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광 아토다 다카시 총서 2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1935년 도쿄에서 출생하여 와세다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아토다 다카시는 1979년 <뻔뻔한 방문자>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나폴레옹광>으로 제81회 나오키상을 공동 수상한다.(같은 회 수상작은 다나카 고미마사의 <로교쿠사 아사히마루 이야기>와 <미미의 일>)

<나폴레옹광>에는 블랙유머, 미스터리, 환상소설 등 다양한 장르가 13편 수록되어 있는데, 그들 모두는 공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폴레옹광>은 반전 카드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독자의 상상 속에 공포를 심어 넣는다. 아토다 다카시의 반전 카드는 능수능란하여 독자는 카드를 본 순간 자신이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고, 최초에 읽었던 이야기들이 전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을 한다. 

<뻔뻔한 방문자>는 미스터리로써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계급사회가 아님에도 계급이 대물림되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글을 읽는 지배계급은 협박이라 느낄만 하고, 자신의 주변이 모두 정상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뒤틀린 밤>은 쓸쓸한 인생 유전이다. 결혼을 앞둔 주인공에게 나타난 여성은 아마도 자신의 결정을 가로 막는 도덕성을 무화시키기 위한 자의식의 산물일 것이다. 결국 또 다른 삶을 찾아가지만 다른 여성을 만나 같은 생을 반복하거나, 목공소의 소년의 생에서 반복될 것이다. 도망칠 곳은 없다.

<그것의 이면>과 <창공>에서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생활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공허와 거짓, 무기력을 보여주며 그것을 벗어난 '일탈' 을 그리고 있다. 


o 나폴레옹광 

 

화자는 나폴레옹과 관련된 두 명에 관해 회상한다. 한 명은 미나미사와 긴페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수성가형 타입의 사업가인데 꽤 많은 특허로 돈에는 부족함이 없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가 못말리는 나폴레옹광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적에 나가세 호스케의 <나폴레옹전>을 읽고 강력한 계시를 받은 후 나폴레옹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수집하며 그 값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손에 넣곤 했다. 현재는 4층 짜리 개인박물관을 소장하여 그곳에서 생활하는 실정이다.

또 한명의 인물은 무라세라는 사람이다. 무라세는 시골에서 화자를 찾아온 사람인데, 화자가 언젠가 발표한 나폴레옹에 관한 수필 때문이었다. 무라세는 자신이 아무래도 나폴레옹이 환생한 것 같다고 말한다. 자세히 보니 그는 나폴레옹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무라세는 가끔씩 떠오르는 장소와 인물들이 너무 낯설었고 우연한 기회에 그것들이 나폴레옹과 연관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환생에 관한 권위자인 F.M.윌리스의 이론과도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 화자는 미나미사와 긴페이야 말로 무라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소개장을 써준다. 무라세는 미림보시(복어를 미림에 재워 말린 건어물)을 매달 보내주겠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미림보시는 오지 않았다.

얼마 후 나폴레옹 자료가 필요해서 미나미사와 긴페이를 방문한 화자는 무라세에 관해 묻는다. 미나미사와는 무라세와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자는 문득 미나미사와의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 책이 꽂혀있던 광경이 떠오른다. 그 책의 제목은 <동물 박제 만드는 법> 이었다. 미림보시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

 

o 뻔뻔한 방문자

 

아침 10시경, 우키다 마키코의 집에 노파가 방문한다. 마키코는 그녀를 곧 알아본다. 그녀는 하츠에라는 이름으로 1년쯤 전 자신이 유키에를 출산한 직후 고열로 시달려 아이를 돌보기 어려울 때 10일 정도 잡역부로 일한 여자다. 하츠에는 별다른 용무도 없으면서 마키코의 집을 가끔 방문했고 이제 그만 나가주었으면 하는 눈치에도 유키에가 예쁘다는 둥 하면서 나가지 않으려 했다.

하츠에는 그날도 마키코의 싫은 눈치는 아랑곳 없이 유키에를 안아보고 기저귀를 갈아보려 하는 등 도를 넘은 짓을 한다. 마키코는 땀냄새 풍기는 그녀가 아이를 안는 것이 싫다. 그녀는 아무래도 마키코의 집과 같은 부자집에 가정부로 들어오고 싶은 눈치다. 마키코는 자신이 우월한 계급이라는 의식을 갖고 냉정하게 거절하고 한 시간여만에 겨우 하츠에를 내보낸다.

그날 경찰이 마키코의 집을 방문하여 하츠에에 관해 이것 저것 묻는다. 마키코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질문에 답한다. 경찰에 따르면 하츠에는 살인 용의자로 쫓기고 있는 몸이라고 한다. 그녀가 죽인 것은 어린아이로 하츠에의 손녀다. 하츠에의 딸 역시 모종의 범죄를 일으켜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그녀는 경찰에게 자신의 어머니 하츠에가 작년 가을 딸을 살해한 것 같다고 진술했고 마당을 파보니 아이의 뼈가 발견된 것이다.

마키코는 경악하고 만다. 하츠에가 죽였다는 아이의 생일은 10월 7일, 유키에의 생일은 10월 8일이다. 마키코는 출산 직후 고열로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자고 있는 유키에의 얼굴 어딘가가 하츠에를 닮은 것 같다.

 

o 생 제르망 백작 소고

 

아버지의 유언은 '내후년 11월 26일 밤 8시, 제국호텔로 가서 생 제르망 백작을 만나고 에레키시에 관해 이야기 하라'는 것이었다. 아이사와는 생 제르망 백작이 실명인지, 별명인지 알 수 없었다. 인명사전에 의하면 생 제르망 백작은 1707년에서 1784년 유럽에서 활동하던 사람으로 각국 언어를 할 줄 알았고 여러 정치적 사안에 관여했다고 쓰여 있다. 특이한 점은 그가 언제나 젊은 얼굴을 한 채로 죽음을 비웃었다고 하는데 확인되지 않은 말이지만 그는 불로불사의 약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그 약의 이름이 에레키시인 것 같았다.

