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지음, 안정효 옮김 / 청년정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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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씰리는 14살에 아버지에게 강간 당해 두 번씩이나 아이를 낳는다. 아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머니가 죽고, 씰리는 앨버트 에게 팔려가듯 시집 간다. 앨버트는 사실 씰리의 여동생 네티를 원했지만 아버지가 네티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씰리를 암소 한마리와 함께 내준 것이다. 씰리는 앨버트의 전 아내가 낳은 아이들을 기르며 짐승처럼 학대받는다. 씰리는 네티 역시 자신과 같은 꼴을 당할 것을 염려해 네티를 불러들인다. 이번에는 앨버트가 네티를 집적인다. 뜻을 이루지 못한 앨버트가 네티를 쫓아낸다. 씰리는 네티에게 마을에서 유일하게 돈을 가진 흑인 목사를 찾아가라고 한다. 씰리의 사라진 두 아이들은 목사의 양자로 들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슈그 에이버리라는 가수가 마을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앨버트는 갖은 치장을 다하고 슈그 에이버리의 공연을 보러 간다. 얼마 후 슈그 에이버리가 못된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자 앨버트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앨버트는 슈그와 연인 사이였으나 결혼이 집안의 반대로 무산되자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었다. 결혼한 후에도 둘은 불륜 관계를 가졌었고, 이제는 씰리가 있는 집으로 슈그를 들인 것이다. 씰리는 슈그에게 질투심을 느끼기 보다는 그녀를 동경한다. 처음에는 씰리를 하녀처럼 대하던 슈그도 씰리의 헌신적인 태도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학대받는 그녀의 편에 선다. 몸이 다 낳은 슈그는 씰리에게 성적인 쾌락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둘은 앨버트가 감추어 둔 네티의 편지를 발견한다.

네티는 목사 부부와 함께 아프리카의 세네갈로 선교 활동을 떠났고, 그곳에서 씰리의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네티는 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편지에 담아 보내왔었는데 앨버트가 편지를 숨겨두고 전해주지 않은 것이다. 씰리는 앨버트에 대한 격한 살의를 느낀다. 그녀는 앨버트를 버리고 슈그를 따라나선다.

씰리가 취미삼아 만든 바지가 인기를 얻어 공장을 차리기에 이른다. 얼마 후 아버지가 죽는다. 아버지라 부르던 사람이 사실은 의붓아버지였고, 집은 원래부터 씰리와 네티의 소유였음이 밝혀진다. 

집을 얻은 기쁨도 잠시, 슈그가 나이어린 남자를 좋아하게 되어 씰리를 떠난다. 그리고 네티와 아이들이 탄 배가 독일군의 어뢰에 침몰당했다는 전보를 받는다. 하지만 네티의 편지는 계속 전해져왔고, 씰리 역시 계속 답장을 한다.

앨버트는 씰리가 떠난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그는 전보다 사려깊고, 전보다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된다. 앨버트는 씰리와 다시 합하기를 원하지만 씰리가 원치 않는다.

슈그가 돌아온다. 그리고, 네티와 아이들 역시 돌아온다. 아이들은 씰리들을 늙었다고 생각하지만, 씰리는 자신들이 그렇게 젊은 기분을 느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더 컬러 퍼플>은 사회적 지위로 따지자면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흑인 여성을 다루고 있다. 씰리의 아버지는 단지 백인보다 돈을 많이 버는 가게를 가졌다는 이유로 백인들에게 팔다리가 잘린 채 화형당한다. 어머니는 그때문에 미쳐버린다. 씰리는 겨우 열네살에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으며, 남편에게는 상시적인 구타에 시달렸고, 성적인 면에서는 남편 욕구의 분출을 받아 내는 직업여성 수준 이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성들과의 연대의식 속에서 씰리는 차츰 삶의 성찰을 하나씩 얻게 되고 마침내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가기에 이른다. 그 과정이 부단한 투쟁의 과정은 아니었지만, 그런 이유로 독자에게는 오히려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네티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의문을 여러차례 던진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외양 묘사에 따르면 '머리가 양털처럼 곱슬거리'고, 예수님이 태어난 지역이 아프리카 부근인 것을 볼 때 예수님은 흑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확산된 탓으로 예수님이 마치 백인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백인을 '벌거벗은 자'로 부르는데, 아담 자신이 벌거벗은 것을 부끄러워한 것은 우의적으로 읽혀야 하리라는 것이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관점들이다.

