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철학자 - 키르케고르 평전
클레어 칼라일 지음,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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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철학자, 키르케고르 평전

클레어 칼라일 (지음) |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 (펴냄)

어떻게 해야 나는 세상에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마음의 철학자> 본문 중에서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

키르케고르 이전의 철학은 앎에 대한 추구, "인간은 무엇을 알 수 있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키르케고르 이후의 철학은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로 전환을 맞이했다. 아주 의미있는 전환이지만 그의 생전보다는 사후에 인정받은 사상이라고 한다. 지금 보면 당연하고 중요한 사상이지만 당대에는 기독교의 신앙에 정면으로 맞서는 개념들이다 보니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고 인정받는데에 어려움이 컸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 레기네 올센과의 파혼도 그 연장선에 있다. 너무나 사랑했으나 자신의 우울증이 그녀마저 오염시킬까 두려웠고, 결혼 생활과 자신의 연구를 병행할 수 없으리라 여겼다. 무엇보다도 당대 교회의 적이 되리라는 사실이 불을 보듯 뻔했기에 사랑하는 마음을 숨겨가며 거짓된 냉정함으로 그녀를 놓아준 것이다.

본문에 소개된 그의 여러 저서를 통해 그가 가졌던 생각과 '실존'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공포와 전율>에서는 시류에 편승하는 학생들을 일컬어 대중마차에 무리지어 달려드는 것이라 비유했다. "남이 장에 가면 똥지게를 지고 따라간다."는 우리 속담이 생각났다. 옛말 뿐이랴! 지금도 남이 하니까 그저 따라하고 모방하기 바쁜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1800년대의 철학자의 사상은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서도 통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졌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에서는 삶이란 돌발적인 비약과 질적변화로부터 비롯되는 불안의 심연에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것이라고 보았다.

<죽음에 이른 병>에서는 개인이 느끼는 우울과 불안을 시공간의 유한성 결핍에서 비롯된 무한성의 절망으로 보고, 절망은 정신의 병으로 보았다. 절망을 느끼는 그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절망에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는 것은 죄라고 하였다. 절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는 법을 알려주려 했던 그는 신 앞에 인간이 단독자로 서는 것이 진정한 종교라고 여겼다.

키르케고르 자신도 기독교적 세계관을 지녔지만 추구하는 이상은 기존의 종교인들과 달랐다. 세속적인 종교를 비판하며 개인을 구원하지 못하는 종교의 거대담론을 비판했다. 그러니 당대 교회들이 그를 적으로 대할 수 밖에.

신앙이 절망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다만, 살아가면서 계속될 절망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와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기존 종교의 거대담론이 무의미하다며 반기를 들고 거대담론에 묻혀있는 개인을 발굴해 삶 그 자체에 주목한 키르케고르. 개인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모두 개인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이기 이전에 언제나 개인임을 말했던 키르케고르는 시대를 앞서갔던 철학자임에 틀림없다.

본질보다 실존을 중요시 했던 그의 철학이 새삼 놀랍다. 존재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존재자 개인의 존재방식을 더 중요하게 여긴 그의 사상은 요즘 우리가 추구하는 삶 그 자체가 아닌가!

평전을 통해 알게 된 키르케고르의 사상을 그의 저서를 통해 더 깊이 알고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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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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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그건 편견이 아니었을까? 나는 부분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분을 좋게 보려는 나의 고집 센 성향도 마찬가지로 편견이었다.

편견을 가지지 말라고 흔히들 말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편견이라고 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선 이쪽의 입장이 편견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남을 비난하는 손가락질에 손가락 두개는 상대방을 향하지만 나머지 세 손가락은 손가락질 하는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다.
타인의 생각을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이라 치부하고 틀 속에 가둔다면 상대방의 틀 속에 나 또한 갇히게 되는 것이다.
남의 말에 너무 줏대없이 흔들려서도 안되지만 귀를 열어두는 경청의 자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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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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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저 친구가 어떤 식으로든 네게 구애하지 못하게 하거라.
125. 그 사람들 좋지. 하지만 돈을 너무 좋아한단다. 물론 저축하기 위해서 돈을 좇는 게 아니야. 어쨌든 그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고 돈의 가치를 잘 알아.

