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키 단편선 ㅣ 범우문고 97
막심 고리키 지음 / 범우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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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스물 여섯 사내와 한 처녀

 

음침한 지하실의 지저분한 환경 속에서 크렌젤리를 만드는 스물 여섯 명의 사내들은 빵을 얻으러 오는 타냐를 연모하고 있다. 모두들 그녀가 왔다 가면 유쾌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타냐' 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흰 빵 굽는 작업장에 멋쟁이 사나이가 나타난다. 그는 말쑥하게 차려입고 여자들을 후리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였다. 크렌젤리 작업장에서 뻐기던 그에게 한 사나이가 타냐만은 넘어오게 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오기가 생긴 멋쟁이 사나이는 정해진 기한 내에 타냐를 넘어오게 만들겠다고 큰소리친다. 그의 말이 사실임이 증명되자 스물 여섯 명의 사내는 타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비난한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하던 타냐는 곧 자세를 가다듬더니 사내들에게 더러운 불량배라 욕을 한 후 두번 다시 크렌젤리를 얻으러 오지 않았다.

 

o 에밀리얀 필랴이

 

돈도 떨어지고 일자리도 없는 '나'와 에밀리얀 필랴이는 제염소(製鹽所)에라도 가서 일을 얻어야 할 판이다. 우크라이나 양치기들에게서 담배와 베이컨을 넣은 빵을 얻어 먹고 피운 후 에밀리얀 필랴이는 한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에밀리얀 필랴이가 폴바타에 있을 때 주인의 돈을 60루블쯤 꿀꺽한 죄로 재판을 받고 석달 간 강제노역을 한다. 그는 형기를 마치고 난 다음에도 불법적인 일을 하는 파벨 페트로프 등과 어울리다가 자신이 일하던 상점 주인이 수금해오는 날 강도짓을 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밤중에 다리에 엎드려 쇠몽둥이로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소녀가 울면서 다가왔다. 그 소녀는 자살하기 위해 다리로 온 것이었다. 에밀리얀 필랴이는 열심히 소녀를 설득해 자살을 만류한다. 소녀는 에밀리얀 필랴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강도짓은 유야무야 되고 만다. 자초지종을 들은 파벨 페트로프는 에밀리얀 필랴이를 비웃고 쫓아낸다. 

 

o 첼카슈

 

부두 부근에서 불법적인 짓을 일삼는 첼카슈가 시골 출신의 가브릴라를 꼬드겨 도둑질에 가담시킨다. 가브릴라는 농촌 출신으로 처음엔 도둑질에서 걸려 신세를 망치게 되지나 않을까 겁을 냈으나 막상 도둑질이 성공하고 첼카슈가 200루블을 나누어줄 테니 한 탕 더하자는 말에 마음이 바뀐다. 첼카슈가 40루블을 보수로 나누어주자 가브릴라는 별안간 첼카슈에게 덤벼들더니 나머지 돈도 모두 자기에게 달라고 애걸복걸한다. 둘은 돈 때문에 서로 다투고 가브릴라가 모질게 던진 돌에 첼카슈가 머리에 큰 부상을 입는다. 쓰러진 첼카슈에게 달려들어 용서를 빌던 가브릴라는 첼카슈가 던진 돈을 비굴하게 주워든다. 둘은 각기 반대 방향으로 걷고 비와 물보라가 둘이 머물렀던 흔적을 모두 지워버려 그들 사이에 벌어졌던 비극도 추억할 수 없게 만든다.

 

o 마카르 추드라

 

마카르 추드라가 로이코 조바르라는 젊은 집시 이야기를 해준다. 조바르는 용감무쌍하고 무엇도 귀중히 여기지 않는 사나이였다. 마카르 추드라가 다닐로 일행과 함께 부코비나에서 유목할 때의 일이다. 다닐로에게는 랏다라는 아름다우면서도 도도한 딸이 있었다. 랏다에게 반한 한 부호가 감언이설과 막대한 부로 꼬드겼지만 랏다는 비웃으며 거절할 뿐이었다.

