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혀
셰리 홀먼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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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펠릭스 파브리 수사는 우연히 성녀 카타리나의 유골을 본 이후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영혼의 신부로 삼는다. 우연한 기회에 부유한 귀족 투허 경의 후원을 받은 펠릭스는 투허 경의 아들 우르수스, 헝가리의 부주교 요한, 이발사 콘라드 등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떠난다. 

배 안에서 만난 아르시노에라는 처자가 자신이 카타리나 성녀의 '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카타리나의 유골 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본 펠릭스는 처음에는 그녀를 불신하나 그녀의 언동에서 차츰 성녀 카타리나가 현신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품게 된다. 아르시노에의 관능적 매력에 빠진 요한은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한편 예루살렘을 향하는 또 다른 배 안에는 아르시노에의 오빠 니콜로가 타고 있었다. 니콜로는 번역가로서 전 세계 모든 나라 말을 할 수 있었고 이름없이 사라져간 성인들의 이야기를 번역하고 있다고 했다. 니콜로는 펠릭스에게 자신의 여동생이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펠릭스 수사는 아르시노에와 니콜로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다.

카타리나의 유골이 최초로 발견된 시나이로 향하는 여정 중 투허 경과 우르수스가 죽고 니콜로가 의도하는 것이 카타리나 성녀의 유골을 여동생의 뼈로 대체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니콜로는 그것이 번역의 완전한 형태이고 자신이 새로운 성인을 탄생시킴으로서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펠릭스 수사 일행은 베두인 족으로부터 구출을 받는다. 그들 역시 카타리나가 빵을 내려주는 성녀라고 생각한 것이다. 

펠릭스 수사는 카타리나란 어휘가 'catha' 즉 전체와 'ruina' 즉 파괴에서 왔으며, 자신의 이름인 펠릭스는 '행복한 사람' 이라는 뜻이므로 '전체적인 파괴 속에서의 행복'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성녀 카탈리나의 전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막센티우스 황제가 전 국민에게 알렉산드리아에 모여서 우상 숭배에 참여하라고 명하자 정면으로 황제의 명을 거역하였고, 황제의 궁전에서 신앙 논쟁을 벌이게 된다. 황제가 학자 50명을 궁전으로 초청하여 카타리나를 대적하게 하지만 카타리나는 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여 그들 모두를 기독교로 개종시킨다. 화가 난 황제가 학자들을 모두 화형시킨 후 카타리나에게 왕비 다음의 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하나 카타리나는 이를 거절한다. 감옥을 찾아온 왕비와 경비 대장마저 기독교로 개종하게 만들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황제는 카타리나를 참수한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피 대신 우유가 뿜어져 나왔고 천사들이 그녀의 시신을 들어 시나이 산으로 옮긴다. 그녀의 시신에서는 계속 기름이 흘러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로마 카톨릭은 1969년 성녀 카탈리나와 펠릭스 수사의 영혼 결혼을 했다는 설을 무효라 발표하고 카타리나를 성인 목록에서도 삭제한다. 

 

소설 속 펠릭스는 종종 성 카타리나를 하느님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하여 예루살렘보다 시나이 산을 순례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전설 속 카타리나의 행적도 이교도들을 <논파>함으로서 개종을 시키는데 이 대목 역시 석연치가 않다. 작가는 중세의 여명기에 실제 이루어진 펠릭스 파브리 수도사의 순례 여행을 소설화하여 동양과 서양의 만남, 중세의 해체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별로 신통치 않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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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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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은 故意에 관한 이야기>는 자살한 친구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뜻밖의 사실을 다루고 있다. 같은 사건이나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경중은 다를 수 있고 특히 청소년기에는 그 편차가 더욱 심할 것이다. <방과후>에서 다루었던 불안정한 청소년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어둠 속의 두 사람>에서는 불륜을 감추기 위해 어른의 세계를 엿보여주고 밀약을 맺지만 결국 욕망의 희생자가 자신의 자녀가 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춤추는 아이>는 선의가 때로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단지 동경했기 때문에 취한 행동이 죽음으로 이어진다.

<끝없는 밤>은 형들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사업체를 견실하게 꾸리기 위해 오사카로 떠나는 남편과 편안하고 안락한 도쿄 생활을 더욱 중시하는 아내의 이야기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테리즈로 제작되기도 한 작품이다.

