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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 2003년 4월
평점 :
아메리고 보나세라는 딸을 잔혹하게 폭행하고 겁탈하려 했던 청년들이 가벼운 형벌을 받고 풀려나게 되자 자신이 믿어왔던 미국의 법과 질서가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해 주지 못함을 알게되고 돈 코를레오네를 찾아간다.
또 한 때 유명한 가수였으나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조니 폰테인은 이제 그가 필요로 하는 권력과 지혜를 갖춘 그분 돈 코를레오네를 찾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위가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제과업자 나조린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돈 코를레오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칠리아 출신 이탈리아인들은 법과 질서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할 때, 자신의 성공을 위해 더 큰 권력을 필요로 할 때 돈 코를레오네를 떠올린다. 그는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온 사람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적도 없었다. 다만 "돈 코를레오네의 빚을 졌다"라고만 말하고, 돈 코를레오네가 그에게 도움을 청할 때 빚을 갚을 준비만 되어있다면.
돈 코를레오네의 본명은 비토 안돌리니로 이탈리아 시칠리아 태생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그 무렵,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로마의 공식적인 정부보다 권한이 더 큰 제2의 정부였다. 그의 아버지는 사소한 시비 끝에 마피아를 살해함으로서 보복당하여 죽음을 당했고 비토 역시 마피아의 추격을 받자 뉴욕으로 건너온 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이름을 코를레오네로 바꾸었다.
결혼한 후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살림살이는 팍팍했고 급기야 이웃인 클레멘자, 그리고 테시오와 더불어 비단 드레스가 가득 찬 트럭을 털어 한 몫 잡는다. 하지만 파누치라고 하는 마피아가 비토에게 수익의 분배를 원했고 파누치가 겉보기와는 달리 제대로된 마피아가 아님을 간파한 코를레오네는 파누치를 살해한다. 그 후 이웃은 파누치를 누가 죽였는지 어림 짐작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코를레오네를 찾아왔다. 코를레오네는 자신의 분노를 숨길 줄 알았고, 누군가에게 드러내놓고 협박을 하지도 않았다. 점차 세력이 커지게 되자 코를레오네는 클레멘자와 테시오에게 각각 중간보스격인 카포레짐이라는 계급을 달아주고, 젠코 아반단도에게는 고문이라는 의미의 콘실리에리라는 직책을 맞긴다. 마지막으로 냉혹한 해결사인 루카 브레시까지 끌어들이자 그의 패밀리는 뉴욕에서 가장 힘이 있는 패밀리가 된다. 코를레오네는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주위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직접적이고도 신속하게 처리해 줌으로써 '권력'이 아닌 '권위'를 획득해 나간다. 그리고 코를레오네를 주위 사람들은 존경의 의미를 담아 돈 코를레오네, 혹은 대부라고 부르게 되었다.
돈 코를레오네에게는 세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다. 첫째 아들은 소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힘이 세고 성격이 잔인했다. 둘째는 프레디로 강단 있는 성격이 아니었고 아버지를 두려워 했다. 막내아들은 마이클로 아버지의 의사에 반하여 참전하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후에는 패밀리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그리고 막내 딸 코니가 있는데 코니는 카를로 리치라는 이탈리아 사내와 결혼을 한다.
어느 날 솔로조라는 마피아가 코를레오네를 찾아온다. 그는 타탈리아 패밀리와 연계하여 마약 사업을 벌이고 싶어하지만, 정치권과 경찰의 도움 없이 마약 사업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기 때문에 지분을 나누자며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코를레오네는 도박 등의 범죄와 달리 마약은 정치권과 경찰도 꺼려하는 범죄이므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자멸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그 제안을 거절한다. 솔로조는 소니의 경솔한 말 때문에 소니는 마약 사업을 찬성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루카를 살해한 후 코를레오네를 저격한다. 하지만 코를레오네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소니는 전쟁에 돌입한다. 둘째인 프레디는 아버지의 총격을 옆에서 지켜본 후로 심약한 성격으로 패밀리 일을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해서 라스베거스로 피신한다.
코를레오네가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솔로조는 협상을 제의하는 한편 코를레오네의 병원을 습격한다. 하지만 마이클이 병문안을 갔다가 눈치를 채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가고 솔로조와 한편이 된 경찰서장은 마이클을 폭행하여 마이클의 턱뼈가 으스러지고 만다.
