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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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 1936년 12월 말, 영국에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가서 노동자 계급이 권력을 잡은 도시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교회는 불에 탔고 웨이터들은 손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동등한 입장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세뇨르>나 <돈>과 같이 상대방을 높이는 존칭이 사라졌음은 물론 팁을 주는 것도 금지되었다. 내전에서 파시스트를 물리치고 노동자 국가의 수호를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로 보였기에 의용군에 입대한다.

얼마간 훈련을 받은 후 전선에 배치되는데 전투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땔감과 감자 등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거는가 하면 선전전으로 상대편에게 동요를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

휴가를 얻어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후 카탈로니아 시가전을 경험한다. 전화국을 접수한 치안대와 무정부주의자들의 전투는 스페인 내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혁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다시 전선으로 가서 부상을 입어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데 주도세력인 공산주의자들이 통일노동자당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숙청을 하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이 투옥되고 해외 신문들은 진실과 다른 기사들을 써댈 뿐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영국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영국의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고 느끼자 '나는 때때로 우리가 폭탄의 굉음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는 결코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스페인 내전의 성격과 사회주의에 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무척 지루할 법한 이야기이다.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를 두고 <공공연히 정치적인 책>이라고 말하며 11장을 <프랑코와 공모했다는 비난을 받은 트로츠키파를 변호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탈로니아 찬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로츠키라는 인물, 혹은 만국사회주의와 영구혁명 개념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처음 영구혁명 개념을 접한 것은 1995년 <영구혁명론과 니카라구아혁명, 김민권, 한울출판사>를 통해서였다. 이 책은 동아리 선배가 기증한 책이었는데 그 선배는 나중에 신문기자가 되었다가 작가가 되었다. <뒤집기 한판>은 아직 읽지 못했다.

트로츠키는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초반까지도 스탈린주의의 영향으로 소비에트의 적, 변절자 등의 의미로 통했다. 트로츠키와 레닌은 마르크스가 1850년에 쓴 <공산주의자 동맹에 보내는 중앙위원회의 호소>에서 "민주적 쁘띠부르조아가 가능한 한 빨리 혁명을 끝내려 하고 있지만, 한편 혁명을 영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며, 많든 적든 모든 소유 계급이 지배에서 추방되고, 프롤레타리아트 연합이 1개국뿐 아니라 모든 주요국에서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의 경쟁을 중지하고, 적어도 결정적 생산력이 프롤레타리아트의 손에 집중되기까지 진행시킨다"를 서로 다르게 러시아에 적용하려 하였다.

레닌은 러시아에서 자본주의 발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이 완수된 후에야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쥐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단계적 혁명론) 한편 트로츠키는 바로 동일한 이유에서 영구혁명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후에 레닌은 자신의 단계적 혁명론을 버리고 트로츠키 영구혁명론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레닌 사후에 스탈린이 모든 권력을 자신의 손에 집중시키고 소비에트를 국가자본주의화 시키는 한편 트로츠키비방 캠페인을 벌인다. 트로츠키는 1926년 6월 이래 18개월 동안 스탈린주의에 맞선 투쟁에 전념하지만 트로츠키를 위시한 좌익반대파 지도자들은 중앙위원회에서 제명된다. 결국 트로츠키는 배신자로 몰려 숙청 위기에 처한다.(1940년에 살해됨)

 

한편 스페인에서 온건 공화파와 좌익 정당들이 '인민전선'을 결성, 1936년 2월의 선거를 통해 보수파를 공직에서 몰아내자 1936년 7월 17일 프랑코가 여러 도시들과 스페인령 모로코에서 반란을 일으켜 내전이 발발한다. 프랑코는 사제, 귀족, 군부 및 스페인 파시스트,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지와 지원을 받지만 프랑스의 인민전선 정부는 영국과 더불어 불간섭 정책을 채택하여 스페인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스탈린은 두달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다가 1936년 말 <카탈로니아 찬가>의 주인공이 스페인으로 들어간 그 시기부터 한정적인 도움을 준다. 변절한 소련 공산당의 강령에 충실한 '공산주의자(책에서는 공산주의자가 스탈린주의자를 의미한다)'에게만 무기를 공급한 것이다.

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산주의자'들은 프랑코에 대항해 싸우기보다는 무정부주의자와 트로츠키주의자를 무장해제시키고 숙청하는데 열을 올렸다. 정당에 속한 의용군들은 프랑코와의 전쟁이 끝난 후에도 혁명을 위해 무기를 쥐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트로츠키가 주장한 영구혁명으로 인해 자신들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권력이 흔들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에서 이기지도 않았는데 전쟁 이후의 권력을 위한 숙청이 거듭되었고, 혁명적 분위기는 사그라들었으며, 프랑코와 파시스트에게 패배하고 만다.

 

<동물농장>이나 <1984년>과 달리 <카탈로니아 찬가>는 정치 팸플릿을 연상시킨다.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각 정당들의 특성과 주장을 싣고 있다. 특이할만한 점은 주인공은 우연한 이유로 P.O.U.M. 부대에 소속된 것 뿐이고 트로츠키주의적 경향보다는 스탈린주의적 경향을 가진 곳에 관계가 깊었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을 직접 경험하면서 점차 P.O.U.M을 지지하게 된다. 볼셰비키(소수파라는 의미)가 혁명 이전까지 대중의 영향력을 거의 획득하지 못하다가 혁명의 전개됨에 따라 인민들이 볼셰비키에 동조했던 것과 같은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카탈로니아 찬가>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조제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치적 목적 - <정치적>이란 용어는 이 경우 가능한 한 넓은 의미의 것이다.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도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708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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