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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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6월 마리오 히메네스는 우체국 창에 붙어 있는 구인 광고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국장인 코스메는 당장에 그를 채용하고, 마리오는 이슬라 네그라를 담당할 우체부가 된다. 마리오가 편지를 배달할 곳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집 단 한 군데 뿐이었지만 편지는 몇 킬로그램이나 되었다.

시인과 친해지고 싶었던 마리오는 첫 월급으로 시집 <일상 송가>를 사서 멋진 사인을 받고자 한다. 쭈뼛거리기만 하던 어느 날 스웨덴으로부터 온 편지에 관해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 날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메타포'를 알려준다. 

당 중앙위원회에서 네루다에게 대통령 후보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하는 전보가 온 날, 마리오는 동네 주점에서 한 눈에 홀딱 반한 베아트리스라는 아가씨를 꼬시는데 조력해줄 것을 요청한다. 

민중연합이 아옌데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승리하자 네루다는 파리 대사에 임명되어 떠난다. 마리오는 방해 공작을 피해 베아트리스와 '신바람 난 대회 개막식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합을 열'었고 곧 결혼한다. 

베아트리스가 임신하고 얼마 후 네루다로부터 편지와 소포가 도착한다. 네루다는 녹음기에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들을 녹음해서 보내주길 원하고, 마리오는 열일 제쳐두고 종루의 바람소리를 비롯하여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 소리 등과 마지막으로 네루다의 이름을 딴 자신의 아들, 파블로 네프탈리 히메네스 곤살레스의 울음 소리를 녹음해 보내준다. 

마침내 네루다가 노벨상을 타게 된 날 마리오는 마을 사람들 모두를 모아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좋은 날들은 흘러 가고, 칠레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네루다는 건강이 악화되어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오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가 살해당한다. 건강이 악화된 네루다는 끝내 사망하고 마리오는 어느 날 방문한 사람들에게 끌려간다.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일포스티노>의 원작으로, 영화를 보던 당시에는 원작이 있는지 몰랐었다. 그때 당시 학교 앞 비디오방에서 후배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특정 시간대에 가면 원하던 영화를 마음껏 볼 수가 있었다. <일포스티노>와 <거미여인의 키스>, <지중해>, <시네마 천국> 처럼 그 후로도 오래오래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영화들을 그 당시에 봤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민중연합이 아옌데를 후보로 내세워 선거에 승리한 후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난 시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시인과 우체부의 따뜻한 우정과 기층 민중들의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후반부로 가면서 혁명이 아닌 선거로 사회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우파와 자본가들의 사보타주와 군부의 쿠데타에 가로 막혀 결국 이상일 뿐이었다는 것이 판명되고 네루다는 병사, 마리오는 연행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소설은 어떠한 공산주의적 이념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대한 비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끝장내 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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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귤 ㅣ (구) 문지 스펙트럼
윤후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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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의 <여우사냥>을 읽다 중도에 흐지부지 된 것은 반은 게으름 때문이고 반은 잘 읽히지 않아서였다. 그러다 얼마 전에 읽은 <제리>의 작가 후기에서 김혜나가 '윤후명 선생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쓴 것을 보고, 때로는 감사의 표시가 감사받을 사람을 도리어 욕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귤>은 이주일 전에 집어든 책이니 다 읽는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읽으면서 윤후명의 소설이 잘 읽히지 않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소재와 이야기가 짜맞춰졌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소설집의 작중 인물들은 대게 현실에서 실패를 경험한 상태에서 특정 사물의 기억과 사건이 겹치며 내적 성찰로 나아간다.  그런데 그 사건들이 대게 개연성 없이 끼어들기 때문에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작위적인 혹은 우연한 사건과 소재의 결합, 그리고 그에 따른 상념은 소설 전체를 무척이나 '소설적'이게 만든다.

<귤>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가졌던 여자와 헤어진 후 어렸을 적 그토록 갖고 싶었으나 결국 가질 수 없었던 귤에 관한 기억이 사건과 오버랩되는데 그 과정에서 생전 처음 만난 여자와 관계를 맺게 되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국화 재배에 실패한 후 주인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마을의 무용학과 여대생과 관계를 맺은 후 헤어진다. <새의 肖像>에서도 민박집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관계를 맺고,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에서도 절집 딸과 아무런 개연성 없이 키스를 한다. 그의 소설에서 여자는 단지 사건의 촉매제일 뿐이다. 여자로부터 촉발된 사건은 소재와 연결되어 관념적인 '소설적 결말'을 만들어 나가는 식이다.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다.


o 귤(원문 <부활하는 새> 中, 문학과지성사, 1985)

 

삼년 쯤 전, 아버지의 죽음과 자신의 애까지 뱄던 여자와의 이별이 겹치면서 화자 '나'는 암울한 기분에 빠져 있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본 술집 작부에게 오랬동안 찾아 헤메었다는 희떠운 수작을 부리자 작부는 자신이 지금까지 거쳐온 지역을 대며 과거를 더듬는다. 너무나 진지한 작부의 태도에 장난이었음을 말할 기회를 놓쳐버린 '나'는 결국 작부에게 한바탕 욕을 얻어먹고 쫓겨난다.