<하얀 흉기>에서는 살의를 품든 주체와 그 대상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990년도 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굿바이, 코치>는 두 번의 자살 소동이 벌어진다. 한번의 자의에 의해, 다른 한번은 타의에 의해. 범인은 '굿바이, 코치'라는 말의 의미를 사건이 완전히 끝나고서야 알게 된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이야기 시점을 달리 함으로서 사건의 전모를 최후에 밝히는 수법을 쓰고 있다. 시점이 달라짐에 따라 범인의 의도와 참가자가 바뀐다.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

 

일본에서 1990년에 출간된 책으로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사소한 계기와 오해, 욕망 등이 살인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짤막한 단편으로 엮어 놓았다. 천안 상록 유스호스텔에서 밤중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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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텃집 처녀 (외)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641
셀마 라게를뢰프 지음, 홍경호 옮김 / 범우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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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o 늪텃집 처녀

 

시골 재판소에서 양육비 청구 소송이 벌어진다. 조서에 따르면 원고는 가난한 하녀였고, 피고는 기혼 남자였다. 피고인 40대 부유한 남성이 자신은 하녀와 여하한 염사를 일으킨 바가 없고 하녀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 주장하였으므로 판사는 그에게 성서에 손을 얹고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선서하게 하였다. 바로 그 때 하녀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겠다면서 판사로 하여금 선서를 중단시키도록 요청한다. 하녀는 피고가 성서에 손을 얹고 거짓을 선서하여 더 큰 죄를 짓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판사와 방청객들은 숙연해진다. 

하녀의 이름은 헬가였다. 마을 청년 구드문트는 헬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차에 태웠다가 그녀가 유부남과의 양육비 소송 때문에 법원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 불쾌한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그녀가 취한 고결한 행동을 본 지금은 그녀를 흠숭하는 마음이 들었고 기꺼이 마차에 태워 주었다.

법원에서 취한 헬가의 행동은 헬가의 부모님에게도 전해진다. 헬가의 부모님은 딸을 용서한다. 구드문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헬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헬가는 구드문트의 집에 하녀로 일할 수 있게 된다. 

구드문트는 헬가에게 어렴풋한 연정을 느끼면서도 그 감정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던 중 면장의 딸 힐두르와의 결혼 이야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결혼식 날짜가 잡힌다. 힐두르는 헬가가 구드문트의 집에 머무는 것을 원치 않았고, 헬가는 다시 늪터에 있는 옛날 집으로 되돌아간다. 헬가는 자신이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늪텃집 아궁이 재를 구드문트의 집으로 가져왔었다. 그 방법은 한 번 밖에 쓸 수 없다고 했다. 이제 헬가는 구드문트의 집이 그리워도 그 마음을 달랠 도리가 없게 되었다.

결혼식을 앞두고 구드문트는 친구들과 엉망이 되도록 술을 마신다. 다음 날 마을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시체의 머리에서 부러진 칼날이 박혀 있는 것이 발견된다. 구드문트는 전날 기억이 하나도 없었지만 자신의 칼이 부러진 채 주머니 속의 들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구드문트는 칼을 웅덩이에 버린다. 결혼식 날, 구드문트는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처가로 가서 저간의 사정을 모두 이야기한다. 힐두르와 면장은 구드문트 부자를 비난하며 야박하게 대한다.

구드문트는 그제서야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사람은 헬가라는 사실을 깨닫고 헬가에게 가서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헬가는 구드문트의 칼을 자신이 부러뜨렸기 때문에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드문트의 구애를 뿌리친다. 헬가는 힐두르를 찾아가 구드문트가 범인이 아니므로 그에게 찾아가 야박하게 대한 것을 사과하고 결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힐두르는 구드문트에게 헬가가 전해준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힐두르는 헬가의 용기에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구드문트는 헬가를 발견하고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쥔다.

 

o 은광

 

구스타프 3세가 날라카르리언 지방을 순행하다가 교회에 들러 쉬어가게 되었다. 왕은 백성들에게 한바탕 연설을 하며 애국심을 호소했는데 반응이 그저 그랬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때 한 사람이 자신들의 목사와 이야기를 해보라기에 왕은 성구실로 간다. 그런데 그곳에 목사는 없었고 허름한 차림새의 농부가 앉아 있었다. 사실은 그가 목사였으나 너무 가난해서 농부 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사는 왕이 자신을 농부로 착각하므로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목사가 아닌 척 한다. 

목사는 자신을 포함한 마을 사람 다섯이 우연히 은광을 발견했는데 더욱 부자가 되어 행복해지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불행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므로 은광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왕이 그 은광의 부를 원한다면 기꺼이 바쳐 나라를 위하겠다는 요지의 말을 한다.

