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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최인석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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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화자가 삼청교육대 피해자인 심우영 노인을 취재하면서 시작된다. 심우영 노인에게는 말 못하는 부인이 있었는데, 맑은 외모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심우영 노인은 자신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어느 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려 그리 보인다 했다. 그들을 취재할 당시만 해도 궁금한 것은 삼청교육대였는데, 취재는 한 달을 넘기게 되었다.

이것은 심우영과 주영순, 그리고 '열고야' 라는 나라와 그곳에서 온 윤작은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심우영의 아버지는 도둑이었는데 어느 날 경찰을 피해 도망가다 축대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홀로 된 우영의 어머니는 술에 의존하다 우영을 고아원에 맡기고 도망쳤다.

고아원 원장은 국가에서 지원한 물품을 자기 잇속을 채우는 데 사용했고, 특히 의약품은 마누라가 운영하는 약국으로 빼돌려 재판매했다. 원장의 처남이 총무였는데, 수시로 아이들에게 몽둥이 찜질을 가했다.

참다 못한 우영은 여자친구 영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졸업을 1년여 남긴 어느 날, 원장의 책상에 똥을 누고 해방촌으로 도망친다.

고아원 선배 병식이형이 일하는 방직공장에 찾아간 우영은 뜻밖에도 따뜻한 밥을 대접 받는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여자가 갓 지은 쌀밥과 김치찌개를 내왔다. 바로 이 여자가 밥어미로 불리는 윤작은년이다.

 처음 얼마간 병식이형과 순금이누나의 방에서 신세를 지던 우영은 미군부대 나이트클럽 주티에 취직한다. 거기서 우영이 하는 일이란 미군들이 소변을 누는 사이 구두를 닦고 바지를 털어주는 따위의 일이었다. 그 댓가로 1달러 정도의 팁을 받았는데, 1년을 모으면 우리나라 돈으로 30만원 가량 되었다. 1~2년이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우영은 병식이형의 만류와 치욕감에도 불구하고 미군 나이트클럽 일에 열중했다. 나아가 미군과 관계를 만들어 PX 물품을 빼다 파는 일에도 뛰어 들었다. 

얼마 뒤, 우영은 벌어들인 돈으로 가죽잠바를 사입고 영순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영순은 우영의 변화를 그다지 달가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실망한 우영은 대마초와 오입질에 빠져들지만 영순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뭔가 사정이 달라지리라 생각했다.

영순의 졸업식 날, 우영은 한껏 빼입고 학교로 찾아간다. 하지만 영순은 나타나지 않았다. 수소문 해 보니 영순의 아비가 고아원에 찾아왔었다고 했다.

다시 물어물어 아비와 영순이 산다는 곳으로 가보니 주변 사람들은 영순아비가 돈을 떼먹고 도망가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그 즈음, 병식은 다니던 방직공장 사정이 어려워져 문을 닫자 집에서 술 마시는 일에 골몰한다. 툭하면 순금도 때렸다. 순금은 우영에게 추파를 던진다. 고아원에서 제일 예뻤던 순금. 우영은 그녀와 정을 통하고 만다.

순금은 우영과 정을 통한 후부터 우영을 졸라댔다. 미군부대 클럽에 일자리를 얻어 직접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우영은 내키지 않아 번번히 거절했지만 순금은 자력으로 클럽 주티에 일자리를 얻는다. 그 뒤 순금은 뭐에 홀린 듯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몸까지 파는 지경에 이른다. 자연 우영과의 관계도 수많은 관계 중 하나가 되었다. 어쩌면 우영에겐 잘 된 일인지도 몰랐다. 


우영의 사업이 날로 번창해 창고 겸 집이 필요하게 되자 망해버린 방직공장이 생각난다. 가보니 거기에는 밥어미 작은년이가 여전히 살고 있었다. 작은년이는 언제든 들어와 살아도 좋다며 우영을 반긴다. 그녀는 밥을 정성껏 차려주었고, 집을 깨끗하게 건사했다. 우영이 간혹 감사의 뜻으로 돈을 건내면 작은년이는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그녀는 가진 것이 거의 없었고,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필요로 하면 조건 없이 주었다. 심지어 자신의 몸까지도.