조바르가 다닐로 등이 머물던 곳에 찾아온다. 조바르가 뛰어난 바이올린 솜씨를 뽐내며 노래를 부르지만 랏다는 조바르를 무시하고 도도하게 굴 뿐이었다. 조바르는 자존심이 상해서 랏다와 같이 사나운 말에는 강철 재갈을 물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랏다의 채찍에 걸려 넘어졌을 뿐이다. 상심한 조바르가 혼자 앉아 있는데 랏다가 다가와 자신 역시 조바르를 사랑한다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 꿇고 청혼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다음 날 조바르는 랏다에게로 간다. 조바르는 자신이 랏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청혼할 것이라고 공언한다. 그러자 랏다가 손으로 자기 발을 가르켰고 사람들은 조바르가 랏다 앞에 무릎 꿇는 것을 보기가 어쩐지 창피하기도 하고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조바르는 랏다가 자신에게 보여준 것과 같은 강철 심장이 있는지 보겠다는 말을 한다. 잠시 후 랏다는 쓰러졌고 그녀의 가슴에는 조바르의 구부러진 비수 자루가 꽂혀 있었다. 랏다의 아버지 다닐로가 비수를 들어 조바르의 등을 찔렀고 조바르 역시 죽고 만다.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조바르와 랏다를 떠올린다. 그들 두 사람은 밤의 어둠 속에서 두둥실 소리 없이 떠다녔지만 미남 로이코는 도저히 도도한 랏다와 어깨를 견줄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스물 여섯 사내와 한 처녀>는 더럽고 비참한 환경 속에서 허구의 미를 추구하는 사내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타냐가 '얼굴이 예쁘기' 때문에 좋아하면서 그녀의 내면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마음대로 상상한다. 물론 다른 비교 대상이 나타나지도 않으므로 그녀가 과도한 숭배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애써 모른 척 한다. 말쑥한 녀석이 타냐를 꼬시자 그들이 마음대로 지어낸 타냐의 이미지가 산산조각난다. 화풀이는 고스란히 타냐의 몫이 되고 타냐는 그들에게 더러운 불량배라고 욕한다. 

<에밀리얀 필랴이>는 한 사내가 살인강도짓을 하러 갔다가 엉뚱하게도 한 소녀의 목숨을 구한 이야기이다. 파벨 페트로프가 강도짓에 실패한 에밀리얀을 비웃는다. 비웃음의 이유는 자명하다. 에밀리얀은 그 후로 20년간 부랑자와 같은 삶을 살고 있고, 현재도 제염소에서 일할 처지까지 전락했다. 하지만 에밀리얀은 그때의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첼카슈>에서 흥미로운 인물은 첼카슈가 아니라 가브릴라이다. 그는 도둑질을 하는 동안에는 겁에 질려 어쩔줄을 몰라하다가 막상 돈이 생기자 광분을 하며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려 한다. 막심 고리키가 가브릴라를 농민으로 설정한 것은 어쩌면 혁명 시기에 농민 계급이 혁명에 적극 투신하지 않고 역관계를 저울질하는 속성을 나타내려고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카르 추드라>는 다분히 자기모순적인 이야기이다. 조바르는 랏다를 일컬어 사나운 말과 같다면서 강철 재갈을 물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바르가 도리어 랏다에게 굴복하게 되자 랏다를 죽이고 만다. 그는 랏다에게 예속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조바르는 자유/사랑의 구도 속에서 자유를 택한 것이 아니라 지배/예속의 구도 속에서 죽음을 택한 것이다. 

 

막심 고리키의 혁명적인 작품은 출판이 금지된 시기, 상호 연관성이 희미한 그의 초기 단편들이 김영국의 조악한 번역을 만나 막심 고리키의 소설이 난해하게 읽히는 놀라운 결과를 빚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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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배를 찾아서 - P
김남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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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부령 골짜기에서 한 남자의 주검이 발견된다. 그는 윤도균이라는 이름의 무명 동양 화가였다. 유류품으로는 <한국 청년 화가 공모전> 전시회 포스터 외에는 특이할 만한 것이 없었다.