마침내 그날이 오고 아이사와는 제국호텔로 간다. 생 제르망 백작은 실제로 나타났고 아이사와는 놀라고 만다. 생 제르망 백작은 에레키시, 불로불사의 약은 사실 환약이나 물약의 형태가 아니라 팡세, 일종의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즉 매해 피는 꽃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눈에는 같은 꽃으로 보이는 것처럼 사람 역시 자손에게 선조의 기억과 아이디어가 전해진다면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괴변이었다.

'나'는 그런 간단한 이야기를 궂이 13년이나 기다렸다가 할 필요가 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날 아이사와의 아이가 태어난다.


o 사랑은 생각 밖의 것


딸 노부코가 망나니 같은 남자친구 때문에 회사 공금 이백만엔을 횡령한 후 갚지 못하게 되자 교헤이는 아이를 납치한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교헤이는 돈을 받아낼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 낸다. 자신이 키우는 개가 평소 밤이면 집을 나갔다가 새벽이면 돌아오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아이의 부모에게 한밤중에 특정 장소에 데려다 둔 개에게 돈을 묶은 후에 풀어주라고 지시한 교헤이는 생각대로 개가 돈을 가지고 돌아오자 완전범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며칠 후에 형사가 들이닥쳐 교헤이를 체포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 교헤이에게 형사가 사정을 설명해준다. 그 개는 형사 집의 수컷 개와 연애중이었고 돈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형사 집에 들렀던 것이다. 형사는 개의 배에 가방이 묶여 있던 것을 보았지만 당시에는 의미를 모르다가 범행이 끝나고 알게 된 것이다. 교헤이는 '이놈도 저놈도 하필이면 멍청한 상대를 고르다니......' 하고 한탄한다.


o 그것의 이면


기타다 요스케는 최근 아내 야스코가 미묘하게 변했다고 생각한다. 야스코와 결혼한지 1년, 아내는 스물여덟살이다. 아내는 적은 월급이나마 알뜰하게 관리해왔고 부업을 하여 살림에 보태기도 했다. 집도 싼 값에 사서 불만이 없다. 그 집은 칠레에서 지진이 날 때에 뒤쪽이 붕괴되었다하여 싼 값에 나온 집이었는데 기타다는 칠레의 지진과 지반 붕괴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생각한다.

동네 소식통인 약사가 어느 날 아내가 은행에서 외화를 환전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에 더욱 의심이 간 요스케는 흥신소에 아내의 뒤를 캐보라고 의뢰한다. 하지만 아무런 특이점도 없었다. 어느 날 아내가 뒤뜰로 나가자 따라 나섰다가 절벽 아래의 작은 창고로 들어간 요스케는 순간 눈앞에 어둠이 펼쳐졌다가 정신이 들자 자신이 칠레에 와있는 것을 알게 된다.


o 딱정벌레의 푸가


불법택시 영업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한 기타무라 가즈히코에게 누군가 찾아와 말을 건다. 그 소리는 자신의 차 폴크스바겐이 창밖에서 부르는 소리였다. 폴크스바겐은 자신이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오겠다며 기타무라를 닮은 인형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한다. 과연 그 다음 날 부터 폴크스바겐은 돈을 조금이나마 벌어왔다. 하지만 병원이와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아내는 차를 팔자는 말을 꺼낸다.

며칠 후 폴크스바겐이 찾아와 비밀리에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나와보라고 한다. 나가보니 차 앞유리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폴크스바겐이 하는 말은 놀라왔다. 불륜남녀를 태우고 가던 중 남자가 여자에게 아파트라도 사라며 돈을 건낸 후 먼저 내렸고 주인에게 돈이 필요할거라 생각한 폴크스바겐은 100km로 달리다가 급정거를 한 것이다. 생각대로 여자는 앞유리에 머리가 부딪혀 상처를 입고 기절했다. 차는 그 여자를 범한 후 바다로 빠드려 죽였다는 말과 함께 돈을 건내준다.

뜻밖의 돈이 생긴 기타무라는 치료가 끝난 후 제일 먼저 주차장의 폴크스바겐을 찾아간다. 하지만 차는 그런 일에 감사받을 생각은 없다는 듯, 혹은 그때 일은 묻어두겠다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아이까지 낳고 단란하게 살던 기타무라는 그 여자가 죽은 오오이의 부둣가를 찾게 된다. 아내는 이상하게도 바닷가를 향해 묵념을 한다. 무엇을 하느냐는 기타무라의 말에 아내는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기타무라에게 몽유병 증세가 있었고 그때는 무척 걱정했노라는 말을 한다.


o 골프의 기원


168X년, 제임스2세가 아직은 요크공으로 불리웠던 때, 에든버러 성에 두 명의 잉글랜드 귀족이 방문한다. 한 사람은 노발공(怒髮公)으로 알려진 다혈질의 귀족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끝물의 동과공(冬瓜公)으로 부르고 싶은 밋밋한 귀족이었다.

요크공과 노발공이 골프의 기원에 대해 스코틀랜드니, 잉글랜드니 해가며 격하게 싸우자 동과공이 시합을 겨루어 이기는 쪽의 기원으로 하자는 안을 내놓는다. 이에 노발공과 끝물의 동과공이 한편이 되고  요크공이 다른 한 명을 데려와 시합을 하기로 한다. 요크공은 수소문 끝에 존 파터슨이라는 가난한 구두공이 골프에 매우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섭외한다.

시합은 요크공과 존 파터슨 팀의 승리로 돌아가고 노발공은 분을 참지 못하다가 이 모든 것이 존 파터슨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염탐하게 한다. 염탐꾼은 그가 집 안에 거울을 두고 연습을 하는데 거울 자세를 교정하는 코치를 해준다고 보고하였다. 노발공은 암살자를 사주해 존 파터슨을 살해하고 거울을 훔쳐온다. 