우영은 그녀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열고야'라는 나라에서 왔는데, 그곳은 북쪽으로 오십년, 동쪽으로 칠십년, 다시 북쪽으로 백십년 걸어야 나온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거기는 피나 쇠붙이, 목숨과 쇠붙이가 부딪는 일이 없고 부모가 자식을 버리지도 않으며 천막촌이나 판잣집도 없다고 했다. 오줌싸는 동안 바지를 털어주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우영은 그녀의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가는 방법은 어딘지 모르게 감동을 주는 면이 있었다.


다시 영순이 나타난 것은 나이트클럽 권상무와 함께였다. 영순은 사기꾼 아비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져 미군부대까지 흘러든 것이었다. 멜라니로 이름을 바꾼 영순은 스트립쇼에 나갔고 권상무의 잠자리 수발을 들었다. 눈이 뒤집혀 권상무에게 대든 우영은 흠씬 두들겨 맞은 후 가까스로 목숨만 건진다. 작은년이가 우영을 구해내 간호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죽었을 것이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우영은 고아원 후배 상주를 사주해 권상무를 살해하도록 한다. 혼혈인데다 고아원에 버려져 세상에 대한 악만 남은 상주는 기꺼이 우영의 부탁을 들어준다. 권상무가 죽자 나이트클럽은 조상무가 이어받고, 우영은 옛 거래선을 다시 회복한다.

그 사이 제브라 스타로 이름을 바꾼 영순은 미군과 동거하며 PX 물품을 떼다 팔아 제법 돈을 모은다. 그러나 좋은 일은 오래가지 못했다. 영순이 우영과 작은년이를 초대한 자리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영순의 아비가 돈을 빼앗아 가려고 옥신각신 하다가 넘어져 사망한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들에게 작은년이가 여기있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심지어 오지도 않았다고 선언한다. 작은년이는 치상죄로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다.


작은년이가 감옥에 간 사이, 우영은 그녀가 파던 우물을 판다. 그녀는 우물을 파내려가 지구 반대편으로 가면, 세상이 열고야 처럼 바뀔거라고 했다. 그 말이 상징적인 말인지, 아니면 정말인지 모르지만 우물을 파다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가끔 영순이 찾아왔다. 하지만 둘은 예전처럼 몸을 섞을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사건들도 몇 가지 일어난다. 미국으로 간 히피 앤소니 커시의 어머니가 보낸 초청장이 도착한다. 우영은 막대한 가치의 그 초청장을 상주에게 준다. 하지만 상주는 미국 갈 팔자가 못 되었다. 순금이 초청장을 훔쳐다 팔았기 때문이다.

순금의 끝도 좋지 않았다. 미군과 화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대검에 찔려 죽은 것이다. 박정희는 한미행정협정에 따른 타협 끝에 수사권과 재판권을 포기한다. 범인은 미국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처벌 받지 않는다. 오직 순금의 남편, 병식이형이 분신자살했을 뿐이다.


윤작은년이 출소한다. 우영과 영순, 작은년이는 작은 밥집을 열어 소박하게 살기로 한다. 하지만 권상무의 부하 송준태가 어떻게 알았는지 이들을 찾아온다.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상주의 팔다리를 절단냈다는 것이었다. 우영이 우물을 파고 있는 사이 찾아온 송준태는 작은년이를 고문하여 우영의 행방을 알아내고자 했다. 작은년이는 끝내 입을 열지 않고 모진 폭행을 다 받아낸다. 이틀 뒤 그녀가 죽는다. 그 사건으로 우영은 백발이 되고, 영순은 목소리를 잃는다. 거대한 용 한마리가 하늘로 올라갔는데, 그 용이 작은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뒤 우영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출소한 우영은 영순과 함께 보육원 한켠에 보금자리를 꾸며 작은년이를 떠올리며 남은 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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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열고야에서 온 작은년이의 임무는 '열심히 살아가는 것' 이다. 열심히 살아가다 목숨을 바쳐야 할 사정이 생기면, 목숨을 내놓는 것. 이것이 열고야에서 온 스파이들의 임무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예수가 십자가에 메달리고, 전봉준이 함거에 실려가 목을 내놓은 것. 작은년이는 그들이 스파이였다고 말한다. 지금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 있는 훨씬 사람다운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서 잠시 살다간 그 행위가 곧 간첩임무를 수행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아름다운 간첩들이 잠시 머물다 간 이곳 남한 땅에 토착왜구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 최근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들이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을 어쩌면 우리가 대어주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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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이들
P. D. 제임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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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정월 초하루 0시 3분. 부에노스 아이레스 근교 술집에서 소동이 일어나 조셉 리카도가 피살된다. 그는 1995년에 태어났고, 인간 존재 중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이였다. 

