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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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글거리는 출퇴근 대중교통. 그 속에 여성과 남성, 어떤 성별이 더 많을까? '남성이 더 많이 보인다'라고 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는가. 관련 통계에 따르면 15~64세 남성 고용률은 75.7%, 여성 고용률은 55.7%로 나타났다. '왠지' 남성이 더 많게 느껴졌다면 결코 '기분 탓'이 아닌 것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남성과 동일하게, 혹은 유사한 비율까지 늘어났다고 단언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어쩔 수 없다'라며 존재하는 유리천장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성별 간 존재하는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앞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갈 세대가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에 관심이 많다. 현재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여성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열린 시각을 가진 자들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덕분이다. 그리고 여기, 대한민국의 여성 리더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한 사람이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속 존재하는 '차별'을 이겨낸 한 사람을 말하려 한다. <여자의 미래>의 신미남 작가는 국내 30대 그룹 중 유일한 여성 전문 경영인이다. 이제는 하나의 고유 명사가 되어 버린 '여자가 대학도 가기 힘든 시절' 거의 유일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한 여학생이었다고 작가는 과거를 회상한다.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 속 한 칸으로 위치하던 시절, 그마저도 이용이 자유롭지 않아 생리 현상을 참고 참아 다른 건물로 달려가는 작가의 모습을 생각하면, 꽤나 씁쓸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녀는 회사에서 '일 잘하는 대리'로 통했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 그것이 그녀의 퇴사 이유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개인적인 이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유난히 여성들은 다양한 이유로 퇴사를 고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퇴사자는 퇴사 사유에 '개인적인 이유'라고 적는다. 그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를 사 측은 이해하려고 혹은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일반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이 그렇다. 신미남 작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편견'이라는 큰 산을 개인적인 이유로 삼아 일터를 떠나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계는 인간의 영역을 점차 대체하고 있고, 이는 육체적인 '힘'보다는 '창의력'과 '기획'과 같은 소프트파워가 가치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런 시대가 여성이 지닌 장점을 드러날 때라고 이야기한다. 창의성, 공감력, 소통력, 윤리성, 유연성, 그리고 적용력까지 여섯 가지의 항목으로 나누어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담담하게 말한다. 특별한 '노하우'가 아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인생 선배가 다시 한 번 일러주는 듯하다.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만들어놓은 질문과 그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일에만 치인다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없다. 

성별, 그 이전에 가져야 할 전문가의 태도 

작가는 책을 통해 여성이, 특히 기혼 여성이 지니면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 미혼인 나에게 적용되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도 물론 많다. 그러나 미혼 여성뿐 만 아니라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 역시 가득하다. 무엇보다 성별을 떠나 전문가적인 시각을 가진다면 각자의 역량 성장은 당연하고, 성차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의 능력을 보는 것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의 조건에 성별은 중요치 않다. 그러나 현 사회엔 장벽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런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여자의 미래>가 그 인식의 변화에 대해 논하지는 않지만,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과 리더가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해서 꼼꼼하게 적었다.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그 색안경을 벗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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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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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그리고 그런 사회에 따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수많은 사람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회는 과거의 발전 속도보다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변화 '속도'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나라 역시 있다. 롤라 오케르스트룀 작가가 말하는 <라곰>에 나타나는 '스웨덴'이 바로 그곳이다. 라곰이라는 낯선 단어만큼 익숙하지 않아 더욱 신비로운 나라 '스웨덴'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스웨덴 국민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집중하게 된다.


"과하지 않게, 너무 적게도 말고."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 속삭였다. "적당히."

중간도, 평균도 아니다. 안주도 아니다. 적당히.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이루는 것, 이것이 라곰을 떠받치고 있는 토대다.


정의할 수 없는 것을 정의하다. 

라곰은 2017년 미국 보그 매거진이 선정한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다. <라곰>의 저자는 '라곰'은 어떤 나라의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단어라고 정의한다. 동시에 '스웨덴 사람처럼 산다는 것은 삶의 전반에 라곰의 문화적 의미를 받아들인다는 뜻(p. 34)'이라고 말하며 라곰의 개념을 스웨덴 사람의 '삶의 근간'이라고 표현한다. 무언가의 단어로 명쾌하게 정의할 수 없는 이 순간, '적당한' 단어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 '라곰'이 될 수도 있다. 라곰은 무언가에 넘치지도, 혹은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무언가, 또는 상태를 나타낸다. 더불어 스웨덴 국민들은 역사적으로 '라곰'을 공정함과 평등으로 일구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이 결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가 된 스웨덴. 그렇다면 과연 살기 좋은 것이란 무엇일까?