 

안정효가 번역한 <더 컬러 퍼플>은 다른 번역본이 나오기가 어려워 보인다.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씰리가 흑인 토속 영어(black folk English), 혹은 엉터리 영어로 쓴 초반부의 문장들을 안정효는 '문장의 해체' 방법을 고안하여 번역하였는데 역자가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안정효는 자신의 소설을 직접 영문으로 번역하여 미국에서 출판할만큼 번역자로서 역량이 뛰어난 작가이고, <더 컬러 퍼플>의 번역 역시 유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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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날
김한수 지음 / 창비 / 199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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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성장(198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

 

창진의 아버지는 전화기 수리공으로 일하며 악착같이 생계를 이어가려 하지만 빚만 늘어가고 급기야 자식 학비마저 대지 못하자 술에 의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처증 때문에 아내를 구타하기 시작한다. 아내가 집을 나가 식모살이로 들어가자 마음을 다잡아 먹고 다시 일을 시작하지만 가난의 수렁은 그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고 또다시 술을 먹고 돌아온 아내를 때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창진은 아버지에게 패배자라며 악을 쓰고 학교를 때려 치운다. 아버지는 유서를 남긴 채 실종된다. 공장에 들어간 창진은 어떻게든 학업을 이어가려 하지만 대학교에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기계처럼 일하던 창진은 어느 날 자신의 얼굴에서 패배자라고 비난했던 아버지의 얼굴을 본다.

사장이 눈물을 흘리며 회사가 적자라며 노동자들의 이해와 희생을 호소하던 날, 창진은 사장의 통화내용을 듣게 된다. 사장은 노동자들을 멋지게 속여넘긴 자신의 기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창진은 마루봉을 주워들어 사장의 머리를 내려친다. 창진이 사고를 친 날, 집이 강제 철거 당한다. 보상비는 사장과의 합의금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이사가는 날 창진은 짐과 함께 트럭에 몸을 부린다. 눈발이 거세지자 창진은 세상에 죽은 것은 없다. 죽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며 웃는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뒤덮이고 있었다. 

 

o 봄비 내리는 날(1990년, 문예중앙 가을호)

 

만삭인 아내가 한 장의 통지서를 받아들고 울적한 심사를 감추지 못한다. 통지서는 입주안내문이었다. 만석과 아내 영란은 강제 철거를 당하면서 입주권을 받았지만 입주에 필요한 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입주권을 삼백만원에 투기꾼에게 팔았었다. 그런데 이제 입주안내문이 날아왔으니 백만원이 없어 내 집 마련의 꿈을 날려버린 부부에게는 씁쓸한 심사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입주권은 이제 프리미엄이 붙어 천만원에도 거래된다 했다. 투기꾼들은 재개발 예정지에 하룻밤 사이 무허가 주택을 여러채씩 지어 나갔고 심지어는 동사무소 옆에도 지을 지경이었다. 그들은 원주민들에게는 입주권을 사고, 자신들이 지은 유령 주택에서도 입주권을 뽑아내어 열 채 이상을 소유한 후 팔아치웠다. 주공과 투기꾼들만 배가 부를 뿐이었다.

입주권을 사간 자가 만석에게 오십만원을 내밀었다. 대리 입주할 때 말썽을 부리지 말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만석은 부탁을 뿌리치고 입주권을 되찾겠다고 마음 먹는다. 어짜피 입주권을 사고 판 사실이 알려지면 둘 다 처벌 받을 것이고, 자신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심사 때문이었다. 하지만 입주에 필요한 돈은 결국 아무도 빌려주려하지 않는다. 만석은 남의 집이 되어버린 아파트에 남의 짐을 싣고 이사를 간다.