그가 태어났던 1995년 이후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기에, 1995년은 '오메가 해'로 명명되었다. 40년 내로 인류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인류는 '보편적 권태(ennui universel)' 라는 병에 시달리는 중이다. 어린이 놀이터는 철거되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얼굴에 색칠을 한' 오메가들이 사람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종종 벌어지고, 국립보안경찰은 범죄자를 잡으면 곧바로 Man 섬으로 이동시켜 영구 격리시켰다. 

엄마노릇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좌절된 모성에 대한 갈망으로 어떤 사람들은 인형에 애정을 쏟았다. 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테오도어 페이런은 옥스퍼드 대학교 머튼 칼리지의 특별연구원이자 철학박사로 올해 쉰 하나이다. 부주의로 아이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원인이 되어 아내와 헤어져 혼자 산다.

그는 또 센 리파이어트와 사촌지간이기도 하다. 잉글랜드 총통이자 독재자인 바로 그 센 리파이어트 말이다. 테어도어 페이런은 한 때 센의 권유로 평의회 참관인 겸 자문역을 했지만, 지금은 그 일을 관두고 역사를 가르친다. 


어느 날, 왼손이 불구인 여성 줄리언이 테어도어에게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불구였기 때문에 마흔 다섯 미만 여성이라면 6개월에 한번씩 받아야 하는 굴욕적인 건강진단(난자를 생성할 수 있는지)을 면제 받았다. 그녀는 잉글랜드와 브리튼 곳곳에서 그릇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일들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한때 평의회 성원이었던 테어도어가 센과 얘기하여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남편 롤프를 비롯한 다섯 명이 동아리를 이뤄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테어도어는 줄리언에 대한 호감으로 그녀의 제안을 승낙하지만, 센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었다. 


총통은 15년 전에 선출되었는데 그 뒤로는 선거가 치뤄지지 않았다. 그는 국립보안경찰 그레나디어를 자신의 주위에 배치하고 독재자가 되어 정액검사제도를 실시하고 지방의회 의장을 선출하지 못하게 했다. 부인과 검진을 강제로 실시했고, 무엇보다도 콰이터스 제도를 만들어 시행했다. Quietus는 생명활동의 유예 및 중지를 뜻했다. 콰이터스는 사실상 단체 학살임에도 불구하고 외형은 자발적인 자살의 양태를 띠었다. 


예상대로 센은 테어도어의 제안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관심을 갖는 건 '누가 테어도어에게 그러한 발언을 하도록 부추겼나' 였다. 


테어도어는 제안이 좌절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줄리언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룹 리더인 롤프, 조산원 출신의 미리엄, 사제 루크, 소년같은 외모의 가스코뉴를 만난다. 그들은 테어도어의 얘기를 전해듣고 실망한다. 

얼마 뒤 그들은 행동에 나선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는 일이었다. 총선을 실시할 것, 체류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할 것, 콰이터스를 철폐할 것, 맨섬 유형제도를 폐지할 것, 강제적 신체검사를 당장 중단할 것 등을 내건 전단지는 시내 곳곳에 뿌려진다. 서명란엔 '다섯 마리 물고기'라고 씌여 있었다.

줄리언에게 호감을 품은 테어도어는 '당신만이라도 무모한 짓을 그만두라' 고 권유하지만 실패한 뒤 6개월간 유럽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돌아온 테어도어에게 날아든 소식은 가스코뉴가 잡혀갔다는 것과 '다섯 마리 물고기'가 콰이터스 예정지의 부잔교를 폭파하는 등 과격한 행동에 돌입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줄리앤을 만난 테어도어는 그녀가 임신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를 낳을 때 까지 피신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4주간 머무를 수 있는 은신처가 필요했다. 

테어도어는 가스코뉴가 빠진 '다섯 마리 물고기'와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롤프와 다툼을 반복하고, 롤프 역시 기존 권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레나디어를 피해 도망치던 이들 앞에 '얼굴에 색칠을 한' 오메가들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루크가 희생된다. 줄리언은 서럽게 울면서 자신의 뱃 속에 있는 아이는 루크의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루크 역시 줄리언과 마찬가지로 건강진단을 면제받은 부류였다. 그는 간질 환자였다.

