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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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바램은 담임 똥주가 죽어주는 것. 난장이 아버지와 정신 지체가 있는 삼촌과 살아가는 완득이를 담임 똥주는 놀리고 괴롭히는데, 정작 담임이 하는 말의 면면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고 때로는 자신을 위한 말들도 있어 완득이는 더 약이 오르는 것이다.

배가 고파 죽는 것이 쪽팔린 것이지 수급자가 된 것이 쪽팔린 것이 아니다 라든가, 난장이 아버지가 지하철에서 물건 파는 것을 반 아이들이 다 알도록 이야기하며 사지 멀쩡한 사람이 집에서 노는 것이 쪽팔린 것이다 라든가, 옳은 소리긴 한데 완득이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언사를 일삼는 것이다.

어느 날 똥주가 완득이에게 베트남인 어머니가 있다고 알려준다. 마침내 어머니와 대면한 완득이는 쑥스러우나마 어머니에게 신발을 사주기도 하고 해주시는 밥도 먹으며 관계를 조금씩 쌓아 나간다.

완득이는 반에서 일등 하는 정윤하와 미숙한 연애도 시작하고 킥복싱도 배우며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간다.

 

영화를 먼저 보았는데 영화 속 따뜻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똥주 역의 김윤석과 완득이 역의 유아인은 너무나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똥주와 무협지 소설가의 러브 라인은 소설에 나오지 않지만 그 외의 부분은 대사까지 거의 비슷하다.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손 댈 필요 없을 정도로 드라마로서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리라.

물론 완득이와 같은 환경에서 비뚤어지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겠지만, 완득이와 같은 캐릭터를 등장시켰다는 것에서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느껴져서 좋았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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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범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9
앙드레 지드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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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는 어느 날 자신이 사생아임을 알게 된다. 사실을 인지한 그날로 베르나르는 야멸찬 편지를 아버지 앞으로 남긴채 집을 나간다. 친구 올리비에의 집에서 그날 밤을 보내는데, 올리비에는 자신의 형 벵상과 외삼촌 에두아르에 관해 이야기 한다.

벵상은 폐병으로 입원한 요양원에서 남편이 있는 로라를 만난다. 둘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이상 심리에서 관계를 맺고 그 결과로 로라가 임신을 한다. 로라와 태어날 아이를 위해 돈을 마련하려던 벵상은 파사방의 권유로 도박을 하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고 만다. 벵상은 애초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돈을 모두 잃었다는 사실을 빌미로 로라의 처지를 외면하고 그녀를 버린다. 

에두아르는 소설가로 올리비에는 그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으며, 베르나르 역시 올리비에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된다.

벵상에게 버림받은 로라는 자신의 첫사랑인 에두아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에두아르가 오는 날 올리비에는 역으로 마중을 간다. 에두아르와 올리비에는 서로에 대해 끌려왔고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싱겁게 끝나고 만다. 베르나르는 역에서 주운 에두아르의 물품 보관 표로 그의 가방을 손에 넣은 뒤 일기를 훔쳐 보게 된다. 그의 일기는 자신의 소설에 대한 구상, 로라와 올리비에에 관한 감정 등이 적혀 있었다. 베르나르는 로라를 찾아가 그곳에서 에두아르와 만나게 된다. 에두아르는 베르나르에게 흥미를 보이고 그를 비서로 삼아 로라와 셋이서 스위스의 사아스 페로 여행을 떠난다. 한편 셋의 여행에 심한 질투를 느낀 올리비에는 천박한 소설가인 파사방 백작의 일을 거들기 시작한다.

에두아르는 사아스 페에서 옛 스승 라 페루즈의 손자인 보리스를 데려와 기숙 학교에 입학시킨다. 베르나르는 로라에게 사랑을 느꼈지만 그녀의 동생 사라와 관계를 맺는다. 언젠가는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겠다던 라 페루즈는 끝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손자인 보리스가 그 권총에 의해 희생되고 만다. <위폐범들>이라는 소설을 구상해오던 에두아르는 보리스의 사건을 소설에 쓰지 않기로 결심한다. 올리비에의 동생 조르주는 위폐를 사용하는 일로 문제를 일으키고, 베르나르는 아버지 프로피탕디외 씨에게로 돌아간다.