쫓겨난 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신 '나'는 40대 과부의 집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내'가 귤 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극구 한 개를 권하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50년대 초반 전쟁중이던 때에 강릉의 바닷가에서 귤을 기다리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과는 달리 무척 귀한 귤이 미군 함정에서 바닷가까지 떠내려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토록 먹길 갈망했지만 '나'의 차지까지는 오지 못했다. 당시 '나'는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나'는 소녀를 원했고, 소녀는 귤을 달라고 했었다. '나'에게는 귤나무가 있었다.

과부의 집에서 깨어난 아침 과부의 아들이 불쑥 찾아와 '나'는 무척 민망한 처지가 된다. 아들은 이십대로 섹소폰을 불고 싶어했고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그냥 말하고 싶었다며 섹소폰은 훔친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나에게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고, '나'는 그의 어머니와 하룻밤 상관한 죄로 불편한 만남을 지속한다.

그가 마침내 군대에 가서 '나'는 그와의 불편한 만남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한 그가 전화를 걸어온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과 귤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귤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그의 어머니가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o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원문 <부활하는 새> 中, 문학과지성사, 1985)


임씨와 동업하여 국화를 재배하던 초기만 해도 글을 쓰며 원예 농원을 한다는 거창한 꿈을 꾸었지만 곧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꿈임을 알자 '나'는 절망한다. 기술은 전수받지 못했고 투자금도 회수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즈음 우연히 서울에서 무용학과를 다니는 여대생이 물에 빠진 것을 구해주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둘은 몇 번의 밀회를 갖는다. 어느 날, 여자가 서울로 함께 떠나자는 말에 '나' 역시 떠나야 하리라는 예감에 응낙한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여자가 오는 모습을 본 '나'는 몸을 숨기고 만다. 실패로부터 떠나려는 마음과 여자와의 동행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자 역시 나를 기다리지 않고 버스에 오른다. 그녀 역시 자신의 문제로부터 떠나는 것이었다. 시흥으로가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어린 기생을 껴안고 잔 후 서울로 온 '나'는 서울이 정든 노예선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o 새의 肖像(원문 <부활하는 새> 中, 문학과지성사, 1985)


'나'는 팔색조(八色鳥)를 찾으러 작은 섬에 갔다가 그녀를 만난다. 사실 꼭 팔색조를 찾겠다는 결심은 아니었으나 굳이 팔색조를 찾는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우려 한다. 섬으로 들어갔다가 막배 시간에 슬렁슬렁 대다가 놓친 '나'는 민박에 드는데 그곳에서 여자를 만난 것이다. '나'와 여자는 술을 나눠 마신다. 그녀는 '나'에게 "날 박제로라도 해서 갖고 싶으신가요? 그건 안 될 말이에요. 오늘밤만 우리는 서로의 것이에요" 라고 말한다. 관계를 갖고 난 다음 날 둘은 따로 섬을 빠져 나온다. 

다음 날 우체국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알은 채를 하지만 그녀는 '나'를 외면한다. 문득 '나'는 그녀의 섬에서의 행동은 결코 일상의 행동이 아니었고 사로잡힌 몸으로서 새로이 자유롭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음을 깨닫는다. 일상의 그녀를 찾은 나는 그녀를 내 박제로 하려던 데 지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 섬에 팔색조가 깃들이는가, 안 깃들이는가. 그대의 마음이 영원히 그 새가 우는 소리를 듣고자 원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o 검은 숲, 흰 숲(원문 <부활하는 새> 中, 문학과지성사, 1985)


크리스마스 이브, 충청도 지역에 관한 개괄서를 쓰는 일을 맡게 된 '나'는 마침 중원군에서 발견된 비석에 대한 취재를 앞두고 있다. 우연히 올갱이국을 먹기 위해 들른 집에서 일하는 계집아이가 교회에 가기 위해 위험한 고개를 넘겠다며 떼를 쓰는 것을 듣는다. '나'는 자청하여 주인 여자를 설득하여 계집아이를 데리고 고개를 넘는다.

검은 숲을 넘으며 '나'는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예전의 여자를 생각 한다. 그녀는 5년에서 7년을 기다려 달라고 했고 모국어로 편지를 쓰며 절절한 감상을 보내오더니 2년이 지나자 루드비히라는 독일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받은 '나'는 그녀를 기다릴 자신이 없었기에 마치 숨겨둔 패를 보여주지 않은 도박꾼과 같은 심정을 느낀다.

