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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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식당처럼 이웃 사람들이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음식은 소박하지만 맛있는 그런 식당. 사치에는 그런 식당을 자신이 차리기로 결심한다. 십년 동안 식품회사에 다니면서 모은 돈과 절정의 뽑기 운으로 복권이 당첨되자 사치에는 핀란드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무사태평해 보이는 갈매기를 본 사치에는 식당 이름을 카모메 식당으로 짓는다. 그러나 오니기리와 시나몬 롤, 음료와 술을 파는 사치에의 식당에 핀란드인들은 선뜻 들어와주지 않았다.

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은 토미로 그는 일본문화에 열광하는 오타쿠 같은 청년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독수리 5형제>이다. 토미는 <독수리 5형제>의 주제가를 모두 알고 싶어했지만 사치에 역시 일부분 밖에 알지 못했다.

두번째 손님인 미도리는 한가하기 그지없는 농업신문사에서 심부름일만 하며 무사태평한 세월을 보내다가 신문사가 해산하자 지도 아무 곳이나 손가락으로 가르켜 핀란드로 여행 온 무계획한 노처녀이다. 미도리로부터 <독수리 5형제> 주제가 전체를 알게 된 사치에는 미도리에게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자고 제안하고, 얼마 후에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난 카모메 식당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어느 날 세번째 손님 마사코가 카모메 식당에 방문한다. 그녀는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일본에서 동생의 망나니 짓으로 부모님의 유산을 날리고 결국 큰 집마저 동생에게 빼앗긴 후 원룸에 살던 마사코는 어느 날 TV에서 '부인 업고 달리기'와 '맨손기타 경연대회' 같은 것을 하는 핀란드에 깊은 인상을 받아 여행을 온 것이다. 가방을 되찾은 마사코도 손님이 늘어난 카모메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핀란드인들에게 오니기리의 정다운 맛을 알리고 싶어하는 사치에 등 세 명의 노처녀의 유쾌한 일상 이야기를 그린 <카모메 식당>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동명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무레 요코에게 집필 의뢰한 소설이다. 짧은 분량의 이 소설은 긍정과 밝은 분위기로 가득하다. 일견 현실에 있을 법 하지 않은 분위기와 만화적인 사건 전개는 짧은 시간 따뜻한 감정을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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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이에몬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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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난한 낭인 이에몬에게 니시타라는 의원 집에서 하인 살이를 하는 나오스케가 찾아온다. 그에게는 소데라는 누이가 있는데 석 달 가까이 앓고 있다. 나오스케는 이에몬에게 "사람은 찌르면 죽느냐, 어디를 찌르면 죽느냐" 하는 뜻 모를 질문을 하고, 이에몬은 무사이면서도 자신은 그런 방면으로는 잘 모른다고 답한다.

나오스케는 '가랑이 사이도 빠져나간다는' 마타이치라는 반사기꾼 같은 자와 다쿠에쓰라는 우직하지만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안마사 친구가 있다. 이에몬은 이들 도당을 도와 호위 무사 역을 해준 적이 있는데, 내용도 잘 모르고 단지 집 앞에 칼을 차고 있었을 뿐이다.이들이 벌인 일은 오사키테 총포조의 요리키, 이토 기헤이라는 자와의 항의 담판이었다.

 

일의 발단은 도쿠라야 모스케라는 약재사의 딸 우메가 이토에게 겁간을 당한 후 죽네 사네 하는 큰 소동이 일어났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도쿠라야가 이토에게 딸을 정식으로 혼인하여 책임질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의 중재를 마타이치 등이 맡게 된 것인데 이토 기헤이라는 자도 보통은 아니어서 칼을 꺼내기 직전까지 간 것이다. 이 때 다미야 마타자에몬이 일이 있어 이토를 만나러 왔다가 이들을 뜯어 말리고 한 가지 중재안을 내놓는다. 다미야는 이토의 악행을 조장에게 알리지 않을테니 우메를 정식으로 맞아들이는 척 하라고 권한다. 무사와 상인간의 결혼은 불가능하므로 우메를 자신이 양녀로 먼저 맞아들이는 서류를 작성한 후에 결혼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중재안에 우메의 아버지는 흔쾌히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도쿠라야와 마타이치 등을 속이는 일이었는데, 이토와 다미야는 같은 조에 속해 있었고 같은 조에 속한 집안끼리 혼인을 하면 도당을 짓는 것으로 간주되어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토 기헤이는 첩들을 집에서 쫓아내고 우메를 집으로 들이지만 정식 혼인은 하지 않고 갖은 학대와 능욕만을 일삼는다.

