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지어진 곳
소운 지음 / 여름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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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례식장에 아버지 동렬이 찾아왔다. 동렬은 "연선아, 그 가서는 능력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라" 라고 했다. 은희는 부조금 상자에 있던 봉투들을 동렬의 무릎에 모두 부어버렸다. 은희는 동렬에게 '엄마의 목숨값이니 그 돈 다 가져가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에 산이가 왔다. 아무 말 없이 은희를 지나쳐 향에 불을 붙이고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절을 했다. 11년 만이었다. 산이는 그러고 나서 빈소를 나갔다. 나중에 들어보니 장례식 내내 옆에 있었다고 했다.

장례식을 마치고 은희는 소동이 보이는 동해로 내려갔다. 할머니 종순과 지내면서 은희는 산이가 꾸려가는 책방에 엄마가 아끼는 책을 기증하고, 엄마의 사망신고를 하러 갔다 하릴없이 등본만 떼어 돌아왔다.

과거의 기억들이 은희를 찾아왔다. 아버지는 중학교 밖에 나오지 않았으면서 대학을 나왔다고 사기를 치고 엄마와 결혼한 뒤 끊임 없이 사업을 벌였고, 금방 망했다. 엄마 이름으로, 은희 이름으로 빚을 얻어 썼고, 그 빚 때문에 은희는 대학을, 꿈을 포기하고 산이와 만나는 것을 피해야 했다.

산이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문제를 일으켜 할머니 집으로 내려왔을 때 만났다. 은희가 대학을 가면서 산이를 떠났다. 산이는 고향을 지키면서 은희 엄마에게 은희 얘기를 들으며 지냈다.

끝내 엄마의 사망신고를 마치지 못하고 은희는 서울로 떠난다. 가는 길에 가방을 열어보니 산이가 만든 책이 들어 있었다. 은희와 관련된 곳을 찍은 사진과, 편지들.

은희는 산이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엄마의 낮잠을 알리러 주민센터에 가야 하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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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이 한 편 실려 있고, 책 값은 11,700원이다. 값을 매겼으니 자비출판은 아니겠고, 무슨 예산 같은 것을 타내기 위한 증빙으로 만든 책인가 싶기도 하다. 알 길이 없다. 때로 어떤 작가의 책은 두 번 다시 읽지 않기 위해 읽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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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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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활의 근거지가 바뀌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새로운 장소에 집을 구해야 한다. 세달 째 손품(인터넷), 발품(임장) 팔아가며 집 구하기에 골몰 해 보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아니다, 사실 마음에 드는 곳이야 많다. 내가 가진 예산 범위 안에서 마음에 드는 곳이 없을 뿐.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스러져가는 집들에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보수할 마음이 없거나, 살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어 쇠락해 가는 분위기가 엿보이는 집. 그런 집을 사서 약간 보수하여 사는 공상을 하다 보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런 집을 사면 후회할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혼자 살 집이 아니니 아이가 다닐 학교나, 아내가 출근할 직장이나, 여러가지 생활 편의시설과 치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일반적인 기준으로 집을 구하려고 마음 먹으면 또 의외로 빨리 구해질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내가 자꾸 쇠락해 가는 집들을 구경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인천 중구와 동구, 미추홀구의 오래된 집, 부천시 원미동의 낡은 단독주택, 양평읍 시장통과 인접한 구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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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돼?>는 홀로 원룸 살다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 30대 독신 여주인공이 연애보다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시작된다.

수입상을 운영하는 사촌동생과 사이좋게 일하고, 가족과도 화목하지만, 이제 슬슬 결혼 압박이 거세지는 나이의 주인공 마리. 하지만 마리는 '결혼' 보다 '독립된 주거'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맞선 자리에 나온 남자를 '게이일 것이'라고 예단하여 연애과정은 차단한 뒤 그의 직업인 건축설계사에 집중하여 집 짓는 데 도움을 받기로 한다.

