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KakaoTalk_20171110_131436651.jpg



 



2017년이 마무리되며 올해 초 계획했던 목표를 되돌아보게 된다. 17년도에도 빠질 수 없었던 영어 공부. 이번에도 어김없이 18년도로 미루게 된다. 그러나 여기 영화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이 있다. 신왕국 작가의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는 영어가 멀게만 느껴지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공부에는 관심도 없던 학생이 미국의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방법과 다양한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이 책은 2017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다시금 영어 공부에 대한 의욕이 꿈틀거리게 만든다.

 

'에라, 일단 그냥 해 보지 뭐.'
제 인생 최고의 영어 공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죠.

청소년 시절, 영어는 너무나 먼 존재였다. 다양한 과목 중 특히 영어는 친해지기 어려웠고, 학교 졸업과 동시에 영어 역시 졸업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이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며 영어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답이 있는 수험 영어와 달리 실제 원어민과 대화하기 위한 '회화'가 필요했고 그럴수록 영어와 나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의 작가는 영어와 친해지기 위해 영화를 추천한다. 정직한 발음과 적당한 속도의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며 작가는 특별히 <라푼젤>을 추천한다.

 


 

KakaoTalk_20171110_131440475.jpg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저는 이 말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의무감으로 열심히하는 사람의 훈련 양은 재미있어서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의 훈련양을 따라가지 못한다.'

 

작가가 책을 통해 말한 이 내용은 영어뿐만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자신이 주도하는 학습과 훈련은 어느새 즐거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작가는 더불어, 더 많이 훈련하는 사람은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하며, 이는 즐기는 자가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본인이 경험한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에 책 속에는 작가의 즐거움과 기대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 '배움의 즐거움'을 읽다 보면 영어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도 영화를 보고 외우다 보면 내 삶이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상상하게 된다.

 

이 책에 가장 흥미로운 내용들을 꼽자면, 언어 교육에 대한 정보다. 아이가 모국어를 유창하게 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소리를 듣고, 이를 이해하고 소리를 내며 저장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가독성 있게 담아냈다. 더불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영어 문법'에 대한 재미있는 정의를 내리는데, '문법은 게임 규칙'이라는 것이다.

 

문법은 일종의 게임의 규칙과도 비슷합니다. 여러분이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어떤 게임을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게임에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에요. 여러분과 그 그 게임의 규칙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또 그 규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만약 규칙을 제대로 모른다거나 제멋대로 어긴다면 그 게임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언어마다 가지는 새로운 규칙에 머리 아픈 적이 많다. 그리고 항상 생각한다. '모든 언어가 똑같은 문법을 가지면 좋을 텐데.' 하지만 게임의 규칙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게임마다 각각의 규칙을 지니고 그 규칙은 재미를 이끈다. 지금은 힘들 수도 있는 '규칙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새로운 언어의 재미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의 작가는 언어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드러내고, 그 관점을 통해 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재미를 깨닫기 원하는 듯하다.


 

KakaoTalk_20171110_131443268.jpg

 

영어는 제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나도록 해 주었습니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보니 세상에는 제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그런 말이 있다. 외국의 어떠한 작가를 좋아한다면 원서를 읽으라고. 번역된 글을 읽는 것도 문학을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작가가 적은 특정 언어의 원서를 읽는 것만큼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한 유투버는 철학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으로 해당 언어의 시기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언어는 시대와 상황별 특성을 지닐 수밖에 없고, 이것이 다양한 사람을 통해 가공되며 변형될 여지가 있어 해석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콘텐츠가 되는 순간 원어로 읽는 것만큼 적확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해석이 될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영어는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창이 될 수 있다. 꼭 영어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이제는 전 세계에 정보가 돌아다니는 시대가 아닌가. 누군가가 해석한 타국의 아티클을 받아 읽는 것은 결코 현대 사회, 제4차 산업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취업을 위한 영어가 아닌 본인이 얻고 싶은 '전문 지식'을 계발하기 위해서, 작가가 제시하는 '영화 씹어먹기'를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회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그 이상의 피로함을 준다. 피로함뿐만 아니라 혐오, 모욕감, 증오, 그리고 모멸감 등 수많은 '분노'가 만연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이 쉽다. 내게는 가벼운 불평이지만 타인에게 무력감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탈감이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분노'를 조절하는 힘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마하트마 간디의 다섯 번째 손자 아룬 간디는 <분노 수업>이라는 책을 발표했다. 아룬 간디는 책을 통해 할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와 할머니,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에게 얻은 사랑과 연민에 대한 열한 가지 이야기를 말한다. 


"(...) 분노는 자동차에게 기름과 같은 것이란다. 사람은 분노를 연료로 삼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또 더 나은 인간이 되지. 그런다 만일 사람들에게 분노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은 의지도 생기지 않을 거야. 분노는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정당하지 않은지 딱딱 선을 긋고 정의를 내리도록 우리의 등을 떠미는 연료란다."