아이 아버지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롤프가 사라진다. 그는 줄리언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일러바침으로써 조그만 권력이라도 얻게 되길 꿈꾸며 총통에게 갔을 터였다.


도주가 계속되고, 그 과정에서 미리엄이 사망한다. 마침내 그레나디어와 센이 테어도어와 줄리언 앞에 나타난다. 테어도어는 가지고 있던 권총으로 센을 사살한다.  

센이 죽고, 아이는 이미 태어났다. 테어도어는 센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자신의 손가락에 끼운다. 언젠가 때가 되면 뺄 반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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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고딕풍으로 그려내는 추리소설의 대가 P.D.제임스가 말년인 1992년에 발표한 <The Children of Men> 은 디스토피아 소설로, 우리나라에는 1994년 동아일보사가 <콰이터스>로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최근엔 아작 출판사에서 <사람의 아이들>이라는 원제로 다시 출간되었다. 


인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임이 되어 버린다는 가까운 미래 이야기인데, 곰곰 생각해 보면 허무함이 밀려든다. 수천년에 걸쳐 이룬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40년 내로 모두 재가 되어 사라질 것이 분명한 상황이라... 따지고 보면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 매일 반복 하는 행동들도 따지고 보면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가 없다면 인간은 무엇에 집중하게 될 것인가? P.D.제임스가 내놓는 대답은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권력에 집착함으로써 남은 삶을 최대한 추악하게 덧칠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종말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국적에 따라 체류자를 차별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며, 45세 이상과 이하를 차별한다. 노동력을 활용해 만들어내야 할 대단할 것도 없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콰이터스라는 이름으로 단체 학살 당하고, 독재자는 자신의 주위에 더 많은 국가경찰을 배치한다. 

주인공은 그런 종말의 시대에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대면하기 위하여 어제를 해석하는 학문' 인 역사를 가르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게다가 아이를 낳아봐야 소용이 없다며 건강검진을 면제받은 장애인 줄리언과 루크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일체의 차별에 대해 가공할 냉소를 날리는 P.D.제임스의 디스토피아 이야기는 작가가 추리소설에서 외도한 단 한편의 작품이며, 2006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안 무어 주연 영화로 제작되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61022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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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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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향기>

 

다이쇼 시대 말. 관동대지진과 오스기 사건(여섯 살 아이가 헌병대 대위에게 살해당한 사건) 으로 시대는 암울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당시 '나'는 세토 내해 항구도시의 홍등가 부근에서 오누이라는 이름의 여인과 동거하고 있었다.  

비가 내린 지 사흘 째가 되는 5월의 어느 날, 선착장 구석에서 쉰 살 넘어 보이는 노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단도에 찔린 뒤 돌로 얼굴이 짓이겨진 채였다.

얼마 뒤, 강 수로 위에 놓인 다리 근처에서 서른 두세 살 쯤 된 사내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수법은 동일했다. 

세번 째 시신은 그로부터 이십 일 뒤에 발견된다. 

의외로 범인은 쉽게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살해당한 사람이 대필가의 집이 어디인지 물었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대필가 역시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시인한 것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입 하나를 덜기 위해 창가로 팔려온 소녀들. 글자를 모르는 그녀들을 위해 편지를 써주던 대필가는 소녀들의 서러운 사연들에 슬퍼한다. 자신의 병이 나을 수 없을 것임을 깨달은 순간, 대필가는 소녀들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한 살인을 저지른다.

 

<도라지꽃 피는 집>

 

로켄바시에서 '잇센마쓰'로 알려진 사내가 도라지꽃을 손에 든 채 시신으로 발견된다. 1928년 9월 말의 일이었다. 

형사인 '나'는는 쇼후칸이라는 작은 유곽을 돌며 조사하여 남자의 이름이 이다마쓰 고로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잇센마쓰'가 유곽을 나가자 후쿠무라 긴이치로라는 이름의 다른 손님이 따라 나갔다는 것도.

후쿠무라 긴이치로는 한 때 조루리 인형극의 인형을 다루었는데 화상으로 한 손을 쓰지 못한다고 했다. 손이 불편한 그가 어떻게 잇센마쓰를 살해했을까. 그런데 얼마 뒤 그 후쿠무라 긴이치로 역시 시체로 발견된다. 


