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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요가 강사를 하면서 글을 쓰는 서인은 텔런트를 지도했다는 유명세를 타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서인은 할머니와 오빠가 운영하는 펜션 '호반'에서 선우를 처음 보게 된다. 꽃을 접사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열중하는 그에게 서인은 호감을 느낀다. 선우 역시 서인의 사진을 찍은 후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느끼던 어느 날 다시 '호반'을 찾는다. 선우는 그곳에서 서인이 가끔 묵곤 한다는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서인의 일기장을 충동적으로 훔친다. 서인의 할머니는 선우에게 자신의 손녀딸과 잘해보라며 몇 가지 힌트를 준다. 얼마 후 둘은 사진을 매개로 만나게 되고 차츰 서로에게 빠져 든다.
둘 사이에 사랑이 무르익어 갈수록 서인은 괴로워한다. 서인은 열일곱살 때 아이를 지운 경험이 있었고 이십대에는 아이를 낳은 경험도 있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호수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그 후 서인은 할머니와 자란다. 열일곱 되던 해에 서인은 몽유병 증세가 있었고, 어느 날 배 위에서 강간당한 채 발견된다. 할머니는 서인이 열병에 걸렸다며 마을사람들의 눈을 속였지만 뱃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서인은 아이를 지운다.
이십대에 사랑했던 남자는 유부남이었고, 그의 아이를 낳은 서인은 이름을 다빈이라 지은 후 할머니의 주장대로 오빠의 호적에 올린다. 서인은 자신의 과거까지 선우가 감싸안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한다.
그즈음 대학강사인 선우를 쫓아다니던 여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또 선우가 대학시절 사귀었던 여자가 실종되었었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서인은 선우가 자신의 일기장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종된 여학생이 사망했다는 신문 기사도 읽게 된다.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유리막 같은 것이 세워지고, 소통에 어긋남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쓰러졌다가 일어난 후에 서인이 열일곱살 때 당했던 일을 파해친다. 할머니가 받아온 낚싯대는 선우가 과거에 잃어버렸다는 낚싯대와 같았고, 초등학교 동창의 증언도 선우를 지목하고 있었다.
오형사의 조사가 점점 선우에게 좁혀 온다. 선우는 서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적 고아원에서 프랑스로 입양을 간 선우에게는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 미우가 있었다. 선우는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으로, 미우는 안나라는 세례명으로 프랑스에서 살게 되었는데 둘은 아이들에게 물고기라 놀림 받는다. 양아버지가 안나를 범했음을 알게 된 날 선우는 안나를 교살한다. 양아버지는 안나를 수장시키고, 미카엘에게는 입을 다물게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카엘의 집 주변 동물들의 시체가 발견되기 시작하고, 결국 파양되어 한국으로 돌아온다. 대학시절 사귀던 여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죽으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깨어난 밤에 선우는 몽유병으로 돌아다니는 서인을 발견하고 안나로 착각한다. 선우는 서인을 범하고 그날 밤 서인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인정하고 싶지 않아 자살했다고 믿은 엄마처럼 되고 싶어한다. 서인은 그날의 기억을 스스로 망각한 채 살아왔다.
선우가 자신이 해리성 인격 장애가 있는 살인범임을 털어놓은 후 서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자살하고, 서인은 선우의 아이를 낳은 후 다빈을 자신의 호적으로 옮기고 떠나간 엄마를 모셔와 함께 '호반'에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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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온갖 자극적인, 하지만 진부하기 짝이 없는 양념을 쳐가며 분전한다. 잃어버린 기억, 몽유병, 강간, 근친상간, 살인, 다중인격, 유부남과의 불륜 및 어머니의 불륜 등등 좀 더 자극적인 소재가 없다는 게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결과적으로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하이틴 로맨스의 어디쯤에 위치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어느 장르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있다.
작중 인물들은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이며 뜬금 없는 대사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고, 하이틴 로맨스의 진부한 결말을 '기억'이라는 단어를 화두로 하여 뻔하지 않게 포장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에크로이드 살인사건>과 같이 독자를 속이는 트릭을 사용하여 미스터리로서도 낙제점을 보여준다. 물론 <에크로이드 살인사건>은 그러한 트릭을 처음 사용하였고, 나름의 완성도도 갖추고 있으나 <4월의 물고기>는 '후안무치한 트릭이고 1페니 동전을 5달러 금화라고 속여 건내는 사기나 다름없다'는 반다인의 비판을 떠오르게 한다.
노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이 1984년에 제작한 영화 <四月の魚>에서 차용한 제목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프랑스에서는 4월 1일 만우절에 어리숙한 사람을 '4월의 물고기'라고 놀린다고 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7402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