고개를 넘던 '나'는 앞서 가던 스님을 불러 말동무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교회에 다닌다는 소녀가 다른 종교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여 '나'는 눈치를 보게 된다. 스님은 뜻밖에도 호의적인 태도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말을 한다. '나'는 카톨릭과 개신교, 불교를 전전했지만 모든 것이 엉터리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웅얼거린 말,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가자 가자, 높이 가자, 더 높이 가자는 그 말을 떠올리며 '불쌍한 녀석, 불쌍한 루드비히'라고 말하려다가 루드비히에 들어갈 사람이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다. 눈이 쏟아져 흰 숲이 되고 있었다.


o 원숭이는 없다(원문 <원숭이는 없다> 中, 민음사, 1989)


아파트 정기소독으로 집에 있을 수 없게 된 '나'와 연출가 김, 배우 김은 공원에 모인다. 셋은 이렇다 할 직장 없이 마누라 등을 쳐서 먹고 사는 '등처가' 처지이다. 무슨 얘기 끝에 월남 이야기를 하고 원숭이 골 요리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어릴 적 의붓 아버지와 함께 곡마단 구경을 가서 원숭이를 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원숭이에게 우호적인 포즈를 취한 것이 원숭이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는지 원숭이는 손을 뻗어 스웨터 자락을 움켜쥐며 위협했고 그 후로 '나'는 자신이 아무리 외로운 상태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나타내고 함께 나누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나'는 충동적으로 두 김씨를 부추겨 원숭이를 구경 가자고 한다. 연출가 김은 집으로 돌아가고 배우 김은 따라 나선다. 장터에 가면 원숭이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올라탄 택시에서 둘은 각자의 상념에 빠진다. 문득 자기보다 아래 위치로 보았던 배우 김이 생각하는 바가 자신의 생각과 비슷함을 알게 되자 '나'는 불쾌함을 느낀다.

막상 도착한 장터에 원숭이는 없었고, '나'는 이제 원숭이 따위는 괘념치 않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배우 김은 원숭이를 보는 것에 집착한다. 술집 아낙에게 원숭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약장수가 사는 곳을 물어 둘은 그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은 빈 동네였고 유일하게 한 가구만 남아 살고 있었다. 그곳 사내는 원숭이 운운하는 둘에게 마뜩찮은 표정으로 대했고, 함부로 돌아다니다가는 간첩으로 오인받아 총을 맞게 되리라고 경고한다. 둘은 두려움에 길을 되짚어 가는데, 문득 서로의 얼굴을 보고 놀라고 만다. 둘 다 원숭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둘은 자신들이 어떤 힘에 의해 봉쇄되고 무력하게 되었으며 진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며 극도의 공포 속에서 사력을 다해 걸음을 옮겨 놓는다.


o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원문 <돈황의 사랑> 中, 문학과 지성사, 1983)


아버지의 묫자리를 향하는 버스는 위험한 벼랑길을 위태롭게 달렸고, 아버지가 '나'에게 어눌한 말로 유언과도 같이 내뱉은 '법을 공부해라, 늦지 않았다'는 말을 생각한다.

아버지는 변호사였으나 모종의 일에 연루되어 자격정지 5년을 받는다. 집안 살림은 급격히 어려워져 급기야 봉천동 인근의 집에다가 돼지와 닭 따위를 키우기에 이르고, 돼지를 먹이기 위해 마차를 사들이는데 말은 족보가 있는 말이라 했다. 당시 큰아버지뻘 되는 이가 기식하고 있었는데 그가 마차를 몰겠노라 하였다. 하지만 혈통있는 말은 곧 경주에 쓰일 때 의미가 있을 뿐 마차를 끌기에는 적당치 않았고 큰아버지도 그 말을 다룰 역량이 되지 못함이 판명된다. 마차는 팔리고 큰아버지도 떠난다. 

당시 '나'는 시를 쓰고자 했고 실존주의적 고민을 했었다. 그는 그런 실존주의적 고민에서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는 케플러의 가설을 믿고자 한다. 

법을 공부하길 바라는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우던 나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은 채 아버지와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을 한다. 아버지는 자격정지가 사면으로 풀리자 큰소리를 치지만 왠일인지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그 모든 것이 사무장의 농간과 사기 때문임이 밝혀진다. 아버지는 고혈압으로 쓰러진다. 재기를 위해 일어선 후에도 사무장에게 고용된 사실이 드러나 또 다시 자격정지를 받고 아버지는 끝내 자리보전을 하게 된다. 

어느덧 아버지의 묫자리에 도착한 '나'는 아버지가 자신의 몰락과 파멸을 자신의 신념으로 자초했다면 그 인생 또한 패배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변호사 아버님'이라 나직이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아버지의 별은 어떤 음악 소리를 내며 빛날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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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1 (무선) ㅣ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김혜원 옮김 / 문학수첩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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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제임스 포터 부부가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에게 살해당한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이마에 번개 모양의 흉터만 생겼을 뿐 살아남았고 볼드모트는 그 날 이후로 자취를 감춘다. 그 사건 이후 마법사들은 해리 포터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 후로 이모인 더즐리 부부 집에 얹혀 살게 된 해리는 사촌 두들리에게 갖은 괴롭힘을 당하며 10년간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느 날 해리에게 편지가 배달되기 시작하는데 더즐리씨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편지는 해리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편지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장인 덤블도어가 보낸 입학허가서였다.