만석은 프레스기에 팔이 잘린 강대석 형에게 대리입주의 대가로 받은 돈을 주어 포장마차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대석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구걸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자살하고 만다. 그날 봄비는 한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거세게 내린다.

 

o 그 무더웠던 여름날의 꿈(1992년, 신작중편소설집 <그 무더웠던 여름날의 꿈>)

 

한때 건달 생활을 했던 덕배는 손을 씻고 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운다. 4년여를 착실히 일한 끝에 반장이 된다. 그가 사는 집 주인은 황영감님이라는 분인데 남원댁이라는 이와 늘그막에 함께 살다가 지금은 뇌출혈로 운신을 못했다. 영감의 아들들은 검사에 사장에 출세들을 했다고 하는데 찾아와보는  법도 없는 불효자들이었다.

그 집에는 술집에 나가는 아가씨, 평생을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아이들을 먹여살리려고 고생만 직사하게 하는 복길이네, 장가를 들어보려고 서울에 와서 공장에 나가는 정구씨, 그리고 무당 보라네와 이제 사장님이 되어 형편이 펴지자 남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은비네, 그리고 수상쩍은 연하남과 사는 현주네 등이 함께 살고 있었다.

휴가비 때문에 사장과 면담을 한 덕배는 사장이 연마기를 한 대 사면 하청을 주겠노라는 약속에 동료들을 배신하고 현민을 쫓아내는 데 앞장서기까지 한다. 현민이 쫓겨나면서 보낸 눈빛이 덕배의 마음에 아로세겨져 못내 부끄러워진다. 현민은 형사들에게 팔이 꺾여 연행된다.

황영감이 죽자 아들들이 찾아와 남원댁을 쫓아내려 하고 얼마 후 남원댁이 자살한다. 정구씨는 술집 아가씨에게 연정을 품지만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복길이네는 자궁암에 걸리고 만다. 현주네는 동생이라 부르며 쉬쉬하던 연하남과 정식으로 결혼한다.

연마기가 들어오기로 한 날 덕배는 전화를 걸어 기계 들여오는 날을 일을 며칠 미룬다. 그는 현민을 면회가기로 한다.

 

김한수의 초기 중편 모음집으로 노동자의 운명이 되물림되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 <성장>, 주택재개발과 투기꾼들의 잔치 이면에 피눈물을 뿌리는 도시 빈민을 그린 <봄비 내리는 날>, 한 지붕을 이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과 아픔을 그린 <그 무더웠던 여름날의 꿈>이 실려 있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성장>은 계절적 배경이 겨울이고, <봄비 내리는 날>은 봄, 그리고 <그 무더웠던 여름날의 꿈>은 여름이니, 결실을 맺는 가을은 빠진 셈이다.

<성장>은 그의 데뷔작인만큼 거칠고 직선적이다. 인물들의 생각과 대화 이외의 소설적 장치들이 빈약하여 마치 무대 설명을 뺀 희곡을 읽는 느낌을 준다. 소설적인 완성도는 90년에 발표된 <봄비...>와 92년에 발표된 <그 무더웠던...> 쪽으로 갈 수록 높아진다.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까지 봄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많이 내렸다. 이 책은 2008년도 겨울에 인천중앙도서관 1층 책꽂이에서 뽑아온 책이다. 필요한 사람 가져가라고 책꽂이에 줄줄이 꽂아놓은 책 중에는 폐기처분해야 할 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유독 이 책이 눈에 띄어 들고온 것이다. 지금도 그 책꽂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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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가 남긴 것 사계절 1318 문고 25
지그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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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스에게 가족들이 아르네의 유품을 정리하라고 주문한다. 아르네가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한스는 아르네를 떠올린다.