사건 조사에 착수한 서병진 형사는 버스 기사로 부터 남자가 1월 16일 진부령을 통과하는 버스를 탔다가 휴게소에서 쉰 후 줄곧 뒤쫓아 오던 빨간색 소형차로 옮겨 탔다고 진술한다. 빨간 소형차 운전자가 곧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서병진 형사는 윤도균의 거주지인 서울로 출장 수사를 나온다.

윤도균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 서병진 형사는 그가 강원도 산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와서 화가의 꿈을 키워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 최근에는 호구지책으로 차재용이 운영하는 <서일 갤러리>에 덤핑으로 그림을 처분해왔다는 점을 알게 된다. 윤도균은 한때 <숙 화랑>의 나숙미 대표로부터 기대를 받아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은근한 추파도 받았던 것으로 보였다. 또 그가 입고 있던 스웨터 역시 나숙미가 손수 짜서 선물한 것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윤도균은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주지 않았고 패배자의 어두운 의심 때문에 관계는 발전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또 윤도균은 화단의 원로인 수경 화백의 화실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그 목적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한편 <한국 청년 화가 공모전>의 대상작은 차재용의 동생 차재만이 수상했다. 차재만은 수경 화백의 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차재만이 수경 화백의 화실에서 비서로 일했던 희숙과 애틋한 관계로 발전한다. 희숙은 수경 화백에게 2년간 몸을 허락하는 댓가로 일정한 돈을 받아오다가 최근 윤도균이 자신들의 정사 장면을 훔쳐본 사건을 겪은 후로 수경 화백에게 '팽'을 당한 처지였다. 희숙은 앙심을 품고 수경 화백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희숙은 수경 화백의 그림 복제품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되고 그런 내용이 차재만에게 편지로 낱낱이 보고 된다.

차재만이 6개월간의 파리 채제를 마치고 돌아온 날 희숙과 호텔에 들고 나오는 순간 차가 둘을 덮친다. 희숙이 즉사하고 차재만 역시 중상을 입는다. 서병진 형사는 빨간 소형차가 나숙미의 이웃 차량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녀를 체포하려 하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병실의 차재만 역시 사라지고 편지가 한 통 배달된다.

 

차재만은 형님 차재용의 권고로 그림을 시작하지만 번번히 국전에서 미끄러지던 중 나숙미와 관계를 갖게 된다. 마지막 출품으로 생각하고 낸 <한국 청년 화가 공모전>에서 뜻밖에도 대상을 받은 차재만은 주최를 맡은 G일보로 갔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낸 그림이 아니었던 것이다. <망망대해>라는 제목의 그 작품은 윤도균이 나숙미의 요청에 그려준 그림이었는데 나숙미와 관계가 흐지부지 되면서 잊혀진 작품이었다. 나숙미는 <한국 청년 화가 공모전>에 그 그림을 차재만의 이름으로 출품했고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문제는 윤도균이 수상 작품 전시회에 와서 자신의 작품을 알아본 것에서 시작된다. 차재만은 윤도균에게 모든 내막을 실토하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윤도균은 신문사에 사실을 밝히든가 5천만원을 댓가로 지불하든가 양자택일할 것을 종용한 후 고향으로 떠난다. 나숙미는 윤도균을 쫓아가 애원을 했지만 말다툼으로 번지고 진부령 고개 한 복판에서 윤도균을 차에서 내리게 한다. 그 순간 살의가 일어 나숙미가 윤도균을 들이받아 살해한 것이다.

사건을 전해들은 차재만은 괴로워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희숙을 만나 구원을 얻었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귀국 후 호텔에 들어간 둘을 본 나숙미가 희숙과 차재만을 차로 들이받아 사망케 한 것이다.

 

작가 김남은 소설가로 등단했으나 주로 TV드라마 근본 작업을 더 많이 한 작가이다. <수사반장>을 비롯해 <김형사, 강형사>, <제5열>, <전원일기> 등의 극본을 맡았다. 파주에 출장갈 일이 있어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파주출판단지 안에 있는 <보물섬>에 들렀다가 들고 와서 읽었다. 