그리고 그 즈음 나오스케의 누이 소데가 목을 메어 자살하는데 니시타가 나오스케의 귀에 "사무치게 깨달았느냐, 이제 무사에게는 손을 대지 않을테지"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나오스케는 그 길로 행방이 묘연해진다.

 

한편 다미야 마타자에몬에게는 이와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이와는 무사 집안의 딸 답게 강직한 성품을 갖고 있었는데 독립적인 성격 탓에 좋은 혼처를 마다하고 있었다. 한 두 차례 이토 기헤이가 이와를 원하기도 했지만 다미야는 법으로 금하고 있음을 들어 거절하였다. 그러다가 두 해 전에 이와가 포창을 앓게 되었는데 병세가 나빠 회복된 후에 얼굴의 반쪽이 시커멓게 되고 피고름이 흐르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허리가 굽는 등 추악한 외모가 되고 말았다. 다미야 마타자에몬이 총기 손질 중에 크게 다쳐 한쪽 눈과 팔을 못 쓰게 되자 소임을 계속할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다. 마타자에몬은 사위를 들여 대대로 이어 오던 자신의 직책을 물려주고 대를 잇길 원하고, 마타이치가 중매에 나서서 이에몬과 이와를 맺어 준다. 둘의 결혼식이 끝난 직후 마타자에몬은 사망한다.

이에몬은 이와의 흉측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기에 가정에 충실하고자 하나 사사건건 이와와 충돌한다. 이에몬의 배려와 이와의 강직한 성품은 어긋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시기에 이토 기헤이는 신참 이에몬의 강직한 성품이 거슬렸고 자신이 원했던 이와와 결혼했다는 것, 게다가 이와가 흉측하게 변했는데도 결혼했다는 것이 더욱 못마땅했다. 이토는 이에몬을 불러 빈틈을 찾아 괴롭히고 싶어했고, 그 빈틈은 잦은 부부싸움이었다. 이토는 이에몬의 가정사를 들추어 이와를 나쁘게 말하고자 했으나 이에몬은 그때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답한다. 이토는 그것이 더욱 못마땅했다. 어느 날 이토는 이와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이에몬이 주색잡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말하며 이와가 내조를 못한 탓이 아니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 이와는 이에몬과 어긋나기만하는 관계가 지속된다면 이에몬의 장래도 그르칠 것을 염려하여 이에몬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재취 자리를 알아봐줄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이에몬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이에몬은 어떻게든 이와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이와는 집을 나간다.

이에몬과 이와가 헤어지게되자 이토는 자신의 아이를 벤 우메를 이에몬에게 떠맡긴다. 이에몬은 우메와 우메의 뱃속에 든 아이가 살 수 있는 길은 자신이 받아주는 것 뿐이라는 생각에 응낙한다. 그러나 부부의 연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기형적인 삶을 이어가는데 매 닷새날마다 이토가 우메를 범하러 왔던 것이다.

 

어느 날 사라졌던 나오스케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다가 이에몬을 만난다. 나오스케는 무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느냐는 니시타의 말에 그가 소데를 이토 기헤이에게 팔아 넘겼고 소데가 그 일당에게 겁간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나오스케는 니시타를 죽이고 도망치는 길이었다. 이에몬은 전후 사정을 들은 후 나오스케를 숨겨주는데, 나오스케는 자신이 발각될 경우 이에몬에게 화가 미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얼굴에 큰 상처를 낸다. 나오스케는 이에몬이 우메와 살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토 기헤이의 흉계였음을 알고 이를 이와에게 전한다.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이와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광분 상태가 되고 이 소동으로 다쿠에스가 죽고 만다. 이와는 그 길로 집을 뛰쳐나가는데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도깨비나 광인의 모습이었다고 전한다. 후에 마타이치는 이와가 포창 때문이 아니라 이토가 보낸 독에 중독되어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 낸다.