해리는 사냥터지기인 거대한 해그리드의 도움을 받아 도깨비가 운영하는 은행인 그린고트에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을 찾은 후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호그와트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만난 론, 마법학교에서 만난 헤르미온느 등과 친구가 된 해리 등은 모자의 선택을 받아 4개의 기숙사 중 그리핀도르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리핀도르의 라이벌은 슬리데린으로 볼드모트가 그곳 출신이었고, 해리를 싫어하는 스네이프 교수가 담임교수였으며 밉살스런 말포이 역시 그곳 소속이었다. 

해리가 퀴디치 경기의 수색꾼을 맡게 되어 활약을 벌인다. 하지만 경기 중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를 빗자루에서 떨어뜨리게 하기 위한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보였고, 헤르미온느의 기지로 해리는 팀을 승리로 이끈다.

한편, 학생들이 가서는 안되는 3층 복도에는 머리가 셋 달린 개가 무언가를 지키고 있었는데 해리 등은 개가 지키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마법사의 돌'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법사의 돌'이란 니콜라스 플라멜이 만들어낸 것으로 무엇이든 금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불로장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난데 없이 트롤이 나타나고 스네이프 교수가 개에게 상처 입었음을 알게 된 해리 등은 스네이프 교수가 볼드모트를 도와 마법사의 돌을 훔쳐내려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다가 금지된 숲에서 누군가가 유니콘을 죽여 피를 마시는 것을 본 후에 스네이프 교수가 퀴렐을 협박하고 해그리드를 속여 '마법사의 돌'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으로 보이자 해리 등은 직접 그를 저지하러 나선다.

해리가 머리 셋 달린 개를 플루트로 재우고 날아다니는 열쇠를 빗자루를 타고 잡은 후에는 론의 지휘 아래 직접 체스의 말이 되기도 하고, 헤르미온느의 기지로 불을 통과하는 약을 마신 후 해리가 마침내 발견한 것은 볼드모트도, 스네이프도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터번을 두르고 다니는 퀴렐 교수였다. 퀴렐 교수의 뒷 머리에는 볼드모트가 기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제임스에게 목숨을 빚진 후로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애를 썼고 주문을 외웠던 것도 사실은 해리를 누군가 해하려 하는 것을 눈치채고 반대주문을 외운 것이었다. 해리가 시간을 끌고 덤블도어가 시간에 맞추어 와준 덕분에 '마법사의 돌'은 볼드모트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된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네빌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플러스 점수를 얻게 되고 그리핀도르는 네 개의 기숙사 중 1위를 차지하게 된다.


27개 언어로 1백 30여개국에서 1천만부 이상 팔려나간 <해리포터 시리즈>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열광하는 책이다.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새로운 아이디어, 또는 세계관 측면에서 낙제점에 가깝다. <반지의 제왕>과 D&D 룰에서 이미 다룬 소재 중 극히 일부를 차용하였고 '머글 대 마법사' 라는 매우 단순한 세계관에 입각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따라서 D&D룰에 익숙한 독자라면 유치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세계관이 곧 독자층을 매혹시키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단순하면서도 알기 쉬운 스토리가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의 욕구와 시기적절하게 만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총 7개의 시리즈 중 첫번째 시리즈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그런 의미에서 무난한 출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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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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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할렘, 50대의 화장품 외판원인 조 트레이스가 열여덟 살의 어린 애인 도르카스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조 트레이스의 아내 바이올렛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도르카스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죽은 그녀의 얼굴을 칼로 난자하려다 제지당한 후 쫓겨난다.

쫓겨난 바이올렛은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말을 배운 앵무새를 날려보낸다. 조는 일을 그만둔 후 절망에 빠져 울기만 했고, 바이올렛은 도르카스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도르카스의 아주머니 앨리스 멘프레드를 찾아간 바이올렛은 처음엔 차가운 대접을 받지만 점차 둘 사이에 공감대가 싹트고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녀를 닮으려고 했던 처음의 감정이 점차 그녀를 안쓰러워하는 감정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딸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소설은 조가 도르카스를 쏘아 죽인 현재의 사건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개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도르카스의 친구인 펠리스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 사건 당사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와 바이올렛이 처음으로 만난 순간, 바이올렛의 할머니가 돌보던 백인 아가씨와 흑인 사냥꾼 사이의 혼혈아 이야기, 혼혈아가 아버지인 사냥꾼을 죽이기 위해 찾아가던 길에 발견한 임신한 흑인 여자,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이가 바로 조였다는 것과, 조를 낳은 여자는 미쳐서 사람들을 피해 숨어살았고 조가 그녀를 세 번 찾아갔었다는 것 등을 작가는 일견 산만하면서도 정교하게 엮어나간다.