독신이었던 이모가 물려주기로 한 맨션을 아버지가 가진 토지와 맞바꾸기로 하여 땅을 확보한 마리는 맞선남이었던 건축설계사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며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렇다 할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집을 짓고 싶어하는 독신녀의 의식을 담담히 보여줄 뿐인데 요새 내 관심사와 부합되어 그런지 그럭저럭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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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낸 택배> 라는 짤막한 단편이 하나 더 실려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소포를 보냈다는 소식에 온갖 상상을 하며 감정의 기복에 시달리던 '나'는 자신이 남자친구 책꽂이에서 즐겨 빼 보던 사전을 받고선 살짝 감동한다. 하지만 뒤이어 포스트잇에 쓰여진 '이거 네 거였지? 미안, 돌려주는 걸 잊었어!' 라는 무신경한 메모를 발견하고 기분 잡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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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정진영 지음 / 무블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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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박지수는 어렸을 적, 아내를 잃은 뒤 피리를 부는 동네 할아버지로 부터'만파식적(萬波息笛)'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적들을 물러가게 하고, 백성들의 병이 낫게 만들며, 가물 때는 비가 오게 하고, 폭풍우가 몰아치면 그치게 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준다는 전설의 피리 이야기. 지수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수는 어머니께 만파식적 이야기가 실린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사달라고 하여 읽는다. 하지만 삼국사기에는 "만파식적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오긴 하지만 괴이하여 믿을 수 없다"는 짧고 무미건조한 내용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실망한 지수는 헌책방 주인에게 이를 따져 물었고, 헌책방 주인은 지수에게 <삼국사기>는 역사를 기록한 책이지만 <삼국유사>는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라는 설명과 함께 <삼국유사>를 선물한다. 그날 저녁 지수는 <삼국유사>를 읽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았고, 후에 사학과에 진학하는 계기가 된다.

대학에 진학해서 지수는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또 다른 박지수와 사귀게 된다. 7년을 사귀었다. 그러나 둘은 이어지지 못했다. 또 다른 지수는 선을 봐서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친구 동호가 전화를 걸어와 '지수가 간암에 걸려 죽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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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사르고 절을 한 뒤 상주와 맞절을 했다. 상주는 지수를 안다고 했다. 현주는 지수가 '마지막에 네 이름만 부르더라'고 했다. 아마 그래서 아는 것 같았다.

술잔을 비우면서 한국사 전공수업 시간에 들었던 처용무 이야기를 떠올린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처용은 왜 역신疫神과 관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노래하며 춤까지 추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교수는 아내의 문란한 행실에 의연히 대처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천년을 이어갈 생명력을 가졌을 리 없다며 자신의 해석을 들려준다. 아내와 역신이 몰래 잠자리를 했다는 표현은 아내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의미이며,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처용이 깨달았을 때 미치지 않기 위해 춤이라도 추었어야 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지수는 술이 올라 꼬부라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갑자기 별이 보인다 싶더니 바닥이 덤벼들었다. 지수의 남편이 주먹을 날린 것이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지수와 지수의 남편, 처용과 역신은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이 역신인지 처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낄낄댔다. 둘은 어깨동무하며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높아진 노랫소리에 흐느적거리는 춤사위가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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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는 잘 쓴 소설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대비시켜 역사와 이야기의 경계를 만들고, 둘 사이의 긴장을 소설에 녹여내는 수법이 꽤나 멋지다.

처용무를 인용한 부분도 그럴싸하다.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이야기가 되는 것, 그리고 이러한 현실과 이야기에 시간이 쌓여 역사가 된다. 그러므로 역사에는 구멍과 헛점이 있다. 언제나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 '내가 처용인지, 역신인지 알 수 없게'되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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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용무를 다르게 해석한다. 처용이 돌아와보니 아내가 다른 사내와 바람이 나있다. 어찌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간장이 끊어지는 이 아픔을 이겨낼 것인가.

