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지음, 안정효 옮김 / 청년정신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씰리는 14살에 아버지에게 강간 당해 두 번씩이나 아이를 낳는다. 아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머니가 죽고, 씰리는 앨버트 에게 팔려가듯 시집 간다. 앨버트는 사실 씰리의 여동생 네티를 원했지만 아버지가 네티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씰리를 암소 한마리와 함께 내준 것이다. 씰리는 앨버트의 전 아내가 낳은 아이들을 기르며 짐승처럼 학대받는다. 씰리는 네티 역시 자신과 같은 꼴을 당할 것을 염려해 네티를 불러들인다. 이번에는 앨버트가 네티를 집적인다. 뜻을 이루지 못한 앨버트가 네티를 쫓아낸다. 씰리는 네티에게 마을에서 유일하게 돈을 가진 흑인 목사를 찾아가라고 한다. 씰리의 사라진 두 아이들은 목사의 양자로 들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슈그 에이버리라는 가수가 마을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앨버트는 갖은 치장을 다하고 슈그 에이버리의 공연을 보러 간다. 얼마 후 슈그 에이버리가 못된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자 앨버트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앨버트는 슈그와 연인 사이였으나 결혼이 집안의 반대로 무산되자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었다. 결혼한 후에도 둘은 불륜 관계를 가졌었고, 이제는 씰리가 있는 집으로 슈그를 들인 것이다. 씰리는 슈그에게 질투심을 느끼기 보다는 그녀를 동경한다. 처음에는 씰리를 하녀처럼 대하던 슈그도 씰리의 헌신적인 태도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학대받는 그녀의 편에 선다. 몸이 다 낳은 슈그는 씰리에게 성적인 쾌락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둘은 앨버트가 감추어 둔 네티의 편지를 발견한다.

네티는 목사 부부와 함께 아프리카의 세네갈로 선교 활동을 떠났고, 그곳에서 씰리의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네티는 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편지에 담아 보내왔었는데 앨버트가 편지를 숨겨두고 전해주지 않은 것이다. 씰리는 앨버트에 대한 격한 살의를 느낀다. 그녀는 앨버트를 버리고 슈그를 따라나선다.

씰리가 취미삼아 만든 바지가 인기를 얻어 공장을 차리기에 이른다. 얼마 후 아버지가 죽는다. 아버지라 부르던 사람이 사실은 의붓아버지였고, 집은 원래부터 씰리와 네티의 소유였음이 밝혀진다. 

집을 얻은 기쁨도 잠시, 슈그가 나이어린 남자를 좋아하게 되어 씰리를 떠난다. 그리고 네티와 아이들이 탄 배가 독일군의 어뢰에 침몰당했다는 전보를 받는다. 하지만 네티의 편지는 계속 전해져왔고, 씰리 역시 계속 답장을 한다.

앨버트는 씰리가 떠난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그는 전보다 사려깊고, 전보다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된다. 앨버트는 씰리와 다시 합하기를 원하지만 씰리가 원치 않는다.

슈그가 돌아온다. 그리고, 네티와 아이들 역시 돌아온다. 아이들은 씰리들을 늙었다고 생각하지만, 씰리는 자신들이 그렇게 젊은 기분을 느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더 컬러 퍼플>은 사회적 지위로 따지자면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흑인 여성을 다루고 있다. 씰리의 아버지는 단지 백인보다 돈을 많이 버는 가게를 가졌다는 이유로 백인들에게 팔다리가 잘린 채 화형당한다. 어머니는 그때문에 미쳐버린다. 씰리는 겨우 열네살에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으며, 남편에게는 상시적인 구타에 시달렸고, 성적인 면에서는 남편 욕구의 분출을 받아 내는 직업여성 수준 이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성들과의 연대의식 속에서 씰리는 차츰 삶의 성찰을 하나씩 얻게 되고 마침내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가기에 이른다. 그 과정이 부단한 투쟁의 과정은 아니었지만, 그런 이유로 독자에게는 오히려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네티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의문을 여러차례 던진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외양 묘사에 따르면 '머리가 양털처럼 곱슬거리'고, 예수님이 태어난 지역이 아프리카 부근인 것을 볼 때 예수님은 흑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확산된 탓으로 예수님이 마치 백인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백인을 '벌거벗은 자'로 부르는데, 아담 자신이 벌거벗은 것을 부끄러워한 것은 우의적으로 읽혀야 하리라는 것이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관점들이다.

 

안정효가 번역한 <더 컬러 퍼플>은 다른 번역본이 나오기가 어려워 보인다.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씰리가 흑인 토속 영어(black folk English), 혹은 엉터리 영어로 쓴 초반부의 문장들을 안정효는 '문장의 해체' 방법을 고안하여 번역하였는데 역자가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안정효는 자신의 소설을 직접 영문으로 번역하여 미국에서 출판할만큼 번역자로서 역량이 뛰어난 작가이고, <더 컬러 퍼플>의 번역 역시 유려하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8992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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