작가는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조가 도르카스를 죽인 일이 단순한 사건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과거와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펠리스가 도르카스에 대한 회상을 끝내고 사건을 극복한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하나의 사건이 거침없이 서술된 후 재즈의 인터플레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독자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화자가 누구인지, 누구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현재를 말하는지 과거를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 소설은 재즈의 인터플레이를 듣는 청중 수준의 긴장을 요구한다. 그러한 긴장들은 각각의 이야기가 연관을 갖게 되는 순간 마치 불협화음이 미묘하게 화음으로 변하다가 멜로디라인을 형성하듯 긴장을 해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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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광 ㅣ 아토다 다카시 총서 2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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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도쿄에서 출생하여 와세다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아토다 다카시는 1979년 <뻔뻔한 방문자>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나폴레옹광>으로 제81회 나오키상을 공동 수상한다.(같은 회 수상작은 다나카 고미마사의 <로교쿠사 아사히마루 이야기>와 <미미의 일>)

<나폴레옹광>에는 블랙유머, 미스터리, 환상소설 등 다양한 장르가 13편 수록되어 있는데, 그들 모두는 공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폴레옹광>은 반전 카드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독자의 상상 속에 공포를 심어 넣는다. 아토다 다카시의 반전 카드는 능수능란하여 독자는 카드를 본 순간 자신이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고, 최초에 읽었던 이야기들이 전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을 한다. 

<뻔뻔한 방문자>는 미스터리로써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계급사회가 아님에도 계급이 대물림되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글을 읽는 지배계급은 협박이라 느낄만 하고, 자신의 주변이 모두 정상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뒤틀린 밤>은 쓸쓸한 인생 유전이다. 결혼을 앞둔 주인공에게 나타난 여성은 아마도 자신의 결정을 가로 막는 도덕성을 무화시키기 위한 자의식의 산물일 것이다. 결국 또 다른 삶을 찾아가지만 다른 여성을 만나 같은 생을 반복하거나, 목공소의 소년의 생에서 반복될 것이다. 도망칠 곳은 없다.

<그것의 이면>과 <창공>에서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생활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공허와 거짓, 무기력을 보여주며 그것을 벗어난 '일탈' 을 그리고 있다. 


o 나폴레옹광 

 

화자는 나폴레옹과 관련된 두 명에 관해 회상한다. 한 명은 미나미사와 긴페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수성가형 타입의 사업가인데 꽤 많은 특허로 돈에는 부족함이 없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가 못말리는 나폴레옹광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적에 나가세 호스케의 <나폴레옹전>을 읽고 강력한 계시를 받은 후 나폴레옹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수집하며 그 값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손에 넣곤 했다. 현재는 4층 짜리 개인박물관을 소장하여 그곳에서 생활하는 실정이다.

또 한명의 인물은 무라세라는 사람이다. 무라세는 시골에서 화자를 찾아온 사람인데, 화자가 언젠가 발표한 나폴레옹에 관한 수필 때문이었다. 무라세는 자신이 아무래도 나폴레옹이 환생한 것 같다고 말한다. 자세히 보니 그는 나폴레옹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무라세는 가끔씩 떠오르는 장소와 인물들이 너무 낯설었고 우연한 기회에 그것들이 나폴레옹과 연관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환생에 관한 권위자인 F.M.윌리스의 이론과도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 화자는 미나미사와 긴페이야 말로 무라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소개장을 써준다. 무라세는 미림보시(복어를 미림에 재워 말린 건어물)을 매달 보내주겠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미림보시는 오지 않았다.

얼마 후 나폴레옹 자료가 필요해서 미나미사와 긴페이를 방문한 화자는 무라세에 관해 묻는다. 미나미사와는 무라세와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자는 문득 미나미사와의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 책이 꽂혀있던 광경이 떠오른다. 그 책의 제목은 <동물 박제 만드는 법> 이었다. 미림보시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

 

o 뻔뻔한 방문자

 

아침 10시경, 우키다 마키코의 집에 노파가 방문한다. 마키코는 그녀를 곧 알아본다. 그녀는 하츠에라는 이름으로 1년쯤 전 자신이 유키에를 출산한 직후 고열로 시달려 아이를 돌보기 어려울 때 10일 정도 잡역부로 일한 여자다. 하츠에는 별다른 용무도 없으면서 마키코의 집을 가끔 방문했고 이제 그만 나가주었으면 하는 눈치에도 유키에가 예쁘다는 둥 하면서 나가지 않으려 했다.

하츠에는 그날도 마키코의 싫은 눈치는 아랑곳 없이 유키에를 안아보고 기저귀를 갈아보려 하는 등 도를 넘은 짓을 한다. 마키코는 땀냄새 풍기는 그녀가 아이를 안는 것이 싫다. 그녀는 아무래도 마키코의 집과 같은 부자집에 가정부로 들어오고 싶은 눈치다. 마키코는 자신이 우월한 계급이라는 의식을 갖고 냉정하게 거절하고 한 시간여만에 겨우 하츠에를 내보낸다.

그날 경찰이 마키코의 집을 방문하여 하츠에에 관해 이것 저것 묻는다. 마키코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질문에 답한다. 경찰에 따르면 하츠에는 살인 용의자로 쫓기고 있는 몸이라고 한다. 그녀가 죽인 것은 어린아이로 하츠에의 손녀다. 하츠에의 딸 역시 모종의 범죄를 일으켜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그녀는 경찰에게 자신의 어머니 하츠에가 작년 가을 딸을 살해한 것 같다고 진술했고 마당을 파보니 아이의 뼈가 발견된 것이다.