 

열두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앙드레 지드는 어머니의 과잉보호와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동경하던 외사촌 누이 마들렌 롱도와의 결혼이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힌 지드는 <앙드레 왈테르의 수기(1981)>에서 자신이 결혼하더라도 육체 관계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마들렌은 이 수기를 읽고 그의 구혼을 거절한다. 그 무렵 니체와 오스카 와일드를 만나고 기독교와는 결별한다.

1893년 10월 친구이자 화가인 폴 로랑과 아프리카 알제리로 여행을 떠나는데 그곳에서 동성애 관계를 알게 된다. 1985년 5월 어머니를 여읜 후 마들렌에게 다시 구혼하여 결혼한다. 그러나 지드는 자신의 선언대로 그녀와 육체 관계를 맺지 않고, 이로 인하여 결혼 생활은 불행해진다.

<지상의 양식(1897)>, <배덕자(1902)>에서 개인주의를 극단으로 밀고 나갈 때 생기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좁은문(1909)>에서는 반대로 종교적 이상을 위해 자연적 본능을 억압할 때 생기는 위험에 대해 묘사하여 호평을 받는다. 1909년에는 <신프랑스 평론>을 창간하는데, 이 잡지는 훗날 갈리마르의 모체가 된다.

<교황청의 지하도(1914)>을 발표하여 종교계를 야유하고 동기없는 범죄를 통해 인간의 완전한 자유를 실험하는데 이로 인해 친구이자 작가인 폴 클로델과 결별한다. <전원교향곡(1919)>에서 개신교 목사를 통해 인간에게 내재한 자기기만의 뿌리를 묘사하고, 1924년 자기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공언한 <코리동>을 발표하여 동성애를 적극 옹호한다.

1926년에 발표된 <위폐범들>은 자신이 최초의, 유일한 소설로 명명한 작품으로 누보로망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그 즈음 마르크 알레그레와 함께 콩고로 여행을 떠나고 그 후로 차차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프랑스의 비인간적인 식민 정책과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페미니즘과 공산주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1938년 아내 마들렌이 죽자, 자신이 한 여인의 삶을 망쳐놓았음을 통렬히 후회한다. 1947년에 노벨상을 수상한다.

 

월말 마감과 인사 이동의 혼란 중에 읽었다. 작품 내용도 일반적인 줄거리가 있는 소설은 아니었기에 마치 현재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도 있었다. 소설은 여러 차원에서 여러 인물들이 상호 교차되고, 소설 속의 소설가 에두아르의 일기가 가미되어 일견 혼란스럽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인 <위폐범들>이 시사하는 바는 등장 인물들의 행동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직시하지 않으려 하고 타인과의 관계 역시 보여지는 모습에 과도하게 집착함으로서 왜곡하기 일쑤이다. 베르나르는 아버지가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했음을 알면서도 야멸찬 편지를 남긴 채 집을 나가고, 올리비에와 에두아르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기고 엉뚱한 상대를 선택한다. 로라 역시 에두아르라는 첫사랑, 또는 현재의 법적인 남편이 아닌 엉뚱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조르주는 돈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위폐를 사용하는데 골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화폐가 가치 척도의 기능을 획득하게 되는데 위폐가 등장하게 되면 이러한 가치 척도의 기능은 물론이거니와 가치 자체에 대한 왜곡마저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는" 현상은 이러한 왜곡 현상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내밀한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채 기형적이고 거짓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소설가 지드는 이런 세계 속에 소설가 에두아르를 배치하고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지드 자신 역시 왜곡되고 거짓된 세계 속에서 에두아르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종교에 대한 반감과 등장인물들의 동성애적 동인, 소설 형식에 대한 다채로운 실험, 수많은 인물과 집안의 상호 교차 등을 통해 펼쳐지는 지드의 실험은 현재에도 비평가들의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정묘한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오스카 와일드에 비견하여 동성애적 동인은 조악했고, 자신이 극복하려한 사실주의 작가들과 차별되는 세계를 구축하지도 못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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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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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지 <A>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서정은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사고로 쌍둥이 언니 중 한 명을 잃는다. 다리가 무너지는 광경은 가족들이 직접 목격했고 각자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이서정은 친한 여자동료와 함께 잡지사 기자일을 하며 56킬로그램의 몸무게로 스키니진 체험기에 도전하기도 하고, 뺀질거리는 남자 동료와 섹스에 관한 대담을 기사로 만들기도 한다.