무엇보다 라곰은 우리에게 스스로를 꼼꼼히 점검하라고 한다. 나에게 있어 '잘산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라고 한다.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 


웰빙(well-being)이란 무엇인가. 

모든 사람들은 잘 살고 싶어 하지만 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외부의 영향 또는 압력이 아닌 온전히 본인만을 위한 '욕구'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잘 살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 이를 위해 나라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권리.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라곰의 삶을 노력하는 스웨덴에서는 이보다 현실적일 수 없다. '웰빙추구권'이라는 막연한 권리가 실제가 되는 순간, 삶의 질은 상승하게 된다. 휴식이 권리가 되면 '쉼'은 우리의 삶과 더욱 밀접해진다. 건강을 위한 마사지, 운동, 그리고 나은 정신을 위한 건강한 거절(NO)과 금기시하는 문화적 제약에 주는 여유까지. 국민이 더 잘 살기 위해 휴식을 즐기게 되고 이는 균형 잡힌 삶의 방향으로 이어져, 결국 생산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롤라 오케르스트룀의 <라곰>에서는 스웨덴인의 삶과 밀접하고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라곰을 이야기한다. 인간관계, 업무, 돈, 그리고 자연까지. 이처럼 라곰은 그들의 인생에 뗄 수 없는 개념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라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라곰은 과연 최고의 방법일까. 

물론 '라곰'이 마냥 좋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지 않은 적당함은 과함을 제한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평범한 것이 곧 행복'이라는 잘못된 해석으로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무관심으로 인지될 수 있는 '스웨덴식 침묵'이 이방인에게 불쾌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쿠나 마타타', '카르페 디엠', 최근의 '휘게'까지. 해외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우리나라 사회가 열광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그러나 어떤 것도 완벽할 수 없다. 특히 사회의 분위기, 국가가 지니는 문화와 밀접한 라이프 스타일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에 열광하기 전, 우리를 더욱 돌아볼 필요가 있다. 


라곰은 적당함을 뜻하지만 이것이 결코 객관적인 수치나 정도를 지니지 않는다. 그저 특정한 기준에 맞춰 앞서가기 위해 애쓰거나 결핍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만의 중심과 여유를 가지는 것, 그것이 라곰의 핵심이자 우리가 라곰을 받아들이기 이전에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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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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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지난해 우리 사회의 중심 단어를 골라보라면 빠질 수 없는 단어일 것이다. 불통이 불명예가 된 시대, 현재 대통령은 그 한계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민은 물론 함께 일하는 참모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소통이 필수 요건이 된 시대, 그렇다면 소통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인간의 언어 사용에 관해 연구하고 강연하는 사람이 있다. 김성도 교수는 건명원에서 언어와 문자, 그리고 현재 영상 소통 등 언어에 관한 강의를 작년 2015년 가을 건명원에서 진행했다. 이 강의는 KBS에서 방영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었는데, 지난달 텔레비전에서 편집된 내용을 보충해 <언어인간학: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강연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책은 강연의 특징을 살려 구어체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처음 접근하는 분야일지라도 흥미의 끈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더불어 다양한 이미지와 인포그래픽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생소하지만 멀리 있지 않은 분야, 언어. 135억 년 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의 언어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인간의 변화를 말하는 <언어인간학>은 언어를 어떤 특수한 모습으로 제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촘스키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인간의 언어를 목소리, 즉 '성대'를 통해 발성되는 음성 중심적인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과거 학자의 예시를 들며 '언어' 접근의 아쉬운 점을 말하는 모습은 왠지 더 수긍이 가고 김성도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인간언어학>이라는 책 제목과 달리 '세계관', '정치경제학', 그리고 '영상'까지 언어와는 거리가 있는 단어가 목차에 적힌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시대가 변화하며 인간은 진화하고 그에 따라 언어 역시 진화하고 있다. 언어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인간을 되돌아보고,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다. 내일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그리며 소리 내고 그 소리를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하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이며 어떤 언어를 사용하게 될지 생각해보게 된다. 언어의 진화로 인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한 시대, 그 시대 환경을 제대로 누리는 '교양 있게' 진화한 인간이 되고 싶다면(혹은 관심이 있다면) 김성도 교수의 <인간 언어학>을 읽고 그의 강연을 찾아보길 반드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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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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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영화 <혹성탈출>의 새로운 시리즈가 개봉했다. 오랑우탄과 고릴라, 침팬치 등 인간의 조상이라고 불리우는 유인원이 생각과 말을 하며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소름이 끼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가 늘어날수록 동물의 삶을 존중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이와 관련한 단체나 동물과 관련한 시장까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동물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동물과 관련한 연구, 그리고 실험에 대한 반대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대체 실험의 경우 반대 여론이 심하다. 이럴 때면 실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인간이 연구하고 실험하는 동물의 습성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프란스 드 발이 쓴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물의 지적 세계와 인간이 가진 동물의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은 동물에 대해 모두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가 배운 모든 것을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가 인간 중심적 생각과 편견에서 어떻게 그리고 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는가 하는 것도 돌아볼 가치가 있다.