과거 이토와 이와의 대화를 엿듣고 이토가 거짓말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몬을 차지할 욕심에 이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은 우메는 이와가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고 겁을 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메가 비명을 지르고, 달려간 이에몬과 마타이치에게 이와가 아이를 빼앗아 갔다고 말한다. 아이는 다음 날 죽은 채 발견된다.

 

아이의 상을 치른 날 이에몬은 우메에게 이토 기헤이에게 돌아갈 것인지, 처가로 갈 것인지 묻는다. 우메는 모두 싫다고 말한다. 이토 기헤이는 그날도 우메를 범하러 온다. 닷새가 드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상중이라 꺼려지냐는 말에 이에몬은 진짜 상중인 사람은 이토 기헤이라며 싸늘하게 말한다. 데리고 온 수하가 비명을 지르고 나오스케가 칼을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이토 기헤이를 찌르지만 급소를 비켜간다. 이토 기헤이는 칼을 빼들어 나오스케를 벤다. 나오스케는 죽임을 당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며 자신의 누이 소데가 죽은 이유는 이토 일당에게 겁간을 당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녀를 깨끗하게 해준다며 누이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몬은 우메를 베어 죽인다. 아이를 죽인 것은 우메였고 그녀는 아이만 없다면 이에몬과 멀리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인륜을 버린 것이다. 우메를 죽인 이에몬은 이토 기헤이도 베어 죽인다.

 

사건이 원만히 수습되고 이에몬은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에몬의 기행이 이어진다. 그는 집에서 뱀이나 쥐나 나온다며 집을 조금씩 허물더니 방 한칸만을 남겨두고 모두 헐어버린다. 후에 다미야의 먼 친척이 이에몬을 찾으러 갔을 때 그는 없고 마타이치만이 있었다. 마타이치가 열어 보인 궤 속에는 이에몬이 웃는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이에몬은 여자 옷을 입은 해골을 다정하게 껴안고 있었는데 이와의 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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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괴담 중 하나인 '요쓰야 괴담'은 에도의 요쓰야 지방을 무대로 겐로쿠 시대(17세기 말~18세기 초)에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요쓰야 지방에 사는 무사 다미야 마타자에몬에게는 이와라는 딸이 있었는데 낭인 이에몬을 사위로 들인다. 하지만 이에몬이 변심하여 이와를 쫓아내고, 이와는 광란을 일으킨 후 행방불명된다. 그 후로 다미야 집안에 변괴가 계속되고, 마침내 이와의 혼을 달래기 위해 '오이와 이나리 사당'을 세웠다.

 

위와 같은 요쓰야 괴담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가부키, 소설, 영화, 드라마 등으로 꾸준히 각색되고 있는데, 교고쿠 나츠히코는 이 요쓰야 괴담을 변형시켜 교묘한 구성을 바탕으로 기괴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이에몬과 이와는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떨어져서는 서로의 행복을 빌어준다. 이에몬은 우메와 살면서도 이와를 아내로 여겼고 그녀의 자리를 비워두었다. 가시가 있는 동물끼리는 몸을 부벼봤자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가시가 아프니 가시를 모두 뽑고 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연에 좋은 인연만 있는 것이 아니니,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이고, 슬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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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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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지킬 박사와 하이드

 

