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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평점 :
1969년 6월 마리오 히메네스는 우체국 창에 붙어 있는 구인 광고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국장인 코스메는 당장에 그를 채용하고, 마리오는 이슬라 네그라를 담당할 우체부가 된다. 마리오가 편지를 배달할 곳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집 단 한 군데 뿐이었지만 편지는 몇 킬로그램이나 되었다.
시인과 친해지고 싶었던 마리오는 첫 월급으로 시집 <일상 송가>를 사서 멋진 사인을 받고자 한다. 쭈뼛거리기만 하던 어느 날 스웨덴으로부터 온 편지에 관해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 날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메타포'를 알려준다.
당 중앙위원회에서 네루다에게 대통령 후보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하는 전보가 온 날, 마리오는 동네 주점에서 한 눈에 홀딱 반한 베아트리스라는 아가씨를 꼬시는데 조력해줄 것을 요청한다.
민중연합이 아옌데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승리하자 네루다는 파리 대사에 임명되어 떠난다. 마리오는 방해 공작을 피해 베아트리스와 '신바람 난 대회 개막식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합을 열'었고 곧 결혼한다.
베아트리스가 임신하고 얼마 후 네루다로부터 편지와 소포가 도착한다. 네루다는 녹음기에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들을 녹음해서 보내주길 원하고, 마리오는 열일 제쳐두고 종루의 바람소리를 비롯하여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 소리 등과 마지막으로 네루다의 이름을 딴 자신의 아들, 파블로 네프탈리 히메네스 곤살레스의 울음 소리를 녹음해 보내준다.
마침내 네루다가 노벨상을 타게 된 날 마리오는 마을 사람들 모두를 모아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좋은 날들은 흘러 가고, 칠레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네루다는 건강이 악화되어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오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가 살해당한다. 건강이 악화된 네루다는 끝내 사망하고 마리오는 어느 날 방문한 사람들에게 끌려간다.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일포스티노>의 원작으로, 영화를 보던 당시에는 원작이 있는지 몰랐었다. 그때 당시 학교 앞 비디오방에서 후배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특정 시간대에 가면 원하던 영화를 마음껏 볼 수가 있었다. <일포스티노>와 <거미여인의 키스>, <지중해>, <시네마 천국> 처럼 그 후로도 오래오래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영화들을 그 당시에 봤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민중연합이 아옌데를 후보로 내세워 선거에 승리한 후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난 시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시인과 우체부의 따뜻한 우정과 기층 민중들의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후반부로 가면서 혁명이 아닌 선거로 사회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우파와 자본가들의 사보타주와 군부의 쿠데타에 가로 막혀 결국 이상일 뿐이었다는 것이 판명되고 네루다는 병사, 마리오는 연행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소설은 어떠한 공산주의적 이념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대한 비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끝장내 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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