노발공이 거울을 보며 연습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거울이 등을 좀 더 펴라느니, 팔을 좀더 굽히라느니 코치를 시작하였다. 노발공은 그 조언을 소중히 여겨 연습을 하였고 실력이 나아지는 듯도 했으나 코치하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노발공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노발공의 인내가 한계에 달한 순간 거울을 깨버린다. 하지만 깨어진 조각 수 만큼 떠들어대었다. 노발공은 막자사발을 가져오게 하여 거울을 가루내어 창밖으로 날려버린다.

그 후로 그 가루는 전 세계로 퍼져 지금도 골퍼를 보면 충고의 말을 떠들고 있다.


o 뒤틀린 밤


올해 서른 살이 된 야마이 도시로는 무라키 후사코와의 결혼을 사흘 앞두고 있다. 도시로는 무라키 후사코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없었으나 '아차' 하는 정도의 심리가 있다. 그것은 모든 남자들이 결혼을 앞두고 먹게 되는 마음으로 여자가 마음에 들었든, 들지 않았든 드는 공통의 심리다.

도시로가 그런 심정으로 침대에 누우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바닷가 한적한 마을의 털보 목수가 도시로에게 목공일을 배워보겠느냐고 묻고, 도시로는 아버지 직장 때문에 잠시 도쿄로 왔을 뿐이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그후 도시로는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진 대학을 졸업한 후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었다. 도시로는 자신이 결혼을 마음 먹지 않았다면 목공일을 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고 모르는 여자가 '곧 집으로 가겠다'는 말을 하고 끊는다. 

잘못 걸린 전화라 생각하고 설핏 잠이 들었다 깨자 옆에 모르는 여자가 누워 있다. 그녀는 누구냐는 질문에 애매하게 답하며 결혼하기 싫지 않냐고 묻는다. 도시로는 다음 날도 여자의 방문을 받게 되고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더 이상 나타나지 말라고 말한다. 다음 날 결혼식을 올리고 후사코와 신혼여행에 가서 어설픈 관계를 맺고 잠이 든 도시로는 아침에 깨어나 후사코가 차가운 시체가 된 것을 발견한다. 경찰은 도시로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해나간다. 도시로가 후사코와 관계를 맺었다는 말은 경찰에 의해 간단히 부정되었다. 관계를 맺은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또다시 신원불상의 여자가 나타나 도시로를 경찰서에서 탈출시켜 준다. 

도시로는 바닷가 마을에 숨어든다. 농사일을 돕던 그가 목공일을 배우고 그것을 생계로 삼는다. 어느 날 소년이 목공일 하는 도시로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도쿄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도시로는 소년이 평범한 샐러리맨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왠지 쓸쓸함을 느낀다. 목수의 딸이 도시로에게 물을 내민다. 도시로는 여자가 어디선가 본 듯 하다고 느낀다.


o 투명한 물고기


'나'는 찻집 엘 마르에 갔다가 어항 속에서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를 본다. 그 물고기의 몸은 투명해서 뼈만이 헤엄치고 있는 듯 했다. 그때 한 여자가 다가와 물고기에 대해 설명해 준다. 물고기 중 몸이 완전히 투명한 것이 트랜스페어런트, 반투명한 것은 트랜스루센트, 은색으로 빛나서 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실버다이브라고. 그러면서 트랜스페어런트 중 일부는 친해진 물고기의 몸까지 투명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나'는 그 여자와 호텔에 가서 관계를 맺는다. 여자가 유혹한 듯 하다. 여자가 샤워할 때 우연히 그 여자의 몸이 투명한 몸을 보게 된다. 장기까지 들여다보인다. 

이제 찻집 엘 마르에 그 투명한 물고기는 없다. '나'는 그녀를 만나야만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의 몸도 이제 투명하다.


o 창공


다다노 헤이사쿠는 소심한 샐러리맨으로 이렇다할 야망도, 그렇다고 이렇다할 불만도 없이 하루 하루 살아간다. 어느 날 그 모든 것이 평소와 달리 참기 힘들었고 회사로 가는 전철이 아닌 다른 전철을 탄다.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흔들리다 도착한 곳은 교외였다. 하늘은 기분 나쁠 정도로 푸르렀다. 그때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헤이사쿠는 자신도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헤이사쿠는 언덕의 끝까지 나아가 위를 향해 몇 번이나 손을 저어 날아오른다.

그날 오후 늦게 N산의 기슭에서 헤이사쿠가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그가 겨우 2~3 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두개골이 깨어진 것을 보고 알 수가 없었다.


o 이


야스히코의 아내 노리코는 이가 튼튼하고 가지런하다. 그녀는 이가 튼튼하면 머리도 좋다는 말을 하는데 꼭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 야스히코는 이가 부실하다. 야스히코는 태어날 아이가 이가 튼튼했으면 한다는 말을 하며 식사를 마치고 하얀 가루약을 먹는다. 그녀는 칼슘 섭취가 중요하고 자기네 집안에서는 두개골을 최고로 친다며 야스히코의 어머니 유해가 담긴 단지를 바라본다. 야스히코는 어머니가 의사의 예상보다 일찍 돌아가셨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o 광폭한 사자


스물한 살에 결혼하여 딸을 하나 낳은 쇼코는 남편이 간암으로 급사한 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간다. 쇼코는 남편이 죽은 후로 자기 계발에 힘 쓴 결과 일러스트레이션과 아트 플라워, 외국어에 취미를 붙였고 특히 일러스트레이션은 전문가 수준으로 생계 수단이기도 했다. 그녀는 하루가 27~8 시간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도로 자신의 삶에 몰입했고 계획을 세워 살아갔으며 매일 충만감을 느꼈다. 

그런 그녀에게 유부남 스도 히데키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쇼코는 그에게 빠져든다. 스도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녀는 자신의 삶이 조금씩 흐트러짐을 느낀다. 

어느 날 스도가 둘 만의 아파트를 얻는다. 스도는 쇼코에게 자고 가라고 권하고 쇼코는 꿈에서 본 일이 현실로 일어날 것 같다며 꿈 이야기를 해준다. 꿈 속에서 머리 긴 여자가 자신을 쳐다보았다는 말에 스도는 자신의 아내가 나타날 일은 없다며 걱정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커다란 트렁크에라도 숨으면 된다며 몸소 들어가보인다. 트렁크는 금속이 부딪는 소리가 나면서 강고하게 닺힌다.