연말이다. 오늘은 영하 14도였다고 한다. 내일부터 말일까지 단 하루도 빼지 않고 회식이 있다.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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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수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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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을 쓰고, 놀기 좋아하고는 주인공은 따끈하고 달콤한 것을 추구하듯 남자들을 만나고 다닌다. 그런 생활에 만족해하던 어느 날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번에는 마음까지 얽혀들었고 남자에게 집착하고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알고 지내던 남자 친구의 권유에 따라 '나'는 발리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 도착한 후 택시 기사를 비롯해 여러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호텔 종업원인 와양과 관계를 맺게된 후에는 그와 조건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차츰 '나'는 일본에서의 괴로웠던 일을 잊게 된다.

와양에게는 친구 유진과 그의 동생 토니가 있었다. 유진은 호주 스폰서를 갖고 있는 동성애자였고 토니는 벙어리였다. 토니는 '나'와 와양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토니가 어느 날 '나'의 손을 이끌어 데리고 가 낙조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의 얼굴에서는 환희의 표정이 떠올랐을 것이고, 토니가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음을 깨닫는다. 토니는 '내'가 와양에게서 얻은 성적 만족으로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다른 수단을 통해 '나'의 표정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가룽간 축제 기간 중 유진의 스폰서가 발리섬에 온다. 토니는 유진과 스폰서가 행위에 몰두해 있는 동안 방갈로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나'는 그런 토니를 위로한다. 

신들을 배웅하는 구닝간 기간이 오기 직전 토니는 죽는다. 유진은 토니가 귀가 들리지 않아 큰 파도를 타지 말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못했다며 오열한다. '나'에 대한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토니가 인어같다고 생각했기에 그가 죽어 바다에 녹아 <인어수프>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

 

1987년에 씌여진 이 소설에서 야마다 에이미는 '시작은 늘 육체, 그런 후 마음' 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육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다가 한 남자와 마음이 얽혀들고 그로 인해 소유욕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그녀가 도피처로 택한 곳은 신들의 나라 발리다. 인도네시아 본토와는 달리 대부분이 흰두교도인 그곳에서 주인공은 아무런 조건 없이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와양과 토니를 만난다. 와양은 주인공이 일본으로 돌아갈 것을 알지만 언제 돌아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소개시켜줄 뿐이고 그들은 주인공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준다. 한편 토니는 주인공을 사랑하면서도 원하는 것은 단지 환희의 표정을 보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발리에서 몸과 마음에 대해 생각한 주인공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

 

발리섬, 특히나 우붓에 가면 일본인들이 무척 많다. 듣기로 몽키포레스트 거리의 건물은 소유주가 대부분 일본인이라 했다.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이번엔 호주인들 천지다. 그들은 파도를 타기 위해 발리로 온다. 

작년 10월경 발리 우붓에서 일주일을 지냈는데, 가보면 왜 그곳을 신들의 나라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집집마다 신들을 위해 올리는 향불과 제물이 놓여 있고 거리는 향냄새로 가득하다.

거품경기가 꺼지기 직전에 씌여진 이 소설은 몸과 마음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의 일본인 여성 이야기이다. 내일 일본 대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제 좀 더 집단적인 문제가 일본의 개인을 괴롭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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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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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국 정보부의 베를린 지부를 담당하는 리머스는 카를 리메크가 장벽을 통과하기 직전 사살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것으로 리머스가 담당하던 동독 내 영국 첩보망은 괴멸되었고, 리머스는 영국으로 소환된다.

현장 업무에서 제외된 리머스는 금융국에 배치되어 경리 업무나 다름 없는 일을 배정받고, 그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금융국에서 쫓겨난 리머스는 도서관 사서 보조로 취칙한다. 리머스의 무감동한 일상에 리즈라는 아가씨가 끼어든다. 리머스는 그녀에게서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 '평범한 생활이 가치 있다는 믿음' 등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리머스는 리즈에게 자신이 떠나게 되면 절대로 찾지 말라는 말을 한다.

