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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열차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나라가 어수선하다. 마음도 덩달아 어수선한 요즘이다. 내년에는 좀 더 다른 오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을 문학동네의 소설 <고아 열차>를 읽으며 잠시 내려 놓게 되었다. 때로 글 읽기는 상당 시간동안 멍하게, 또는 빠져들게 만드는데 <고아 열차>는 아껴 읽고 싶은 책이었다. 빠져듦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고아 열차>은 미국에서만 200만 독자들이 읽은 화제작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와 107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2013년 발표된 작품으로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화로 만나는 <고아 열차>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사뭇 궁금해졌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겉표지에서 아늑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뿌연 안개속에 놓여있는 단정한 뒷모습의 여자 아이. 그 아이가 들고 있는 갈색 가방과 옆으로 보이는 기차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뉴욕 타임스라는 문구보다는 기차와 아이의 모습에 더 눈길이 갈 만큼, 겉표지를 빤히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곤 궁금해졌다. 아이는, 어디를 향해 가는것인지. 혹 안개를 헤치고 안개 속으로 걸어가야할 운명이 아이에게 주어진 운명인 것일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고아 열차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우 미국적인 이야기라고 전해진다. 역사적으로 의미심장한, 유동적이고 불안정했던 시기를 조명한 매우 미국적인 이야기.
프롤로그를 읽고, 실제 고아 열차의 간추린 역사를 읽었다. 몇 장 안되는 역사를 엿보며 우리나라의 어느 사극 드라마 한 장면이 떠올랐다. 가문이 멸망하고, 노비로 팔려갔던. 그래서 양반가에서 돈을 주고 아이를 샀던 장면이 스윽 스치듯 지나갔다. 어쩌면, 어느 나라건 그런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실제 고아 열차의 간추린 역사는 꽤 충격적이었다. 왜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라 부르는지, 교과서 밖의 가려진 이야기를 알게되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고아 열차>는 1929년부터 1943년, 그리고 2011년의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와 현재로 나열되어 있다. 그 이야기의 흐름에는 크게 몰리와 잭, 비비언이 있다.
몰리는 비비언의 집에서 50시간의 사회봉사 시간을 보내며 몰리는 비비언과 친구가 된다. 어쩌면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비비언 역시, 아일랜드에서 뉴욕으로 오며 기차를 탔고, 몰리 또한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고아 열차에 올랐으므로. 아마도, 두 사람 모두에게 그 시간은 지울 수 없는 과거였기에 더욱더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유행을 좇아가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며 자신이 사는 방식을 바꾸려하지 않던 비비언이 노트북으로 옷을 주문했다. 아흔의 할머니가 아마존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페이스북에 가입을 하고…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백발의 할머니가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것을 떠올렸다. 새롭고 신기했지만, 우습지 않았다. 변화를 맞이하는 그 모습이 매우 신비롭게 다가왔다.
제인 에어를 훔친 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금상을 줘야한다고 학점을 올려줘야한다고 말한 비비언… 지금쯤 그녀와 몰리는 메이지를 만나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거라고 상상해보았다. 참 따듯한, 그리고 정이 느껴지는. 고여있는 슬픔이 햇살 좋은 어느 날, 스르르 풀리는 것같은 소설이었다. 두고두고 아끼며 읽고 싶은 책 <고아 열차>.
영화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