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매스커레이드 이브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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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도 제각각

야마기시 나오미는 고등학교 시절 <그랜드 호텔>이라는 영화를 보고 감명 받아 호텔리어를 동경한 끝에 지금은 코르테시아도쿄에 입사해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예약손님이 체크인을 요구해 이름을 보니 미야하라 다카시다. 얼굴을 보니 과연 대학시절 사귀었던 그 사람. 장거리 연애는 미안하다며 이별을 통보했던 그가 지금 야구선수 오야마를 관리하는 <오야마 프로덕션> 매니저가 되어 나타났다.

과거는 과거, 나오미는 호텔리어로서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그와의 감정은 흘려보낸다.

그런데 그날 밤. 미야하라 다카시가 나오미에게 SOS를 요청한다. 방으로 가보니 목욕 가운만 입은 그가 난처한 얼굴로 '불륜 상대가 갑자기 히스테리를 부리며 나가버렸다'며 도와달라 한다. 그녀가 예전에 자살소동을 벌인 적도 있어 걱정된다는 그를 뒤로 하고 나오미는 조사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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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형사의 등장

화이트데이 밤 심야에 러닝하러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온다. 신고인은 다도코로 미치요라는 여자로 미모의 요리강사다. 시신은 얼마 후 발견되었는데 칼에 찔려 숨져 있었다.

루키 형사 닛타 고스케는 범인이 자전거로 러닝하는 피해자를 쫓아가며 '오랜만입니다' 하고 아는 척 하여 어리둥절하게 만든 뒤, 그 틈을 이용해 살해했을거라 추리한다. 그리고 잠복했다고 오인하게 만들 목적으로 뿌린 담배꽁초는 어디선가 주워 왔을 거라고 짐작한다. 경찰은 셀프식당 CCTV를 뒤진 끝에 용의자 요코모리 히토시를 특정해낸다.

잡혀온 그는 전형적인 망상증 환자로 다도코로 미치요를 가정폭력으로부터 구해낸 뒤 맺어지기 위해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다도코로 미치요의 불륜 상대는 서적 출판 때문에 알게된 야마구치였던 것 같다. 과연 요코모리 히토시의 망상은 원천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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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과 복면

올봄 유명 신인상을 수상한 여성 신인 작가 다치바나 사쿠라의 광팬들이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 몰려온다. 어떻게든 그녀가 묵은 방을 알아내려는 중년 남성팬들과 이를 막으려는 호텔측. 하지만 알고보니 다치바나 사쿠라는 다마무라 가오루라는 중년 남성이었기에 작가와 출판사는 정체를 밝힐 수가 없었는데... 막으려는 호텔과 뚫으려는 광팬의 공방이 팽팽이 이어지던 한순간, 나오미의 방심으로 광팬들이 다치바나 사쿠라가 묵은 방 내선전화 연결에 성공한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 팬은 매우 흡족한 얼굴로 다치바나 사쿠라의 목소리를 녹음했다고 하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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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이브

오카지마 다카오 교수가 사망했다. 지갑이 없어지고 주차된 차량 위치가 달라져 있었는데 이유는 수사에 혼동을 주려는 것 같았다. 얼마 후 난바라 사다유키 준교수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는 오카지마 다카오 교수가 사망하면서 가장 큰 이득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10월 4일 알리바이를 완벽히 입증할 수 있다며 태연한 자세로 수사에 협조했다. 문제는 오카지마 다카오 교수가 10월 3일 사망했을 수도 있는데 왜 그는 10월 4일 알리바이만 자신하는 것일까.

경찰이 10월 3일 알리바이를 추궁하자 그는 왠일인지 당황한다. 점차 형세가 불리해지자 그는 코르테시아오사카 호텔에서 유부녀와 만났기에 자신있게 알리바이를 대지 못했던 거라고 변명하는데....

경찰은 코르테시아오사카에 지원근무 나온 나오미의 도움으로 그 유부녀가 하타케야마 레이코라는 사업가라는 것까지 특정할 수 있었지만 거기서부터 벽에 막히고 만다.

