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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 그 집이 내게 들려준 희로애락 건축 이야기
구본준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2월
평점 :
이전에 읽은 승효상의 <건축, 사유의 기호>에 이은 두 번째 건축관련도서였다. 성급하게 표현하기엔 어렵지만, 건축에 대해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을 더 추천한다. 비교적 쉽게 돼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건축물과 세계의 유명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해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편하게 돼있다. 잠이 안와서 책을 펴고 읽다보니 한 시간동안 절반 넘게 읽었다. 그정도로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사진의 배열 같은 표면적인 편안함도 있지만, 구절 하나하나가 독자들에게 설명보다는 이야기를 해주듯이 풀어나가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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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p.29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그 속에는 이야기가 담긴다. ... 세상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건축만큼 아름다운 건축은 없다.
건축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특히 콘텐츠를 담는 다양한 미디어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대중과 미디어를 떨어뜨리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소통을 하는 수단이 증가하면서 미디어는 사회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미디어를 통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가지길 원한다.
어느 한 프로그램에서 로봇박사 한재권씨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세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로봇이 발전하기 위해선 인문학적인 요소가 필요해요"
자동차가 한창 개발될 무렵, 자동차는 인간을 해칠 괴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신호등'이라는 규칙이 만들어지면서 인간을 해치는 괴물은 현재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한 '도구'가 됐다.
이 책을 읽다보면 프로그램 '느낌표-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사회가 변화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 때,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됐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없다', 혹은 '지루하다'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간단한 소재(ex. 정지선 지키기, 아침밥 먹기)를 '열풍'으로 만든 기록도 있음에도 현재까지 이런 인문학적인 캠페인이 유지되지 않는 것은 아쉬우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현재 미디어는 변화하려 하고 있다. '아이', '노인의 여행'과 같은 감성을 만지는 소재들의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있다. 대중들이 자극적인 옐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것은 아주 잠깐임을 보여주는 예시가 될 것이다. 다만 시청률이 연연하며 어디선가 본 듯한 영상이 계속되는 비슷한 소재에서 머무르지 않고, 인문학적인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자세로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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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
그가 겪은 슬픔은 건물이 되었고, 그 건물은 다른 이들에게 기쁨이 되고 있다.
p.29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그 속에는 이야기가 담긴다. ... 누군가가 어떤 행위를 할 때 건축에는 이야기가 담기며,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사람에게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또 다른 행위를 하도록 한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둥굴레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세상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건축만큼 아름다운 건축은 없다.
p.37
어떻게 하면 건축과 친해질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하다. 그냥 찾아가서 어슬렁거리면 된다.
p.77
먼 길 돌아와 우리 앞에 선 꿈마루 앞에선 이제 아이들이 뛰논다. 이 건물에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지 알 리 없는 저 아이들의 웃음소리야말로 이 건물을 진정으로 완성시킨 마지막 마감재일 것이다.
*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 느낌표-책을 읽읍시다 ->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
p.82-83
도서관은 흔히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회적 장치"라고 불린다. 개인이 읽는 책은 그 한 사람만 볼 수 있지만, 도서관의 책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지식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 파놉티콘
18세기 말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만들어낸 개념. 교도소나 병원, 학교, 군대 등에서 모든 공간을 한 곳에서 쉽게 살펴보면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많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도록 한 구조.
* 감응의 건축-정기용
단순히 느끼는 게 아니라 작용과 반작용, 즉 느끼고 전달되고, 전달된 것이 되돌아오게 하는 그런 상호쌍방향적 관계가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감성적으로 일어났을 때 건축의 이미지나 형상이 싹이 트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p.91
나비는 꿈이다. 나비는 누구의 머릿속에도 날아온다. ...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상상 속에서 팔랑거리는 나비를 좇아 꿈을 이뤄나갈 것이다. 꿈은 기적을 만들고, 기적은 건축에 담겨 다시 새로운 기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p.172
한국 건축가 이름을 한두 명만 대보라고 해도 쉽게 답을 할 만한 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명품 브랜드 제품을 사듯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졌지만 건축이 문화가 아니라 부동산으로 종속되어버리면소 한국 건축가의 위상은 오히려 예전보다 열악해진 측면도 있다.
p.192
건축은 삶을 담지만, 죽음을 담기도 한다. 그렇지만 죽음을 담는 건축 역시 죽은 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산 자들을 위한 공간이란 점에서 결국 삶을 담는 곳이 된다.
p.208-209
안으로 숨으면 얼마 동안은 안전하겠지만, 스스로 나아갈 길을 잃는다.
*깨진 유리창 이론
: 유리창 하나를 깨진 채로 놔두면 사람들이 시설을 함부로 다루게 되고 결국 범죄 소굴이 된다는 이론