아내가 자의로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면, 저 사내가 나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존재라면, 그런 경우라면 겨우겨우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처용은 자신을 속이기 시작한 것 아닐까. 역신이야 말로 내가 어쩔 수 없는 존재다. 지금 아내와 관계하고 있는 저 남자는 역신이다.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고 춤을 추는 것, 그것이 애이불비愛而不悲에 더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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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외에는 그다지 마음 가는 작품이 없다.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수준이 한참 못 미친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만 '원 히트 원더' 느낌이랄까.

아울러 작가의 역사 인식과 세계사에 대한 통찰력도 단선적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일본문제에 대한 인식 등이 다소 편협하고, 정치권 문제에 대해서는 발만 들여놓을 뿐 자신의 생각은 얼버무리는 비겁함도 엿보인다. 소설가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명재일', '석윤열' 까지 등장인물로 끌어들인 마당에 얼버무리는 건 왜일까. 커밍아웃 타이밍을 재는 느낌도 얼핏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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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집에는 재난지원금으로 홍삼세트를 사서 어머니와의 소박한 식사를 꿈꾸는 <선물>, 당근마켓에서 목업폰 사기를 당한 뒤 마찬가지로 당근마켓을 통해 사연있는 남자로부터 위로를 받는 <징검다리>, 학폭과 사실적시명예훼손 문제를 다룬 <네버 엔딩 스토리>, 주거 문제와 소시민의 심리를 다룬 <숨바꼭질>, 2042년 미래에 자신의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회상하는 <시간을 되돌리면>, 깐따삐야에서 온 도우너가 지구인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눈 먼 자들의 우주>, 환웅과 웅녀 이야기를 모티브로 쓰여진 <사랑의 유통기한>, 도시개발과 부동산 문제를 다룬 <동상이몽>, 콜센터 노동자를 소재로 한 <안부>, 동호회에서 여성회원의 태도를 오해해 김칫국을 마시는 <동호회>, 큰외삼촌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첫사랑>이 함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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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쁜 아이들
쯔진천 지음, 서성애 옮김 / 리플레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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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때 저장대 수학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장둥성은 스승 옌량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길을 택한 뒤 부잣집 딸 쉬징과 결혼한다. 쉬징은 옌량의 조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장둥성과 쉬징의 사랑이 냉장고에 넣어 둔 야채처럼 차갑게 시들었다. 쉬징이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하자 장둥성은 분노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마음을 정리할 여유를 달라고 하여 시간을 번 장둥성은 장인, 장모, 그리고 쉬징을 살해할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장둥성은 장인 장모를 살해하기 위해 관광을 핑계 대고 그들을 쌍밍산으로 데려간다. 풍광이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준다며 벼랑 쪽으로 유도한 장둥성은 둘을 낭떠러지로 밀어 살해한다. 경찰은 장둥성의 장인이 지병인 고혈압 때문에 사진을 찍다 어지럼증을 느껴 떨어지게 되었고, 무의식 중에 아내를 잡아 끌어 변이 일어났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주자오양, 그리고 고아원에서 학대를 못 이기고 뛰쳐나온 딩하오와 푸푸였다. 장둥성은 이런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아내인 쉬징 살해 계획을 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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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오양은 수학을 좋아하는 우등생으로 매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주자오양의 아버지 주융핑은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젊은 여자와 새로 결혼하여 주징징이라는 딸아이를 낳은 뒤 전처와 아들은 나몰라라 했다.

가정환경 때문에 울적해 하는 주자오양 앞에 과거 친하게 지냈던 딩하오가 나타난다. 딩하오 옆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푸푸라는 여자애도 있었다. 둘은 고아원에서 지내다 학대와 성추행이 반복되자 도망쳐 나온 길이었다.