루키 형사 닛타 고스케가 혹시 교환살인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수사는 다시금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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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도 제각각>에서는 매니저인 미야하라 다카시가 자신이 매니징하는 오야마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불륜남 행세를 대신 한 것이다. 상대 여성은 최근 결혼할 남성을 하나 낚아서 양다리 중이었는데, 이 남자가 여자를 의심해 같은 호텔에 투숙한 뒤 혼자 있다면 자기 방으로 오라고 요구한 것이다. 여성은 어쩔 수 없이 히스테리를 가장하고 뛰쳐 나간 것.

<루키 형사의 등장>은 실행범의 망상적 성향과 다도코로 미치요의 가스라이팅이 결합된 범죄다. 다도코로 미치요가 가스라이팅 했다는 증거는 제시할 수 없어 그녀는 무죄방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치고 드물게 범인을 잡지 못한다.

<가면과 복면>에서 다치바나 사쿠라는 사실 고등학교 재학중인 여학생이었다. 아버지가 딸이 관능소설로 상을 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출판사에 자기가 썼다고 주장하여 문학상을 취소시키려 했는데 오히려 출판사가 가면작가 역할을 제안하면서 일이 복잡해진 것.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하타케야마 레이코 부부와 난바라 교수의 교환살인이 맞다. 하타케야마 레이고의 아버지가 또 다른 딸을 인지하면서 유산문제가 발생한 뒤 의식불명에 빠지자 인지한 딸의 살해를 난바라에게 제안한 것. 문제는 하타케야마 레이코가 난바라 교수의 알리바이가 너무 완벽해서 공범자의 존재가 드러날까봐 일부러 약속 하루 전인 10월 3일에 살해하여 난바라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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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발표된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프리퀄 격으로 2014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고객의 가면을 지켜주는 것이 호텔맨의 업무, 라고 일단 부르짖긴 하는데 <매스커레이드 이브>를 보면 지레짐작으로 범인의 행적을 술술 불어주는 등 경찰에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최근 번역된 작품일수록 재미나 작품성이 다소 떨어진다. 초기엔 히트작 위주로 번역출판 했겠지만 아무래도 시일이 많이 흐른 지금은 기준을 다소 충족 못할지라도 작가의 유명세가 일정한 판매량을 보장하니 다소 미흡한 작품도 출판하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언제까지나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올 여름 대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블로그에 올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독후감을 세어보니 2008년 <편지>를 시작으로 53권이나 된다. 최애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작가였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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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1958.2.4. ~ 2026.7.23.)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450158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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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피에르 쇼데르로스 드 라클로 지음, 박인철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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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교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선수가 있으니 발몽 자작과 메르테유 후작 부인이다. 이 두 사람은 한때 연인관계였지만 지금은 발전적 이별 수순을 거쳐 각자 독자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메르테유 후작 부인이 정숙함을 내세워 준수한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발몽은 사교계 부인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하다는 정도이다. 발몽은 이별 후에도 메르테유 후작 부인과 불장난을 계속하고 싶어했지만, 메르테유 후작 부인은 줄 듯 말 듯한 태도로 발몽의 애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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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메르테유 후작 부인의 옛 애인 제르쿠르 백작이 어린 세실과 결혼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부인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울화가 치민 그녀는 즉시 발몽을 불러 세실의 처녀성을 앗은 뒤 타락시킨다면 포상품으로 자신의 육체를 다시 한 번 맛보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 시기 발몽은 정숙한 투르벨 법원장 부인을 꼬드기는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투르벨 부인에게 발몽이 난봉꾼이라는 사실을 일러바쳐 일을 망치려 드는 이가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세실의 어머니 볼랑주 부인이었다.

이에 발몽은 세실의 신세를 망쳐 볼랑주 부인에게 복수를 하고, 아울러 처녀인 세실의 정조를 유린하는 재미도 보는 일석이조 사업에 뛰어든다. 아울러 스스로 도전과제로 정한 투르벨 법원장 부인 정복에 성공하면 메르테유 후작 부인의 육체도 차지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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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실이라는 처녀는 수녀원에서 지내다 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아가씨였다. 그녀는 제르쿠르 백작과 혼담이 오갔지만 메르테유 후작 부인이 우연을 가장해 소개해 준 당스니 기사에게 한눈에 반한 상태였다.