 

아르네의 가족이 막대한 빚 때문에 모두 자살하고, 살아남은 아르네는 한스의 아버지가 맡아 기르게 된다. 아르네는 다른 나라 언어에 재능이 있었고, 솔직한 성품에 사려깊은 아이였다. 그러나 아르네의 그런 성품이 아이들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진다. 아르네는 비트케에게 애정을 느꼈고 아이들과 섞이고 싶어했지만 아이들은 그럴수록 아르네를 밀어내기만 한다.

버려진 배를 수리해 자신들의 배로 삼기로 결정한 아이들은 아르네가 큰 돈을 내어 수리를 돕자 어쩔 수 없이 아르네를 자신들의 동아리에 끼워준다. 하지만 아르네의 실수로 배가 가라앉아 버리자 아이들은 아르네를 다시 소외시킨다.

어느 날 아이들이 아르네에게 친밀하게 굴자 아르네는 마냥 기뻐한다. 아이들은 아르네를 이용해 폐선처리장에서 물품을 훔쳐낼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이 과정에 아르네의 친구이자 폐선처리장 경비인 칼룩씨가 다치게 된다. 아르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모든 사실을 실토하고 아이들은 아르네를 무시한다. 아르네가 혼자 타고 나간 배는 빈 채로 발견된다.

 

한스의 동생 라르스가 정리된 유품을 생전의 아르네가 놓아 두었던 자리에 놓는다. 한스는 라르스가 하는 행동이 아르네가 언젠가는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자신의 마음과 같기에 내버려둔다.

 

아르네가 가장 재능을 보인 것은 언어학이었다. 뿐만 아니라 매듭을 지어 문자를 나타내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고,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도 탁월했다. 아르네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매개체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의 동아리에는 끼지 못한다. 아르네의 솔직함은 아이들에게 낯설었고, 책임감은 비난의 구실을 줄 뿐이었다. 아르네의 자살은 곧 진솔함과 성실함, 그리고 책임감 등의 미덕이 사람들 사이에 처할 곳을 찾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힌다.

아르네가 돌아오길 바라서 유품을 치우지 않는 것은 아르네를 괴롭히던 라르스이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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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주교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7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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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페리 메이슨에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윌리엄 맬로리 주교가 찾아온다. 그는 과실치사의 공소시효에 대해서 묻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22년 전 줄리아 블래너라는 여성이 교통사고를 내는데 사건 발생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4개월이나 지난 후 그녀에게 과실치사의 죄가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그녀는 랜월드 C.브라운리라는 재력가의 아들과 결혼한 직후였는데 며느리를 탐탁치 않게 여긴 랜월드가 손을 쓴 것이다. 줄리아는 남편을 랜월드에게 빼앗기고 딸을 하나 낳는다. 딸을 키울 자신이 없던 줄리아는 윌리엄 맬로리 주교에게 딸을 맡기고, 주교는 딸을 믿을만한 사람에게 주어 키우게 한 후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친다.

윌리엄 맬로리 주교는 미국으로 오는 배에서 랜월드의 손녀라 자칭하는 젊은 여성을 만난 후 곧 그녀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을 맡은 페리 메이슨은 윌리엄 맬로리 주교가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 때문에 혼동을 겪는다. 말을 더듬는 사람이 과연 주교가 될 수 있을까, 그는 가짜가 아닐까. 혼란스러운 와중에 멜로리 주교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 후 사라지고 랜월드가 가짜 손녀딸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하기 전날 새벽에 부두에서 살해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로 줄리아가 지목되고 사건은 한층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만다.

 

원제는 <The Case of the stuttering Bishop>으로 1936년에 쓰여진 작품이며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이다.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20세기 미국 미스터리 소설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발행 부수 역시 그러했다. 페리 메이슨은 변호사로 의뢰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현명하고 용감한 여비서 델라 스트리트, 솔직하고 부지런한 사립탐정 폴 드레이크와 더불어 발로 뛰며 사건을 해결한다.