왕은 목사에게 당신들의 목사는 예배가 끝난 후 예복을 벗으면 농부의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지 묻는다. 그토록 가난하다는 대답을 들은 왕은 나라를 돕는데 사람으로 돕는 것이 훨씬 힘이 된다고 말한다.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느냐는 농부의 질문에 이미 대답을 들었다며 자리를 뜬다.

 

o 거리의 악사

 

한 악사가 자신의 솜씨에 감탄하며 귀신들보다 낫다고 자만한다. 그는 바이올린에 미쳐 부모님을 떠나 열심히 연주 실력을 닦았고 이제 꽤나 유명한 악사가 된 것이다. 그날 밤 뚱뚱한 시골 처녀가 바이올린을 켜달라고 요청한다. 처녀가 느린 곡에 만족하지 못하자 악사는 빠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손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이올린을 켜게 되었고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때 늙고 불쌍한 노파가 지나갔다. 악사는 그 노파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어머니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간구한다. 어머니가 용서한다는 말을 하자 마력은 끝이 난다.

 

o 지주 댁 이야기

 

1830년대 말, 우프살라의 하숙집에 헤데라는 대학생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헤데에게 구스하브 알린이라는 친구가 찾아와 몇 마디 충고를 한다. 충고의 내용은 헤데의 고향 농장이 더 이상 부유한 상태가 아니므로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할 것과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올린을 멀리 하라는 내용이었다. 알린은 헤데의 바이올린을 공부를 마치면 돌려준다며 가지고 가버린다. 

뒤숭숭한 마음에 시간을 보내던 헤데는 바이올린을 켜고 싶어진다. 그 때 떠돌이 맹인 악사가 마당에서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헤데는 맹인 악사에게 바이올린을 한 번만 빌려달라고 간청한다. 맹인 악사는 잉그리트라는 이름의 소녀를 데리고 다녔는데 그 소녀는 헤데에게 "마탄의 사수에 나오는 왈츠를 켜세요"하고 말한다.   헤데는 소녀의 눈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이후 헤데는 공부를 때려치우고 장사를 시작한다. 때로 실패를 하기도 했지만 뮨크탄의 농장 빚을 모두 갚을 정도로 돈을 벌어들인다. 헤데는 이제 장사를 그만 해도 되었지만 자신이 누구라는 사실도 잊은 채 장사를 계속한다.

한편 잉그리트는 목사의 양녀가 된다. 스무살 무렵 잉그리트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가사 상태가 되고 가매장 되기에 이른다. 매장된 직후 가사상태에서 풀린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염소를 무서워 하는 떠돌이 행상이 그녀를 구해 낸다. 잉그리트는 평소 믿고 지내던 노파에게 몸을 의탁하고, 노파는 자신의 동생이 뮨크탄의 농장에서 일한다며 그녀를 농장에 소개시켜 준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어느 날 농장의 젊은 주인이 되돌아온다. 그는 염소를 무서워하는 떠돌이 행상이자 잉그리트가 항상 그리워하던 대학생 헤데였다. 헤데는 정신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다. 잉그리트는 헤데의 기억이 돌아오도록 애를 쓰고 바이올린 곡을 켜면서 헤데는 조금씩 기억이 돌아온다.헤데는 자신이 염소를 무서워하며 행상을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며 다시 정신병에 걸려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잉그리트의 헌신적인 마음에 감동받은 헤데는 자신을 찾아내겠다는 약속을 한다.

 

셀마 라게를뢰프(1858~1940)는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다. 그녀는 뿌리 깊은 향토애를 바탕으로 북구의 전설과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들을 써냈다고 한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종교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죄를 범한 남녀를 사랑했고 그들이 고귀한 행동을 통해 죄를 극복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1902년 대작 <예루살렘>을 써서 스웨덴 문학에 큰 반향을 주었고, 1908년에는 <닐스의 이상한 모험>을 써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한층 드높인다. 이 동화는 교육 개혁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보수주의자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기도 한다. 

 

천안 교육원에서 읽었다. 교육원은 중앙난방식으로 스팀을 저녁 나절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틀어주는데 그곳에만 다녀오면 어김 없이 감기에 걸린다. 어제 오후부터 코가 멍멍하더니 급기야 오전에 일어나질 못했다. 회사에 못 나갔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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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맨서 ㅣ 환상문학전집 21
윌리엄 깁슨 지음, 김창규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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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메코이 폴리와 바비 퀸으로부터 기술을 배웠다. 그는 사이버스페이스 덱을 통해 매트릭스에 뛰어들어 아이스를 해체하여 기업의 비밀 등을 훔쳐내는 카우보이였고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고용주의 물건을 훔친 것이 발각되었고, 러시아제 미코톡신을 주사 당해 신경계가 망가지고 만다. 카우보이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 케이스는 일본의 의료기술에 한 가닥 희망을 걸며 음습한 일을 했고 살인도 저지른다. 최첨단 의료 기술로도 망가진 신경계를 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케이스는 절망했고, 최근 몇 가지 거래에서 빚을 져 살해 위협에 시달린다.