발몽은 이런 사실을 적극 활용, 세실과 당스니를 맺어주는 연락책 역할을 자처하여 환심을 산 뒤 어느 날 세실의 정조를 유린한다. 세실은 발몽에게 몸을 맡겨 점차 타락하다 끝내 임신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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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몽은 메르테유 후작 부인의 용역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투르벨 부인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바늘 끝 들어갈 틈이 없던 투브벨 부인도 계속되는 공세에 차츰 마음이 말랑해지더니 어느 순간 유혹을 거절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결국 그녀는 몸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여 발몽 곁을 떠난다.

발몽은 이때부터 깊은 병이 든 것처럼 위장하여 투르벨 부인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고 갖은 핑계를 대어 만남을 유도한다. 마침내 투르벨 부인을 다시 만난 발몽은 그녀에게 버림 받는다면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해 마침내 그녀를 차지한다. 저항을 포기한 투르벨 부인은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발몽에게 고백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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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메르테유 부인의 용역과 스스로 설정한 과업을 모두 처리한 발몽은 그녀의 육체를 당당하게 요구하는데, 메르테유 부인은 어찌된 일인지 차일피일 용역대금 치루길 미루었다. 그러면서 발몽에게 '선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하찮은 연애에 빠진 건 아닌지, 즉 트루벨 부인을 일종의 트로피로 여기지 않고 정말로 사랑하게 된 건 아닌지 묻는다.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발몽은 다른 여인과 육체관계를 맺는 등 선수로서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메르테유 부인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어렴풋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팽개치고 선수로서의 자존심을 택한 발몽은 투르벨 부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충격을 받은 투르벨 부인은 수녀원으로 가버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혼절하여 횡설수설하는 등 심하게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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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메르테유 부인은 어디에 정신이 팔려 있었을까. 그녀는 다름 아닌 당스니에게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세실과 관계가 소원해진 당스니를 어르고 달래 수차례 관계를 맺었고, 이를 발몽에게 자랑까지 했다.

어느 날 발몽이 메르테유 부인을 찾아갔다가 당스니를 발견하고 오쟁이 진 남편처럼 난리친다. 발몽과 메르테유 부인은 서로를 비난하다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발몽은 당스니를 다시 세실에게 보내 메르테유 부인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메르테유 부인은 당스니에게 세실을 타락시킨 불한당이 발몽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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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스니가 발몽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이를 받아들인 발몽이 치명상을 입고 사망한다. 발몽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투르벨 부인 역시 수녀원에서 숨을 거둔다.

발몽으로부터 편지 묶음을 건네받은 당스니는 메르테유 부인의 실체를 알게 된다. 당스니는 모든 것을 잊고 떠나기로 결심하고, 세실도 수녀가 되기로 작정한다.

메르테유 부인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돈다. 결국 왕따가 되어 사교계 퇴출 위기에 처한 그녀 앞에 과거 자신이 정절을 증명하기 위해 바보를 만들었던 프라방 기사까지 나타난다.

이후 송사에 시달려 빈곤해지고 천연두에 걸려 눈알이 빠진 기괴한 몰골로 변해버린 그녀 얼굴에서 귀부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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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2년에 출판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위험한 관계>는 서간문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돈키호테> 처럼 발행인이 '사실 여부를 보증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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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의 선수 발몽은 여인을 정복하고 가차없이 버림으로서 자긍심을 만끽하는 인물이다. 그가 느끼는 자긍심의 이면에는 나르시시즘이 자리하고 있다. 여인을 차지하는 데서 느끼는 성취감 보다, 그 여인을 버리는 자신의 가차없는 모습에 오히려 매력을 느끼는 나르시시즘 말이다.