아룬 간디는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 '분노'를 다시 정의한다. 분노란 무조건적인 부정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연료라는 정의가 꽤 신선하다. '분노'는 올바른 판단을 위한 준비하는 과정이며, 어떤 꿈을 위한 도움닫기가 될 수 있다. 뒤이어 작가는 책을 통해 '목소리'의 힘에 대해서 말한다. 사회 속 수많은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다양한 대화가 오간다. 긍정적인 대화만 있다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대화는 피로한 행위기도 하다. 이런 피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할아버지의 말을 인용하며 제시한다.


"자기 신념 깊은 곳에서 나오는 '아니요'는,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려고 또는 더 나쁘게는 말썽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예'보다 낫단다." 



아룬 간디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더 전한다. 당장의 순간을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의 위험성을 말하는데 생활 속 만연한 '하얀 거짓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하얀 거짓말을 순간을 모면할 수 있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결코 나은 행동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앞선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무력감을 자초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아룬 간디가 전하는 열한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중심'을 가지는 것이다. 앞서 말한 다양한 '분노'의 시작은 중심이 무너지면서 시작되는 행위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속에 자신의 가치를 생각하면 갈등과 혐오가 지배하는 세상일지라도 굳건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 안에서 여유까지 존재한다면, 타인을 연민하고 사랑하는 마음까지 생기게 된다.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쉽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거짓말("괜찮다, 이 주사는 아프지 않아.")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거짓말을 얼마든지 용인되는 하나의 화법이라고 배운다.


'당신은 괜찮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다' 라고 위로하는 책이 좋은 책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스스로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은 가치 있다. 더불어 그런 가치를 전하는 작가의 지혜에 책을 덮는 순간 감탄하게 된다. 당신이 세상에 분노하고 있다면 이제 그 분노를 제대로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미완성'이라는 작가의 말을 곱씹어보게 된다. 만약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당신을 발견했다면 이제 깨달음을 삶에 적용하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버드 자존감 수업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고민을 해결하는가
웨샤오둥 지음, 강영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많아진 요즘, 모두에겐 마음의 병이 있다는 주제의 드라마가 제작됐다는 것은 심리가 불안한 사람의 증가를 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여가 생활의 종류와 다양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많아졌고,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생활이 점점 편리해진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심리 불안과 같은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이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심리치료 역시 발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개인에게 맞춘 심리상담 역시 치료의 방법 중 하나다. 그리고 여기, 심리를 연구하며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하는 웨샤오둥 박사가 있다.


하버드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한 웨샤오둥 박사는 하버드대 심리상담 센터에서 실습하며 다양한 학생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심리를 상담하며 본인과 학생에게 미친 열 가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았는데 바로 <하버드 자존감 수업>이 그 책이다. 미국으로 유학 가는 길, 우연히 만난 노 교수로부터 '심리상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박사는 그날로부터 심리상담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심리상담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마치 하늘을 나는 느낌처럼." 나는 노교수의 말을 따라 하며, 세상에 이렇게 의미 있는 학문이 있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상담에 앞서 내담자의 편안한 마음을 위해 벽에는 중국화를 걸어두고, 언제든지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티슈를 준비하는 등 환경을 조성한다. 박사는 개인에게 맞춰 심리상담을 시작한다. 심리상담이란 무엇일까. 사실 '심리상담'을 한 단어, 아니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애초에 심리상담이란 개인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적용되기 때문에 더욱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웨샤오둥 박사는 사례를 말하며 심리상담을 다양하게 정의한다. 그의 사례를 읽다 보면 심리상담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상담자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를 제대로 알고 자기를 계발하며 자기를 격려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심리상담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막연히 '하버드'는 남부럽지 않은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그 공간에 있는 이들에겐 치열한 전쟁이며 스트레스가 가득한 곳일 수 있는 것이다. 박사가 말하는 사례 속 학생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당사자들에게 그 시간은 가장 무겁고, 힘든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상담이 중요한 것이다. 내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로하며 설득하는 과정.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관계가 있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대화가 필수적이다. 대화가 없는 관계는 없고, 대화의 깊이가 관계의 깊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좋은 '관계'와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듣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대화의 중요 요소지만, 타인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는 것이 더 큰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버드 자존감 수업>은 더욱 가치가 있다. 십몇 년 전에 쓰였음에도 현재까지 적용되는 심리상담의 사례는 '어떻게 듣고 반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웨샤오둥 박사는 '공감'에 대한 정의와 특징을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인상적이다.