마키코는 경악하고 만다. 하츠에가 죽였다는 아이의 생일은 10월 7일, 유키에의 생일은 10월 8일이다. 마키코는 출산 직후 고열로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자고 있는 유키에의 얼굴 어딘가가 하츠에를 닮은 것 같다.

 

o 생 제르망 백작 소고

 

아버지의 유언은 '내후년 11월 26일 밤 8시, 제국호텔로 가서 생 제르망 백작을 만나고 에레키시에 관해 이야기 하라'는 것이었다. 아이사와는 생 제르망 백작이 실명인지, 별명인지 알 수 없었다. 인명사전에 의하면 생 제르망 백작은 1707년에서 1784년 유럽에서 활동하던 사람으로 각국 언어를 할 줄 알았고 여러 정치적 사안에 관여했다고 쓰여 있다. 특이한 점은 그가 언제나 젊은 얼굴을 한 채로 죽음을 비웃었다고 하는데 확인되지 않은 말이지만 그는 불로불사의 약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그 약의 이름이 에레키시인 것 같았다.

마침내 그날이 오고 아이사와는 제국호텔로 간다. 생 제르망 백작은 실제로 나타났고 아이사와는 놀라고 만다. 생 제르망 백작은 에레키시, 불로불사의 약은 사실 환약이나 물약의 형태가 아니라 팡세, 일종의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즉 매해 피는 꽃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눈에는 같은 꽃으로 보이는 것처럼 사람 역시 자손에게 선조의 기억과 아이디어가 전해진다면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괴변이었다.

'나'는 그런 간단한 이야기를 궂이 13년이나 기다렸다가 할 필요가 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날 아이사와의 아이가 태어난다.


o 사랑은 생각 밖의 것


딸 노부코가 망나니 같은 남자친구 때문에 회사 공금 이백만엔을 횡령한 후 갚지 못하게 되자 교헤이는 아이를 납치한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교헤이는 돈을 받아낼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 낸다. 자신이 키우는 개가 평소 밤이면 집을 나갔다가 새벽이면 돌아오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아이의 부모에게 한밤중에 특정 장소에 데려다 둔 개에게 돈을 묶은 후에 풀어주라고 지시한 교헤이는 생각대로 개가 돈을 가지고 돌아오자 완전범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며칠 후에 형사가 들이닥쳐 교헤이를 체포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 교헤이에게 형사가 사정을 설명해준다. 그 개는 형사 집의 수컷 개와 연애중이었고 돈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형사 집에 들렀던 것이다. 형사는 개의 배에 가방이 묶여 있던 것을 보았지만 당시에는 의미를 모르다가 범행이 끝나고 알게 된 것이다. 교헤이는 '이놈도 저놈도 하필이면 멍청한 상대를 고르다니......' 하고 한탄한다.


o 그것의 이면


기타다 요스케는 최근 아내 야스코가 미묘하게 변했다고 생각한다. 야스코와 결혼한지 1년, 아내는 스물여덟살이다. 아내는 적은 월급이나마 알뜰하게 관리해왔고 부업을 하여 살림에 보태기도 했다. 집도 싼 값에 사서 불만이 없다. 그 집은 칠레에서 지진이 날 때에 뒤쪽이 붕괴되었다하여 싼 값에 나온 집이었는데 기타다는 칠레의 지진과 지반 붕괴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생각한다.

동네 소식통인 약사가 어느 날 아내가 은행에서 외화를 환전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에 더욱 의심이 간 요스케는 흥신소에 아내의 뒤를 캐보라고 의뢰한다. 하지만 아무런 특이점도 없었다. 어느 날 아내가 뒤뜰로 나가자 따라 나섰다가 절벽 아래의 작은 창고로 들어간 요스케는 순간 눈앞에 어둠이 펼쳐졌다가 정신이 들자 자신이 칠레에 와있는 것을 알게 된다.


o 딱정벌레의 푸가


불법택시 영업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한 기타무라 가즈히코에게 누군가 찾아와 말을 건다. 그 소리는 자신의 차 폴크스바겐이 창밖에서 부르는 소리였다. 폴크스바겐은 자신이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오겠다며 기타무라를 닮은 인형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한다. 과연 그 다음 날 부터 폴크스바겐은 돈을 조금이나마 벌어왔다. 하지만 병원이와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아내는 차를 팔자는 말을 꺼낸다.

며칠 후 폴크스바겐이 찾아와 비밀리에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나와보라고 한다. 나가보니 차 앞유리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폴크스바겐이 하는 말은 놀라왔다. 불륜남녀를 태우고 가던 중 남자가 여자에게 아파트라도 사라며 돈을 건낸 후 먼저 내렸고 주인에게 돈이 필요할거라 생각한 폴크스바겐은 100km로 달리다가 급정거를 한 것이다. 생각대로 여자는 앞유리에 머리가 부딪혀 상처를 입고 기절했다. 차는 그 여자를 범한 후 바다로 빠드려 죽였다는 말과 함께 돈을 건내준다.