리머스가 식료품점 주인과 사소한 다툼 끝에 그를 폭행하고 3개월간 수감된다. 출소한 리머스에게 정보를 사겠다는 자가 접근한다. 그는 리머스의 과거에 대해 1만 5천 파운드, 추가 질문에 대해 5천 파운드를 제시한다. 리머스는 1만 5천 파운드에 대해서만 응낙한다.

 

그들은 리머스를 네델란드로 데려가 심문을 시작한다. 리머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야기하는 중간 중간 정보부의 책임자인 관리관의 언급들이 떠오른다. 리머스가 어떻게 이야기 해야 그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함정에 빠지게 될는지에 대한 언급들이다. 

리머스와 영국 정보부는 동독 첩보망이 문트에 의해 괴멸되었으므로 그에게 복수하고 싶어했다. 리머스는 거짓 전향을 위해 그동안 술을 마시고 민간인을 폭행했으며 정부에 불만을 품은 듯 행동했던 것이고, 그를 감시하던 자들이 마침내 입질을 시작했던 것이다.

심문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영국 내에서 리머스가 횡령 혐의로 수배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전에 합의된 사항이 아니었으므로 리머스는 당혹해한다. 심문하던 자들은 리머스를 동독으로 데려가 추가 질문을 하고 싶어했고 리머스가 이를 거절할 경우 의심을 사게 될 것이었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동독으로 간 리머스를 심문하게 된 자는 피들러였다. 그는 문트 다음가는 권력자였다. 피들러는 세심하게 리머스에게 질문을 던졌고 리머스 역시 주의 깊게 답변한다. 

리머스는 자신이 어떻게 카를 리메크를 포섭한 후 돈을 지불했는지, 첩보망이 붕괴된 후 금융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 답변한다. 피들러가 진정 알고 싶어했던 사항은 독일 내 또다른 배신자가 누구였는가 하는 것이었다. 살해당한 카를 리메크 보다 윗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 역시 새어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리머스는 자신이 베를린의 책임자였고 자신이 모르는 제3의 정보제공자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히 진술한다. 피들러는 리머스가 자존심 상해 하는 모습에서 진실성을 발견했다고 믿는다. 

 

피들러는 리머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국정보부가 그려준 대로 그림을 그린다. 문트는 영국에서 첩보 활동을 하던 중 두 사람을 살해했다. 그 사건으로 영국 정보부는 문트를 수배하지만 문트는 너무나 손쉽게 동독으로 탈출한다. 피들러는 문트가 당시 영국 정보부에 체포당한 후 포섭당했다고 믿는다. 

그 근거는 중동 쪽에서 영국정보부에 고급 정보를 팔려고 했을 때 영국 정보부가 단호히 거절한 점이다. 이미 갖고 있는 자료를 살 이유는 없는 것이다. 또 리머스가 예치한 돈을 외국은행에서 누군가가 찾아간 시점과 문트가 출장간 시점이 일치하고 있었다. 피들러는 문트를 고발한다. 사문회가 열리고 피들러의 진술이 시작된다. 문트는 이제 조국의 배신자로 사형을 받기 직전이다. 모든 것이 영국 정보부와 리머스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했다. 그들은 문트를 제거하기 직전이다.

문트의 변호인 측이 반격에 나선다. 그들은 증인으로 영국에서 리즈를 데려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리즈의 입을 통해 리머스가 스파이 업무를 계속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끌어낸다. 리머스는 식료품점 주인을 때리기 직전 리즈에게 작별인사를 했고, 그가 떠난 후에는 제3자가 방세를 갚아주고 리즈에게 지원을 해주었다. 모든 것이 영국정보부의 계획대로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계획은 실패한다. 문트는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되었고 피들러가 처형당하게 된다.

 

구금되어 있던 리즈를 누군가가 풀어준다. 그를 따라 나가자 리머스가 차 옆에 서 있다. 운전수는 그들이 어떻게 서독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풀어준 것은 문트였다. 