얼마 후 쇼코는 사랑 따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며 사자는 가축으로 키울 수 없다고 생각난다. 어쩐지 트렁크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o 밧줄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연재 마감을 지키지 못하고 종적을 감춘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낸다. 소설가는 자신이 연재를 수락한 후 단 한 줄도 완성시키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열패감에 빠졌으며, 결국 이렇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내용을 써내려간다. 그러면서 자신이 잠들기 전까지 편지를 완성할 수 있을지 자문하며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언젠가 여행에 갔다가 옆방에서 어떤 여자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호기심이 동했고, 야릇한 상상을 하며 건너갔다가 기묘한 경험을 한다. 그녀는 유부남을 사랑했다가 버림받은 후 자살을 결심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해 실패했는데 그 뒤로 밧줄이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이야기를 한다. 밧줄은 자살을 결심하지 못한 사람을 도와 죽도록 만들어 주는데 자살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을 끝까지 쫓아가 잠이 들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소설가는 여자의 요청에 따라 불침번을 서며 여자가 잠드는 동안 지켜보기로 했는데 그도 깜빡 잠이 들고 말았고 여자는 밧줄에 목이 졸려 죽고 만다. 소설가는 경찰의 추궁이 두려워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는 편지에 자신이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밧줄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 역시 죽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이제 잠을 이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잠이 드는 즉시 밧줄은 목을 죄어올 것이다 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런데 편지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편지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있었고 연재할 내용으로도 적당해 보였다. 그 증거로 밧줄이 사라진 것이다.

소설가는 그러나 한 가지 의혹에 잠긴다. 자신은 편지의 마지막 부분, 즉 편지의 내용이 원고로 적당하다는 생각을 적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죽은 여자는 밧줄이 죽인 것이 맞는가? 자신은 정말 잠이 들었는가? 하는 의혹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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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
수전 힐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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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아서의 가족이 모여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한 가지씩 하고 있다. 이야기가 점점 극단적이고 충격적으로 변할 즈음 아서에게 차례가 돌아온다. 아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 사건을 말로서 풀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서는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그 일을 글로 적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아서는 상사인 벤틀리씨로부터 여든 일곱살의 나이로 사망한 드래블로 부인의 유언을 집행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녀의 집은 크라이신 기퍼드에 있는 일 마시 하우스라는 곳이었다. 아서가 할 일은 그곳으로 가서 드래블로 부인이 남겨 놓은 서류 중 유언과 관련된 서류를 추려내는 것이었다.

가는 도중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새뮤얼 데일리는 아서가 앞으로 하려는 일을 듣자 무언가 숨기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고, 이는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분위기였다.

드래블로 부인의 장례식장에서 아서는 자신과 부동산업자 외에 검은 옷을 입은 창백한 여인이 참석했음을 알게된다. 그녀는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는 듯 했다. 그 여자에 관해 동산업자인 제롬씨에게 묻자 그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자리를 뜨고 만다.

일 마시 하우스는 습지의 한 가운데 약간 솟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졌을 때에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곳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아서는 또 다시 검은 옷의 여인을 발견하자, 그 여인이 유령임을 확신한다. 해무가 시야를 가로막은 후 아서는 마차소리에 뒤이어 어떤 여인과 아이의 끔찍한 비명을 듣는다. 그들은 슾지로 잘못 들어 빠져 죽었음이 틀림 없었다.

일 마시의 잠긴 방에서 아이의 소지품을 발견하고, 드래블로 부인이 남긴 편지와 새뮤얼 데일리의 말을 들은 아서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아버지 없는 아들을 낳은 재닛은 집안의 강요로 언니인 드래블로에게 아이를 맡긴다. 하지만 아이를 못내 잊지 못하여 괴로워하였고, 아이가 마차를 타고 가다가 습지에 빠져 죽자 그 후로 10년 넘게 앓다가 사망한다. 그 후로 마차가 습지로 빠질 때 아이가 냈던 비명소리가 마을 주민들에게 들렸고, 재닛의 모습이 종종 나타났다. 그녀가 나타나면 마을에서 아이가 한 명 사망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 일을 잊기 위해 노력한다.

벤틀리씨가 맡긴 일을 완수하지 못한 아서는 약혼녀 스텔라와 결혼하고 곧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아이는 마차를 탔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말이 재닛의 유령에 놀라 미친듯이 달렸기 때문이다.

가디언지 선정 세계 5대 공포소설 이라는 광고 띠지가 떡하니 붙어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예전에 유행하던 농담이 하나 생각났다. 여자들에게 인기투표를 했더니 군인이 2위였다는 것이다. 이에 1위는 누구였는지 묻자 민간인이었다는 식의 유머였는데, 어쩌면 가디언이 선정한 순위도 4위까지만 있고 나머지는 죄다 5위였는지도 모르겠다.

'원한 때문에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이승을 떠도는 귀신과 그 원한의 사후적 해소' 라는 동양적인 모티프에 익숙한 동양권 독자가 과연 아들이 죽었다고 수시로 나타나 동네 아이를 마구잡이로 죽게 만드는 재닛의 유령에 공포를 느낄까 의문이다. 게다가 재닛의 아들은 사고로 죽었다. 마을사람이건 언니건 사건에 책임 지울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가 재닛에 대해 갖게 되는 감정은 공포라기 보다는 짜증이나 황당함에 가깝지 않을까.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7577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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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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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강사를 하면서 글을 쓰는 서인은 텔런트를 지도했다는 유명세를 타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서인은 할머니와 오빠가 운영하는 펜션 '호반'에서 선우를 처음 보게 된다. 꽃을 접사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열중하는 그에게 서인은 호감을 느낀다. 선우 역시 서인의 사진을 찍은 후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느끼던 어느 날 다시 '호반'을 찾는다. 선우는 그곳에서 서인이 가끔 묵곤 한다는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서인의 일기장을 충동적으로 훔친다. 서인의 할머니는 선우에게 자신의 손녀딸과 잘해보라며 몇 가지 힌트를 준다. 얼마 후 둘은 사진을 매개로 만나게 되고 차츰 서로에게 빠져 든다.

