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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가 남긴 것 ㅣ 사계절 1318 문고 25
지그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한스에게 가족들이 아르네의 유품을 정리하라고 주문한다. 아르네가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한스는 아르네를 떠올린다.
아르네의 가족이 막대한 빚 때문에 모두 자살하고, 살아남은 아르네는 한스의 아버지가 맡아 기르게 된다. 아르네는 다른 나라 언어에 재능이 있었고, 솔직한 성품에 사려깊은 아이였다. 그러나 아르네의 그런 성품이 아이들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진다. 아르네는 비트케에게 애정을 느꼈고 아이들과 섞이고 싶어했지만 아이들은 그럴수록 아르네를 밀어내기만 한다.
버려진 배를 수리해 자신들의 배로 삼기로 결정한 아이들은 아르네가 큰 돈을 내어 수리를 돕자 어쩔 수 없이 아르네를 자신들의 동아리에 끼워준다. 하지만 아르네의 실수로 배가 가라앉아 버리자 아이들은 아르네를 다시 소외시킨다.
어느 날 아이들이 아르네에게 친밀하게 굴자 아르네는 마냥 기뻐한다. 아이들은 아르네를 이용해 폐선처리장에서 물품을 훔쳐낼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이 과정에 아르네의 친구이자 폐선처리장 경비인 칼룩씨가 다치게 된다. 아르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모든 사실을 실토하고 아이들은 아르네를 무시한다. 아르네가 혼자 타고 나간 배는 빈 채로 발견된다.
한스의 동생 라르스가 정리된 유품을 생전의 아르네가 놓아 두었던 자리에 놓는다. 한스는 라르스가 하는 행동이 아르네가 언젠가는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자신의 마음과 같기에 내버려둔다.
아르네가 가장 재능을 보인 것은 언어학이었다. 뿐만 아니라 매듭을 지어 문자를 나타내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고,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도 탁월했다. 아르네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매개체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의 동아리에는 끼지 못한다. 아르네의 솔직함은 아이들에게 낯설었고, 책임감은 비난의 구실을 줄 뿐이었다. 아르네의 자살은 곧 진솔함과 성실함, 그리고 책임감 등의 미덕이 사람들 사이에 처할 곳을 찾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힌다.
아르네가 돌아오길 바라서 유품을 치우지 않는 것은 아르네를 괴롭히던 라르스이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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