셋은 의기투합하여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푸푸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최근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뒤 불에 태워 저승에서나마 보게해주고 싶다 했다. 그래서 셋은 경치가 좋은 쌍밍산에 카메라를 챙겨 놀러간 것이다. 뒤늦게 자신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에 장둥성의 범행이 담긴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장둥성을 협박해 돈을 우려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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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장둥성을 협박하면서도 기분을 풀기 위해 놀러 다녔다. 하루는 지역 소년궁으로 놀러 갔는데 거기서 주자오양의 이복동생 주징징을 만난다. 셋은 주징징을 괴롭히기 위해 남자 화장실로 데려 갔는데 뜻밖에도 꼬마가 거세게 저항했다. 딩하오가 강제로 자신의 음모를 뽑아 주징징의 입 속에 쑤셔 박으며 주징징을 굴복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손을 깨물리고 만다. 주자오양이 이 광경을 지켜보다 분에 못 이겨 주징징을 창 밖으로 밀어버린다. 주징징은 그대로 떨어져 머리가 박살나 죽고 만다. 경찰은 주징징의 입에서 음모가 발견되었고, 남자화장실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변태에 의한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주징징의 엄마 왕야오는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주자오양이 소년궁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주자오양이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주자오양과 주자오양의 어머니를 감시하고 똥물을 퍼붓는 등 해꼬지를 한다. 하지만 주자오양이 경찰에 내놓은 해명은 논리적이었다. 경찰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이며, 평소 아버지로부터 지원도 못 받고 불우하게 자라는 주자오양을 동정해 왕야오만 경범죄로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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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쉬징은 옌량에게 부모의 죽음에 수상쩍은 구석이 많다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하지만 옌량은 장둥성의 사람됨을 믿는다며 쉬징을 오히려 나무란다. 얼마 뒤 쉬징이 출근길에 의식을 잃고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주자오양은 쉬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둥성의 범행임을 직감한다. 주자오양은 동영상을 가지고 장둥성을 협박하여 살해 방법을 알아낸다.

장둥성은 쉬징이 매일 아침 먹는 약을 바꿔치기 해 청산가리를 넣었다. 장둥성은 알리바이를 위해 봉사활동을 떠났고, 쉬징이 청산가리가 든 캡슐을 복용하고 운전을 하다 캡슐 껍질이 녹자 의식을 잃고 교통사고를 내 사망한 것이다.

주자오양은 장둥성에게 자신의 처지를 털어 놓은 뒤 아버지와 계모를 죽이는 데 도움을 주면 동영상을 내놓고 입을 다물겠다고 협박한다. 장둥성은 처음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지만 주자오양의 결심이 확고한 것을 알고 범행에 도움을 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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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둥성과 딩하오, 푸푸가 주자오양의 아버지와 계모를 딸 주징징의 무덤 부근에서 독살한 뒤 빈 묘혈에 묻어 완전범죄를 꾀한다. 그 시간에 주자오양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기에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하지만 얼마 뒤 무덤에서 시신의 발이 삐져나온 것을 누군가가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한다.

옌량은 이제서야 사건들이 하나로 엮여 있음을 깨닫고 장둥성과 주자오양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나름의 수사를 펼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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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아이들은 매우 비정하면서도 순진하다. 딩하오는 서슴없이 주징징에게 음모를 먹이고, 주자오양은 주징징과 아버지를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푸푸 역시 자신을 놀리는 아이를 저수지에 빠뜨려 죽였던 이력이 있다.

그러데 이 아이들이 바라는 희망은 또 어린아이 같다. 오락을 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읽고 싶은 책을 원 없이 읽는 것 따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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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오양은 자신의 완전범죄를 위해 딩하오와 푸푸가 장둥성에게 살해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했으면서도 그들을 사지로 내몬다. 주자오양은 장둥성을 없애기 위해 시체의 발이 빠져 나오게 조치한 뒤 방대한 분량의 일기를 새로 작성해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만들어내 경찰을 속이지만, 옌량은 주자오양의 속셈을 간파한다.

소설은 옌량이 주자오양을 고발할 것인지, 아니면 주자오양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을 감안하고 그가 갱생을 다짐했던 말을 믿을 것인지 갈등하면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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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구성과 세밀한 묘사로 흡인력 높은 소설을 쓰는 쯔진천은 중국의 고질적인 병폐를 파헤친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사회파 작가이다. 한때 <무증거 범죄>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구성과 아이디어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그의 작풍이 탄탄하게 완성된 지금 그런 논란은 사그라진 듯 하다.

