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경제도 파나요? - 백냥이의 냠냠 수첩 똑똑교양 8
정연숙 지음, 고양이다방 그림 / 책읽는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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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경제 책을 싫어한다. 대부분 재미가 없고, 제시되는 개념들은 헷갈리고, 실전은 어렵고, 나의 망한 재테크가 계속 떠오르기 때문이다. 경제 동화라고 무엇이 다를까.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의 책을 읽노라면 차라리 동화가 아닌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그렇다고 동화가 아닌 책을 읽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경제 수업 또한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 때 열심히 들었던 경제 강의는 C+로 마무리 되었다. 이러한 내가 경제 수업을 해야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싫어해도 내 학생들이 싫어하면 안 되는 것을. 그래서 한 가닥 도움을 받아보려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표지대로 어린 고양이, 백냥이다. 편의점에서 군것질을 쏠쏠하게 하는 백냥이의 모습은 요즘 초등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용돈을 여기저기에 다 털어써서, 막상 꼭 사고 싶은 것은 못 사는 점까지 비슷하다. 이 책은 이런 백냥이가 편의점 사장님과 친해지며, 편의점에 시즌 한정으로 나온 롤케이크를 사먹기 위해 경제 관념을 기르고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시중의 수많은 경제동화와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이 책은 몇 가지 차별점을 통해 더욱 신선하고 좋은 책이 된다. 우선 주인공이 고양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들, 백냥이가 사먹는 간식들이 고양이의 취향에 맞게 재미있는 상상력의 산물로 나온다. 연어 롤케이크라던지. 이러한 백냥이의 간식 수첩이 소소한 즐거움이 된다. 게다가 아직 어린이인 백냥이가 편의점에서 경제를 배울 수 있게 일하는 부분도, 고양이 학교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두 번째 차별점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편의점은 요즘 아이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이다. 농어촌 지역인 우리 학교 옆에도 편의점은 있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편의점의 모습 속에 숨겨져있는 경제를 찾아보며, 우리 일상과 경제의 연관성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세 번째 차별점은 뭐니뭐니해도 자연스러운 전개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개념을 억지로 우겨넣은 각종 ㅇㅇ동화 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동화는 동화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느껴야하는데 책을 읽는 중에서까지 공부를 시키는 것 같아, 아이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좋았다. 작품 속에서 교훈이나 배울 점을 제시하되 강요하지 않는 느낌이다. 


날이 갈수록 국내 동화책 작품들의 수준이 몰라보게 높아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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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뜰에서 작은 곰자리 64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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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손자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매일 아침 부모님의 출근길에 할머니에게 맡겨지는 손자와 그를 챙겨주는 할머니. 두 사람 사이에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지만 평화롭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그렇게 다정한 상황의 묘사로만 끝나면 이 책은 무가치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환경의 변화라는 스토리를 부여한다. 환경이 변하고 할머니와 손자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을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하나하나 인물의 대사나 마음 속 이야기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상황과 장면을 묘사할 뿐이다. 투박한 붓터치로 그려진 그림은 장면마다 분위기를 더하지만 마찬가지로 상세한 정보를 전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림과 행간 사이사이에 숨은 것들을 읽어내려고 노력하고 몰입하게 된다.


빠른 시간에 자극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도파민에 절여진 뇌에 휴식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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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언니의 디지털 세탁소 - 디지털 발자국 디지털 리터러시 동화 2
우미옥 지음, 최도은 그림, 구본권 감수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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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발자국의 문제가 화두에 오른 것은 벌써 몇년이나 흘렀다. 당장 싸이월드가 다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흑역사'를 지우기 위해 달려가지 않았나. 경각심을 가진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sns를 삭제하고, sns에 신상을 올리지 않고, 바코드닉네임(iliiilllii와 같이 i와 l을 혼용하여 바코드 형태로 만들어 구분이 힘든 닉네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자의식을 뭉게뭉게 피워나가기 시작한 사춘기 청소년들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을 보이고, 전시하고 때론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멋모르고 남긴 디지털 발자국은 지우는게 거의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이 책은 로블록스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큰 관심사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배경으로, 디지털 발자국을 지우는 디지털 세탁소의 이야기이다. 아바타, 메타버스 등 호기심을 당기는 소재를 바탕으로 진짜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상식 이야기들도 들어있지만 결코 PPL처럼 억지스럽지 않고 설명도 친절하다. 특히 '동화책 답게 한 다리 건너 다 알고 지내네' 할 즈음 알고리즘 설명이 나오는 것은 무릎을 탁 칠만했다! 작가의 필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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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용기가 되어 - 초등학생이 궁금해하는 시민운동 이야기
레베카 준 지음, 시모 아바디아 그림, 김유경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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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을 키워드로 하여 세계의 시민운동들을 간략하고 다양하게 소개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다양한 사례를 이 얇은 책에 담으려는 작의 노력이 돋보인다. 시민운동의 분야에 있어서 성차졀, 인종차별, 독립운동, 환경운동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지역적인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노력도 보인다.(작가가 유럽인이다보니 서구권의 사건이 더 많기는 하다.) 시대에 있어서도 근대 민주주의가 자리잡는 시점부터 현대까지 다양하다.

다만 짦은 분량에 이 모든 내용을 담으려 하다보니 필연적으로 내용의 깊이감이 부족하다. 어린이 책에 무슨 깊이감이냐 할 수 있겠지만, 시민운동과 그 결과 간의 개연성이 잘 담기지 않거나(평화기도회와 베를린 장벽 붕괴), 시민운동 과정이 갖는 의의와 결과에 미친 영향(진흙탕 행진) 등이 많이 생략되어 그 흐름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힘든 구간이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관련된 배경 지식이 있는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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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평가에 질문하다 - 평가를 둘러싼 교사 공동체의 학습, 실행, 성찰의 기록
이은상 외 지음 / 푸른칠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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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시절의 일이다. 교과 전담교사를 맡아 첫 평가를 했다. 나름 성취기준을 반영해서 만든 문제들로 평가를 해서 가정으로 성적을 내보냈는데, 난리가 났다. 알고보니 보통 한반에 한두명이 받는 노력요함을 내 시험에서 10% 정도의 아이들이 받은 것이다. 학부모들이 충격을 받아 해당 과목의 방과후학교 신청자가 폭발했다. 그 모습을 본 선배 교사들의 한 마디. "쉽게쉽게 내~ 모두 매우 잘함 받게~"


실제로 내가 본 초등 현장의 평가의 키워드는 '쉽게', '성공 경험'인 것 같았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진 시험으로, 재시험을 반복하며 대부분이 모두 잘함을 얻는 시험. 하지만 과연 이게 옳은 평가인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과연 이 평가를 통해 학생들은 그리고 우리 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초등의 상황과 입시와 직결된 중등의 상황은 다른 점이 많기에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매우 당황스러웠다. 책의 저자들이 모두 중등교사인 것을 몰랐던 탓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성적에 예민하고 민원이 많은 중등에서 다양한 평가에 대한 노력이 느껴졌다. 특히1장에 제시된 교육과정 및 평가에 대한 법령으로 책을 여는 점에서 그 고충이 선듯 비쳐보였다.


학급을 운영하는 이상 평가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내 평가에 대한 고민이 된다면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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