자기 절제가 강한 어터슨 변호사가 먼 친척인 엔필드와 산책을 하던 중 어떤 집 문 앞에서 엽기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두운 겨울 새벽 3시경 키가 작은 사내가 여덟 살이나 열 살쯤 된 계집아이와 맞부딪히는데, 그 남자가 태연히 아이의 몸을 발로 짓밟은 후에 아이를 내버려두고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엔필드는 그 자를 쫓아가 목덜미를 낚아챈 후 모습을 보았는데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그 자의 모습은 너무나 혐오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몰려든 사람들이 그 자에게 이 일을 추문으로 퍼뜨릴 수 있다고 위협하자 그 자는 돈으로 무마하려 하였고, 사람들이 100파운드를 부르자 곧 그들이 서 있는 문으로 들어간 후에 헨리 지킬의 서명이 되어 있는 수표를 가지고 나왔다. 사람들은 헨리 지킬이 막대한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인 데다 선행을 하는 어터슨의 친구였기 때문에 수표가 위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표는 진짜였다.

어터슨 변호사는 아이를 밟았던 자의 이름을 물었고, 엔필드는 하이드라는 이름을 댄다. 어터슨 변호사는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최근 지킬 박사가 새로 만든 유언장에는 '헨리 지킬의 사망 시 그의 모든 소유물을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양도할 뿐 아니라, 지킬 박사의 실종, 또는 3개월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의 부재 시에도 에드워드 하이드가 지킬의 자리를 대신한다'고 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터슨 변호사는 그 하이드란 자를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대면하게 되는데, 그를 멀리서 본 것만으로도 비위가 몹시 상했다. 지킬의 집을 방문한 어터슨은 하인 풀로부터 최근 하이드라는 사람이 지킬의 집 뒷문을 통해 해부실로 드나드는 열쇠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하이드의 지시에 집안 하인들은 순종할 것을 명 받았다는 사실까지 듣고 더욱 큰 의혹에 휩싸인다.

며칠 후 어터슨은 지킬을 만나 유언장에 언급된 하이드란 자의 악행에 대해 언급하며 지킬을 도울 일이 없는지 묻지만 지킬은 유언장의 내용을 충실히 수행해 줄 것만을 당부할 뿐이었다.

그러부터 거의 1년이 지난 18xx년 10월 18일 런던은 유례 없이 광포한 범죄의 충격에 휩싸인다. 강에서 멀지 않은 집에 혼자 사는 하녀가 밤 11시경 백발의 품위 있는 노신사가 골목길에서 하이드에게 지팡이에 맞아 잔인하게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살해당한 신사는 덴버스 커루 경으로 하원의원이었다.

지킬을 다시 만난 어터슨은 하이드의 편지를 입수하는데 자신의 사무장인 게스트가 지킬과 하이드의 필체가 동일인의 것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하이드의 목에 수천 파운드의 현상금이 걸린 가운데 하이드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그 즈음 어터슨은 친구 래니언을 만나는데 그는 어떤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했고 이주일 후에 죽고 만다.

어터슨은 래니언이 남긴 기록과 지킬이 남긴 편지를 통해 래니언이 하이드가 지킬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는 것과, 지킬이 자신의 욕구를 죄의식 없이 분출시키고 도덕적인 모습의 유지를 위해 하이드라는 또다른 인격체를 창조하는 약물을 만들어 일정 기간 동안은 성공적으로 두 얼굴의 삶을 살았으나, 하이드가 점차 지킬의 인격마저 잠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o 시체 도둑

 

데번햄의 '조지네 집'에 항상 모여 시간을 보내던 화자는 어느 날 그곳의 페츠가 외지에서 온 맥팔레인이라는 의사를 알아보자 놀란다. 페츠는 과거의 일을 이야기 해준다.

젊은 시절 페츠는 에든버러에서 의학을 공부했는데 K라는 인기 절정의 해부학 교수 밑에서 조교수를 겸하고 있었다. K는 수상한 자들로부터 시체를 공급 받았는데, 시체의 출처에 대해서는 서로 함구했지만 수상한 경로로 들어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어느 날 페츠가 전날까지 알고 지냈던 제인 갤브레이스가 시체로 들어온다. 시체는 살해된 것이 분명했지만 페츠는 함구하고 만다.