한편 시진핑 체제의 선전에 골몰한다는 점과, 중국 중심의 왜곡된 시대 인식에 대한 비판은 꽤 있다. 2013-2014년도 부패척결운동으로 중국이 건전한 사회가 되었다는 흐름의 <동트기 힘든 긴 밤>이 특히 말이 많았는데, 이 작품을 원작으로 JTBC에서 기획한 드라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논란 끝에 제작 취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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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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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

아르헨티나로 출장을 떠난 화자에게 불륜남성의 아내가 전화를 걸어오면서 시작된다. 전화기 반대편에서 여자는 "오늘 아침에, 미야모토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라고 말한다. 바쁜 도시 생활 탓에 불륜은 '풍랑이 일지 않'고 진행 되었다. '나 또는 부인이 임신'을 하지도 않았고, '부인의 부모가 죽거나 내가 다니는 회사가 망하거나, 그런 외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서 평온하게 흘러갔다. 멍한 상태에서 하루를 보낸 화자에게 죽었다던 남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죽었다는 말은 아내의 악의에 찬 장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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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날 >

1998년 4월 27일에 '내'가 죽을 거라고 외할머니는 예언했다. 난산 끝에 '나'를 낳은 순간 손녀의 죽음을 예언한 외할머니 때문에 엄마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외할머니는 자신이 죽을 날을 맞추지 못했고, 엄마는 그제서야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이제 예언의 그 날, '나'는 아르헨티나로 여행 와서 남편과 만나기 전에 일으켰던 불륜 사건과, 남편을 만난 일을 회상한다. 그리고 오늘 이 밤, 어렸을 적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일로 가슴이 멜 수 있는, 이런 순간이 인생에 찾아왔다는 점을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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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그만 어둠 >

엄마는 삼 년 전 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빠와 함께 '나'는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왔다. 아빠의 여행 목적은 클래식 기타를 사는 것이다. '나'는 아빠와 따로 떨어져 에비타의 무덤을 보러 간다. 무덤들을 구경하자니 과거에 엄마가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엄마는 상자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했다. 어느 날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니 할머니가 집 안에 종이 상자로 조그만 집을 만들어 놓고 '너를 위해서 이 집을 만들었으니 여기서 살라'고 울면서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두 주일 동안 엄마는 그 집에서 살았고, 학교에 통 나오지 않는 엄마를 찾아온 선생님 덕분에 거기서 사는 것을 그만둘 수 있었다. 할머니는 정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자살했다.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나뭇잎 아래서, 나는 한없이 '밖에서 보면 태평하고 평화로웠던 우리 가족에게 조그맣고 깊은 어둠이 있었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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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타너스 >

멘도사란 도시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나'와 남편이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춥고, 독특한 바람이 불고, 오가는 사람들의 생기 없는 모습에 뼈를 저미는 듯한 허망함이 있어 천국이 이런 분위기일까 생각하게 되는 도시다.

남편에게서는 할아버지 집의 장롱 속 그리운 냄새가 났다. 결혼을 반대하던 남편의 누나는 '내'가 변호사를 통해 상속할 재산의 범위를 한정하자 그제서야 마지못해 허락해주었다. 후에 남편이 아파 둘이 축제를 보러 갔을 때 둘 사이가 조금 가까워졌다.