코를레오네 패밀리는 솔로조와 경찰서장을 제거하지 않는 한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패밀리의 일에서 한발 떨어져 있던 마이클이 그 일을 자청한다. 식당에서 솔로조와 경찰서장을 살해한 마이클은 사랑하는 연인 케이를 뒤로 한 채 시칠리아로 도피한다.
한편 매일같이 코니를 폭행하던 카를로 리치에 격분한 소니는 카를로 리치를 흠씬 두들겨 패고, 이에 앙심을 품은 카를로는 소니의 행방을 타탈리아 패밀리에게 발설함으로서 소니가 살해당한다.
시칠리아에 도피한 마이클은 언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상태에서 세월을 보내다가 아폴로니아라는 이름의 처녀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녀와 결혼하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는데, 타탈리아 패밀리의 추격이 임박하는 한편 소니가 죽었다는 소식도 듣는다. 그리고 임신 1개월이던 아폴로니아가 엔진을 켜는 순간 차가 폭발하여 아폴로니아가 죽고 만다.
코를레오네는 소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계속 전쟁을 벌인다면 희생은 커지고 마이클이 영영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알고 뉴욕의 타탈리아 등 패밀리에게 휴전을 제의한다. 이곳에서 패밀리들은 마이클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것과 마약 판매에 있어 일정한 원칙을 지킨다면 코를레오네 패밀리가 정치권의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이라는 점 등을 협상하고 마침내 마이클이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케이를 다시 만난 마이클은 케이에게 청혼하고 둘은 결혼한다.
노쇠한 코를레오네를 대신해 보스의 지위를 차츰 이양받기 시작한 마이클은 기존의 사업들을 몇 년 내에 합법화시키는 구상을 하고, 새로 떠오르기 시작한 라스베거스로 이동을 준비한다.
하지만 카포레짐인 클레멘자와 테시오는 뉴욕에서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세력을 라스베거스로 이동시키면 남게 되는 자신들의 지위가 점차 세력을 확장해가는 다른 패밀리들 때문에 위협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직은 마이클이 코를레오네가 보여준 지혜와 위엄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돈 코를레오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마이클은 행동을 개시한다. 마이클은 표면적으로 라스베거스로 이동하는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코를레오네와 마이클은 그들의 원한을 잊지 않았다. 코를레오네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배신이 발각된 테시오, 타탈리아와 그를 배후에서 지원했던 바르지니, 소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카를로 리치, 아폴로니아를 죽게 만들었던 시칠리아의 목동 파브리지오 등 조직에 해악을 미쳤거나 원한을 샀던 자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살해한다.
소설은 1972년에 신예에 가까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감독을 맡고, 말론 브란도와 무명이었던 알 파치노가 각각 코를레오네와 마이클 역할을 맡아 영화로 제작된다. 그리고 1939년 이래 흥행순위 1위를 30년 이상 굳건히 지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그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주연상을 탄다.
마리오 푸조는 <대부> 이전에 썼던 자신의 소설 <어둠의 투기장 The Dark Arena,1955>과 <행운의 순례자 The Fortunate Pilgrim, 1965>들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 반면, <대부>는 단지 흥행을 염두에 두고 돈을 벌기 위해 쓴 소설이며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대부>는 전 세계 2천만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평론가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또 코폴라 감독 역시 <대부>의 흥행에 대해 자신이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 말함으로서 <대부>에 흥행 이상의 가치는 부여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로버트 J.톰슨은 <대부>가 흥행한 이유로 새로운 영웅상과 판타지를 꿈꾸던 시대적 요청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는 베트남 전쟁과 정치권의 타락 등으로 변화된 시대적 상황은 인디언을 몰아내고 미국을 차지하는 서부극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었고, 서부극은 더 이상 예전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치권은 깨끗하지 못했고 미국은 다른나라에서 더러운 전쟁을 벌이고 있던 그 때, 가부장적이기는 하나 효과적이고 빠른 정의를 설파하며, 패밀리의 세계 속에서 악은 결국 응징되고야 마는 <대부> 이야기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판타지를 꿈꾸게 했다는 것이다.
소설과 영화는 갖가지 일화도 많은데 조셉 콜롬보라는 뉴욕 마피아는 <대부>의 제작을 방해하고 폭탄 테러 위협을 가했고, 소설에 나오는 조니 폰테인이라는 인물을 두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자신을 연상시킨다며 마리오 푸조을 협박한 사건이 있다. 또 인종적인 편견을 담은 내용으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고,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등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 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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