울프 맥팔레인이라는 또 다른 조교수가 자신이 앙심을 품은 그레이라는 자를 살해한 후 시체를 가지고 오자 페츠는 반발한다. 하지만 맥팔레인은 페츠에게 제인 갤브레이스를 모른 척 했던 과거를 들먹이며 '일단 시작했으면 멈출 수 없으며 악마에게 휴식은 없다' 면서, '사자가 될지 양이 될지' 결정하라고 한다. 페츠는 사자가 되는쪽을 택하고, 신기하게도 죄의식은 엷어진다.

얼마 후 페츠와 맥팔레인은 최근 매장된 시체를 도굴하기로 하고 비내리는 밤중에 무덤을 파헤친다. 시체를 싣고 오던 중 둘은 시체의 무게가 처음과 달리 너무 무겁다고 느껴 불을 켜고 시체를 본다. 둘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시체는 얼마 전 자신들이 해부한 그레이였다.

 

o 오랄라

 

의사로부터 요양을 권고받은 화자 '나'는 스페인의 유서깊은 가문의 성으로 간다. 성의 여주인은 높은 가문 출신이었지만 그녀의 아들과 딸은 누구의 자손인지 알 수가 없어 사실상 대가 끊긴 것으로 간주되었고, 몇 대에 걸쳐 수입이 줄어들어 현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손님으로만 남아있어야 한다는 묘한 조건으로 요양을 하게 된다.

아들인 펠리페는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자였는데 '나'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성에서 한 여인의 초상화를 본 나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의 매력적인 모습은 펠리페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에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계속된 근친상간으로 유전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느 날 펠리페가 다람쥐를 고문하는 모습을 본 '나'는 펠리페를 몹시 꾸짖고, 펠리페는 그 후로 나를 존경하기까지 한다. 성의 여주인은 항상 무기력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는데 그녀 역시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초상화의 여인을 닮아 있었다.

어느 날 끔찍한 비명이 바깥에서 들려와 '나'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문이 바깥에서 잠겨 있었다. 그날의 일을 조사하기 위해 성 이곳 저곳을 살피던 '나'는 책들이 있고 시를 쓴 종이가 있는 방을 발견한다. 그곳이 바로 딸인 오랄라의 방인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녀만은 유전적인 결함으로부터 저주를 비껴났다고 생각했고, 실제 만난 오랄라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다. 오랄라 역시 '나'에게 호감을 느낀 듯 보였으나, 그녀는 제발 성을 떠나달라고 할 뿐이었다.

'나'는 좌절감에 유리창을 내려치고 손목에서 피가 솟아나자 치료를 위해 오랄라를 찾는데 성의 여주인이 피를 보더니 흡혈귀처럼 손목을 깨물고 피를 빨아들인다. '나'는 펠리페와 오랄라의 보호 아래 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 가톨릭인 오랄라가 십자가를 가지고 와서 기도를 드리고, '나'는 그녀에게 함께 떠나자고 권한다. 하지만 오랄라는 종교에 의지하겠다며 남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나'는 오랄라를 두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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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자아라는 개념을 최초로 선보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원제 The Strange Case of Dr.Jekyll and Mr.Hyde, 1886)>는 사실 모두가 줄거리는 알고 있을 정도로 어린이 축약본으로 많이 보급된 소설이다. 스티븐슨의 이 소설은 코난 도일과 오스카 와일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각종 목격과 증언, 편지 등의 장치를 통해 공포스러운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 이 소설은 지킬 박사가 자신의 쾌락에 대한 욕망을 분리하여 도덕적 선을 향한 삶을 계속하기 위해 하이드를 만들어내지만 하이드가 오히려 지킬을 압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킬의 죄의식에서 비롯된 이 실험, 특히나 몇 가지 체면상 거슬리는 일을 마음껏 하되 선함은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이 실험이 하이드의 극악 무도한 살인이라는 행위로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난 결과가 되버린다는 데 있다. 게다가 하이드가 지킬을 압도하여 약을 먹지 않아도 스스로 나타나는 끔찍한 결과가 됨으로서 지킬은 자신과 하이드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 밖에 없는 자살로 결말이 나고 만다.