리머스가 알고 있는 계획은 문트를 영국정보부의 첩보원으로 몰아가 그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리머스가 알지 못했떤 영국 정보부의 또 다른 계획은 문트에 대한 동독 내 의심을 말끔히 제거해주고 덧붙여 피들러까지 제거하는 것이었다. 문트에 대한 피들러의 의심은 모두 사실이었던 것이다.

서독으로 넘어가는 도중 계획보다 일찍 서치라이트가 둘을 비추고 리즈가 총에 맞아 장벽에서 떨어진다. 총성이 멈춘다. 리머스가 넘어가도록 배려하는 것 같다. 리머스는 동독 쪽으로 떨어진 리즈의 시신 쪽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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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껏 읽어온 스파이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제3의 사나이>의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말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스타일리쉬한 문체와 분위기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그것에 비견할만 하고, 장르 문학이 가질 법한 한계에 머물지도 않았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리머스는 돌아가지 못한다. 자신이 제거 대상이라고 여겼던 문트가 사실은 영국에 포섭된 고급 정보원이었고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리즈가 영국 정부에 의해 소모품처럼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머스가 돌아갈 곳은 없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마지막 장의 제목에서 다시 한번 사용되는데 그 장의 제목은 <추운 바깥에서 돌아오다> 이다. 마지막 순간 리즈는 '약속과 달리' 사살되었고 -그녀는 민간인이다-, 리머스는 여전히 필요한 장기말이었으므로 사격이 잠시 그치고 도망갈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리머스는 돌아갈 곳을 잃었다고 생각했고 리즈와 운명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이야기 하는 '추운 나라'는 소련과 동구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냉정한 세계, 곧 냉전세계와 그에 파생하는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를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에 반대되는 세상은 곧 피들러나 리즈가 추구하는 세계, 진실된 세계일 것이다.

리머스는 죽기 직전 유리창을 통해 쾌활하게 손을 흔들던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은 리머스가 아직 스파이로 활동하며 냉전세계의 논리를 내면화했던 시기에 본 모습이다. 과속으로 추월한 후 본 아이들의 모습과 리즈가 제시한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 '평범한 생활이 가치 있다는 믿음' 등이 추운 나라와 대비되는 나라이다. 리머스는 죽기 직전 돌아왔다. 

소설은 피들러, 리즈, 리머스를 모두 죽는 운명에 처하게 만든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전세계의 논리는 일개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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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1 - 개정판
찰스 디킨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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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구빈원에서 한 여자가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다. 아이는 올리버 트위스트 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구빈원은 죽지 않을 정도의 음식만을 배급했으므로 올리버 트위스트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 쥐'가 되어 죽 한 그릇 더 달라는 말을 한다. 구빈원의 이사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은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아 공황 상태에 빠지고, 회의 끝에 올리버를 독방에 가둬 두었다가 도제로 내보내 구빈원의 책임을 가벼이 하기로 결정한다. 

처음 올리버를 원한 자는 굴뚝 청소부 갬필드였는데 악당과 같은 그의 인상을 본 올리버가 창백해졌고 이를 본 행정관들이 반대하여 일이 성사되지 못했다. 두 번째로 올리버를 원한 자는 장의사 쏘어베리였다. 말단 교구관인 덤블씨가 교묘한 흥정으로 올리버를 쏘어베리에게 떠맡기고, 올리버는 장의사의 도제가 된다. 쏘어베리는 올리버가 가만히 있어도 슬픈 표정이었기에 잘만 키우면 쓸만한 장례 회장꾼이 되리라 생각하여 심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도제이자 자선학교 학생인 노어 클레이폴과 그에게 홀딱 반해있는 하녀 샬롯, 그리고 쏘어베리 부인의 구박이 자심했다. 어느 날 노어 클레이폴이 올리버의 어머니를 욕하자 참지 못한 올리버가 반항한다. 올리버는 쏘어베리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후 장의사의 집을 뛰쳐나가 구빈원에 들러 꼬마 딕과 작별 인사를 하고 런던을 향해 정처 없이 떠난다.