"갓 입문한 사람은 공감을 표할 때 두 가지 잘못을 저지르기 쉬운데, 하나는 내담자의 느낌에 지나치게 관심을 표해서 공감 거품을 산더미처럼 만들어 실제로 전혀 도움이 안 되게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생각을 지나치게 긍정해 공감 덫을 겹겹이 놓아 내담자와 대질할 기회를 놓쳐버리는 거죠."


공감의 다양한 특징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공감은 동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공감이란 그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다 '동의'는 내담자의 생각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즉 비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내담자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그의 환경과 의견을 존중하되 그가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심리상담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박사는 나은 상담을 위해서 통찰력과 소통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며 심리상담 대화는 '인간관계 소통의 예술'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군가를 상담할 일이 생기곤 한다. 가벼운 술자리나, 학교생활 속 선후배 관계, 혹은 가족 간의 대화 속에서도 등장한다. 심리상담은 어떤 큰일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다. 앞서 말한 상담이 아니더라도 일상 대화가 누군가가 지닌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심리상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추가로 박사는 독자들에게 '심리상담'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이끌기 위해 사례 사이마다 작은 지식을 적어두었다. 심리학자와 같은 간단한 이야기부터 심리상담의 주기나 앞선 사례에서 적용된 이론의 짧은 정의까지. 웨샤오둥 박사는 '작은 지식'이라고 표현했지만 사례를 건너뛰고 이 부분만 읽더라도 꽤 든든해지는 양으로 구성돼 있으니 이 글을 읽고 심리상담에 관심이 생긴 이가 있다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
제시카 베넷 지음, 노지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단순히 3년 전과 비교해도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더욱 친근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느끼는 유리천장의 두께가 얇아진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이 여성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 알고, 간극을 좁히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행동 자체가 가치를 지닐 것이다. 여기, 페미니즘에 대한 책 한 권이 있다. 제시카 베넷이 쓴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은 직장 생활, 즉 사회 활동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여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창조해 재치 있게 풀어나간다.


이 책의 목표는 여러분을 전쟁의 전술들로 무장시키는 데 있다. (중략) 무엇과의 전쟁이냐고? 일반적인 성차별, 긴가민가한 성차별, 노골적인 성차별, 때로는 가장 진보적인 사무실에조차 존재하는 의식하기 어려운 성차별과의 전쟁이다.


점점 진화하는 성차별, 누구의 잘못인가.


유색인종들이 하루 단위로 견뎌내고 있는 은밀한 차별―미묘한 모욕이나 묵살 같은 인종차별주의―처럼 오늘날의 성차별은 음험하지만 은밀하고, 가볍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며, 때로는 친근하기도 하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날의 성차별을 이처럼 정의한다. 더불어 미묘한 성차별이라는 새로운 명사를 ''내가 유난스러워서 이런 걸 기분 나빠하는 건가?'같은 생각을 하게 만다는 성차별. (아니다. 당신은 유난스럽지 않다.)'라고 정의한다. 지금 글을 읽은 당신이 '남성'이라면, 게다가 페미니스트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책을 통해 '남성들이 이 전쟁에 꼭 필요한 사람이니 FFC(가상의 공간)에 가입해야 한다'라며 단언한다. 더불어 '우리(여성)의 해방은 당신(남성)의 해방'이라고도 표현한다.


남성들은 수천 년 동안 지배하는 성으로 대접받아왔고, 어렸을 때부터 권위 있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고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며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신체언어를 체득해왔기에 때로는 착한 남자들조차 그런 행동 패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에서 작가는 '여성'의 관점에서 다양한 '○○남'을 표현하고, 그들을 상대하는 법을 서술한다. '○○남'이란 표현에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다. 남성과 여성, 성별에 상관없이 책에서 말하는 상대는 '인간적으로 이상한' 사람일 뿐이니 말이다. 더불어 작가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린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으며, 그 극복 방법까지 '친절하게' 말해준다.


어쩌면 오늘날의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문제'는 그 이상한 느낌의 잔재일지도 모른다. 공허함은 사라졌다. 여성은 얼마든지 전문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우리가 아직도 거기까지 갈 자격은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대체되었다. 우리 머리에 들어앉은 이 생각은 크고 작은 방식으로 우리를 공격한다. 어떨 때는 자신감을 서서히 갉아먹는, 작지만 끈덕지게 들려오는 자기의심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



말의 힘은 성차별도 파괴한다.

작가는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통해 '말'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남성과 여성의 스피치 패턴과 억양에 대해 말하며 고쳐야 할 습관을 정리한다. '고쳐야 할 습관'이라고 하면 언어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작가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그냥', '너무', '~ 같아요' 등 허사는 안 좋은 습관이므로 고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그 언어 습관이 좋다면 유지해도 되고, 특히 '나답게' 말하는 방법이라면 더욱 고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고쳐야 할 습관'은 무엇일까. 예의상 덧붙이는 '미안합니다'나, '보호막 어휘' 등이 이에 속한다.