뜻밖의 돈이 생긴 기타무라는 치료가 끝난 후 제일 먼저 주차장의 폴크스바겐을 찾아간다. 하지만 차는 그런 일에 감사받을 생각은 없다는 듯, 혹은 그때 일은 묻어두겠다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아이까지 낳고 단란하게 살던 기타무라는 그 여자가 죽은 오오이의 부둣가를 찾게 된다. 아내는 이상하게도 바닷가를 향해 묵념을 한다. 무엇을 하느냐는 기타무라의 말에 아내는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기타무라에게 몽유병 증세가 있었고 그때는 무척 걱정했노라는 말을 한다.


o 골프의 기원


168X년, 제임스2세가 아직은 요크공으로 불리웠던 때, 에든버러 성에 두 명의 잉글랜드 귀족이 방문한다. 한 사람은 노발공(怒髮公)으로 알려진 다혈질의 귀족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끝물의 동과공(冬瓜公)으로 부르고 싶은 밋밋한 귀족이었다.

요크공과 노발공이 골프의 기원에 대해 스코틀랜드니, 잉글랜드니 해가며 격하게 싸우자 동과공이 시합을 겨루어 이기는 쪽의 기원으로 하자는 안을 내놓는다. 이에 노발공과 끝물의 동과공이 한편이 되고  요크공이 다른 한 명을 데려와 시합을 하기로 한다. 요크공은 수소문 끝에 존 파터슨이라는 가난한 구두공이 골프에 매우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섭외한다.

시합은 요크공과 존 파터슨 팀의 승리로 돌아가고 노발공은 분을 참지 못하다가 이 모든 것이 존 파터슨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염탐하게 한다. 염탐꾼은 그가 집 안에 거울을 두고 연습을 하는데 거울 자세를 교정하는 코치를 해준다고 보고하였다. 노발공은 암살자를 사주해 존 파터슨을 살해하고 거울을 훔쳐온다. 

노발공이 거울을 보며 연습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거울이 등을 좀 더 펴라느니, 팔을 좀더 굽히라느니 코치를 시작하였다. 노발공은 그 조언을 소중히 여겨 연습을 하였고 실력이 나아지는 듯도 했으나 코치하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노발공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노발공의 인내가 한계에 달한 순간 거울을 깨버린다. 하지만 깨어진 조각 수 만큼 떠들어대었다. 노발공은 막자사발을 가져오게 하여 거울을 가루내어 창밖으로 날려버린다.

그 후로 그 가루는 전 세계로 퍼져 지금도 골퍼를 보면 충고의 말을 떠들고 있다.


o 뒤틀린 밤


올해 서른 살이 된 야마이 도시로는 무라키 후사코와의 결혼을 사흘 앞두고 있다. 도시로는 무라키 후사코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없었으나 '아차' 하는 정도의 심리가 있다. 그것은 모든 남자들이 결혼을 앞두고 먹게 되는 마음으로 여자가 마음에 들었든, 들지 않았든 드는 공통의 심리다.

도시로가 그런 심정으로 침대에 누우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바닷가 한적한 마을의 털보 목수가 도시로에게 목공일을 배워보겠느냐고 묻고, 도시로는 아버지 직장 때문에 잠시 도쿄로 왔을 뿐이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그후 도시로는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진 대학을 졸업한 후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었다. 도시로는 자신이 결혼을 마음 먹지 않았다면 목공일을 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고 모르는 여자가 '곧 집으로 가겠다'는 말을 하고 끊는다. 

잘못 걸린 전화라 생각하고 설핏 잠이 들었다 깨자 옆에 모르는 여자가 누워 있다. 그녀는 누구냐는 질문에 애매하게 답하며 결혼하기 싫지 않냐고 묻는다. 도시로는 다음 날도 여자의 방문을 받게 되고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더 이상 나타나지 말라고 말한다. 다음 날 결혼식을 올리고 후사코와 신혼여행에 가서 어설픈 관계를 맺고 잠이 든 도시로는 아침에 깨어나 후사코가 차가운 시체가 된 것을 발견한다. 경찰은 도시로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해나간다. 도시로가 후사코와 관계를 맺었다는 말은 경찰에 의해 간단히 부정되었다. 관계를 맺은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또다시 신원불상의 여자가 나타나 도시로를 경찰서에서 탈출시켜 준다. 

도시로는 바닷가 마을에 숨어든다. 농사일을 돕던 그가 목공일을 배우고 그것을 생계로 삼는다. 어느 날 소년이 목공일 하는 도시로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도쿄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도시로는 소년이 평범한 샐러리맨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왠지 쓸쓸함을 느낀다. 목수의 딸이 도시로에게 물을 내민다. 도시로는 여자가 어디선가 본 듯 하다고 느낀다.


o 투명한 물고기


'나'는 찻집 엘 마르에 갔다가 어항 속에서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를 본다. 그 물고기의 몸은 투명해서 뼈만이 헤엄치고 있는 듯 했다. 그때 한 여자가 다가와 물고기에 대해 설명해 준다. 물고기 중 몸이 완전히 투명한 것이 트랜스페어런트, 반투명한 것은 트랜스루센트, 은색으로 빛나서 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실버다이브라고. 그러면서 트랜스페어런트 중 일부는 친해진 물고기의 몸까지 투명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나'는 그 여자와 호텔에 가서 관계를 맺는다. 여자가 유혹한 듯 하다. 여자가 샤워할 때 우연히 그 여자의 몸이 투명한 몸을 보게 된다. 장기까지 들여다보인다. 