그에게 어느 날 여성 암살자가 접근한다. 그녀의 이름은 몰리였고 자신이 아미티지라는 사람에게 고용되었다고 말한다. 아미티지는 케이스의 신경계를 회복시켜주고 췌장을 새로운 것으로 갈아주는 대신 AI에 침투할 것을 요구한다. 

아미티지와 몰리, 케이스 등은 AI에 침투하기 위해 중국에서 제조된 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 <쾅 급 마크11>을 구하고 조력자들을 모집한다. 이 과정에서 아미티지가 전쟁에서 희생 당한 군인이고, 그의 의식을 변조한 AI가 그들을 고용한 실체임을 알게 된다. 아미티지를 고용한 AI는 <윈터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윈터뮤트는 근친 결혼을 통해 자유계를 지배하고 있는 테시어 에시풀이라는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AI로 또 다른 자신인 뉴로맨서의 아이스를 깨고 침투하려 한 것이다. 케이스는 사망 후 ROM 형태로 존재하는 일직선 딕시와 함께 뉴로맨서에 침투하는데 성공한다. 윈터뮤트는 뉴로맨서와 일체가 된 후 스스로 매트릭스가 된다.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두둑한 보수를 받는다. 어느 날 케이스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죽어버린 린다를 우연히 발견한다. 몰리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한다.

 

1984년에 발표되어 3대 SF 문학상인 휴고상, 네뷸러상, 필립 K.딕 상을 수상하고 SF 크로니클까지 수상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는 사이버 펑크의 고전으로 불린다. 소설의 첫 부분을 몇 장 넘기지 않아 <공각기동대>와 <매트릭스>, <카우보이 비밥> 등에서 흔히 보았던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그 모든 것들의 시초가 <뉴로맨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재에도 그 용어가 그대로 이용되고 있는데 <뉴로맨서>에서 제시된 개념은 현재 사용되는 개념보다 조금 더 넓다. 외부자극을 시뮬레이션화 하는 심스팀 덱을 통해 사용자는 사이버스페이스에 뛰어들어 현실 공간과 같은 정도의 자극을 수용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을 그 매개체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공각기동대>에서 전뇌를 해킹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이 확장되어 육체가 이미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 속에서는 생존하는 <일직선 딕시>가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제시된 수많은 개념들은 영화와 애니매이션에서 직간접적으로 차용되었다. <뉴로맨서>는 당시의 최신 기술과 깁슨의 새로운 세계관이 반영되어 소설 속에 작가만의 완벽한 질서가 부여되어 있다. 문제는 독자의 질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독자는 현재 케이스가 가상 세계인 매트릭스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인지 실재 세계에 존재하는지조차 헤깔리는 경우가 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30년 전에 쓰여진 소설임을 감안할 때, <뉴로맨서>의 사이버 펑크는 가히 혁명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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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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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부엘은 한 때 철강 산업으로 부유한 마을이었으나 철강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마을은 점차 황폐해 지고 만다. 

아이작 잉글리시는 부엘 마을에서 가장 똑똑한 청년이었다. 아이작의 아버지 헨리는 마을의 철강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먼 곳에 있는 철강 공장에 가서 일을 해 돈을 부친다. 그런 생활이 얼마간 이어지다가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헨리는 불구의 몸이 된다. 아이작의 어머니는 돌을 주머니에 한 가득 넣고 강물에 투신 자살한다.

아이작의 누나 리 역시 머리가 뛰어났고 대학 입학 시험에서 만점을 맞은 후 예일대에 입학한다. 아이작은 거동이 불편한 헨리와 고향 마을에 남게 된다. 아이작 역시 대학 입학 시험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지만 진학을 포기한다. 아이작은 자신을 의붓 아들처럼 대하는 헨리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이작은 헨리가 자진해서 자신을 놓아주길 바랬다.

한편 포는 마을에서 가장 운동 신경이 뛰어난 청년으로 고등학교 내내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 했고 대학에서도 그를 스카웃하려 했다. 하지만 포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압박감을 느꼈고,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어머니 그레이스와 트레일러에 살며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사슴을 밀렵하며 살아간다.