유명 여배우 정시연을 인터뷰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결과 무사히 기사를 완성하고 스타일리스트 김민준과도 관계를 갖는 행운을 누릴 뻔 하지만, 다이어트약의 부작용으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리고 과거 자신을 5분만에 차버린 남자 박우진을 다시 만난다.

박우진은 의사를 때려치우고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었다. 예약을 받지 않는 조그마한 레스토랑이었는데 뜻밖에도 요리는 수준급이었다. 식당을 인터뷰하려는 이서정에게 박우진은 완강하게 거절하고 타협안으로 주방에 들어와 일주일간 체험하라는 조건을 내건다. 주방에서 일하던 도중 이서정은 큰 상처를 입고 퇴원하던 날 박우진과 관계를 맺는다.

패션지 <A>에 정기적으로 레스토랑 평을 싣는 미스터리 투고가 '닥터 레스토랑'을 인터뷰하는 과제를 앞두고, 이서정은 과거 박우진이 의사로 일하던 시기에 자만심으로 의료사고를 냈었고 선을 보는 날 역시 비슷한 사고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게이라는 소문은 'gale'이라는 그의 영어이름 때문에 빚어진 헤프닝이었고, 김민준이 박우진을 좋아했었음이 밝혀진다. '닥터 레스토랑'은 잡지사를 팔아치우려는 사장에 대항해 편집장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었다.

 

소설은 한차례의 끊김도 없이 술술 읽힌다. 작가의 얄팍한 세계관과 인간에 대한 통찰의 깊이를 반영하듯 멈춰 서야 할 문장은 한 군데도 없다. 두 번 읽을 이유가 없으므로, 좁은 방을 차지할 이유도 없다. 

언젠가부터 이런 소설들이 문학상을 타고, 출판되고, 팔리고 있다. 주인공의 고민이란 이런 것이다. '명품백을 들고 싶다는 것'과 '제3세계 어린이가 불쌍한 심리'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고민이 소설로 쓰여진다. 하이틴 로맨스에 그럴싸한 트라우마 한 두개를 곁들인 소설이.

한세기 남짓 실험되던 체제가 무너지고, 후일담 소설들이 쏟아진 후, 도무지 이젠 뭘 써야 좋은가 하는 질문이 쏟아질 무렵 말장난에 능한 재담꾼들이 등장했다. 그들이 묻는다. 소설가에게 세계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데? 없어도 된다. 다만 읽기 전엔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서로에게 불행이다. 소설가에게도, 나에게도. <철수사용설명서>의 옆 자리를 차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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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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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대기업 이마다 콘체른의 사위인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는 장인이 대기업 총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야심 없이 평범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물론 아내가 장인의 정실 소생이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기무라의 소심함이 소박한 삶의 한 이유이다. 그는 사내보를 발행하는 그룹 산하 홍보실에서 말단직으로 조용히 살아간다.

