 자를 쫓아가 사진을 탈취한다. 탈취한 카멘의 나체 사진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한편 가이거의 음란서적을 아그네스와 공모하여 훔친 것이다. 가이거를 살해한 자는 오웬 테일러로 그는 가이거가 카멘을 데리고 하는 짓을 못마땅해 하다가 살해한 후 누군가에 의해(혹은 자살) 차에 탄 채로 물 속에 처박혔다.

말로가 사진을 되찾은 그 때 누군가 조 브로디의 문을 두드리고 조 브로디는 캐롤 런그렌이라는 자에게 총을 맞아 죽는다. 그는 가이거의 동성애자 애인이었고 조 브로디가 서점에서 책을 훔쳐가자 그가 가이거를 죽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표면적인 사건을 해결하여 스텐우드 장군으로부터 오백달러의 사례금을 받았지만 말로는 스텐우드 장군이 진정 원하는 것은 로건 부인의 마지막 남편인 러스티 리건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리 존스라는 땅딸막한 남자가 러스티 리건은 에디 마스의 부인과 도망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고, 에디 마스의 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접촉해 온다. 해리 존스를 찾아간 날 말로는 존스가 캐니노라는 에디 마스의 부하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캐니노를 추적하여 에디 마스의 부인을 찾아낸다. 하지만 케니노에게 잡혀 죽을 위기를 넘긴 후 스텐우드 장군의 집으로 가서 모든 것을 밝혀낸다.

권총 쏘는 법을 알려달라는 카멘은 표적을 쏘지 않고 말로를 쏘려 하는데 그 이유는 말로가 카멘의 유혹을 뿌리치고 침실에서 쫓아냈기 때문이다. 말로는 카멘이 마찬가지 이유로 러스티 리건을 유혹했다가 거절당하자 총 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 후 죽였던 것을 추측하고, 동생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언니인 로건 부인은 에디 마스의 도움을 받은 후 그것을 약점으로 잡힌 것이었음을 알아낸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재평가 받은 계기 중 하나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이먼드 챈들러를 자신의 영웅이라고 이야기 하며 <양을 쫓는 모험>에서 의식적으로 그의 문체를 흉내냈다고 밝히는데 그런 이유로 혹자는 <양을 쫓는 모험>을 <Big Sheep>이라 부르기도 했다. Big Sleep을 읽어보면 하루키가 비단 문체만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인물의 세계관이나 성격 역시 모방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챈들러 특유의 직유를 통한 유머, 자신의 감정을 멀찍이 떨어져서 묘사하는 방식, 직업에 대해 스스로 '납득'해야 한다는 태도 등은 <양을 쫓는 모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챈들러는 본격 추리소설과 구별되는 하드보일드 장르에 천착했는데 셜록 홈즈가 전자의 대표적 인물이라면 <말타의 매>에 나오는 샘 스페이드와 <빅 슬립>의 필립 말로가 후자의 대표적 인물이다. 추리에 의존하기 보다는 총을 들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하드보일드 장르는 미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챈들러는 장르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문학적으로도 격찬을 받는 작가이다. 폴 오스터의 초기 작품에서도 레이먼드 챈들러의 영향이 드러나고, 그 자신도 챈들러가 미국을 이야기 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고 밝힌다.

 

필립 말로 시리즈는 총 여섯 편으로 <빅 슬립 The Big Sleep(1939)>, <안녕 내 사랑 Farewell, My Love(1940)>, <하이 윈도 The High Windows(1942)>, <호수의 여인 The Lady In the Lake(1943)>, <리틀 시스터 The Little Sister(1940)>, <기나긴 이별 The Long Good-bye(1949)>이 있는데,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필립 말로가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며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721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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