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생활의 근거지가 바뀌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새로운 장소에 집을 구해야 한다. 세달 째 손품(인터넷), 발품(임장) 팔아가며 집 구하기에 골몰 해 보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아니다, 사실 마음에 드는 곳이야 많다. 내가 가진 예산 범위 안에서 마음에 드는 곳이 없을 뿐.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스러져가는 집들에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보수할 마음이 없거나, 살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어 쇠락해 가는 분위기가 엿보이는 집. 그런 집을 사서 약간 보수하여 사는 공상을 하다 보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런 집을 사면 후회할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혼자 살 집이 아니니 아이가 다닐 학교나, 아내가 출근할 직장이나, 여러가지 생활 편의시설과 치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일반적인 기준으로 집을 구하려고 마음 먹으면 또 의외로 빨리 구해질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내가 자꾸 쇠락해 가는 집들을 구경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인천 중구와 동구, 미추홀구의 오래된 집, 부천시 원미동의 낡은 단독주택, 양평읍 시장통과 인접한 구옥들...

<지어도 돼?>는 홀로 원룸 살다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 30대 독신 여주인공이 연애보다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시작된다.

수입상을 운영하는 사촌동생과 사이좋게 일하고, 가족과도 화목하지만, 이제 슬슬 결혼 압박이 거세지는 나이의 주인공 마리. 하지만 마리는 '결혼' 보다 '독립된 주거'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맞선 자리에 나온 남자를 '게이일 것이'라고 예단하여 연애과정은 차단한 뒤 그의 직업인 건축설계사에 집중하여 집 짓는 데 도움을 받기로 한다.

독신이었던 이모가 물려주기로 한 맨션을 아버지가 가진 토지와 맞바꾸기로 하여 땅을 확보한 마리는 맞선남이었던 건축설계사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며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렇다 할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집을 짓고 싶어하는 독신녀의 의식을 담담히 보여줄 뿐인데 요새 내 관심사와 부합되어 그런지 그럭저럭 읽힌다.

<그가 보낸 택배> 라는 짤막한 단편이 하나 더 실려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소포를 보냈다는 소식에 온갖 상상을 하며 감정의 기복에 시달리던 '나'는 자신이 남자친구 책꽂이에서 즐겨 빼 보던 사전을 받고선 살짝 감동한다. 하지만 뒤이어 포스트잇에 쓰여진 '이거 네 거였지? 미안, 돌려주는 걸 잊었어!' 라는 무신경한 메모를 발견하고 기분 잡치고 만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27776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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