소설은 인간의 선과 악의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서문을 쓴 로버트 미겔은 하이드가 자신이 추문에 말려들 것을 우려하여 100파운드를 수표로 지불하는 상황을 들며 하이드 역시 순수한 악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선과 악의 완전한 불리가 불가능하며, 이의 인위적인 분리는 곧 개인의 파멸로 이른다는 결론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인간의 양면성을 하나의 변증법적 완성체로 보지 못하고 의도적인 분리로 '극복'하려 할 때에 정신분열과 다중인격이 나타나는 것일까? 소설은 많은 의문과 시사점을 제시해주며, 어린이 축약본이 아닌 원본을 읽어볼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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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그저 그런 전문대 야간을 다니는 화자 '나'는 엄마와 대화가 단절된 상태이고, 강이라는 남자친구와 '섹스를 주로 하는 관계'를 이어오다가 이제는 '섹스만 하는 관계'가 되어 있다. 어느 날 여령, 미주와 함께 노래바에 가서 남자 도우미들을 부르는데 그곳에서 '제리'를 알게 된다.

'나'는 '제리'에게서 위로받고 싶다는 느낌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얼마 후 여관에 든다. 여관에서 제리가 '나'의 휴대폰을 보고 강의 존재를 알게 된다. 관계를 가진 그날 이후 제리는 나의 연락을 피한다. 제리에게 잠시 집착을 보이던 '나'는 제리와 자신의 관계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코와 귀에 피어싱을 잔뜩 한 '나'는 통증을 참으며 여령, 미주와 노래바에 간다. 그곳에서 제리를 만난 '나'는 노래바를 나간다. 밖에서 다시 만난 제리와 '나'는 노래방에서 관계를 갖고, 깨어난 옆자리에 제리는 없었다. 수족관을 쳐다보며 '나'는 수없이 많은 내가 안으로 들어온다고 느낀다.

 

위와 같은, 매우 단선적 스토리의, 천박한 자의식으로 충만한 소설이다.

 

왜 소설은 천박하고, 조악한 느낌을 주는가?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 때문인가, 아니면 호스트바라는 자극적인 소재 때문인가. 그 해답은 바로 작가 자신으로부터 연원한다.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끼며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의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인공 '나'와 밑바닥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제리의 고통이 자의식 과잉에 의한 허위의식이므로, 노골적인 성행위와 자극적인 소재는 그 허구를 가리는 장치로 전락하고 만다. 작가가 삶에서 느끼는 고통의 깊이가 피상적이고 즉자적이라는 것은 소설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마루야마 겐지는 "문학이란 혼의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혼의 문제를 다룬다 함은 외로움이 전제 조건입니다. 혼이란 깊은 우물이나 구멍 같은 것으로 성격적으로 파탄이 난 사람들이 그 구멍을 들여다 봅니다. 문제는 그 구멍의 어느 정도 깊이까지 내려갈 수 있는가인데, 중요한 것은 반드시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김혜나는 혼의 문제를 다루지도 않았지만, 외로움과 고통의 우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소설을 써내려간다. 작가 스스로 이것이 무척 걸렸던지 작가 후기에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여지 없이 드러난 '사유 없음'을 가릴 수는 없다.

김혜나가 바라본 것은 우물의 표면이다. 따라서 작중의 '나'와 '제리'의 고통은 기껏해야 '권태롭다'든가, '연애인이 되고 싶지만 얼굴이 못나서 불가능하다'가 그 실체이다. 그것을 가리기 위해서는 약발이 비교적 잘 받는 것으로 소문난 장치가 필요하다. 바로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이다.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는 '젊은이들의 슬픈 자화상', '우리 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고발' 등의 수식어를 평론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거들 수 있다.

