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편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 리스베트는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가 이끄는 조직 '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 맞서 승리를 거두지만, 그 과정에서 일으킨 몇 가지 문제 때문에 2개월 금고형을 선고받는다. 수감된 리스베트는 교도관 알바르 올센, 그리고 여러 건의 살인으로 종신형에 처해진 베니토의 주의를 끈다.

알바르 올센은 리스베트가 어딘지 모르게 비범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지능검사를 시도하는 등 호의를 갖고 접근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을 강요하거나  테스트하는 것이야 말로 리스베트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리스베트는 교도소의 실권을 잡고 휘두르고 있는 것이 베니토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베니토가 최근 골몰하고 있는 것은 방글라데시 출신 파리아 카지를 괴롭히는 일이었다.

파리아 카지는 친오빠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중이었는데 거기에는 사정이 있었다. 파리아 카지의 부모와 오빠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심취한 자들로서 파리아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가족에게 있어 그녀의 효용가치는 방글라데시 본토에 섬유공장 세 개를 가지고 있는 육촌의 2번째 부인이 되어 집안에 돈을 끌어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파리아는 방글라데시 출신 망명자 청년 자말 초두리에게 반해 있었다. 그에 대한 사랑으로 애를 태우던 파리아가 집을 탈출하는데 성공하고 둘은 꿈과 같은 한 때를 보낸다. 하지만 행복한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자말 초두리가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사망하고 만 것이다. 파리아는 자말 초두리가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고 분개하여 오빠를 창문에서 떠밀어버린 것이다. 


리스베트는 베니토의 권력을 해제하고 알바르 올센이 교도소 시스템을 재건할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파리아가 살해당할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때가 무르익자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베니토를 알바르 올센이 지켜보는 앞에서 때려눕힌 것이다. 알바르 올센은 진상조사를 통해 '베니토가 교도소 내에 칼을 반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라고 진술함으로써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교도소의 권위를 바로 세운다.


한편, 리스베트는 교도소 복역 중 자신의 과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과 카밀라가 분리되어 양육된 것과 같은 사례들을 발견한 것이다. 웁살라 유전자 및 사회환경 연구소의 '프로젝트 9' 은 쌍둥이를 분리 입양시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양육되게 함으로써 인간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유전자인지, 아니면 양육환경인지 알아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비인도적인 일들이 행해졌다. 분리 양육된 쌍둥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평생동안 자신이 느끼는 '불완전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괴로워해야 했다.

리스베트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에게 분리 양육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레오 만헤이메르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부탁한다. 레오 만헤이메르는 증권회사 알프레드 외그렌의 수석 분석가로 머리가 좋고 음악적 감각도 뛰어났다. 하지만 그가 입양되었다는 근거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그의 삶에서 특이할 만한 사건이 몇 가지 발견되는데, 레오 만헤이메르의 라이벌인 이바르가 레오에게 '유랑민 새끼(로마)'라고 욕을 해 레오가 괴로워했다는 것과, 레오의 영민함에 대해 연구하던 칼 세게르라는 젊은 심리학자가 사냥 중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미카엘과 친분이 있는 말린 프로데가 레오 만헤이메르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이상했다. 그녀 말에 따르면 레오는 왼손잡이인데 최근 오른손잡이로 변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리스베트가 가장 사랑하는 변호사 홀게르 팔름그렌이 쌍둥이 분리 양육과 관련된 조사 도중 살해당하고, 리스베트에게 초주검이 되었던 베니토가 탈옥해 파리아의 오빠들 그리고 MC 스바벨셰와 연합하면서 사건은 숨가쁘게 돌아간다.


------


<밀레니엄> 시리즈는 <밀레니엄> 잡지라는 언론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파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릴 때 가장 매력적이다.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다소 엉뚱한 해커 리스베트의 조합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작품은 여타 스릴러물과 다른 개성을 획득한다. 그런데, 본작에서 라게르크란츠는 리스베트의 존재를 너무 부각시킨 나머지 이러한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사실 해커라는 설정은 양날의 검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는 흥미 유발에 도움이 되지만 작품의 현실성을 떨어뜨리고 구성을 불완전하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리스베트가 해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은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본작에서는 리스베트의 해킹능력 뿐 아니라 맨몸전투 능력 마저 한층 끌어올려 놓았다. 희대의 살인마를 단 두번의 펀치로 녹다운 시키고,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거구의 상대가 내뻗는 펀치를 몇 차례나 받아낸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여성 슈퍼히어로 소설이 되어 버렸다. 

또, 전체 시리즈의 연결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될 베니토의 스토리라인와 레오 만헤이메르의 스토리라인을 전면에 내세운 점도 그다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읽고 밀레니엄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느꼈던 희망이, 이번 작품에서 급격히 사그러든다. 스티그 라르손의 요절이 안타깝다.


6월 20일부터 25일 까지 베트남 다낭 · 호이안 여행 중 읽었다. 더웠고, 볼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고 첫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735707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