그는 이 나르시시즘의 충족을 위해 끊임 없이 스스로 부여한 과업을 수행한다. 세실을 타락시키는 단순용역에 만족하지 않고 정조 높은 투르벨 부인을 공략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는 투르벨 부인을 버린 뒤에야 자신이 그녀를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바로 이때 그의 정신과 자아가 붕괴된 걸지도 모른다. 당스니에게 치명상을 입어 육체가 죽은 것은 이 정신붕괴에 연이은 수순에 불과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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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리 묘사가 빼어나고, 이성을 공략하기 위한 공방전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25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세월을 견딘 걸작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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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원제는 Les Liaisons dangereuses 인데 Liasion 의미에는 '은밀한 정사', '부적절한 성관계' 등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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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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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부터 진보적 성향을 견지하며 시 외엔 손 대지 않은 이적요. 그가 일흔이 다 된 나이에 제자라 할 수 있는 서지우 이름으로 세 권의 소설을 발표한다. 평단은 환호했고, 장르 소설 공모에서는 5천만원 상금까지 받았다. 장난스럽게 시작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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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교라는 아이가 자신의 집 데크에서 잠이 든 모습을 본 시인의 내부에서 어떤 감정이 생겨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 감정이 사랑인지, 갈망인지, 아니면 노욕이나 권력욕인지 명확치 않았다. 확실한 것은 은교가 없었다면 자신의 의발을 물려주려 했던 서지우가,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2인자 또는 연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은교가 이적요 시인이 젊었을 적 추구했던 가치의 현현, 또는 뮤즈가 되어 번뇌의 씨앗이 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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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우와 은교가 이미 성적으로 맺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이적요의 번뇌가 깊어간다. 자신의 지난 삶이 재조명 되고 평가되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이적요는 허위를 벗어 던지고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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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라이터에 관한 가장 유명한 예는 로맹 가리가 필명 에밀 아자르로 발표한 소설 <자기 앞의 생>으로 콩쿠르 상을 탄 사건일 것이다. 평론가들은 신예 에밀 아자르를 치켜세우는 한편, 로맹 가리가 활기를 잃고 진부한 소설만 쓴다고 비판했다. 로맹 가리는 유서에 자신이 에밀 아자르였음을 밝힌다. 이로써 한 사람에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는 콩쿠르 상을 로맹 가리는 두 번 탔다.

로맹 가리 만큼 유명한 사건은 아니지만 스티븐 킹도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해 결과적으로 평단을 조롱한 적이 있다. 스티븐 킹을 대중작가라 비판하던 평론가들이 리처드 바크먼은 극찬했다. 한 서점 직원이 우연히 둘이 동일 인물이 아니냐고 의심했고, 스티븐 킹이 이를 인정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 양태는 로맹 가리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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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또 다른 삶에 대한 욕구와 갈망. 그 영원성과 일회성, 그 무거움과 가벼움은 이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밀도 깊게 다뤄진 주제다. 여기 있고 싶지 않은 욕망, 다른 것이고 싶은 갈망은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내던지는 위험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인간은 그 환상에 몸을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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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요가 자신의 소설을 서지우를 통해 발표한 것은 시가 소설보다 우월한 장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소설 작품들이 잊히는 것 보다는 서지우의 이름으로라도 각광 받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그것은 '참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은교라는 존재가 나타나자 허위의 장막이 벗겨지며 게임의 룰이 바뀐다. 이적요는 젊은 시절을 진보적인 가치에 헌신하고 시라는 장르에 천착한 결과 '은교'라는 대상물을 획득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고 느낀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서지우라는, 자신이 그 지위를 부여해준 후계자가 '은교'를 차지하는 것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단순한 질투와는 또 다른 감정이다.

이스마엘 카다레의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에서 2인자를 제거하는 권력자, 장정일의 <중국에서 온 편지> 에서 자신의 아들을 죽이는 진시황의 이야기가 이제 이적요의 서지우 제거 이야기로 다시 변주된다.

