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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그리고 그런 사회에 따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수많은 사람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회는 과거의 발전 속도보다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변화 '속도'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나라 역시 있다. 롤라 오케르스트룀 작가가 말하는 <라곰>에 나타나는 '스웨덴'이 바로 그곳이다. 라곰이라는 낯선 단어만큼 익숙하지 않아 더욱 신비로운 나라 '스웨덴'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스웨덴 국민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집중하게 된다.
"과하지 않게, 너무 적게도 말고."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 속삭였다. "적당히."
중간도, 평균도 아니다. 안주도 아니다. 적당히.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이루는 것, 이것이 라곰을 떠받치고 있는 토대다.
정의할 수 없는 것을 정의하다.
라곰은 2017년 미국 보그 매거진이 선정한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다. <라곰>의 저자는 '라곰'은 어떤 나라의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단어라고 정의한다. 동시에 '스웨덴 사람처럼 산다는 것은 삶의 전반에 라곰의 문화적 의미를 받아들인다는 뜻(p. 34)'이라고 말하며 라곰의 개념을 스웨덴 사람의 '삶의 근간'이라고 표현한다. 무언가의 단어로 명쾌하게 정의할 수 없는 이 순간, '적당한' 단어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 '라곰'이 될 수도 있다. 라곰은 무언가에 넘치지도, 혹은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무언가, 또는 상태를 나타낸다. 더불어 스웨덴 국민들은 역사적으로 '라곰'을 공정함과 평등으로 일구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이 결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가 된 스웨덴. 그렇다면 과연 살기 좋은 것이란 무엇일까?
무엇보다 라곰은 우리에게 스스로를 꼼꼼히 점검하라고 한다. 나에게 있어 '잘산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라고 한다.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
웰빙(well-being)이란 무엇인가.
모든 사람들은 잘 살고 싶어 하지만 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외부의 영향 또는 압력이 아닌 온전히 본인만을 위한 '욕구'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잘 살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 이를 위해 나라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권리.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라곰의 삶을 노력하는 스웨덴에서는 이보다 현실적일 수 없다. '웰빙추구권'이라는 막연한 권리가 실제가 되는 순간, 삶의 질은 상승하게 된다. 휴식이 권리가 되면 '쉼'은 우리의 삶과 더욱 밀접해진다. 건강을 위한 마사지, 운동, 그리고 나은 정신을 위한 건강한 거절(NO)과 금기시하는 문화적 제약에 주는 여유까지. 국민이 더 잘 살기 위해 휴식을 즐기게 되고 이는 균형 잡힌 삶의 방향으로 이어져, 결국 생산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롤라 오케르스트룀의 <라곰>에서는 스웨덴인의 삶과 밀접하고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라곰을 이야기한다. 인간관계, 업무, 돈, 그리고 자연까지. 이처럼 라곰은 그들의 인생에 뗄 수 없는 개념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라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라곰은 과연 최고의 방법일까.
물론 '라곰'이 마냥 좋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지 않은 적당함은 과함을 제한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평범한 것이 곧 행복'이라는 잘못된 해석으로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무관심으로 인지될 수 있는 '스웨덴식 침묵'이 이방인에게 불쾌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쿠나 마타타', '카르페 디엠', 최근의 '휘게'까지. 해외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우리나라 사회가 열광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그러나 어떤 것도 완벽할 수 없다. 특히 사회의 분위기, 국가가 지니는 문화와 밀접한 라이프 스타일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에 열광하기 전, 우리를 더욱 돌아볼 필요가 있다.
라곰은 적당함을 뜻하지만 이것이 결코 객관적인 수치나 정도를 지니지 않는다. 그저 특정한 기준에 맞춰 앞서가기 위해 애쓰거나 결핍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만의 중심과 여유를 가지는 것, 그것이 라곰의 핵심이자 우리가 라곰을 받아들이기 이전에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