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 김은모 (옮김) | 블루홀6 (펴냄)
미스터리 스릴러의 최고 묘미는 '범인 찾기'라는 것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범인은 누구일까?" 여기저기 흩뿌려진 단서를 모아 범인을 추리하며 의심했던 용의자가 범인으로 밝혀졌을 때의 쾌감이나 추리가 빗나가며 허를 찌르는 소름끼치는 반전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물의 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방법은 다르다. '누구일까?' 보다 '왜 그랬을까?'가 더 궁금해서 앞부분에서 사건이 벌어지면 곧바로 마지막 부분을 펼쳐 범인을 알아낸다. 그러고나서 처음부터 읽어보면 작가가 숨겨놓은 복선을 미리 알고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범인의 행동이 왜 그러했는지 훨씬 자세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미친 반전을 전면에 내세운 <방주> 역시 범인을 알고난 후 읽기 시작했다. "반드시 처음부터 읽을 것!"이라는 띠지의 문구가 마음에 걸렸지만 "미친 반전"이라는 유혹적인 문구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분명히 범인을 알고 시작했는데도 빈틈없는 범인의 행동은 미친 반전을 불러올만 하다. '나, 범인 제대로 확인했는데? 마지막까지 늦춰지지 않는 긴장감! 나 범인 아는데 왜 긴장되는거냐구~!!'
밀실 살인을 설정으로 하는 미스터리는 익숙하다. '소년 탐정 김전일', '셜록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영화로는 '큐브'와 '페르마의 밀실'까지 밀실을 소재로 하는 소설과 영화를 떠올려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살아서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한 명의 희생자, 제물로 삼을 살인자를 제한시간 안에 찾아야 한다는 숨막히는 설정은 새롭다.
나머지 사람들의 탈출을 위해 살인자의 목숨을 희생시키겠다는 인간의 살고자하는 욕구는 몇 해전 읽었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줄곧 떠올리게 했다. '목숨의 가치는 목숨의 개수와 비례하는가? 살아온 삶이나 저지른 죄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지는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범인이 밝혀지고 나면 범인은 희생이라 불리울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일까?
스포 절대 금지!! 반드시 처음부터 읽을 것! 결말 사수!!
범인을 알고 읽었지만 미친 반전은 여전하다.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왜 그랬는지가 더 중요했던 반전은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 너나없이 반전을 들먹이는 뻔한 미스터리물과의 비교를 과감히 거부한다! 반전이 이정도는 되야지! 앞으로 미스터리 소설의 반전의 기준은 단연코 <방주>가 될 것이다! (아놔~ 느낌표 몇 개니? 유키 하루오, 이 작가의 이름을 꼭 기억해놔야지) "여기 진짜 반전이 있어요~! 미친 반전이라구요~!!" 고래고래 소리질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범인을 알고 봤는데도 반전이 분명했던 <방주>, 모르고 읽었더라면 미친 반전이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방주>를 읽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직 진짜 반전을 접해본 적이 없는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