갖은 고생 끝에 런던에 도착한 올리버는 교묘한 미꾸라지라는 별명의 존 도오킨스를 만난다. 그는 올리버에게 괜찮은 노인 한 명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올리버를 꾀어 유태인 페이긴에게로 데려간다. 

 

올리버는 존 도오킨스와 찰리 베이츠 등과 지내게 되는데 구빈원과 장의사를 거치면서 갖은 학대를 당한 터라 먹을 것과 동료가 있는 페이긴의 소굴에서 잠깐의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페이긴은 어린 아이들을 꾀어다가 소매치기를 만들고 여자 아이들은 일정한 연령이 되면 창부를 만드는 악당이었다. 그는 올리버에게 재미있는 놀이라면서 소매치기 기술을 가르치는 한편 먹을 것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서 올리버가 자신도 밥값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존 도오킨스와 찰리 베이츠, 올리버가 길거리로 밥벌이를 하러 나간다. 그들은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노신사 브라운로우씨를 노려 밥벌이를 하는데, 이를 지켜보던 올리버는 그들이 하는 짓이 소매치기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정신 없이 도망을 가고, 군중들은 올리버를 범인이라 생각하여 뒤쫓는다. 붙잡힌 올리버를 가엾게 여긴 브라운로우씨와 서점 주인의 증언으로 올리버는 풀려나고 노신사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브라운로우씨는 올리버가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하다가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과 꼭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모 베드윈 부인과 브라운로우씨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올리버는 난생 처음으로 행복을 맛본다. 

그러나 올리버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는데, 브라운로우씨의 심부름으로 서점에 가다가 페이긴의 식구 낸씨와 싸익스에게 걸려 다시 악당의 소굴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브라운로우씨가 자신을 배은망덕하다고 여길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나쁜 일은 겹치게 마련이듯 브라운로우씨의 광고를 우연히 본 덤블씨가 올리버에게 해로운 진술을 함으로서 브라운로우씨는 올리버가 근본부터 악당이라고 여기게 된다.

 

페이긴과 싸익스는 동업자 관계였는데 싸익스는 외딴 집을 털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그 집을 털기 위해서는 몸집이 작은 아이가 창문을 기어들어가 문을 열어주어야 했으므로 다시 돌아온 올리버는 안성맞춤이었다. 싸익스와 토비 크래킷은 올리버를 앞세워 강도짓을 시도하지만 집사와 하인들에게 들키고 만다. 올리버가 총에 맞고 싸익스와 토비는 줄행랑을 친다. 

싸익스가 털려고 했던 집에는 로즈라는 아가씨와 메일리 부인이 살고 있었는데 총상을 입은 올리버를 가엽게 여긴다. 또 올리버를 치료하기 위해 온 의사 로스번 역시 올리버가 악당들의 사주를 받아 어쩔 수 없이 동참했으리라 여겨 경찰들을 따돌려 준다. 올리버는 이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정과 연민을 얻는다. 올리버는 강도짓을 하기 위해 침입했던 집안 사람들의 보호 아래 또 다시 평온한 시기를 보낸다. 브라운로우씨와의 오해는 풀 수가 없었다. 다시 찾아간 노신사의 집은 비어있었고 그가 서인도제도의 어딘가로 떠났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올리버가 잠시 평온한 시기를 보내던 그 시기에 구빈원에서는 한 노파가 죽어가고 있었다. 노파는 간호부장을 불러 자신이 올리버의 어머니로부터 금목걸이를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올리버의 출생과 연관 된 물건에 대해 알게된 간호부장이 이를 밝혀 올리버를 이롭게 해줄 의사는 전혀 없었다. 구빈원장이 병사하자 범블씨가 그 자리로 오른다. 간호부장과 범블씨는 서로의 지위와 재산을 이용하려는 각자의 욕망을 저 좋을대로 해석하여 결혼하기에 이른다.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은 페이긴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는데 그는 몽쓰라는 수상쩍은 인물과 접촉하며 올리버의 출생에 관해 쑤근거렸고 그를 다시 잡아와 도둑질 하게 만드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올리버가 일단 악에 물들기만 하면 자신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배신할 수 없을 뿐더러 더 좋은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낸씨는 올리버와 관련된 사정을 알게 되고 고뇌에 휩싸인다. 낸씨는 싸익스에게 험한 꼴을 당하면서도 그를 사랑했고, 페이긴을 저주하면서도 그를 배신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문제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올리버에게 이로운 일을 함으로서 자신의 더러워진 영혼을 조금이나마 깨끗히 하고 싶어했다. 