<오동나무 관>

 

'내'가 곤궁하던 때 누키타 형님의 도움을 받게 된다. 당시 서른 초반의 형님은 면도날을 떠올리게 하는 날카로운 눈매의 사내였다.

당시 누키타 형님과 '나'는 가야바 구미 소속이었는데 도진 구미와 대립하고 있었다. 도진 구미는 군부와 손을 잡고 한창 힘을 키워나가는 중이었다.

어느 날인가, 형님이 '나'에게 기묘한 부탁을 한다. 기와라는 여인을 찾아가 관계를 맺고 오라는 것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형님이 입고 다니던 하오리를 걸치고 갔다오게 했다는 점이었다. 여인과 관계를 맺고 오면 형님은 '나'의 몸에 밴 여인의 체취를 취하려는 듯 '나'와 하오리를 취했다. 기와와 누키타 형님은 어떤 관계였을까. 그리고 형님이 두목을 죽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전쟁에 갔다 돌아온 뒤에야 그 이유를 짐작하게된다.


오야붕의 여인 기와와 불륜 관계가 되자 오야붕을 죽인 누키타. 하지만 그 사건으로 기와는 누키타를 멀리하게 된다. 

시체를 태우기 위해 관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을 태우려면 시체가 필요하다. 누키타는 관에 찍힌 범행증거를 없애기 위해 두목을 살해한다. 그리고 하나남은 자신의 손가락 마저 핑계를 만들어 잘라낸다.

전쟁에서 돌아온 '나'는 기와를 찾아가 전투 중 잃은 손가락을 보이며, 같이 살자고 말한다. 


<흰 연꽃 사찰>

 

어머니는 지주의 딸이었지만 '불운을 가져온다'는 이유 때문에 세이렌지의 주지였던 가기노 도모치카에게 시집온다. '내'가 다섯 살 때 그 세이렌지 본당은 큰 화재로 소실되고, 아버지 도모치카도 화재 중 사망하고 만다. 

그런데 '나'는 어릴 적 어머니가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어머니가 죽였던 사람은 노다 만키치라는 주지승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기억은 어딘지 모르게 들어맞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 속 하얀 얼굴의 아이는 누구였을까.


아이를 바꿔치기 한 뒤 기억을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 살인까지 하는 여인의 행동이 비정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불운을 이기내려 하는 인간의 의지 때문일까.


<회귀천 정사>

 

소노다 가쿠요는 다이쇼 원년(1912) 부터 다이쇼 말년(1926) 사이에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작가로 '정가(情歌)'와 '소생(蘇生)' 두 작품집으로 유명하다.

그는 1911년 열아홉에 무라카시 슈호에게 사사받았는데 초기작은 표면적 형태에 집착하고 기교에 빠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후 1919년 슈호와 개인적으로 다투고 문하에서 빠져나와 <꿈의 자취>를 발표하는데, 이때부터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그 후 소노다는 미네라는 부농의 셋째 딸과 결혼하는데 결혼 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소노다는 아내가 병석에 누운 사이 은행가의 둘째 딸인 가쓰라기 후미오라는 여성과 정사(情死)를 벌이지만 실패하고, 집안의 반대로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 '정가(情歌)'는 사건 직후 발표된 작품이다.

얼마 뒤 소노다는 이바라기현 치요가우라에서 카페 여종업원인 요다 아야코와 다시 한번 정사를 벌인다. 아야코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구출된 소노다는 사흘 동안 '소생(蘇生)'을 집필한 뒤 자살한다.


소노다가 스승 슈호와 결별한 사건 이면에는 스승의 아내 고토에와의 불륜이 있었다. 고토에는 불륜 직후 불문에 귀의하고 소노다는 끊임없이 고토에의 그림자를 다른 여인에게서 찾았다. 두 번의 정사 사건도 사실은 고토에를 대신할 여자들과의 정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건을 더듬어 가던 '나'는 소노다가 철저히 작품의 감동을 위해 사건을 조작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가'와 '소생'이 씌여진 대로 소노다는는 현실을 꿰어맞췄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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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은 <도라지 꽃 피는 집>이다. 조루리 인형극에 <야채가게 오시치> 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린 소녀가 마을에 불이 나 우연히 몸을 피한 절에서 시동과 사랑에 빠진다. 다시 절에 가고 싶었던 소녀는 마을에 방화를 한다. 후쿠무라가 죽으면 다시 형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 살인을 하는 열여섯 창기 스즈에. 단지 뒤돌아 보는 모습이 보고 싶어 도라지꽃을 던졌던 어린 마음과 살인이 대비되는 수작이다.