 

둘 사이에 사랑이 무르익어 갈수록 서인은 괴로워한다. 서인은 열일곱살 때 아이를 지운 경험이 있었고 이십대에는 아이를 낳은 경험도 있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호수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그 후 서인은 할머니와 자란다. 열일곱 되던 해에 서인은 몽유병 증세가 있었고, 어느 날 배 위에서 강간당한 채 발견된다. 할머니는 서인이 열병에 걸렸다며 마을사람들의 눈을 속였지만 뱃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서인은 아이를 지운다.

이십대에 사랑했던 남자는 유부남이었고, 그의 아이를 낳은 서인은 이름을 다빈이라 지은 후 할머니의 주장대로 오빠의 호적에 올린다. 서인은 자신의 과거까지 선우가 감싸안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한다.

 

그즈음 대학강사인 선우를 쫓아다니던 여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또 선우가 대학시절 사귀었던 여자가 실종되었었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서인은 선우가 자신의 일기장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종된 여학생이 사망했다는 신문 기사도 읽게 된다.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유리막 같은 것이 세워지고, 소통에 어긋남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쓰러졌다가 일어난 후에 서인이 열일곱살 때 당했던 일을 파해친다. 할머니가 받아온 낚싯대는 선우가 과거에 잃어버렸다는 낚싯대와 같았고, 초등학교 동창의 증언도 선우를 지목하고 있었다.

 

오형사의 조사가 점점 선우에게 좁혀 온다.  선우는 서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적 고아원에서 프랑스로 입양을 간 선우에게는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 미우가 있었다. 선우는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으로, 미우는 안나라는 세례명으로 프랑스에서 살게 되었는데 둘은 아이들에게 물고기라 놀림 받는다. 양아버지가 안나를 범했음을 알게 된 날 선우는 안나를 교살한다. 양아버지는 안나를 수장시키고, 미카엘에게는 입을 다물게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카엘의 집 주변 동물들의 시체가 발견되기 시작하고, 결국 파양되어 한국으로 돌아온다. 대학시절 사귀던 여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죽으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깨어난 밤에 선우는 몽유병으로 돌아다니는 서인을 발견하고 안나로 착각한다. 선우는 서인을 범하고 그날 밤 서인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인정하고 싶지 않아 자살했다고 믿은 엄마처럼 되고 싶어한다. 서인은 그날의 기억을 스스로 망각한 채 살아왔다.

선우가 자신이 해리성 인격 장애가 있는 살인범임을 털어놓은 후 서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자살하고, 서인은 선우의 아이를 낳은 후 다빈을 자신의 호적으로 옮기고 떠나간 엄마를 모셔와 함께 '호반'에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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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온갖 자극적인, 하지만 진부하기 짝이 없는 양념을 쳐가며 분전한다. 잃어버린 기억, 몽유병, 강간, 근친상간, 살인, 다중인격, 유부남과의 불륜 및 어머니의 불륜 등등 좀 더 자극적인 소재가 없다는 게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결과적으로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하이틴 로맨스의 어디쯤에 위치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어느 장르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있다.

작중 인물들은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이며 뜬금 없는 대사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고, 하이틴 로맨스의 진부한 결말을 '기억'이라는 단어를 화두로 하여 뻔하지 않게 포장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에크로이드 살인사건>과 같이 독자를 속이는 트릭을 사용하여 미스터리로서도 낙제점을 보여준다. 물론 <에크로이드 살인사건>은 그러한 트릭을 처음 사용하였고, 나름의 완성도도 갖추고 있으나 <4월의 물고기>는 '후안무치한 트릭이고 1페니 동전을 5달러 금화라고 속여 건내는 사기나 다름없다'는 반다인의 비판을 떠오르게 한다.

노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이 1984년에 제작한 영화 <四月の魚>에서 차용한 제목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프랑스에서는 4월 1일 만우절에 어리숙한 사람을 '4월의 물고기'라고 놀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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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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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나는 전설이다

 

1976년 1월 생존한 인류는 로버트 네빌 혼자인 것 같다. 핵전쟁 이후 모래 폭풍이 수시로 발생했고 네빌의 아내와 딸, 이웃인 벤 코트만 등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었다. 아내인 버지니아는 한번 살아났었지만 결국 네빌의 손에 죽었다.

생존자인 네빌 외에는 모두 드라큐라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햇볕에 노출되면 죽었고 마늘을 싫어했으며, 십자가를 겁냈다. 네빌은 집 외곽을 마늘로 둘러쳐 집을 보호하고 낮이면 나무 쐐기를 차에 싣고 나가 잠들어 있는 흡혈귀들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네빌은 발전기를 가동하여 전기를 사용했고 때로 자기만의 공간이 안락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외로움과 절망감 때문에 술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았다.

네빌은 흡혈귀들이 살아있는 자와 죽었다가 되살아난 자들로 구분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이 마늘에 반응하는 것은 호흡기를 통해서만이고, 십자가를 겁내는 것은 자신의 과거 모습과 현재의 추악한 괴물 상태를 비교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이유일 뿐이라는 것도 알아 낸다. 따라서 유대인이나 이슬람교도였던 흡혈귀는 십자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 인류가 단기간에 감염되어 흡혈귀가 되었던 이유는 바이러스가 모래폭풍을 타고 번졌기 때문이고, 바이러스는 피 속에 침투하여 죽은 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므로 죽은 자가 살아나는 상태도 가능했던 것이다.

어느 날 애정에 굶주린 네빌의 눈에 낮에 돌아다니는 생명체, 강아지가 발견 된다. 네빌은 오랫동안 공을 들여 강아지와 친해지지만 강아지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고 만다.