482쪽의 두꺼운 이 책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나 고양이부터 벌과 까마귀, 심지어 코끼리까지 다양한 동물의 이야기를 전하는 프란스 드 발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동물에 대한 편견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절한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상냥하게 전달하며 우리가 기억해두면 좋은 과학 용어를 책의 후반부에 사전으로 분류해두기도 했다.


책의 표지에 적힌 부제에 내가 감히 대답을 해보자면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 일부 과거의 경우지만, 실험에 관한 결과를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과연 성공한 실험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꽤 많이 드러나는 모습이 인간의 오만이지 않을까.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는 여행이 즐거웠고,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나를 반성하며 동물행동학의 관한 다른 책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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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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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일제 강점시대에 대해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선뜻 답하지 못한다. 곤란한 질문이 아님에도 일제 강점시대에 피해 혹은 상처를 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과도한 배려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의 박영규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와 비슷하다고 말하며 획일화된 역사 수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책을 시작한다.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택시운전사>나, <군함도> 등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 대중들이 관심을 가진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진행했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의 과정 속에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오가는 과정은 결코 역사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을 읽으며 2013년 동아시아컵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펼쳐진 한 문장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영화 <군함도>의 크랭크인 당시, 사람들은 시놉시스에 열광했다. 인기 영화감독이 지휘하는 일제강점시대의 아픈 상처인 '군함도'를 배경으로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은 역사를 알고 있던 사람도, 몰랐던 사람에게도 눈길을 끌만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영화 개봉 후 오히려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보다 '군함도'라는 배경 자체에 초점을 둔 영화는 관객의 '사이다'가 되기는커녕 '고구마'가 되었고, 결국 예상했던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냉정한 결과는 국민들의 역사적 관심이 증가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역사적 지식을 보다 쉽고 접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간단하게 역사 공부를 하며 자신만의 역사관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내가 접하는 역사가 옳은지 정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역사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아는 것이 가장 핵심이기 때문이다. 


박영규 작가의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는 약 22년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역사서다. '역사서'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이 들 수 있다. 나 역시 역사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글로 읽는 거부감이 강해 책장을 넘기기 망설였다. 하지만 '한 권으로 읽는 실록'의 완결서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최근의 다양한 일제강점시대의 피해자의 증언, 그리고 다양한 영상 매체를 통한 정보로 인해 관심을 가지고 책장을 열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을 때, 그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1875년부터 시작되는 국권의 수탈 실록부터 1940년대까지, 일제가 수탈한 이야기부터 해당 시대의 다른 국가에서 일어난 세계의 주요 사건까지 빼곡히 담았다. 그래서 360여 쪽의 묵직한 책이지만, 우리가 몰라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로만 구성되어있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역사란 거창한 것도 숭고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낸 개인들의 삶이 물이 되어 개천을 이루고, 그 개천들이 다시 뭉쳐 강을 이루고, 그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오늘의 연속이 곧 역사다.

역사에 대한 박영규 작가의 관점이 드러나는 문장이다. 인상적인 것은, 이 무던한 문장을 책이 담고 있는 약 80여 년의 역사를 보여주기 전 들어가는 말에 적어두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묵직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오히려 생각나는 문장이었다. 하루하루를 살아낸 개인들로부터 지금 이 사회가 구성됐다. 그렇기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이전의 역사를 알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훌륭한 역사를 만드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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