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범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9
앙드레 지드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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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는 어느 날 자신이 사생아임을 알게 된다. 사실을 인지한 그날로 베르나르는 야멸찬 편지를 아버지 앞으로 남긴채 집을 나간다. 친구 올리비에의 집에서 그날 밤을 보내는데, 올리비에는 자신의 형 벵상과 외삼촌 에두아르에 관해 이야기 한다.

벵상은 폐병으로 입원한 요양원에서 남편이 있는 로라를 만난다. 둘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이상 심리에서 관계를 맺고 그 결과로 로라가 임신을 한다. 로라와 태어날 아이를 위해 돈을 마련하려던 벵상은 파사방의 권유로 도박을 하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고 만다. 벵상은 애초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돈을 모두 잃었다는 사실을 빌미로 로라의 처지를 외면하고 그녀를 버린다. 

에두아르는 소설가로 올리비에는 그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으며, 베르나르 역시 올리비에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된다.

벵상에게 버림받은 로라는 자신의 첫사랑인 에두아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에두아르가 오는 날 올리비에는 역으로 마중을 간다. 에두아르와 올리비에는 서로에 대해 끌려왔고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싱겁게 끝나고 만다. 베르나르는 역에서 주운 에두아르의 물품 보관 표로 그의 가방을 손에 넣은 뒤 일기를 훔쳐 보게 된다. 그의 일기는 자신의 소설에 대한 구상, 로라와 올리비에에 관한 감정 등이 적혀 있었다. 베르나르는 로라를 찾아가 그곳에서 에두아르와 만나게 된다. 에두아르는 베르나르에게 흥미를 보이고 그를 비서로 삼아 로라와 셋이서 스위스의 사아스 페로 여행을 떠난다. 한편 셋의 여행에 심한 질투를 느낀 올리비에는 천박한 소설가인 파사방 백작의 일을 거들기 시작한다.

에두아르는 사아스 페에서 옛 스승 라 페루즈의 손자인 보리스를 데려와 기숙 학교에 입학시킨다. 베르나르는 로라에게 사랑을 느꼈지만 그녀의 동생 사라와 관계를 맺는다. 언젠가는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겠다던 라 페루즈는 끝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손자인 보리스가 그 권총에 의해 희생되고 만다. <위폐범들>이라는 소설을 구상해오던 에두아르는 보리스의 사건을 소설에 쓰지 않기로 결심한다. 올리비에의 동생 조르주는 위폐를 사용하는 일로 문제를 일으키고, 베르나르는 아버지 프로피탕디외 씨에게로 돌아간다.

 

열두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앙드레 지드는 어머니의 과잉보호와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동경하던 외사촌 누이 마들렌 롱도와의 결혼이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힌 지드는 <앙드레 왈테르의 수기(1981)>에서 자신이 결혼하더라도 육체 관계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마들렌은 이 수기를 읽고 그의 구혼을 거절한다. 그 무렵 니체와 오스카 와일드를 만나고 기독교와는 결별한다.

1893년 10월 친구이자 화가인 폴 로랑과 아프리카 알제리로 여행을 떠나는데 그곳에서 동성애 관계를 알게 된다. 1985년 5월 어머니를 여읜 후 마들렌에게 다시 구혼하여 결혼한다. 그러나 지드는 자신의 선언대로 그녀와 육체 관계를 맺지 않고, 이로 인하여 결혼 생활은 불행해진다.

<지상의 양식(1897)>, <배덕자(1902)>에서 개인주의를 극단으로 밀고 나갈 때 생기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좁은문(1909)>에서는 반대로 종교적 이상을 위해 자연적 본능을 억압할 때 생기는 위험에 대해 묘사하여 호평을 받는다. 1909년에는 <신프랑스 평론>을 창간하는데, 이 잡지는 훗날 갈리마르의 모체가 된다.

<교황청의 지하도(1914)>을 발표하여 종교계를 야유하고 동기없는 범죄를 통해 인간의 완전한 자유를 실험하는데 이로 인해 친구이자 작가인 폴 클로델과 결별한다. <전원교향곡(1919)>에서 개신교 목사를 통해 인간에게 내재한 자기기만의 뿌리를 묘사하고, 1924년 자기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공언한 <코리동>을 발표하여 동성애를 적극 옹호한다.

1926년에 발표된 <위폐범들>은 자신이 최초의, 유일한 소설로 명명한 작품으로 누보로망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그 즈음 마르크 알레그레와 함께 콩고로 여행을 떠나고 그 후로 차차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프랑스의 비인간적인 식민 정책과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페미니즘과 공산주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1938년 아내 마들렌이 죽자, 자신이 한 여인의 삶을 망쳐놓았음을 통렬히 후회한다. 1947년에 노벨상을 수상한다.

 

월말 마감과 인사 이동의 혼란 중에 읽었다. 작품 내용도 일반적인 줄거리가 있는 소설은 아니었기에 마치 현재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도 있었다. 소설은 여러 차원에서 여러 인물들이 상호 교차되고, 소설 속의 소설가 에두아르의 일기가 가미되어 일견 혼란스럽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인 <위폐범들>이 시사하는 바는 등장 인물들의 행동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직시하지 않으려 하고 타인과의 관계 역시 보여지는 모습에 과도하게 집착함으로서 왜곡하기 일쑤이다. 베르나르는 아버지가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했음을 알면서도 야멸찬 편지를 남긴 채 집을 나가고, 올리비에와 에두아르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기고 엉뚱한 상대를 선택한다. 로라 역시 에두아르라는 첫사랑, 또는 현재의 법적인 남편이 아닌 엉뚱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조르주는 돈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위폐를 사용하는데 골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화폐가 가치 척도의 기능을 획득하게 되는데 위폐가 등장하게 되면 이러한 가치 척도의 기능은 물론이거니와 가치 자체에 대한 왜곡마저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는" 현상은 이러한 왜곡 현상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내밀한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채 기형적이고 거짓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소설가 지드는 이런 세계 속에 소설가 에두아르를 배치하고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지드 자신 역시 왜곡되고 거짓된 세계 속에서 에두아르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종교에 대한 반감과 등장인물들의 동성애적 동인, 소설 형식에 대한 다채로운 실험, 수많은 인물과 집안의 상호 교차 등을 통해 펼쳐지는 지드의 실험은 현재에도 비평가들의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정묘한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오스카 와일드에 비견하여 동성애적 동인은 조악했고, 자신이 극복하려한 사실주의 작가들과 차별되는 세계를 구축하지도 못했다는 느낌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3677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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