아이작이 부엘에서 몇 년간 허송세월을 한 끝에 더 이상 헨리의 인정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헨리의 돈 4천 달러를 훔쳐 달아난다. 아이작은 떠나기 직전 포에게 들르고, 포는 아이작을 마을 경계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다. 비를 만난 둘은 폐허가 된 공장 부지에서 몸을 말리다가 부랑아 세 명과 마주친다. 아이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바로 떠나려 했지만 포는 호승심이 일어 아이작을 따라 함께 일어서지 않는다. 잠시 후 아이작은 포가 걱정되어 돌아왔고 포가 목에 칼이 겨눠진 채 성추행 당하기 직전임을 발견한다. 아이작이 던진 베어링 뭉치가 스웨덴인의 이마에 맞아 그가 숨지고 둘은 그 자리를 떠난다.

다음 날 둘은 공장터에 가방과 옷을 찾으러 갔다가 경찰서장 해리스에게 발각당한다. 해리스는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포를 감싸주려 한다. 그날 밤 포와 리가 관계를 맺는 것을 엿들은 아이작은 집을 다시 떠난다.

사건 현장에 있던 자가 경찰에 증인을 자처하고 나서자 새로 임명된 검사는 포를 구속한 후 악명 높은 감옥에 가둔다. 감옥 속에서 포는 흑인쪽 거물과 싸움이 벌여 그를 다치게 하고 백인들의 보호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백인들은 포에게 공짜 선물을 준 것이 아니었다. 포는 교도관을 손 봐 주든가 백인과 흑인 모두에게 적이 되든가 선택해야 했다. 포는 이제라도 스웨덴인을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아이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야 할지 갈등한다. 포는 자신이 그 싸움의 원인이었고 아이작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와줬다는 점을 상기한다. 그리고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교도관을 손 봐 주기 전 또다시 백인과 문제를 일으킨 포는 결국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해 큰 부상을 입는다.

한편 아이작은 집을 떠나 부랑아처럼 떠돌며 린치를 당하고 돈을 빼앗기는가 하면 살기 위해 도둑질도 마다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아이작은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리라 생각한다.

해리스가 그레이스를 위해 증인을 해치운 날 아이작이 해리스를 찾아가 자신이 실제 범인이라고 밝힌다. 해리스는 자신이 할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제목 <아메리칸 러스트>에서 상징하듯 미국의 몰락과 그로 인한 삶의 피폐화를 다루고 있다. 철강 산업은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철강 산업 노동자인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롤 모델이다. 그런데 철강 산업의 몰락과 함께 아버지 헨리는 불구가 되고 아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닥쳐온다. 어머니는 가족을 남겨두고 자살한다. 자살하기 전 어머니는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고 홀가분해 보였다는 점은 더욱 큰 혼란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롤모델을 잃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리는 문제를 외면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착각했고, 아이작은 문제에 직면하긴 했으나 문제를 해결할 힘이 전혀 없었다. 마찬가지로 포 역시 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으리란 두려움에 자신의 삶을 내팽개쳐버린다. 그 결과 뜻 밖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아이작은 스스로 길을 떠난다. 아이작에게는 4천 달러가 있었으나 그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시련을 자처한다.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또 다른 자아인 '아이' 가 말을 한다. 어느 순간 아이작은 자신에게는 또 다른 자아인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성숙해진다. 그 결과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기로 마음을 먹고 돌아온다.

포 역시 감옥에 갖혀 교도관에게 폭행을 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그들 모두와 싸우더라도 옳은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또한 아이작의 이름을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작가 자신이 볼티모어의 철강 지대에서 자라며 관찰한 바를 소설 속에 담았다고 하는데 소설은 사뭇 위험한 경계에 있어 보인다. 철강 산업의 몰락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한 미국의 몰락과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과거 강한 미국에 대한 향수에 기반하고 있고, 그 강한 미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여타 국가에 대한 작가의 인식 역시 약간 조악하다. 소설에서는 뜻밖에 남한과 북한이 각각 한 번씩 언급된다. 남한은 모든 산업이 국유화되어 조선업을 휘어 잡은 나라로 표현되고 북한은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는 나라로 묘사된다. 일본과 독일은 철강 산업에 끊임 없이 투자를 해서 미국과 달리 산업을 지켜낸 나라로 묘사된다.

작가는 아이작과 포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해리스가 증인을 죄다 죽여준 것이다. 아이작과 포는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그 댓가를 받은 것이다.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결말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4594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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