페리 메이슨은 수임료보다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있고 시적(詩的)인 정의를 느끼게 하는 사건에만 뛰어든다. 아마도 그러한 면이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함께 실린 <위험한 과거(Danger out of the past)>는 과거 질나쁜 동료의 협박과 위협을 스텔라라는 현명한 애인 덕분에 무사히 넘기는 짧은 단편이다. 조지는 래리 지픈으로부터 과거 범죄를 폭로하겠다는 위협을 받는데 스텔라는 래리에게 가게 금고 비밀번호를 순순히 알려준다. 래리가 떠나자 스텔라는 금고가 털린 것처럼 부순 후 조지를 데리고 다른 주로 넘어가 결혼식을 올린다. 순찰 중이던 경찰이 가게가 털린 것을 발견하고 래리의 지문을 채취하여 그를 사살한다.

 

루스 렌들의 <열병나무(The Fever Tree)>는 아뜩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포드는 마그리트라는 여성과 좋아 지내다가 아내인 트리시아에게 돌아온다. 둘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트리시아의 행동들이 포드를 짜증스럽게 만들었고 그때마다 포드는 마그리트를 떠올린다. 그는 트리시아의 어떤 점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차에서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트리시아는 무시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다닌다. 포드는 문득 트리시아를 차 밖에 남겨둔 채 자신만 돌아간다면 야행성 동물인 표범이 트리시아를 죽일 것이고, 독수리들이 그녀의 시체를 남김 없이 처리할 것이란 공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뻔한 순간마저 있었다.

그런 포드의 심정을 트리시아는 알아차린다. 트리시아가 포드의 카메라를 부주의하게 다뤄 깨뜨리자 포드는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붓는다. 트리시아는 포드를 바깥에 남겨둔 채 차 키를 돌려 차를 출발시킨다. 그녀는 면허를 따지는 못했으나, 위급한 상황에 운전을 할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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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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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브로크백 마운틴>은 애니 프루가 1997년부터 쓰기 시작한 와이오밍에 대한 단편 모음집이다. 문체는 건조하고 간명하다. 목장과 카우보이, 로데오가 주된 소재를 이루며 등장인물들의 삶은 신산하고 절망적이다. 작가는 그들에게 애써 한가닥 희망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삶은 와이오밍의 척박한 환경을 닮아 쉽게 분노하고, 격정적이며, 음험하다.

<어느 가족의 이력서> 와이오밍에서 태어난 리랜드 리의 일평생을 요약해서 나열해 놓은 짧은 소설이다. 다른 소설들과 어우러져 삽화를 보는 느낌이다.

<블러드 베이>는 와이오밍에 전래되는 이야기 '나그네를 잡아먹은 송아지'가 모티프이다. 어느 날 나그네가 죽은 시체에서 부츠를 벗겨 신으려 하지만 동사한 탓에 벗겨지지 않는다. 그는 시체의 다리를 부츠와 함께 잘라간다. 녹으면 부츠를 벗기려는 심산이다. 난로 가에 다리를 녹이기 위해 놓아둔 채 하룻밤을 보낸 나그네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간다. 오두막 주인인 그리스 노인은 부츠만 남은 발을 보고 자신의 말이 나그네를 먹어치웠다고 오인한다. 노인은 나그네의 동료들에게 돈을 주어 무마하고, 동료들은 침묵과 평화에 대한 값으로 기꺼이 돈을 받아든다.

<목마른 사람들>은 사고로 정신이 허물어져 버린 라스가 성년이 되어 성욕을 느끼고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여자들을 놀라게 하자 누군가가 라스의 성기를 마을 사람들이 잘라버리는 끔찍한 이야기이다. 엽기적인 사건과 사형(私刑) 이야기는 <브로크백 마운틴>과 <주유소까지 55마일>에서도 등장한다. 1998년 스물두 살의 대학생 매튜 셰퍼드가 동성애자를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무참하게 맞아 숨지는 사건이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언급되고, <주유수까지 55마일>에서는 남편이 감금 살해한 여인들을 다락에서 부인이 찾아내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끝>은 자신이 원하던 경비행기를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장만하지만 바로 그날 비행기 사고로 죽고 마는 알라딘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박차>는 퍼시픽 윙즈에서 합금 기술자로 일하다 해고된 해롤드가 만든 박차의 주인들과 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밖에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술에 취하고, 약에 절어 사는 등장 인물들이 별 것 아닌 추월 때문에 시비가 붙어 결국 총질 끝에 사망하고 마는 <외딴 해안>, 소를 키우는 목장이 환경을 해친다며 울타리를 훼손하고 소들에게 일회용 기저귀를 먹여 사망케하다가 결국 총에 맞아 죽고 마는 <와이오밍의 주지사들> 등 각각의 단편 모두가 하나의 조화를 이루며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안 감독에 의해 2005년 영화화 된다. 개리슨 케일러가 뽑은 '1998년 최고의 미국 단편 소설'과 존 업다이크가 뽑은 '금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선정된 <벌거숭이 소>와 표제작 브로크백 마운틴> 줄거리를 요약해 둔다.