이제 찻집 엘 마르에 그 투명한 물고기는 없다. '나'는 그녀를 만나야만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의 몸도 이제 투명하다.


o 창공


다다노 헤이사쿠는 소심한 샐러리맨으로 이렇다할 야망도, 그렇다고 이렇다할 불만도 없이 하루 하루 살아간다. 어느 날 그 모든 것이 평소와 달리 참기 힘들었고 회사로 가는 전철이 아닌 다른 전철을 탄다.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흔들리다 도착한 곳은 교외였다. 하늘은 기분 나쁠 정도로 푸르렀다. 그때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헤이사쿠는 자신도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헤이사쿠는 언덕의 끝까지 나아가 위를 향해 몇 번이나 손을 저어 날아오른다.

그날 오후 늦게 N산의 기슭에서 헤이사쿠가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그가 겨우 2~3 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두개골이 깨어진 것을 보고 알 수가 없었다.


o 이


야스히코의 아내 노리코는 이가 튼튼하고 가지런하다. 그녀는 이가 튼튼하면 머리도 좋다는 말을 하는데 꼭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 야스히코는 이가 부실하다. 야스히코는 태어날 아이가 이가 튼튼했으면 한다는 말을 하며 식사를 마치고 하얀 가루약을 먹는다. 그녀는 칼슘 섭취가 중요하고 자기네 집안에서는 두개골을 최고로 친다며 야스히코의 어머니 유해가 담긴 단지를 바라본다. 야스히코는 어머니가 의사의 예상보다 일찍 돌아가셨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o 광폭한 사자


스물한 살에 결혼하여 딸을 하나 낳은 쇼코는 남편이 간암으로 급사한 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간다. 쇼코는 남편이 죽은 후로 자기 계발에 힘 쓴 결과 일러스트레이션과 아트 플라워, 외국어에 취미를 붙였고 특히 일러스트레이션은 전문가 수준으로 생계 수단이기도 했다. 그녀는 하루가 27~8 시간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도로 자신의 삶에 몰입했고 계획을 세워 살아갔으며 매일 충만감을 느꼈다. 

그런 그녀에게 유부남 스도 히데키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쇼코는 그에게 빠져든다. 스도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녀는 자신의 삶이 조금씩 흐트러짐을 느낀다. 

어느 날 스도가 둘 만의 아파트를 얻는다. 스도는 쇼코에게 자고 가라고 권하고 쇼코는 꿈에서 본 일이 현실로 일어날 것 같다며 꿈 이야기를 해준다. 꿈 속에서 머리 긴 여자가 자신을 쳐다보았다는 말에 스도는 자신의 아내가 나타날 일은 없다며 걱정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커다란 트렁크에라도 숨으면 된다며 몸소 들어가보인다. 트렁크는 금속이 부딪는 소리가 나면서 강고하게 닺힌다.

얼마 후 쇼코는 사랑 따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며 사자는 가축으로 키울 수 없다고 생각난다. 어쩐지 트렁크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o 밧줄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연재 마감을 지키지 못하고 종적을 감춘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낸다. 소설가는 자신이 연재를 수락한 후 단 한 줄도 완성시키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열패감에 빠졌으며, 결국 이렇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내용을 써내려간다. 그러면서 자신이 잠들기 전까지 편지를 완성할 수 있을지 자문하며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언젠가 여행에 갔다가 옆방에서 어떤 여자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호기심이 동했고, 야릇한 상상을 하며 건너갔다가 기묘한 경험을 한다. 그녀는 유부남을 사랑했다가 버림받은 후 자살을 결심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해 실패했는데 그 뒤로 밧줄이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이야기를 한다. 밧줄은 자살을 결심하지 못한 사람을 도와 죽도록 만들어 주는데 자살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을 끝까지 쫓아가 잠이 들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소설가는 여자의 요청에 따라 불침번을 서며 여자가 잠드는 동안 지켜보기로 했는데 그도 깜빡 잠이 들고 말았고 여자는 밧줄에 목이 졸려 죽고 만다. 소설가는 경찰의 추궁이 두려워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는 편지에 자신이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밧줄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 역시 죽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이제 잠을 이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잠이 드는 즉시 밧줄은 목을 죄어올 것이다 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런데 편지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편지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있었고 연재할 내용으로도 적당해 보였다. 그 증거로 밧줄이 사라진 것이다.

소설가는 그러나 한 가지 의혹에 잠긴다. 자신은 편지의 마지막 부분, 즉 편지의 내용이 원고로 적당하다는 생각을 적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죽은 여자는 밧줄이 죽인 것이 맞는가? 자신은 정말 잠이 들었는가? 하는 의혹이 드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806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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