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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꿈은 또 하나의 무의식이라고 한다. 나의 생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나'가 있는 공간. 그 안의 나는 평소의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여 꿈에서 깬 현실의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고들 하지만, 예지몽도, 태몽도 결국에는 꿈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어디까지 현실과 반대라는 이야기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꿈은 현실과 반대라는 말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프로이트의 의자>는 카우치에 앉아 조용히 읽고픈 책이다. 읽는내내 꼭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 꼭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아서 공연히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역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책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프로이트의 의자>는 심리학 분야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올해 다시 개정판으로 만나게 된 책이다. 개정판에는 저자 정도언 교수의 인터뷰가 실려있어서 구판과는 색다른 느낌을 전해 주었다.

우리는 살면서 내 마음속에 담긴 모든 말들을 꺼내진 않는다. 내가 꺼낸 말로 상대가 상처를 입진 않을지, 혹은 내 세 치 혀가 자칫 잘못된 말을 내뱉진 않을지 늘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한참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와 내가 혹시 잘못한 말은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한다.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속담으로도 알 수 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더욱이 우리말이 가진 특성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더 말의 깊이를 헤어리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말의 깊이와 상관없이 툭,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내 생각을 기다려주지 않고 세 치 혀가 먼저 앞서나가는 경우도 있다. 하여, 내 마음과 다르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나의 정신이 세 치 혀를 다스리는 것 같은 생각도 종종 해보았다. 말은 과연, 어떻게 출발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글은 총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는 다양한 챕터가 내 안의 나를 끌어내주는 역할을 한다. 과연 나는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지, 정말 나는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을지. 그리고 나는 살면서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내고 있는지 떠올려 보았다. 과연 나는 카우치에 누워 내 안의 모든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다. 아무 거리낌없이 모든 것을 다 꺼내어 말할 수 있을까. 카우치에 눕는 상상을 해 보았다. 아무래도 내 안에는 무수한 방어기제가 살고 있는 것 같다.
무의식의 나는 상처입은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모습들이 꿈의 세계를 통해 하나씩 보여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종종 하나의 꿈을 연속적으로 꾼다. 그리고 곧잘 울면서 일어나는 나를 발견한다.
울면서 깨어나는 날은 몸도 마음도 무겁다. 마치 꿈의 세계가 현실로 이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온통 무거움이 자리한다. 왜 울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멍하니 하얀 천장을 바라보기도 한다. 꿈 속의 나는, 아니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아픔이 있는 사람이었을까.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생각의 탑을 쌓아올리는 시간을 어쩌다 한 번씩 툭 보내곤 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나는 얼만큼 듣고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알아차리고 있을까. 혼자, 조용히 긴 생각에 잠겨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카우치에 누워, 모든 허물을 다 벗어 던지고 하나씩 들여오는 또다른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겨울을 보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