모드에게 끊임없이 경고를 해주는 커즌 놀리스. 가정교사인 마담에 대한 경고와 자신과 함께 방문한 조카 캡틴 오클리에 대해서도 경고를 한다.
멋진 외모와 부를 다 가진 남자와 무일푼의 여성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신데렐라에 비유하며 아름다운 로맨스라 그려내면서 유독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을 상속녀와 무일푼의 남자의 결합은 불순한 의도를 가졌다고 의심받는다.
돈은 많지만 사회적인 지위나 선택에 대한 인정이 여성에게는 남성보다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였기에 그랬을까? 현대판 신데렐라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결말이 끝까지 아름답게 유지되기 힘든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랑의 진위가 의심받는 것도 마찬가지.
어쨌거나 모드가 더 현명하고 강인한 여성으로 자라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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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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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마담은 잠결인 듯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시트를 꽉 붙잡고 얼굴을 틀었다.

첫등장부터 호감은 아니었던 마담 드 라 루지에르. 마담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버지 오스틴은 왜 이런 여자를 가정교사로 들인 것인지...
묘지 근처에서 만난 수상한 남자와의 알 수없는 은밀한 대화는 그 내용이 마치 범죄모의를 하는 듯 하고, 놀에 우연히 들린 행상이 자신을 알아보자 매수하는 등 마담의 수상한 행동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제는 모드의 친척인 레이디 놀리스마저 피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자는 척이라니! 이런 얕은 꼼수가 언제까지 통할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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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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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펴냄)

가끔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가곤 하는 스타벅스의 상호명이 <모비 딕>에 나오는 피퀴드 호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비 딕을 쫒는 에이해브 선장과 그의 선동과 명령에 움직이는 선원들 중 유일하게 이성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타벅 만큼이나 유명한 첫 문장.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첫줄 "오늘, 엄마가 죽었다."만큼이나 강렬한 시작이다. 방랑자, 세상에서 추방당한 자라는 뜻의 이스마엘에서 유래된 이슈메일. 이름이 이슈메일이라고 밝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슈메일이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인간의 모험과 도전을 그려내는 몇 몇의 작품 중에 고기잡이를 통해 인생을 비유적으로 그려내었던 노인과 바다가 연상되었다. 노선장 에이해브가 집착하며 쫒는 모비 딕은 단순한 그냥 '흰고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주마의 발주악벽을 막기 위해 씌우는 눈가리개. 우승을 향한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말에게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앞만 보게 만든 것이다. 에이해브는 복수라는 눈가리개로 이성을 가린 것은 아니었을까.

모비 딕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외치는 자에게 주겠다며 돛대에 못박은 금화는 선원들을 동요시키며 에이해브의 명령에 하나가 되어갔다. 광기에 사로잡힌 지도자가 불러들이는 위험은 그 광기가 복수심이든 권력욕이든 그를 따르는 자와 따를 수 밖에 없는 이들 모두에게 비극이다. 에이해브의 반짝이는 금화는 현실의 우리에게 젊은 가슴에 불을 지피는 애국심이 될 수도 있고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지역감정과 학연, 혈연, 지연 등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다리를 앗아가고 다른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모비 딕을 에이해브는 철천지 원수로 여긴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한 생계의 방법으로 포경업을 하는 뱃사람들 만큼이나 죽지 않기 위해 발악해야하는 고래 모비딕도 모비 딕의 입장에선 오히려 사람이 원수가 아닐까. 영역을 침범한 것은 고래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다.

복수에 눈 먼 에이해브는 두 아들을 모두 바다에 묻어야하는 위기에 처한 레이철 호 선장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며 복수를 위한 광기를 지속했다. 바다위에서 만나는 모든 배에 흰 고래 모비 딕을 보았느냐 물으며 행적을 쫒던 그는 마침내 숙원하던 만남을 가졌다. 에이해브의 광기는 멈출 줄 몰랐고 에이해브와 피쿼드 호의 비극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슈메일이 퀴케그의 관으로 만들어진 구명부표에 올라타 바다 위를 표류하고, 그런 그를 건져 올린 것이 레이철 호 였다는 것은 드라마틱한 아이러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인생에서 끝내 놓지 못하는 자신만의 모비 딕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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