 

o 벌거숭이 소

 

메로는 1936년 아버지와 동생 롤로를 남겨두고 목장을 떠난 후 그곳에 대한 생각을 끊고 살았다. 어느 날 동생의 아들며느리가 메로에게 전화를 걸어와 롤로가 죽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메로는 차를 몰아 자신이 떠나온 그곳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 떠난다.

메로의 아버지는 어느 날 목장일에서 도망치듯이 편지 배달일을 얻었는데 그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그 여자는 틴 헤드라는 남자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를 해준다. 틴 헤드는 머리를 다쳐 금속으로 된 판을 넣었는데 그 금속판이 아연 도금 물질로 만들어져 뇌에서 부식되고 있었다고 한다. 틴 헤드는 매년 수송아지 중 하나를 잡은 뒤 그걸 겨울 내내 먹었다. 어느 해 겨울 소를 잡은 후 혀를 날로 먹고 가죽을 반쯤 벗기다가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소가 사라지고 없었다. 소는 산비탈쪽으로 비틀거리며 가죽이 반쯤 벗겨진 채 걸어가고 있었다.

메로의 차는 과거의 그곳으로 닿는 길을 자꾸만 벗어나고 목장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눈보라가 몰아치는 구렁에 빠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메로는 목장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눈보라 속을 걷는다. 그때 울타리 안의 소가 메로와 보조를 맞춰 걷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메로는 가죽이 반만 벗겨진 소의 붉은 눈이 항상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o 브로크백 마운틴

 

에니스 델 마와 잭 트위스트는 한 목양 회사의 양치기로 고용되어 브로크백 산에서 지내게 된다. 둘은 산림청이 정한 구역에 텐트를 쳐 베이스로 삼고, 양들 가까이에 불법적으로 조그만 텐트를 쳐 양을 관리해야만 했다. 추운 어느 날 한 침낭에서 잠을 자게 된 둘은 서로에게 성적으로 이끌리게 되어 관계를 맺는다. 동성애는 둘 다 처음이었다. 평범한 인사말을 주고 받은 후 헤어진 에니스는 길거리에 차를 세우고 토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에니스는 그것이 잭과 헤어지고,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서 오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깨닫지 못한다.

여자를 만나 아이를 갖고 평범한 삶을 살던 에니스는 잭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잭을 다시 만나기 시작하면서 에니스의 일상은 깨어진다. 눈치를 챈 아내가 떠나고, 양육비 때문에 일을 쉴 수가 없다. 잭은 에니스에게 어디로든 멀리 가서 살자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도 아내가 있는 몸이다.

근근히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 날, 에니스가 잭에게 보낸 편지가 수취인 사망으로 반송된다. 잭은 타이어를 교체하다가 사망했다고 했다. 에니스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타이어 레버에 맞아 죽은 청년을 떠올린다.

잭의 집을 찾아간 에니스는 잭이 브로크백 산에서 각자가 입었던 낡은 셔츠를 포개어 옷걸이에 걸어둔 것을 발견한다. 그 후로 잭이 때때로 꿈에 나타났고, 에니스는 눈물을 흘리거나 사정(射精)을 하며 깨어나곤 한다다. 에니스는 자신이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며, 고칠 수 없으면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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