  

유려한 문장과 섬세한 필치가 극도의 낭만을 그려낸다. 그 낭만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슬픔. 

사건의 이면에 진실을 위치시키고 그것이 드러났을 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구성으로 <회귀천 정사>는 제 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855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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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아사다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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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5년 만의 동창회에 참석한 신지는 자신의 현재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아 술을 과하게 마신다. 취한 채로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는 신지가 무거운 수트케이스를 끌고가는 이유는, 그의 직업이 속옷 외판원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에서 옛 은사인 노페이를 만난 신지는 잠시 과거를 떠올린다.

어렸을 때 신지는 좋은 집에 살았다. 신지의 아버지 고누마 사키치는 벼슬아치가 살던 고급주택가를 매입하여 부를 과시했다. 폭군인 아버지의 부는 날마다 늘어갔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렸고, 큰형을 윽박질렀다. 감수성이 예민한 큰형과 아버지가 크게 싸운 날, 큰형은 분함과 슬픔을 안고 지하철 선로에 뛰어내려 자살한다. 그 사건이 상처가 되어 신지와 어머니는 아버지와 의절한다. 아버지는 현재 일본에서 손꼽히는 그룹의 오너이지만 신지는 평범한 샐러리맨인 이유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지하철 역 계단을 오르던 신지가 문득 이상함을 느낀다. 역 주변 풍경, 지나치는 사람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신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해로 시간여행을 온 것이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주변을 살피던 신지는 자신이 워프한 날이 형이 자살한 날이었음을 깨닫는다. 부랴부랴 형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 헤매던 신지가 빠찡꼬 가게에서 형을 발견한다. 어른이 된 신지는 아직 어린 형을 운전기사 무라마츠의 집에 데리고 가 아버지와의 충돌을 피하도록 조치한다. 

꿈껼 같은 시간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신지는 형이 살아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형이 죽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얼마 뒤, 신지는 최근 깊은 관계를 맺게 된 미치코와 밤을 보내게 되는데 꿈 속에서 또 한번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신기한 것은 미치코도 함께였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워프한 시간대는 전쟁 직후였다. 엄청난 인플레 때문에 달러와 미군PX 물품을 손에 쥐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였다. 신지와 미치코는 몇 차례 시간여행을 통해 처세에 능한 '아무르'라는 사내를 만나 사귀게 된다. 처음엔 약빠른 그 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살기 위해 아둥바둥 하면서도 신의를 지키는 모습이나, 전쟁통에 일본인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뀐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아무르'가 사실은 신지의 아버지 고누마 사키치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던 또 하나의 비밀, '아무르'의 정부 오도키가 사실은 미치코의 어머니임도 알게 된다. 미치코와 신지는 배다를 남매였던 것. 사실을 알게 된 미치코는 임신한 오도키를 계단에서 밀어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킨다. 현재로 돌아온 신지는 미치코의 부재를 슬퍼한다. 그리고 살기위해 냉혹해진 아버지와 화해한다.


아사다 지로의 1995년도 작품으로 제16회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이다. 다소 작위적이고 세련된 맛도 덜하지만 아사다 지로 특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현재의 '나' 보다 훨씬 어린 아버지가 전쟁에 끌려가고, 비참한 상황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안쓰러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 부모와 자식이 화해할 때 기본적으로 '안쓰러움'이 감정의 주조를 이루다는 사실을 작가는 잘 파악한 것 같다. 그리고 아사다 지로는 이런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려주는 재주가 뛰어난 작가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76148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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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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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 리스베트는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가 이끄는 조직 '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 맞서 승리를 거두지만, 그 과정에서 일으킨 몇 가지 문제 때문에 2개월 금고형을 선고받는다. 수감된 리스베트는 교도관 알바르 올센, 그리고 여러 건의 살인으로 종신형에 처해진 베니토의 주의를 끈다.

알바르 올센은 리스베트가 어딘지 모르게 비범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지능검사를 시도하는 등 호의를 갖고 접근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을 강요하거나  테스트하는 것이야 말로 리스베트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리스베트는 교도소의 실권을 잡고 휘두르고 있는 것이 베니토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베니토가 최근 골몰하고 있는 것은 방글라데시 출신 파리아 카지를 괴롭히는 일이었다.