어느 날 장인의 운전사인 가지타씨가 자전거에 치여 사망한다. 범인은 사건 직후 그대로 도주하여 행방이 묘연하고 경찰은 수사에 열의가 없어 보였다. 가지타씨의 딸 사토미와 리코는 아버지에 관한 책을 써서 펴낸다는 계획을 장인에게 상의하고, 장인은 전에 출판사에서 일했던 스기무라에게 일을 맡긴다. 사토미와 리코는 아버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억들을 책으로 펴낸 후에 언론에 적극 홍보하여 '이름없는 누군가'가 사망한 사건이 아니라 '두 딸의 아버지'가 사망한 사건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렇게 된다면 범인도 분명히 심리적 압박을 느낄 것이고, 경찰도 계속 좌시할 수만은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언니인 사토미 쪽에서 스기무라에게 묘한 태도를 보인다. 그녀는 사실 책을 펴낼 의사가 별로 없어 보였던 것이다. 그녀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올바르게 살아온 것만은 아니었고, 특히 그녀가 네살때 유괴당한 기억도 있었는데 그때 자신을 유괴한 사람은 아버지를 탓하는 말을 했었다. 사토미는 사건 이후 지극히 소심한 사람이 되었고, 아버지의 사망도 과거의 특정 사건과 관련된 범행은 아닌지 의심한다. 특히 아버지가 결혼을 앞둔 사토미에게 '제대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을 한 직후 일어난 사고였다. 사토미는 책을 펴내더라도 아버지에 관한 일들이 과거 어느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원치 않았고 아버지의 어두운 과거가 동생 리코에게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았다. 스기무라는 사토미의 의사를 존중하여 리코가 최근 10여년간의 과거에만 한정하여 책을 쓰도록 유도한다.

한편 스기무라는 리코가 가져온 한장의 사진을 근거로 가지타씨의 과거를 추적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지타씨가 완구 회사에서 떠나던 때에 함께 회사를 그만둔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여성의 아버지는 회사에 와서 딸 대신 가불을 해가는 형편없는 사람이었다. 가지타씨의 사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성이 있었다. 가지타씨는 과거 함께 일했던 여성을 찾아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녀의 망나니같은 아버지는 그녀와 다투던 중 사고로 숨졌고, 가지타씨와 그의 아내는 그녀를 딱하게 생각하여 시체를 유기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시체를 유기하는 하룻밤 동안 그녀에게 맡겨졌던 사토미는 자신이 유괴당했다고 생각했고, 이성을 잃고 중얼거리던 그녀의 말 중 '아버지 때문이야'라는 말을 오해하여 자신의 아버지 가지타가 잘못하여 자신이 유괴되었다고 오해했던 것이다. 가지타씨를 사망하게 한 범인은 부근에 살던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고 다른 과거의 은원관계는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사건이 마무리 될 즈음 스기무라는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한 곡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 노래의 제목은 <금요일의 아내들에게>로 불륜을 담은 노래였다. 그리고 그 노래를 착신음으로 쓰는 사람은 리코, 그리고 사토미의 약혼자였다. 사토미는 자신들의 부모가 어두운 과거와 전혀 관련이 없을 때 태어난 리코만을 귀여워하는 것 같아 속을 끓였지만, 리코는 뜻밖에도 부모가 어두운 과거를 공유한 사토미를 '전우'와 같이 대하는 것에 끊임없이 미움과 질투를 키워온 것이었다. 리코는 사토미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그를 유혹하여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어왔던 것이다.

 

104년 만의 가뭄이라고 한다. 하늘이 움찔거리기만도 며칠째건만 비 한줄금이 아쉽다. 재작년 여름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그리고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몸은 물론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서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힘들었다. 그때 읽은 것이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었다. 가능한한 긴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그 시간을 견디고 싶었다. 그 후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기가 겁이 났다. 당시의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았다.

<누군가>는 즐기면서 읽었다. 내가 과거의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바로메터로서 유의미한 책이었다.