얼마 후에 네빌은 또다른 생존자를 발견한다. 생존자인 그녀는 네빌을 발견하고 도망치고, 네빌은 그녀를 뒤쫓는다. 우여곡절 그녀를 끝에 집으로 데려온 네빌은 문득 강한 의심에 사로잡힌다. 루스라는 이름의 그녀 역시 감염자는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피부는 태양볕에 그을린 상태였다. 마늘에 반응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속이 좋지 않다는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네빌이 피 검사를 해보자는 말에 그녀는 몸 상태가 나아지는 다음 날 아침에 하자고 말한다. 밤 사이 둘은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듯 포옹을 한다. 아침이 오고 피를 뽑은 후 현미경을 들여다보려는 순간, 네빌은 그녀에게 공격 받는다.

네빌은 의식을 차린 후 그녀의 메모를 읽는다. 거기에는 살아있는자 중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은 변종 바이러스 덕택에 점차 햇볕을 견디기 시작했고,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약을 복용한 후 새로운 사회 질서를 위한 조직을 건설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은 완성될 것이고, 그때 네빌은 공격받을 것이 분명하니 도망치라고도 쓰여 있었다.

그녀가 말한 때를 기다리던 어느 날, 자동차와 총, 칼을 앞세운 그들이 네빌의 집 앞으로 몰려든다. 그들은 죽은 흡혈귀들을 쾌락에 찬 표정을 한 채 소탕한다. 벤 코트만이 그들에게 살해당할 때 네빌은 자신이 벤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네빌은 그들에게 사로잡히고, 처형 직전에 루스가 찾아 온다. 루스가 몰래 건내준 독약을 삼키기 직전 네빌은 신 인류를 쳐다보며 자신이 마지막 인류였으며 그들에게 공포의 전설이 되리라 생각한다.

 

o 던지기 놀이

 

섭씨 39도의 폭염인데도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사내가 유원지로 들어 선다. 그는 탁구공을 세 개 던져 어항에 집어 넣으면 상품을 타고, 계속 해서 성공시키면 더 큰 상품을 주는 게임을 시작한다. 그가 성공하는 회수가 거듭됨에 따라 뚱보 주인이 억지를 쓴다. 군중들은 자신들이 졌을 때와는 다른 룰을 적용하지 말라고 아우성친다. 뚱보가 더 좋은 상품들은 전시용일 뿐이라 주장하다가 헉하는 소리와 함께 비틀거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는 상품과 함께 사라진 후다. 잠시 후 뚱보는 자신의 내장이 잘게 잘려 나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o 아내의 장례식

 

폭염의 날씨에 50대 초반의 깡마른 체구의 남자가 장의사를 찾는다. 장례 절차 때문에 찾아 왔다는 그에게 장의사는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다. 남자는 아내라고 답하고 장의사는 동정을 표한다. 장례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며 남자는 아름다웠던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최고로 해주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다. 사망시간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장의사는 듣지 못한다. 남자는 자동차를 걸어가며 중얼거린다. "내가 집에 가자마자죠."

 

o 죽음의 사냥꾼

 

아멜리아가 남자친구의 생일 선물로 인형을 사온다. 인형은 20센티미터 정도의 목각 인형으로 몸은 해골 모습이고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긴 창을 들고 있었고 어깨에서 무릎까지 황금 사슬에 휘감겨 있었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스크롤을 펼치자 그곳에는 '죽이는 자, 죽음의 사냥꾼' 이라고 쓰여 있다.

아멜리아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자 어머니는 불평을 늘어 놓으며 그녀의 방문이 뜸한 것을 탓한다. 남자친구 역시 한번 뿐인 자신의 생일에 어머니가 끼어 들어 분위기를 망쳐놓았다고 화를 낸다. 전화를 끊고 보니 인형이 사라졌다. 인형을 봉인한 쇠사슬만 남아있을 뿐이다. 인형은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 아멜리아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연속된 공격으로 피투성이가 된 아멜리아가 간신히 인형을 가방에 가두어 불태운다. 아멜리아가 어머니에게 집으로 오라는 전화를 건다. 아멜리아는 죽이는 자와 같이 먹이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o 마녀의 전쟁

 

'P.G.센터'라는 명판이 걸린 곳에서 일곱 명의 소녀가 수다를 떨고 있다. 한 장교가 적군이 다가온다는 말에 일곱 명의 소녀들을 전쟁에 내보낸다. 적군들은 화염과 바위덩어리들, 야수들에게 무차별적인 죽임을 당하고, 생존자는 한 명도 없다. 한 소녀가 '너무 심했나?'라고 말한다.

 

o 루피 댄스

 

3차 세계 대전 이후, 네 명의 젊은이가 1997년형 자동차를 몰고 질주한다. 그들은 마약과 술, 섹스에 탐닉하고 있다. 한 명이 루피 댄스를 보았는지 페기에게 묻는다. 본 적이 없다는 페기의 말에 그들은 그 끝내 주는 루피 댄스를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믿을 수가 없다며 페기를 안내한다.

심장을 울리는 드럼 소리를 배경으로 한 여자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여자는 빙글 빙글 돌고 무대의 난간에 부딪히기를 반복하다가 페기의 테이블로 떨어져 내린다. 네 명의 젊은이는 이번 루프가 정말 끝내줬다고 생각한다.

(LUP : Lifeless Undead Phenomenon, 생화학전 이후 수많은 전사자들이 일어나 발작적인 선회운동을 하는 것이 목격되었는데 이는 후에 Loopy 춤으로 불린다)

 

o 엄마의 방

 

'나'는 엄마의 방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할머니는 엄마가 죽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것은 메리 제인 뿐이다. 그녀는 내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엄마 방에 데려가서 드레스와 사진을 보여준다. 하지만 메리 제인은 드레스가 하얗다는 내 말에 더럽고 구멍이 났다고 하고, 엄마가 예쁘다는 말에 병신손에 못생겼다고 한다. 게다가 방에서는 향수 냄새가 아니라 썩은 악취가 난다고 한다. 메리 제인이 비명을 지르고, 내가 문득 힘센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겉모습은 어린애이다. 할머니가 나를 잡아 채며 또 그 일이 일어났다고 중얼거리며 방으로 끌고가 가둔 후 열쇠를 채운다.