파리아 카지는 친오빠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중이었는데 거기에는 사정이 있었다. 파리아 카지의 부모와 오빠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심취한 자들로서 파리아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가족에게 있어 그녀의 효용가치는 방글라데시 본토에 섬유공장 세 개를 가지고 있는 육촌의 2번째 부인이 되어 집안에 돈을 끌어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파리아는 방글라데시 출신 망명자 청년 자말 초두리에게 반해 있었다. 그에 대한 사랑으로 애를 태우던 파리아가 집을 탈출하는데 성공하고 둘은 꿈과 같은 한 때를 보낸다. 하지만 행복한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자말 초두리가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사망하고 만 것이다. 파리아는 자말 초두리가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고 분개하여 오빠를 창문에서 떠밀어버린 것이다. 


리스베트는 베니토의 권력을 해제하고 알바르 올센이 교도소 시스템을 재건할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파리아가 살해당할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때가 무르익자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베니토를 알바르 올센이 지켜보는 앞에서 때려눕힌 것이다. 알바르 올센은 진상조사를 통해 '베니토가 교도소 내에 칼을 반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라고 진술함으로써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교도소의 권위를 바로 세운다.


한편, 리스베트는 교도소 복역 중 자신의 과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과 카밀라가 분리되어 양육된 것과 같은 사례들을 발견한 것이다. 웁살라 유전자 및 사회환경 연구소의 '프로젝트 9' 은 쌍둥이를 분리 입양시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양육되게 함으로써 인간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유전자인지, 아니면 양육환경인지 알아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비인도적인 일들이 행해졌다. 분리 양육된 쌍둥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평생동안 자신이 느끼는 '불완전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괴로워해야 했다.

리스베트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에게 분리 양육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레오 만헤이메르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부탁한다. 레오 만헤이메르는 증권회사 알프레드 외그렌의 수석 분석가로 머리가 좋고 음악적 감각도 뛰어났다. 하지만 그가 입양되었다는 근거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그의 삶에서 특이할 만한 사건이 몇 가지 발견되는데, 레오 만헤이메르의 라이벌인 이바르가 레오에게 '유랑민 새끼(로마)'라고 욕을 해 레오가 괴로워했다는 것과, 레오의 영민함에 대해 연구하던 칼 세게르라는 젊은 심리학자가 사냥 중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미카엘과 친분이 있는 말린 프로데가 레오 만헤이메르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이상했다. 그녀 말에 따르면 레오는 왼손잡이인데 최근 오른손잡이로 변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리스베트가 가장 사랑하는 변호사 홀게르 팔름그렌이 쌍둥이 분리 양육과 관련된 조사 도중 살해당하고, 리스베트에게 초주검이 되었던 베니토가 탈옥해 파리아의 오빠들 그리고 MC 스바벨셰와 연합하면서 사건은 숨가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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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는 <밀레니엄> 잡지라는 언론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파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릴 때 가장 매력적이다.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다소 엉뚱한 해커 리스베트의 조합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작품은 여타 스릴러물과 다른 개성을 획득한다. 그런데, 본작에서 라게르크란츠는 리스베트의 존재를 너무 부각시킨 나머지 이러한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사실 해커라는 설정은 양날의 검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는 흥미 유발에 도움이 되지만 작품의 현실성을 떨어뜨리고 구성을 불완전하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리스베트가 해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은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본작에서는 리스베트의 해킹능력 뿐 아니라 맨몸전투 능력 마저 한층 끌어올려 놓았다. 희대의 살인마를 단 두번의 펀치로 녹다운 시키고,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거구의 상대가 내뻗는 펀치를 몇 차례나 받아낸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여성 슈퍼히어로 소설이 되어 버렸다. 

또, 전체 시리즈의 연결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될 베니토의 스토리라인와 레오 만헤이메르의 스토리라인을 전면에 내세운 점도 그다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읽고 밀레니엄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느꼈던 희망이, 이번 작품에서 급격히 사그러든다. 스티그 라르손의 요절이 안타깝다.


6월 20일부터 25일 까지 베트남 다낭 · 호이안 여행 중 읽었다. 더웠고, 볼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고 첫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735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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