소설을 물려주고 시혜를 베푸는 아름다운 의발 전수 스토리가 치정극으로 돌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러므로 사랑과 치정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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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은교는 이적요의 내밀한 욕망을 자극하 뮤즈와 같은 존재이므로 지고지순한 이미지여야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에서 험버트 험버트가 상상하는 님프 이미지는 머릿 속에서나 존재할 뿐 실제 롤리타는 님프가 아닐 뿐 아니라 저열한 작가와 눈이 맞아 험버트 험버트를 배신하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흔한 여자였을 뿐이었다. 어쩌면 은교는 <돈키호테>의 둘시네아 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문제는 이적요의 잔여수명이 길지 않다는 데 있다. 이제 와서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욕망과 갈망의 나선계단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그냥 그 굴레에서 스스로를 속여가며 연극을 계속하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을까? 젊은 후계자, 젊은 아들들을 저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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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헌신해 겨우 얻은 것들을 카페 안의 저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나는 새삼 느꼈다. 화가 났다. 달려내려가 희희낙락하는 저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너희가 지금 누리는 달콤한 인생을 누가 주었냐고, 어디로부터 온 것이냐고, 마음대로 너희들만 누릴 권리는...없다고.(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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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두고 이적요는 롤리타와 같은 존재 하나를 '뒤늦게 발견'했다. 발견이 늦은 이유는 이미 사그러졌다고 생각했던 정념이 새로이 불타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이 손에 쥔 금덩이가 사실은 도금된 것에 불과하다고 인정한 뒤, 왕좌에서 내려와 덜 떨어진 후계자의 즉위식을 봐야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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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무렵, 분명히 연애를 하고 있었고, 내게 연애란, 세계를 줄이고 줄여서 단 한 사람, 은교에게 집어넣은 뒤, 다시 그것을 우주에 이르기까지, 신에게 이르기까지 확장시키는 경이로운 과정이었다. 그런 게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나의 사랑은 보통명사가 아니라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고유명사였다.(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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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고요한 욕망이었다. 한없이 빼앗아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내 것을 해체해 오로지 주고 싶은 욕망이었다. 아니 욕망이 아니라 사랑, 이라고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비로소, 욕망이 사랑을 언제나 이기는 건 아니라는 확고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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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적요의 이와 같은 고백이 진실한 내면의 소리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 독백인지는 모를 일이다. 마침내 이적요는 자신의 후계자, 자신의 아들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결행한다. 이적요는 임종할 때까지 서지우를 죽였다고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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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될 말인가. 진시황은 불멸하지 못했고, 후계자를 제거한 독재자는 제1의 후계자를 제거했을 뿐이다. 지금 내가 이룩한 모든 것은 다음 세대가 손쉽게 차지하고, 아름답고 어린 뮤즈는 성적 불능에 이른 이적요가 아니라 서지우의 차지가 될 뿐이다. 과거의 왕이 가진 왕관의 힘은 현재의 거렁뱅이가 가진 동냥그릇만큼의 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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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요의 다음과 같은 음울한 고백이야말로 '노인을 위한 나라'의 새로운 고백송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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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이라고, 시대라고, 역사라고 불렀던 것들이 사실은 직관의 감옥에 불과했단는 것을, 시의 감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시들은 대부분 가짜였다.(394p)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남성 이적요와 서지우의 착각은 은교가 어느 누구의 의미도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은교를 의미 짓고, 재단하고, 머릿속으로나마 소유하고 내돌렸지만 은교의 본질에 접근한 적이 없다. 작품 속에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몸 파는 여자의 대사가 떠오른다. "남자들,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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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박질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25
마이클 프레인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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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철학자이자 미술사를 연구하는 마틴 클레이는 안식년 동안 책을 쓰려 하지만 뜻대로 진척되지 않자 분위기 환기를 위해 시골로 내려간다. 하지만 시골은 마틴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여기 저기 널려 있는 허섭 쓰레기들과 추워 보이는 집, 그리고 남성미를 풀풀 풍기는 속물 지주 이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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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이름은 토니 처트였는데 과장된 태도로 마틴 가족을 환영하며 식사에 초대했다. 토니는 식사 중 나눈 대화에서 마틴과 아내 케이트의 직업이 철학, 미술사, 도상학 등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 눈을 빛내며 자신의 그림을 보아달라 했다. 그는 꽤 값나가는 그림들을 보여 주었는데 마틴은 벽난로 검댕 떨어지는 용도로 방치된 작품에 눈이 갔다. 그 그림은 아무리 봐도 16세기 네델란드 화가 브뢰겔의 작품으로 보였다. 브뢰겔은 풍경을 풍경으로 보며 그 자체를 그림의 주제로 삼은 최초의 화가로 만약 진품이라면 엄청난 가치를 지닐 터였다. 하지만 토니는 그 그림의 가치를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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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는 그림을 소더비나 크리스티로 가져가면 수수료를 내야 하고 눈탱이 맞을 우려가 있다며 마틴에게 그림을 적당한 값에 처분해줄 수 있는지 묻는다. 마틴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만약 토니가 원하는 정도의 값을 받아주면서 슬쩍 브뢰겔의 그림을 끼워 넣으면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도, 분실된 것으로 알려진 그림을 발견한 미술사가로 이름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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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은 일단 그림의 진위 여부와 언제 어떻게 분실된 작품인지 알아보기 위해 남몰래 런던을 오가며 조사를 시작한다. 그 결과 마틴이 알아낸 사실은 다음과 같다.