 

o 매드 하우스

 

크리스는 결혼한 지 18년이 되었고,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시간강사이며, 글을 쓰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글을 한 줄도 쓸 수 없었고, 아내 셀리와의 사이도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다. 그는 사소한 일에도 분노했다. 더 안 좋은 것은 그런 분노 때문에 그릇을 씻다가 깨져 손을 베이는가 하면 책상에 정강이를 부딪히기도 하는 등 잦은 사고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셀리가 별거를 선언하고 집을 나간 날 크리스는 분노에 차서 학교로 간다. 동료이자 물리학 교수인 모튼은 크리스의 집이 크리스의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셀리가 일종의 항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모튼의 말을 무시한다.

학교에서 분노와 자포자기하는 마음에 사고를 친 크리스는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떠나갔어야 할 셀리가 앉아있었고 크리스와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셀리에게 매몰차게 대하여 결국 셀리는 떠나간다.

크리스는 그동안 직장과 아내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왔으므로 마침내 글을 쓰기로 한다. 그러나 연필과 책상, 책꽂이, 바닥의 깔개 등 집 안 전체가 크리스를 공격하고 결국 사망하고 만다. 다음 날 모튼이 크리스의 집을 방문하여 시체를 발견한다. 경찰은 자해로 인한 사망으로 간주한다.

 

o 장례식

 

장의사 모튼 실크라인의 사무실에 한 사내가 찾아온다. 애스퍼라는 이름의 사내는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주문한다. 모튼이 망자의 이름을 묻자 애스퍼라고 답한다. 모튼은 불쾌감을 드러내자 애스퍼는 정색을 하며 자신이 준비 없이 죽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며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춰 놓으라고 한다. 나가면서 출입구의 거울을 없애줄 것도 부탁한다.

불면의 밤을 보낸 모튼을 애스퍼와 몇몇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모두 망자였고 시끌벅적한 장례식이 끝난다. 기절한 모튼이 깨어나보니 뜻밖에도 많은 금화와 감사 편지가 있었다. 모튼은 그다지 밑진 장사도 아니라 생각한다. 그 때 짚신벌레 같은 괴물이 친구의 추천으로 왔다며 사무실을 들어선다. 모튼은 형식상 돌아가신 분의 성함이 무엇인지 묻는다.

 

o 어둠의 주술

 

피터 랭의 약혼녀 패트리시아가 의사인 아버지 제닝스 박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피터의 아파트에 가 보니 집 안은 난장판이었고 피터는 사람이 취할 수 없는 기묘한 자세로 고통스러워 하며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마약 성분의 진정제를 투여했으나 약효는 얼마 가지 않았고, 페트리시아는 인류학자인 하월 박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피터가 아프리카에 갔을 때 주술사에게 주주라는 저주를 받아 환각으로 인한 고통에 사로잡혀 있고 그대로 두면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저주를 풀기 위해 반라가 된 후 이상한 약을 들이마시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춤이 피터를 도발하는 춤으로 변하자 피터는 동물적 본능만 남은 상태로 하월 박사에게 달려든다. 페트리시아가 경악하며 말리려 하고, 잠시 후 하월 박사에게 피터의 저주가 옮아간다. 하월박사는 피터와 똑같은 증세로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저주를 이겨낸다.

돌아가는 길에 제닝스 박사는 그녀가 마신 이상한 약, 최음제를 마신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하월 박사는 자의식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셨다고 말한다. 그리고 피터가 이성을 잃은 것은 피터 안에 잊고 있었던 짐승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한다. 제닝스는 하월 박사가 불러준 <내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에요>라는 카운티 컬린의 시를 되새겨본다.

 

o 전화벨 소리

 

밀만은 새벽 3시가 되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고통 받고 있다.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면 수화기 속에서는 신호음만 울릴 뿐이었다. 밀만은 그 소리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스 박사로부터 별 신통한 처방을 못 받자 목뼈 교정술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팔머 박사를 찾아가자 그는 '전화를 받아보라'는 단순한 대답을 해준다.

또다시 벨이 울리자 밀만은 상상 속에서 전화를 받는다. 그러자 상대편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밀만이 정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머리 속에 마이크로칩을 이식당했다고 말한다. 팔머 박사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팔머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한다. 밀만은 머리속에서 울리는 전화를 매일 받고, 상대편은 사실은 자신이 발명가라고 말을 바꾸는가 하면 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팔머는 전화를 거는 사람이 밀만의 무의식이라며 단호히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극복하라고 한다. 밀만은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배 당한다.

하지만 밀만은 지금까지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주장하지 못하고 주눅 들었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의식이라는 악마를 불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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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의 대가들은 하나 같이 리처드 매드슨에게 헌사를 바친다. 스티븐 킹은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을 읽고 비로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하고, 딘 쿤츠는 매드슨이 공포작가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한다. 로버츠 블록, 레이 브래드버리 등 쟁쟁한 작가들 역시 리처드 매드슨의 업적에 찬사를 보낸다.

매드슨의 소설은 일상 생활에 짓눌린 개인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 형식을 취하며 그들의 잠재의식의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로버트 네빌의 투쟁, 삶을 위한 투쟁이 결국 비극으로 끝나면서 자신이 정상인으로서 마지막 인간이고 흡혈귀들의 세상이 도래했음을 인정한다. 전쟁 이후 바이러스가 퍼져 흡혈귀들의 세상이 되자 네빌의 가장 친했던 벗인 벤 코트만이 자신을 집요하게 노리고 아내는 살아왔다가 네빌에게 다시 살해당한다. 모처럼 발견한 개에게 온 관심과 애정을 쏟지만 개는 죽어버리고, 자신과 같은 정상인이라 생각한 루스는 네빌을 배신한다. 이러한 상황은 일견 미국인 남성이 일상 생활에서 처하는 억압적인 상황으로도 읽힌다. 외면적으로 친한 벗이 사실은 경쟁상대이고, 아내는 죽어 없어졌으면 하는 존재이며, 유일하게 정을 주는 동물(혹은 대상)은 곧 죽어버리고, 새로 등장한 반려자는 나를 이용할 뿐이다. 이러한 일상의 억압과 무의식의 욕망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다루어진다.