<누군가>는 수수께끼 풀이는 아니다. 어찌 보면 트릭이란 것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애초에 살의를 가진 자가 자전거 자체를 범행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휴대폰 착신음 부분도 쉽사리 눈치채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재미있다. 재미있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어두운 면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읽으면서 문학이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일본 소설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에 대해 여러모로 궁구해보는 전통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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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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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엔지니어로 메사추세츠주의 스타크필드에서 매일 간이역까지 태워다줄 사람을 물색하다가 이선 프롬을 알게 된다. 그는 오래 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었는데, 과묵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쳐 어쩔 수 없이 이선 프롬의 집에 머물게 되고,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젊은 이선 프롬의 어머니가 병을 앓자 7살 연상의 사촌 지나가 병간호를 하러 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이선은 지나가 집에 계속 머물러 있길 바란다. 둘은 곧 결혼하는데 이번에는 지나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간호할 때 보여주던 그 건강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끊임없이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이선은 엔지니어가 되어 대도시에 살겠다는 희망을 버리고 척박한 농장과 목재소를 운영하며 빠듯한 생활을 꾸려 나간다.

결혼한 지 7년째 되던 해, 지나가 고아나 다름없는 친척 매티 실버를 집안에 들인다. 그녀는 무보수로 집안일을 도왔는데 일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이선은 그녀가 어쩌다 스타크필드로 마실을 나가면 마중을 나갔다. 이선은 그녀에게 청년들이 추근댈 때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좋지 않은 걸 느낀다.

매티가 언젠가 결혼을 하고 집을 나갈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이선은 가슴이 아팠다. 어느 날 매티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둘은 서로에 대한 애틋한 정을 느낀다.

지나가 새로운 의사를 보기 위해 집을 비운다. 이선은 저녁 때 매티와 함께 난롯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한다. 그날 저녁 매티는 지나가 아끼는 그릇들로 저녁을 차려 낸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릇을 깨버리고, 이선은 그릇을 본드로 붙여 눈가림을 해놓는다.

다음 날 돌아온 지나는 자신의 병이 매우 위중한 상태이므로 새로운 하녀를 고용하고 매티를 내보내겠다고 선언한다. 이선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릇을 깬 사실마저 들통이 난다. 이선은 밤새도록 매티와 함께 도망칠 궁리를 한다. 모든 것을 지나에게 남겨두고 서부로 도망가는 공상을 하던 이선은 자신이 매티를 데리고 서부로 갈 여비도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마침내 새로운 하녀가 오기로 한 날, 이선은 매티는 기차역까지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매티는 전날 이선이 '모든 것을 지나에게 남겨두고 서부로 떠난다'는 내용의 메모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선과 매티는 눈물을 흘리며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서러워한다. 달이 뜨는 날 함께 썰매를 타자고 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그들은 작별을 유예한채 썰매를 탄다. 그리고 썰매를 탈 때에 언제나 위협이 되었던 느릅나무에 생각이 미친다. 썰매를 탄 둘은 느릅나무를 향해 달린다.

 

화자가 이선의 집에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등뼈를 다쳐 불구가 된 매티와 그다지 아파보이지 않는 지나였다. 이선은 그 두 여성을 각기 다른 방에 둘 수도 없었다. 겨울에는 난방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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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로 데리고 갈 여비조차 없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진 이선과 자신이 갈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매티가 동반자살을 결심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먹먹해졌고,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은 거기서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매티가 불구가 되고 지나와 다름없이 이선을 옭아매는 또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을 화자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그 뒷장면이 있었고, 온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바로 그 부분이 있었기에 <이선 프롬>이 쓰여진지 거의 백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읽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룰 수 없는 상태의 지속이야 말로 사랑의 원동력이고, 그것이 하나의 틀이 되는 순간 그 사랑은 불구가 되기 십상이다. 윤색과 덧칠이 가능한 것은 언제나 과거의 엇나감이지 현재의 완성형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첫사랑이란 누구에게나 있다.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조차 그저그런 한때의 동경을 첫사랑으로 재구성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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