 

작가의 밑천이 다 드러난 <제리>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별로 놀랍지 않은 것은 <철수사용설명서>를 이미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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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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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시아 부인이 맞는 마흔번째 생일 날 알폰소가 어린애다운 편지를 쓴다. 루크레시아 부인은 리고베르토씨와 재혼할 때 의붓아들인 알폰소와의 관계를 가장 걱정했었다. 하지만 알폰소는 루크레시아 부인을 잘 따랐고 부인 역시 알폰소를 귀엽게 여긴다.

리고베르토씨는 자신만의 법칙에 따라 몸의 각 부위를 요일별로 씻었는데 그 작업을 통해 종교를 통해 맛볼만한 희열마저 느낀다. 몸을 다 씻은 이후에는 루크레시아 부인과의 에로틱한 정사를 벌이는데 그림과 상상을 통해 희열을 배가시키는데 매번 성공하였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이는 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알폰소의 태도가 루크레시아 부인이 느끼기에 성적인 행동으로 여겨지자 부인은 천사와 같은 알폰소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을 것이고 자신이 음탕한 상상을 했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하녀인 후스티니아나가 알폰소가 부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본다고 고자질하자 루크레시아부인은 알폰소에게 의도적으로 냉담하게 대한다. 알폰소가 자살소동을 일으킨 이후 루크레시아 부인은 알폰소의 신체적 접촉에 에로틱한 상상을 거듭하고, 마침내 둘은 관계를 갖기에 이른다.

관계를 갖고 난 후에도 알폰소는 천진난만하게 행동하는데, 어느 날 루크레시아 부인이 집을 비운 사이 알폰소가 리고베르토씨에게 오르가즘이 무슨 뜻인지 묻는다. 그 말이 루크레시아 부인에게서 나왔다는 알폰소의 진술과 학교에 낼 <새엄마 찬양>이라는 제목의 작문 숙제에서 부인과 알폰소 사이의 일을 알게 된 리고베르토는 부인을 헌신짝처럼 버린 후 수도자와 같은 태도로 변한다. 후스티니아나는 알폰소를 책망하지만 알폰소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녀는 알폰소가 아무것도 몰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직후에 알폰소가 후스티니아나의 몸을 탐하는 듯한 행위가 이어지자 후스티니아나는 경악한다.

 

이상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이야기이고, 그 사이 사이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데 인용된 그림은 다음과 같다.

 

<심복 기게스에게 아내를 보여주는 리디아의 왕 칸다올레스>, 1948, 야코프 요르단스

<목욕 후의 디아나>, 1742, 프랑수아 부셰

<아모르와 오르간 연주자와 함께 있는 베누스>, 1548, 티치아노 베첼리오

<머리Ⅰ>, 1948, 프랜시스 베이컨

<멘디에타로 가는 길 10>, 1977, 페르난도 데 시슬로

<수태고지>, 1437년경, 프라 안젤리코

 

작가는 인용된 그림에 관해 자신의 해설을 덧붙이거나, 그림과 관련된 기존의 스토리를 변형하여 원래 이야기와 연관 지음으로써 독자의 상상 범위를 확장시킨다. 원 줄거리는 마치 신화적인 색채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필연적인 분위기를 띠기도 한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사실 작가 스스로의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가 있다. 작가는 "<새엄마 찬양>은 그림에서 느껴지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언급하는 유희적 글쓰기이다.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기존 작품에서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능적 역할을 위한 언어를 사용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주 풍요롭고 암시적이며, 이전 작품에서 결고 사용하지 않았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관한 언급에서 "성(性)은 이 소설의 중심 소재이다. 그것은 바로 그 소재가 인생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엄마 찬양>은 작가가 <마담 보바리>의 성(性)이 인생의 중심이라는 데에 동의하며 20세기적인 성(性), 혹은 에로티시즘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은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장인의 솜씨로 빚어낸 외설 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따져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성(性)이 인생의 중심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작가가 풀어놓은 언설들이 외설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을 잘 쓰여진 한 편의 외설 소설로 볼 것인가, 아니면 에로티시즘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볼 것인가는 온전히 독자가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 혹은 삶의 구심점과 관련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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