괴로워하던 낸씨가 마침내 로즈를 만나고 난 후 로즈와 의사, 브라운로우씨 등은 낸씨를 통해 페이긴 일당의 악행을 드러내고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 낸씨를 수상쩍게 생각한 페이긴이 그즈음 자신의 수하에 들어온 노어 클레이폴을 시켜 낸씨를 미행시키고 그녀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낸씨의 배신을 전해 들은 싸익스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낸씨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싸익스는 탈출하려다가 밧줄에 목이 메달려 숨지고 페이긴 일당 역시 모두 검거된다. 페이긴은 교수형에 처해진다.

 

브라운로우씨는 그동안 자신이 조사했던 바와 몽쓰의 자백을 바탕으로 올리버의 출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다. 브라운로우씨에게는 에드윈 리포드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와 어떤 여자가 결혼해 낳은 아이가 몽쓰이다. 에드윈과 여자는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그 후 에드윈은 다른 여성을 만나는데 그 여성이 바로 올리버의 어머니 에그니스 플레밍이다. 에드윈은 에그니스와 정식 혼인을 하지 않았고 그런 사유로 에그니스는 집을 떠나 떠돌다가 구빈원에서 쓸쓸한 삶을 마감한다. 에드윈은 자신의 처사를 뉘우치며 자신의 모든 재산을 에그니스 플래밍과 그녀가 낳게 될 아이에게 남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단서 조항을 붙이는데 태어날 아이가 여자라면 조건 없이 재산을 물려주겠지만 남자 아이라면 악에 물들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엔 한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괴상한 단서가 붙은 데에는 에그니스가 낳은 아이라면 고상한 성품을 물려받을 것이 틀림없다는 믿음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에드윈의 유서가 몽쓰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몽쓰는 올리버의 존재를 알고 그에게 한푼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한편으로는 올리버의 출생을 증명할 물건들을 없애고, 다른 한편으로는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더라도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로즈는 에그니스의 여동생으로 올리버의 이모였고 그런 이유로 올리버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친숙함과 동정을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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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는 사회소설로서 당시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구빈원이라는 제도화된 자선의 이면에 자리잡은 추악함을 다루고, 공정한 법집행자를 자처하며 가혹한 형벌을 남발하는 치안판사를 통해 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아학대, 아동노동과 성매매 등 당시 소설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재들 역시 거침없는 필치로 써내려간다. 그런 가운데 작품 속에서 가장 큰 용기를 보여주고 결국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낸씨가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창녀라는 점 역시 큰 논쟁이 되었다.

작자 서문은 이런 이유로 소설의 변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등장 인물들이 가장 타락한 부류라는 점과 일어나는 사건들이 충격적이고 상스럽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찰스 디킨즈는 그러한 소재들 속에서도 선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피력한다.

 

번역을 한 윤혜준 교수는 해설에서 '왜 소설의 예술성이 사회적 편견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하는 바, 작가 조정래가 <인간 연습>의 작가 후기에서 지적한 바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며, 공감하는 바이다. 작가는 시대와의 불화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불화를 겪지 않는 예술은 잘 봐주었을 때 흥을 돋우기 위한 노랫가락이거나(그 역시 기교 측면에서의 박수는 받을만 할 것이다), 술취한 자의 중언부언에 불과할 것이다. 윤혜준의 수려한 번역에 박수를 보낸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5692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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