서양 최초로 풍경을 그림의 독립적인 주제로 삼았으며, 천둥이나 벼락 그리고 이단적인 생각까지 그림에 담은 것으로 평가되는 그 위대한 화가는 한 해의 위대한 변화를 담은 연작을 그렸다. 토니 처트의 집에 방치된 그림은 그 연작의 첫 번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1959년과 1659년의 어느 시점에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그 작품이 마틴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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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은 토니 처트를 속이기 위해 가상의 벨기에인이 그림에 관심 있어 한다고 운을 띄운다. 그리고 토니 처트가 팔고자 하는 그림과 브뢰겔의 작품을 묶어 거래한다는 계획을 들려주는 한편, 거래 대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일으킨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마틴의 계획은 자꾸만 지연된다. 또다른 미술사가가 나타나 브뢰겔의 작품을 알아볼 위기가 찾아오는가 하면, 비밀리에 진행한 계획을 케이트에게 들키고, 브뢰겔의 작품이 진품이라는 확신이 흔들리기도 한다. 또 토니 처트의 아내 로라가 중간에 껴들어 사기 계획이 치정극으로 흘러갈 위기가 닥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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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토니의 동생이 나타나 유산과 상속세 문제로 변질되어 한바탕 활극이 벌어지고 브뢰겔의 작품은 소동 한가운데 불타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머지 미술품들은 다른 이에 의해 처분된다. 모든 사건이 끝난 뒤 토니는 이렇게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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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이후로 내 손가락을 빠져나간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 가운데 단 하나라도 그 진정한 가치와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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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프레인은 1933년 런던 태생으로 러시아어 통역관으로 일하다 철학을 공부한 뒤 기자와 칼럼니스트를 거쳐 작가가 되었다. <곤두박질>은 199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네델란드 화가 브뢰겔(피터르 브뤼헐)의 사라진 작품을 소재로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철학자 이야기다.

인간은 살면서 수많은 곤경에 처하지만 자신이 판 함정은 그 깊이와 폭이 남다르다. 자신이 만든 연극 무대에서 남과 자신을 아울러 속여가며 연기해야 하기에 스스로 판 함정에 허우적대는 것은 블랙코미디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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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rainsky94/22444111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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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임영태 지음 / 창해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한하기는 10년째 목장을 운영하며 조용히 생활하고 있다. 아내는 아이를 잃고 난 뒤 자살 시도 끝에 정신을 놓아 버렸다. 둘 사이에 대화는 거의 없었다. 젊었을 적 이상과 꿈은 스러져 가뭇 없어진 지 오래고, 정념도 갈망도 없는 나날의 반복되었다. 그것이 한하기에게 남은 인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손찌검으로 결혼생활에 파경을 맞게 된 차영서가 우연히 목장에 들게 된다. 둘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끌렸다.

한하기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피를 돌게 하고 근육을 부풀게 함을 느낀다.

