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패션지 <A>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서정은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사고로 쌍둥이 언니 중 한 명을 잃는다. 다리가 무너지는 광경은 가족들이 직접 목격했고 각자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이서정은 친한 여자동료와 함께 잡지사 기자일을 하며 56킬로그램의 몸무게로 스키니진 체험기에 도전하기도 하고, 뺀질거리는 남자 동료와 섹스에 관한 대담을 기사로 만들기도 한다.

유명 여배우 정시연을 인터뷰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결과 무사히 기사를 완성하고 스타일리스트 김민준과도 관계를 갖는 행운을 누릴 뻔 하지만, 다이어트약의 부작용으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리고 과거 자신을 5분만에 차버린 남자 박우진을 다시 만난다.

박우진은 의사를 때려치우고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었다. 예약을 받지 않는 조그마한 레스토랑이었는데 뜻밖에도 요리는 수준급이었다. 식당을 인터뷰하려는 이서정에게 박우진은 완강하게 거절하고 타협안으로 주방에 들어와 일주일간 체험하라는 조건을 내건다. 주방에서 일하던 도중 이서정은 큰 상처를 입고 퇴원하던 날 박우진과 관계를 맺는다.

패션지 <A>에 정기적으로 레스토랑 평을 싣는 미스터리 투고가 '닥터 레스토랑'을 인터뷰하는 과제를 앞두고, 이서정은 과거 박우진이 의사로 일하던 시기에 자만심으로 의료사고를 냈었고 선을 보는 날 역시 비슷한 사고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게이라는 소문은 'gale'이라는 그의 영어이름 때문에 빚어진 헤프닝이었고, 김민준이 박우진을 좋아했었음이 밝혀진다. '닥터 레스토랑'은 잡지사를 팔아치우려는 사장에 대항해 편집장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었다.

 

소설은 한차례의 끊김도 없이 술술 읽힌다. 작가의 얄팍한 세계관과 인간에 대한 통찰의 깊이를 반영하듯 멈춰 서야 할 문장은 한 군데도 없다. 두 번 읽을 이유가 없으므로, 좁은 방을 차지할 이유도 없다. 

언젠가부터 이런 소설들이 문학상을 타고, 출판되고, 팔리고 있다. 주인공의 고민이란 이런 것이다. '명품백을 들고 싶다는 것'과 '제3세계 어린이가 불쌍한 심리'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고민이 소설로 쓰여진다. 하이틴 로맨스에 그럴싸한 트라우마 한 두개를 곁들인 소설이.

한세기 남짓 실험되던 체제가 무너지고, 후일담 소설들이 쏟아진 후, 도무지 이젠 뭘 써야 좋은가 하는 질문이 쏟아질 무렵 말장난에 능한 재담꾼들이 등장했다. 그들이 묻는다. 소설가에게 세계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데? 없어도 된다. 다만 읽기 전엔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서로에게 불행이다. 소설가에게도, 나에게도. <철수사용설명서>의 옆 자리를 차지할 것 같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32045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