<죽음의 사냥꾼>에서는 어머니로부터 억압받은 주인공이 결국 만신창이가 된 채 어머니를 살해할 의도를 드러내는가 하면, <매드하우스>에서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한 줄도 쓰지 않고 주위 상황만을 탓하던 주인공이 결국 집에 의해 살해당한다. <전화벨 소리> 역시 자신을 괴롭히는 무의식이 말하는 바가 사실은 억눌린 자아의 욕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상 생활에서 억눌린 자아의 내면에 감춰둔 욕구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형태를 띨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의 소설들은 이토 준지류의 공포와는 또 다른 공포를 선사한다. 이러한 매드슨의 스타일은 스티븐 킹의 여러 작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나는 전설이다>는 총 세번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첫번째는 1964년 우발도 라고나 감독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 The last man on earth>라는 제목으로, 두번째는 1971년 보리스 사갈 감독이 <오메가맨 The omega man>이라는 이름으로 제작하였고, 세번째는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원제 그대로를 사용하여 제작했다.

매드슨 자신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영화 모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 번째는 어땠는지 알 길이 없으나 흡족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로렌스 감독의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으면서도 제목 자체를 배반하는 결말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네빌이 '나는 전설이다'라는 대사는 정상인으로서 자신이 마지막 존재이고 이제 새로운 흡혈귀 종의 출현과 그들의 세계를 받아들이면서 내뱉는 대사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네빌 역으로 분한 윌 스미스가 백신을 개발하여 안전지대로 피신하면서 끝이 나기 때문에 전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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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9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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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섯 명의 아동 살인 용의자 맥그리거를 손봐준 덱스터는 그가 남긴 아이들 사진을 보고 맥그리거가 아닌 제3의 인물이 있임을 알게 된다. 맥그리거의 공범은 아동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라이커라는 자였다.

하지만 라게르타의 죽음(전편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에서 사망함)에 덱스터가 관련 있다고 의심한 독스가 공공연히 덱스터를 미행하여 '검은 손님'의 욕구는 충족될 수가 없었다. 덱스터는 독스가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독스 역시 자신과 비슷한 부류이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덱스터는 독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여자친구 리타의 집을 매일 방문해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독스는 끈질겼고 의도와 달리 리타와의 관계만 깊어질 뿐이었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는 사지는 물론 눈꺼풀, 코, 입, 귀, 혀마저 잘린 상태로 발견된다. 더욱 끔찍한 것은 피해자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범인은 외과적 소양을 갖춘 전문가로 보였다. 독스는 즉시 어딘가로 연락을 취하고 워싱턴에서 카일 츄츠키라는 사람이 파견된다. 그는 현지 경찰들이 일절 사건에 개입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독자적인 조사를 벌인다. 덱스터는 독스가 즉시 조취를 취한 것을 보고 그가 피해자, 또는 범인에 관해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카일 츄츠키가 현지 경찰과의 연락관으로 데보라를 선택하고 둘 사이가 장밋빛을 띠어간다. 데보라는 자신의 오빠 덱스터의 특별한 능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셋은 식사를 함께 한다. 덱스터는 피해자가 발견된 부동산과 자금 출처, 그리고 독스의 과거 엘살바도르에서의 복무 경력 등을 종합하여 사건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츄츠키는 덱스터의 정확한 추측에 놀라고 만다.

독스와 츄츠키 등은 엘살바도르에 파병되어 미국을 위해 온갖 못된 일을 저질렀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덴코 박사라 불리는 자로 외과의사 출신의 고문 전문가였다. 엘살바도르의 정세가 변하자 독스와 츄츠키 등은 덴코 박사를 배신하고, 박사는 쿠바로 간다. 다시 나타난 덴코 박사가 당시 동료들에게 복수를 시작한 것이다.

츄츠키는 당시 동료들이 다음 표적이 될 것을 예상하여 덴코를 추적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츄츠키마저 실종된다. 독스와 덱스터는 임시 평화협정을 맺고 독스가 미끼가 되어 덫을 놓는다. 하지만 독스 역시 덴코 박사에게 끌려가고, 덱스터가 GPS를 추적하여 뒤를 쫓지만 덴코 박사와 독스는 수상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였고 팔과 다리가 잘린 츄츠키만 구출한다.

새로운 집을 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 희생자의 집을 범행 장소로 사용할 것이라는 덱스터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덴코는 데보라의 총에 맞아 죽고, 독스는 덴코에게 당해 폐인이 된다. 덱스터는 느긋하게 '검은 손님'에게 운전을 맞겨 라이커를 해치운다.

 

전편이 덱스터의 '검은 손님'이 탄생한 배경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본편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에서는 생활인으로서의 덱스터가 등장한다. 아직은 덱스터의 가면 노릇이지만 여자친구 리타가 자주 언급되고 덱스터의 계승자가 될지도 모를 리타의 아들 코디가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독스가 사망하지만 원작에서는 독스가 폐인이 되는 것으로 약간 다르고, 코디를 덱스터와 같은 살인 충동이 있는 아이로 그리는 것도 약간 다른 것 같다. (시즌 3까지밖에 보지 못했는데 코디에 관한 이야기는 안나왔던 것 같다)

 

책과는 다른 이야기인데 최근 들어 역자 후기나 편집자 후기 등을 읽으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 최근에 읽은 <카모메 식당>과 <웃는 이에몬>의 역자들이 후기를 굳이 쓰는 것이 본작에 사족을 다는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말만 덧붙이는 데 반해, <허삼관 매혈기>는 역자가 마치 자신이 작품을 쓴 것처럼 감동과 감사를 표시하는가 하면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의 편집자 모중석은 자신의 인터뷰(도대체 무슨 권리로?)를 수록해 놓았다.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기로 보인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698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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