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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화자는 엔지니어로 메사추세츠주의 스타크필드에서 매일 간이역까지 태워다줄 사람을 물색하다가 이선 프롬을 알게 된다. 그는 오래 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었는데, 과묵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쳐 어쩔 수 없이 이선 프롬의 집에 머물게 되고,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젊은 이선 프롬의 어머니가 병을 앓자 7살 연상의 사촌 지나가 병간호를 하러 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이선은 지나가 집에 계속 머물러 있길 바란다. 둘은 곧 결혼하는데 이번에는 지나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간호할 때 보여주던 그 건강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끊임없이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이선은 엔지니어가 되어 대도시에 살겠다는 희망을 버리고 척박한 농장과 목재소를 운영하며 빠듯한 생활을 꾸려 나간다.
결혼한 지 7년째 되던 해, 지나가 고아나 다름없는 친척 매티 실버를 집안에 들인다. 그녀는 무보수로 집안일을 도왔는데 일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이선은 그녀가 어쩌다 스타크필드로 마실을 나가면 마중을 나갔다. 이선은 그녀에게 청년들이 추근댈 때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좋지 않은 걸 느낀다.
매티가 언젠가 결혼을 하고 집을 나갈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이선은 가슴이 아팠다. 어느 날 매티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둘은 서로에 대한 애틋한 정을 느낀다.
지나가 새로운 의사를 보기 위해 집을 비운다. 이선은 저녁 때 매티와 함께 난롯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한다. 그날 저녁 매티는 지나가 아끼는 그릇들로 저녁을 차려 낸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릇을 깨버리고, 이선은 그릇을 본드로 붙여 눈가림을 해놓는다.
다음 날 돌아온 지나는 자신의 병이 매우 위중한 상태이므로 새로운 하녀를 고용하고 매티를 내보내겠다고 선언한다. 이선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릇을 깬 사실마저 들통이 난다. 이선은 밤새도록 매티와 함께 도망칠 궁리를 한다. 모든 것을 지나에게 남겨두고 서부로 도망가는 공상을 하던 이선은 자신이 매티를 데리고 서부로 갈 여비도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마침내 새로운 하녀가 오기로 한 날, 이선은 매티는 기차역까지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매티는 전날 이선이 '모든 것을 지나에게 남겨두고 서부로 떠난다'는 내용의 메모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선과 매티는 눈물을 흘리며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서러워한다. 달이 뜨는 날 함께 썰매를 타자고 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그들은 작별을 유예한채 썰매를 탄다. 그리고 썰매를 탈 때에 언제나 위협이 되었던 느릅나무에 생각이 미친다. 썰매를 탄 둘은 느릅나무를 향해 달린다.
화자가 이선의 집에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등뼈를 다쳐 불구가 된 매티와 그다지 아파보이지 않는 지나였다. 이선은 그 두 여성을 각기 다른 방에 둘 수도 없었다. 겨울에는 난방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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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로 데리고 갈 여비조차 없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진 이선과 자신이 갈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매티가 동반자살을 결심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먹먹해졌고,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은 거기서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매티가 불구가 되고 지나와 다름없이 이선을 옭아매는 또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을 화자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그 뒷장면이 있었고, 온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바로 그 부분이 있었기에 <이선 프롬>이 쓰여진지 거의 백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읽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룰 수 없는 상태의 지속이야 말로 사랑의 원동력이고, 그것이 하나의 틀이 되는 순간 그 사랑은 불구가 되기 십상이다. 윤색과 덧칠이 가능한 것은 언제나 과거의 엇나감이지 현재의 완성형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첫사랑이란 누구에게나 있다.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조차 그저그런 한때의 동경을 첫사랑으로 재구성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