여성과 스피치에 관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이상적인 스피치라 여겨지는 것이 여성이 실제로 말하는 방식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같은 외모와 생각을 지닌다면 모두가 이상적인 사회, 즉 '유토피아'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성차별은 이런 당연함을 간과하는 순간 드러나게 된다. '말'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사소하게 행해지는 차별은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정의하면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늘 긴장해야 한다.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보면,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다. 사회 속 성차별을 새롭게 정의한 작가의 재치가 독서 내내 미소를 띠게 하지만,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책에서 말하는 FCC는 가상 속 동호회지만, 그들이 파괴하기 위해 애쓰는 행동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 속 일러스트와 다양한 표는 심각해지는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만약 당신도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읽고 머릿속이 정리됐다면, 이제 행동할 차례다. 성별에 상관없이 책에 나온 피해를 겪었다면 책 속 '매뉴얼'처럼 행동하면 되고, 주위에 차별을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콕 집어주면 된다. 혹시 당신이 차별이라고 인지하지 못 하고 했던 행동이 책 속에 나왔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성차별의 피해자나 목격자보다 가장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서술했지만 독자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꾸는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혹시 책을 읽지 않은 당신이 이 글을 읽는다면, 반드시 권하고 싶다. 앞으로 달라진 인생이 기대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 생활 4년차. 완전한 신입사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썩 베테랑도 아닌 애매한 연차다.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하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회사생활에 지칠 때쯤 마주한 야마구치 마유의 <오늘도 삽질 중>. 베스트셀러인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인 야마구치 마유의 신작이다. 해외의 회사 문화나 분위기가 궁금했는데, 적어도 일본만큼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하버드 로스쿨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가 된 어마어마한 스펙의 소유자인 작가마저 눈물을 머금고 다녔던 회사는 어떤 곳이었을까. 


사실 회사는 중요하지 않다. 이직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어느 회사를 가든 똑같아." 무책임해보이는 말이지만 굉장한 뼈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왜 일하는지'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작가 야마구치 마유 역시 책의 도입부에 일할 맛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와 같이 말한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만족감이 힘든 순간에도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기쁨이자 원동력이다. 자신만의 프로의식. 바로 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일할 맛을 나게 하는 비결인 것이다. 


이대로라면 죽기 전에 후회할 것이라고.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지만 딱히 이룬 것도 없는 인생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조금은 미흡해도 '이 가치를 위해 일생을 걸었다'라고 스스로 당당해지고 싶다. 푸른 바다를 꿈꾸는 나비처럼. 

일, 그리고 미래의 끝이 보이는가. 

일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실수가 드러날 때가 있다. 꽤 능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일에서 실수가 발견되면 당황스러움과 함께 판단력은 흐려진다. 당장 벌어진 일을 '눈 가리고 아웅' 하기도 한다. 작가는 관련된 본인과 친구의 사례를 말하며 어떤 행동이 현명한 대처인지 설명한다. 또, 이런 실수가 벌어지면 이상하게도 의욕은 더욱 퇴감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스스로가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순간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파도도 '좋은 파도'와 '나쁜 파도'가 있다. 

작가는 무사노코지 사네아쓰의 <우정>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직장 생활 내 파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파도는 운명처럼 다가온다. 파도에 잘 올라타면 기분 좋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회를 놓치면 아무리 버둥거려도 생각처럼 되지 않아. 현명한 사람만이 다음 파도를 기다린다. 

최근 MBC every1 <비디오스타>에 출연한 광고 천재 이제석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천재가 되려거든 흥미라는 급물살을 타라'의 흥미는 '좋은 파도'인 것이다. 이와 함께 작가 야마구치 마유는 가만히 파도를 기다리는 것 역시 좋은 자세라고 말한다. 나쁜 파도에 지쳐 그만 두는 순간 바로 찾아오는 좋은 파도 역시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파도가 '자신에게'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선 본인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남들의 유동적인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잣대로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 과대평가한 나머지 모든 걸 다른 누군가에게 탓을 돌려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깎아내리며 주저앉아서도 안 된다.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기다리면서 자기 평가를 믿어야 한다. 


나를 평가하는 행동만큼 주관적인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너무나 긍정적이게, 혹은 부정적이게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신뢰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직접 부딪치며 얻은 저자의 사회 생활 노하우를 따라가다 보면, 사회 초년생이라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노련한 베태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달 초에 있었던 긴 연휴동안 <오늘도 삽질 중>을 읽으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다. 직장 생활에 피로함을 느끼는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을 응원하며, <오늘도 삽질 중>을 통해 매일 출근해야하는 이 시대의 미생을 위한 꿀팁을 얻어가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