남편과 함께 떠돌이 개에게 먹을 것을 주고, 우유에 초콜릿 덩어리를 녹여 마시는 서브마리노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노라니, 이런 시간이 영원해 계속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나'와 남편이 죽고, 지금의 이 바람이 플라타너스 잎을 떨어뜨릴 것이란 생각을 하자 죽는 것이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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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치 하니 >

'나'는 이 도시에 친구를 찾아 왔다. 친구는 탱고를 배우다 선생인 아르헨티나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오늘은 친구에게 다른 일정이 있어 '나'는 대통령 관저 앞 5월 광장에 갔다. 2시가 가까와지자 머리에 하얀 스카프를 두른 엄마들 아니 할머니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군사 정권으로 바뀌면서 좌익 운동에 조금이라도 가담한 학생이나 페론 파 사람들이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았다. 여기 모인 사람들의 내면은 그 기간에 무언가 아주 소중한 감각 하나가 영원히 상실되었을 것이다. 죽어간 아이들이 삶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내면에서 무언가가 사라졌으리라. 슬픔이란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단지 엷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어 그것으로 위로 삼을 뿐이다. '나'는 저들의 슬픔에 비하면 나의 슬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로 인한 슬픔, 은 얼마나 치졸한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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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시계 >

브라질에 사는 친구 요시미가 유산을 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려,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갈까?' 라고 물었다.

얼마 전 일 때문에 브라질에 갔을 때 막 아이를 가진 친구와 기독교 유적을 보러 갔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무슨 설계도 같아 보였다. 그리고 중학교 다닐 때 공책에 살고 싶은 집의 설계도를 그리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유적지에서 '나'와 요시미는 정말 행복했다. 별 의미도 없는 얘기를 나누머 깔깔거리고 웃었고, 하늘은 영원이 해가 지지 않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파랬다.

그때 그녀의 배 속에 있었던 또 하나의 생명, 함께 그때를 나누었던 아이가 혼자 어두운 길을 내려갔다.

​

< 창밖 >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나이가 '나'보다 다섯 살 위, 얼마 전 유럽에서 아주 돌아왔다는 것, 스페인을 취급하는 여행사를 그럭저럭 운영한다는 것 따위... 그런데 '나'는 지금 그와 여행하고 있다.

그와 얘기하다 남미의 문학을 생각했다. 분위기는 당돌하고, 야만적인 생명력이 스며 있으며, 아름다움과 생명에 관해서는 살인적인 힘마저 인정하고 있는 듯한 문학. 광기에 가까운 정신의 고양과 일상에 굳건하게 발 디딘 생활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관. 여행을 와보니 그런 느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 겪었던 기묘한 일이 생각났다. 일곱 살 때 할머니가 위독해 혼자 집에서 자게 된 날이었다. '나'는 마치 냉장고 안에서 차가워지는 과일이 된 기분이었다. 잠이 들었다 깨 보니 곰 인형이 '내'게 등을 돌리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무서워하면 더욱 무서워질 것 같아, 창가로 가서 곰과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그날 밤중에 돌아가셨다. 살다가 느끼는 쓸쓸함이란 그 곰 인형의 뒷모습 같은 것이어서 남이 보면 가슴이 메는 듯해도, 곰 인형은 설레는 기분으로 창밖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을 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과수 폭포를 바라보다 그가 '돌아가면 같이 살까' 하고 물었다. '나'는 그와 같은 마음으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상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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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1998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고 돌아와 문예지 <세세쿄(星星崍)>에 발표한 일곱 편을 엮은 작품집이다. 작품에 삽입된 사진은 야마구치 마사히로가 찍었고, 삽화는 하라 마스미가 그렸다. 과거 협업했던 나라 요시토모도 여행에 함께 갔던 것 같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불륜. 그래서 제목도 <불륜과 남미>다. 제 10회 두마고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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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하치 하니>. 작품의 소재가 된 것은 '5월 광장 어머니회'다. 1976년, 미국 CIA의 지원을 받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후에 '더러운 전쟁' 기간으로 불리우는 1983년 까지 3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사라졌다. 이 기간 실종된 사람들의 어머니들이 머리에 흰색 스카프를 두르고 광장을 돌며 반인륜적인 범죄에 항의했다. 마음에 드는 대목은 마지막에 티셔츠를 파는 한 어머니가 '요즘은 작은 사이즈의 티셔츠가 유행하니까 s사이즈가 좋지 않겠냐'고 말하는 대목이다. 슬픈 마음과 생활력이라는,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275175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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