한하기는 사춘기 소년처럼 얼굴 붉혀가며 차영서를 그리워했고, 말로 내뱉어지지 않는 내밀한 의사를 읽어냈다. 그리고 그것은 차영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이라는 제약 때문에 사소한 어긋남이 생기고 관계의 지속이 어려워지자, 한하기는 약사라는 사소한 단서 하나를 쥐고 서울 동네를 이 잡듯 뒤지기까지 한다.

마침내 다시 만난 둘은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다. 각자 신변을 정리한 뒤 만나기로 한 날, 떠나려는 한하기에게 아내가 인사를 건낸다. 불구가 되어 의사표시도 온전하게 하지 않던 아내의 '잘 갔다오라'는 그 말에 한하기는 멈춰선다. 그리고 자신이 꿈 꾸었던 다른 생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직감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밖에 없다는 한하기의 말에 차영서가 고속도로를 타고 떠난다. 발작적으로 한하기는 그 뒤를 쫓는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어쩌려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한하기는 트럭의 속도를 높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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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느 마을에 립 밴 윙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사냥을 나갔다가 네델란드인(유령)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논 뒤 잠에 든다. 깨어나 집으로 돌아와 보니 20년의 세월이 흘러 미국은 독립이 되어 있었고 자신은 백발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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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워싱턴 어빙이 1819년에 쓴 단편 <립 밴 윙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그저 신비로운 이야기로 여겼다. 그런데 나이를 먹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알레고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처가인 립 밴 윙클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누군가와 새로운 사랑을 꿈꾸다) 돌아와 보니 미국은 독립이 되어 있고(모든 것이 달라져 있고), 자신은 백발이 된(더 이상 정념을 불태울 수 없는) 상황.

문제는 립 밴 윙클이 만난 사람들이 유령(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고, 되돌아온 그는 더 이상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없는(호호백발) 상태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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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소설은 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의 결말을 복기하게 만든다. 얽어맨 인연을 끊어내려 했으나 또 다른 수렁에 빠지고 만다는 음울한 결말의 걸작. 그것이 사랑이 변질되어 가는 필연적 속성이라면 인간의 삶은 얼마나 불가해한 것인가.

그런 음울한 생각 끝에 양희은의 노래를 차용한 <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를 읽으면서 제목 앞에 '죽기 전에'를 붙여도 이야기가 되려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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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그어 가며 읽었던 구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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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깨달음이란 결국 한번은 비약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걸 내가 느끼게 된 것은 그 오랜 후였습니다. 육화된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일종의 관통이 있어야 된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우리는 단 한순간에 중심을 질러 이 세계의 배후, 생의 핵심과 대면합니다. 이를테면 시적인 비약이지요. 바로 그때, 한 사람이 서늘히 전율하면서 제 생의 중심에 도달합니다.(89-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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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호수라는 지명이 옛이야기 속의 이상한 마을 이름처럼 느껴졌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나올 수 없다는 마을.(120-1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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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꿈틀거림, 세포가 새로 생성되고 근육의 힘줄이 다시 팽팽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을 한하기는 느꼈다. 자기 안의 무언가가 빠르게 재배치되며 새로운 물질로 변형되고 있었다.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실제적인 진행으로 한하기는 그것을 느꼈다. 그건 분명 육체의 거듭남이었다. 어떤 소멸과 어떤 생성의.(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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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서라는 여자가 자신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운명인 것은 분명했다. 그 운명을, 운명으로 만들 것인가 스쳐보낼 것인가. 그 선택은 이제 한하기가 자기 삶에 어떤 색깔을 칠하고 싶은가에 달려 있었다.(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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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만드는 의미는 언제나 실제의 의미를 쫓아가지 못합니다. 의미가 극적일수록 말은 제한적이에요. 우리 삶 중에 어떤 순간들에 대해서는 그래서 말을 아껴야 하지요. 그 순간에 담겨 있는 진정으로 신성한 의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요.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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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1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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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없는 행위는 그 맹목성만으로 진실이 된다. 사랑이 바로 그렇다. 사랑은 사랑이어서 스스로 진실인 것이다.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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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야하는 말이에요(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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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rainsky94/22443989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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